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쪽엔 폭우와 함께 지금 몇 시인지 착각할 정도로 깊은 어둠의 깔렸습니다. 하늘이 어찌나 어둡고 깜깜한 지 오후 1시가 새벽 1시로 착각 될 정도였는데요... 시간이 지나니까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해가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예고 없이 닥쳐온 인생의 소낙비 때문에 당황스럽고 무서울 때가 있지만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언젠가는 지나가기 마련이니까요.
여기는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취업에 대한 얘기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주영, 최철남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어떻게 지내셨어요? 주영 씨는 방학이죠?
이주영 : 네, 제가 대학원을 진학하면서부터는 늘 방학이어도 방학이 아니었거든요. 시험과 세미나로 정신없이 지내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여유가 좀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한 주 폐인처럼 쉬었어요. 좋아하는 드라마도 다시보기하고 침대에서 책 읽고...계속 쉬었습니다. (웃음)
진행자: 철남 씨는요?
최철남 : 저는 다 다음 주 쯤에 휴가 받아서 놀러갔다 오려고 하는데 저는 직장인이니 방학이 없어진지 한참이죠? (웃음) 일하다보니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더라고요.
진행자 : 저도 벌써 8월이라는 사실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자, 오늘은 취업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제가 처음 취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데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 대학생이면 나는 취업 못했겠다.
현재 남한의 취업률은 40~50% 정도라고 합니다. 취업을 한다 해도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일자리는 줄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야말로 취업전쟁이라고들 하죠.
이주영 : 저는 석사 마치고 취직을 할 생각이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그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을 때는 대학 졸업 즈음이었어요. 친구들을 보면 공부를 잘해도 원서를 100개를 넣으면 다 떨어지고 한 두 개 정도 통과되더라고요.
진행자 : 그래서 대학생들이 방학도 없이 스펙 쌓기 하느라 정말 힘들게 보내더라고요.
이주영 : 영어는 기본으로 해야 하고 면접을 대비해 면접 스터디도 하고 의상도 준비하고 사진도 증명사진도 비싼 거 찍고요.
학생들들 학교 점수도 관리해야하고 외국어 성적도 높여야하고 봉사 활동에 외모도 가꿔야 하고요... 면접을 대해할 수 있는 스피치, 즉 말을 잘하는 능력도 겸비해야 합니다. 게다가 용돈도 벌고 연애도 해야 하니까요. 남한의 학생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랍니다.
진행자 : 남쪽의 취업 스트레스를 보면서 어떤 생각하셨어요?
최철남 : 북한은 취업 스트레스가 없잖아요. 아버지가 탄부(광부)면 나도 탄부고 아버지가 농사꾼이면 나도 농사꾼이 되고 그런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데 남쪽에서는 직업을 선택 할 수 있잖아요.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취직이 쉽지 않은 건 힘들지만 다들 보면 안 된다, 안 된다 해도 취업은 다 하잖아요? 그래도 북한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진행자 : 취직은 힘들어도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 좋다는 거군요. 어떻게 보면 지금의 취업 스트레스를 행복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도 드네요.
최철남 : 하지만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나이에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죠...
북에 계신 청취자 분들은 '힘들어도 이런 자유가 부럽다' 싶으시겠지만 그래도 지나친 경쟁은 독이 되기 쉽습니다. 이제 남한 내에서도 경쟁보다는 상생을, 점수보다는 개성과 재능을 찾자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진행자 : 취업을 위해 두 분 다 이력서 써 보셨죠? 요즘은 이것도 연구를 많이 하고 쓰던데요?
최철남 : 전에는 거의 틀이 정해져 있었는데 요즘은 무척 다양해졌어요. 내가 왜 이 회사에 필요한지 자신을 보여주고 설득시키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진행자 : 어찌됐든 한국 사회에서 스펙, 나이, 학력을 무시 할 수 없습니다. 좋은 학교 나와야하고 영어 성적도 좋아야하고 젊어야 하고...(웃음) 이런 것들이 중요한데 최근 공공기관에서 서류 전형을 없애고 나이, 스펙을 보지 않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입니다. 295개 공공기관의 신입사원 채용 때 서류전형을 없애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학벌이나 학점, 영어성적,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원천 배제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취업 지망생의 업무 능력을 점검하겠다는 겁니다. 창의적인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라 환영하는 분위기도 많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진행자 :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주영 : 우선 서류 전형을 없앴을 때 혼란이 예상돼요. 일일이 어떻게 인재들을 가려낼 것인가... 100명 뽑는데 만 명 지원했다고 생각해봐요. 서류면 만 장을 보면 되지만 일일이 만 명을 어떻게 심사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서류 전형이 없이 글로만 자신을 표현한다고 하면 그 글이 간단치 않고 많은 것들을 써야 할 것 아니에요? 그걸 일일이 검토하는 것도 가능할까 싶네요.
진행자 : 시험을 봐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네요.
최철남 : 그리고 스펙을 열심히 쌓은 사람들에게는 역차별을 가하는 일이 될 수도 있죠. 면접 볼 때 운이 좋아 별로 능력이 없는데 뽑힐 수도 있고요.
진행자 : 두 분 다 우려되는 부분이 많은 거네요.
이주영 : 분명 장점도 있을 거예요. 한국에서는 학벌 같은 것을 많이 보는데 수능을 못 봐서 대학은 좋은 곳에 못 갔어도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변별력 있게 가려 낼 것인지가 문제이고 구체적인 시험이나 객관적인 서류, 점수가 없을 경우 낙하산이 들어올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온전히 심사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 있는 거니까요. 그런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스펙이나 나이를 보지 않고 뽑겠다고 한다면 지금 한국 사회가 스펙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영어 유치원 보내고 국제 학교 보내고 좋은 학교 가야하고 해외 어학연수도 다녀와야 하고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제도가 자리를 잘 잡으면 교육이 바뀌지 않을까요?
주영 씨와 철남 씨 모두 기대 반 우려 반 이네요. 무언가를 바꾸는 일은 분명 모험입니다. 생겨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할 제도도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진행자 : 공부를 잘 하는 분들은 반대할 것 같고요. 학교 다닐 때 좀 놀았다, 하지만 열심히 할 수 있다. 이런 분들은 찬성하실 것도 같네요. 기대 반 우려 반 그렇습니다.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요? 내가 만약 인사 담당자라면 이런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뽑겠다?
이주영 : 제가 봤을 때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집단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 할 수 있는 사회성인 것 같아요. 인성을 봤으면 좋겠어요. 기업들이 직원을 뽑을 때 합숙 면접 같은 것들을 이미 많이 도입하고 있는데 이런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인성을 볼 것 같고요.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볼 것 같습니다. 제 친구들을 봐도 그렇지만 다니는 회사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어요. 조금만 지나면 이직할 생각을 하는데 그런 마음이면 일을 정말 열심히 할까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이제는 종신 고용을 하지 않아서 더 그럴 수도 있는데 연구 결과들이 나오는 걸 보면 종신 고용을 보장해주는 옛날 기업들이 더 효율성이 높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사장이라면 그런 문화를 만들 것이고 그에 맞는 사람을 뽑을 것 같습니다.
최철남 : 대학 생활을 할 때 얼마나 성실하게 했는지, 성적보다는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 활동 같은 것들을 많이 볼 것 같고요. 면접을 심층적으로 할 것 같습니다. 여러 명을 앉혀 놓으면 할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대일로 대화를 많이 하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1시간 정도 얘기해보면 알거든요. 우리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하면 뽑아주고 회사 들어가면 어차피 업무를 다 배워야 하니까. 굳이 능력이 많은지를 보는 것 보다는 1년 정도 업무에 대한 교육을 열심히 시키고 지켜보면서 정식으로 채용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저는 뽑을 때도 중요하지만 뽑고 난 후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 취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졸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진하는데 한계가 있고 돈도 적게 받고 이런 경우가 있는데요. 그게 아니라 뽑았으면 동등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능력껏 올라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깁니다.
이제 주영 씨는 취업을, 철남 씨는 꿈을 위해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데요. 취업에서 중요한 건 열정과 자신감이 아닐까요?
진행자 : 기회를 드립니다. 나를 호소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주영 : 저는 통일 관련해서 일을 하고 싶은데요. 대학원 공부 한 것을 살려서 연구직 쪽으로 취업을 하고 싶어요. 저를 고용해주신다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것입니다. 저는 탈북자 친구들도 많이 있고 북한에 대한 지식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들을 활용할 수도 있고 통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지지잖아요. 어떻게 하면 상승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통일 의식을 고양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철남 : 저는 지금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회사가 안정적이고 좋지만 제 꿈은 경찰이라서 내년쯤에 경찰 시험을 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의 장점은 북한과 남한의 치안 체제를 다 겪어 봤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통일이 될 때를 대비해 경찰권 통합에 대해 연구도 하고 싶고요. 처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두 분은 참 준비된 인재네요. 두 분에게 내년에는 더 좋은 소식이 들릴 것 같습니다. 모두 함께 : 청춘 만세!
꿈은 성공의 언어가 아니라 성장의 언어라고 합니다. 직장에 들어가는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또 다른 시작이고 직장은 꿈의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남한은 지금 모든 사람들이 꿈을 찾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획일화된 스펙 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재능, 끼를 중시하겠다는 채용 방법도 분명 그 노력 중 하나일 겁니다. 새로운 제도에는 진통이 따를 수도 있지만 우린 분명 아픈 만큼 성숙하고 성장할 겁니다.
오늘 <청춘만세>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권지연 이었고요.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 그리고 여러분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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