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예은입니다. 남한의 청춘들처럼 호기심 많은 평범한 학생이고요. 남북통일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들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빌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입니다.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한국으로 온 이유는 한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자 왔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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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바쁜 일상이 끝난 뒤 가볍게 하루의 피로를 풀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치킨과 맥주. 이 '치맥'이라는 유행어를 내건 치맥 페스티벌이 개막합니다.
기자 : 여름축제로 이름을 굳힌 치맥축제가 오늘부터 닷새 동안 대구의 뜨거운 여름밤을 달구게 됩니다. 이번 치맥축제 닷새 동안 닭 25만 마리, 맥주 25만 리터가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지난해 중국 닝보에서 치맥축제가 열린 데 이어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 곳곳에서 유사한 축제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내레이션 : 지난 7월 말 남한의 대구에서 열린 '치맥축제', 그러니까 맥주와 닭튀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에 닷새 동안 88만 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남한의 치맥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서 축제에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왔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아예 비슷한 축제가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그런가하면 한여름 남한의 호텔, 그러니까 시설이 좋은 숙박시설 내 음식점에서는 세계의 다양한 맥주나 포도주를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술 자체나 술을 즐기는 재밌는 문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겠죠.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지난 시간부터 이 술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얘기들이 준비돼 있을까요? 함께 만나보시죠.
진행자 : 20~30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나이에 가장 돈을 많이 쓰는 부문 중에 하나가 술인 것 같아요. 술도 그렇고, 술을 마시면 안주를 먹게 되잖아요. 술값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요? 맥주나 소주 한 병이 보통 3~4천 원, 3~4달러 정도거든요. 그런데 여러 명 모이면 안주도 20달러 정도 하니까.
강남 : 거의 100달러 이상은 나오지 않나요? 3명 정도 모이면.
진행자 : 그런 돈은 어떻게 충당해요? 사실 학생들이나 아직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꽤 큰돈인데요.
강남 : 사실 저 혼자서는 절대로 술을 안 마셔요. 혹시나 회식 자리에서 돈을 내야 한다면 그런 건 아르바이트(일)를 해서 벌고요.
빌 : 미국에서 대학 다녔을 때는 술이 비싸서 일주일에 한 번 마셨는데요. 저렴한 술도 있었어요. 맛은 없지만 상관없어요. 우리는 과음하려고 하는 거니까(웃음). 그런 식으로 도전하고, 한꺼번에 얼마나 마실 수 있는지. 미국에서는 술 마실 때 보통 각자 계산해요. 사람들이 술 마시는 능력이 차이 나니까 다 같이 부담하면 안 되고, 술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조금 더 내고, 그런 식으로 문화 차이가 있어요.
예은 : 저희랑 확실히 다르네요. 저희도 아예 안 마시는 사람은 제외를 시켜주는데 보통은 마시는 양에 상관없이 같이 마시기 때문에 모두 똑같이 돈을 내요.
진행자 : 그게 억울해서 술을 배우기도 하죠(웃음).
강남 : 저도 항상 억울합니다.
예은 : 술 못 마시는 친구가 끼면 안 좋은 점이 있어요. 친구는 술을 못 마시니까 안주를 더 많이 먹어요. 그런데 안주가 더 비싸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는 친구들끼리 만나야 해요(웃음).
진행자 : 안주가 참 다양해요. 여러분은 술 마실 때 어떤 안주 좋아하세요?
강남 : 저는 오징어나 명태 같은 마른안주를 좋아해요.
예은 : 요즘 남한에서 정말 인기가 많은 메뉴가 치킨, 그러니까 닭튀김과 맥주의 조합이에요. '치맥'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는데, 요즘은 조금 변형돼서 피자와 맥주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매운 걸 좋아해서 막창이나 곱창, 간단하게 마실 때는 과일도 좋아해요.
빌 : 저는 일단 맥주 마시면 닭튀김도 좋아하고 피자도 좋아해요. 그래서 살이 많이 쪘어요(웃음). 또 남한에 와서 가장 좋아하는 술은 막걸리. 막걸리 마실 때는 무조건 파전을 같이 먹어야 해요.
진행자 : 그러니까 술 문화가 있는 게 술을 마시면서 다양한 놀이도 하고, 각각의 술에 맞는 안주도 있잖아요. 지금 소주, 맥주, 막걸리 나왔는데 또 좋아하는 술 있나요?
예은 : 칵테일이요. 저 같은 경우는 술맛이 덜 나는 칵테일을 좋아하는데 칵테일은 딱히 안주 없이 보통 분위기 내려고 마시죠.
진행자 : 맞아요, 처음에 남자들이 여자 친구한테 잘 보이려고 칵테일을 사주죠. 칵테일이 보통 색깔이나 모양, 맛을 예쁘게 하잖아요.
빌 : 저는 양주, 위스키를 좋아해요. 위스키를 마시면 다음날 머리 아프지 않아요.
진행자 : 김정은이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를 좋아한대죠(웃음).
예은 : 그것도 있잖아요, 와인.
진행자 : 네, 포도주. 남한에서는 굉장히 인기예요. 비싸죠, 술집에 가서 마시려면 한 병에 4~5만 원, 40~50달러 정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많이 수입해 오고, 칵테일을 만드는 것처럼 소물리에라고 와인을 골라주는 그런 직업도 따로 있죠.
강남 씨는 남한에 오기 전에 이런 다양한 술에 대해 경험이 있었어요?
강남 : 없었어요. 북한에서는 농택이, 빼주, 맥주 이렇게 3가지가 있어요. 저는 평양에 가서 맥주를 처음 마셔봤고요. 평양 대동강 맥주라고 유명하거든요. 종류가 많이 없어요.
진행자 : 사실 남한은 맥주만 해도 남한에서 만드는 것도 있지만, 그 가격에 2~3배 되는 세계에서 수입해 온, 일본, 중국, 싱가포르, 유럽 각지의 맥주들이 수입이 되거든요. 북한에서는 아예 술집이 활성화돼 있지 않죠?
강남 : 활성화돼 있지 않아요. 왜냐면 사회 자체가 술을 통제하기 때문에 작은 식당에서 팔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만취돼 나오면 당국에서 단속을 하는 거죠. 그리고 중국술이나 외국 술을 당국에서 막아서 못 마셔요. '어, 우리 술보다 맛있네? 남한의 소주가 맛있네? 중국은 빼주를 마시네?' 이런 생각을 가지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을 가질까봐 그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막는 거죠.
진행자 :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막는 거네요.
예은 : 그런데 한민족은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인데 그걸 차단하면 어떻게 풀어요?
강남 : 그곳이 북한이고요. 사람마다 푸는 방법은 있겠죠. 자기 동네에서 파는 술을 먹는데, 사서 집에서 많이 마셔요.
진행자 : 세계에 굉장히 다양한 맛있는 술이 있다는 걸 청취자 여러분이 잘 모르시는 거잖아요. 사실 세계의 맥주를 맛보면서 여행하는, 맥주기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런 얘기는 꿈같은 얘기겠죠? 그럼 여러분이 맛 본 술중에서 청취자 여러분이 언젠가 기회가 됐을 때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추천해볼까요?
강남 : 저는 일본 맥주를 추천할게요. 정말 맛있고요, 통일되면 꼭 드셔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말로 표현 못할 굉장히 독특한 맛이 나요.
진행자 : 마치 크림이 얹어진 듯 굉장히 부드러운 맥주죠.
예은 : 저는 막걸리가 괜찮지 않을까. 남한은 막걸리를 다양하게 만들어요. 꿀을 타서 꿀 막걸리, 딸기 막걸리 등 요즘은 퓨전이라고 섞어서 다양한 막걸기를 만들었거든요.
강남 : 북한에서 막걸리는 판매용이 아니라 아버지들이 돈이 아까워서 남은 숭늉 등을 삭혀서 만들어 먹어요.
진행자 : 요즘에는 막걸리를 상품화해서 외국에 갈 때 사람들이 선물용으로 갖고 비행기를 타더라고요. 소주도 마찬가지고.
빌 : 저는 독일 맥주를 추천해요. 저는 밀 맥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독일에 가면 그 맥주를 꼭 마셔보고 싶어요.
예은 : 기자님도 추천해 주세요.
진행자 : 저는 체코나 벨기에 맥주를 추천할게요. 이런 곳들은 천주교 국가잖아요. 그래서 과거에는 수도사들이 수도원에서 물 대신 맥주를 만들어서 마셨다고 해요. 굉장히 역사가 오래 됐고 맛있습니다.
강남 : 벨기에 맥주가 유명하대요. 친구가 벨기에에 사는데 맥주가 유명하다고 맥주 마시러 벨기에에 오라는 거예요. 정신 나갔나, 맥주 마시러 거기까지 가나 했는데.
진행자 : 갑니다(웃음). 가면 한 쟁반에 다섯 개의 술잔을 줘요. 거기에 각각의 맥주를 조금씩 따라 주는 거죠.
예은 : 좋다, 술 선진국이네요(웃음).
진행자 : 정말 술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세계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강남 : 역사와 즐길 거리를 볼 수 있는 거네요.
진행자 : 우리 또 회식해야 하나요(웃음)?
그런데 아까 대동강 맥주도 얘기했지만, 친구들이 북한 술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도 하나요?
빌 : 대동강 맥주는 마셔보고 싶어요. 얼마 전에 북한 소주를 마셔본 적이 있는데, 도수가 높아서 힘들었어요. 25프로? 마실 때는 몰랐는데, 너무 마셔서 정신을 잃었어요.
진행자 : 북한 소주는 어떻게 마셔봤어요?
빌 : 친구들이 개성공단에 다녀왔어요. 북한에서 만드는 소주를 기념품으로 사왔어요.
강남 : 아마 빌 씨가 맛본 술은 북한에서 외국인 상대로 만든 좋은 술일 거예요. 정제된 술. 일반 북한 서민들이 마시는 술은 정제가 안 돼서 뿌옇고요. 정제를 하면 도수가 떨어져서 손님들이 많이 안 온다고 일부러 정제를 안 해요. 그런 술을 한 번 드셔보시면 아마 바로 뒷목 잡을 거예요(웃음).
진행자 : 예은 씨는 북한 술을 마신 경험이 있나요?
예은 : 아니요, 저는 그런 경험은 없고요. '나우'에서 여러 분을 만나면서 북한 맥주가 유명하다는 말은 들었어요. 남한에 있는 맥주는 맛이 없다, 북한에서 먹었던 맥주를 따라올 수 없다고.
진행자 : 한 15년 전쯤인가 서울 거리에 '세계의 맥주'라고 해서 세계 각지의 맥주들을 파는 곳이 생겨났어요. 수십 개 나라의 수백 개 맥주들을 마실 수 있었죠. 그 뒤로는 와인이라고 해서, 사실 남한에서는 와인이 그렇게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보통 유럽권이나 칠레에서 많이 들어왔거든요. 그러니까 맥주나 와인 등 술만 해도 세계의 것들을 맛볼 수 있는데 역시나 북한 술은 맛볼 수가 없네요. 파는 곳도 없고.
강남 : 안타깝네요. 일단 북한의 맥주가 유명한 건 우리가 못 마셔서 그러지 않을까...
예은 : 직접 제조해 보시지 않을래요(웃음)?
진행자 : 그럼 다음에는 강남 씨가 직접 만든 맥주나 소주로 회식을 할까요(웃음)?
내레이션 : 처음 만나 어색한 사람들이 함께 술을 마시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쉽게 친해집니다. 꺼내기 어려운 말도 용기를 내서 하게 되죠. 그래서 남한에는 회식 문화가 많습니다. 빌 군과도 함께 술을 마시고 났더니 그전보다 한결 편해졌는데요. 이렇게 함께 마시고 즐기는 술자리는 물론이고, 각 나라의 술, 또 술을 마시는 문화를 가지고도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남한에 오면 곧잘 배우는 말이 '오늘 한 잔 하자!'인데요. 세계인과 함께 기울이는 술잔, 언젠가는 남북의 청년들도 서로 '한 잔 하자'고 말할 날이 오겠죠?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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