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예은입니다. 남한의 청춘들처럼 호기심 많은 평범한 학생이고요. 남북통일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들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빌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입니다.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한국으로 온 이유는 한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자 왔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노브레인 - 해변으로 가요
내레이션 :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노래만 들어도 바닷가의 낭만과 흥겨움이 전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여름이면 항상 듣게 되는 '해변으로 가요'라는 노래인데요. 한여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울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물놀이죠.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 군도 도심 물놀이장으로, 바다로 신나는 물놀이를 다녀왔다고 해요. <청춘만세>, 청춘들의 시원한 물놀이 얘기 좀 들어볼까요?
진행자 : 안녕하세요. 여러분 가운데 피부색이 많이 달라진 사람이 있어요. 새카맣게 그을렸는데, 어디 재밌는 데 갔나요?
강남 : 저는 워터파크, 놀이기구가 있는 물놀이장 다녀왔어요. 바다에도 가고요.
예은 : 저도 계곡이랑 워터파크 다녀왔어요.
빌 : 저도 바닷가에 갔어요.
진행자 : 역시 여름이다 보니까 물놀이들 많이 가죠?
예은 : 네, 여름이라 더우니까 아무래도 물이 있는 곳을 자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여러분이 5~6월쯤부터 물놀이 가기 위해서 열심히 몸을 만든다고 했잖아요. 벗어야 하니까. 효과들은 있었어요?
강남 : 네, 확실히 있었습니다(웃음).
진행자 : 방송 시작하기 전에 사진을 보여주더라고요. 우리가 예전에 말했던 빨래판 같은 복근을 보여줬어요.
강남 :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멋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 3개월 넘게 고생했는데, 하루 수영하고 돌아올 때는 좀 서운하더라고요.
진행자 : 일상에서는 옷을 벗고 다닐 수 없으니까.
강남 : 그렇죠.
진행자 : 예은 씨는 어때요?
예은 : 저 같은 경우도 이상향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몸매를 많이 다듬어서 수영복이 맞았어요(웃음).
빌 : 저도 여름 전에 3개월 동안 운동했는데, 이번에는 성과를 못 본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미국은 한국과 차이가 있어요. 미국 사람들은 태닝이라고 햇볕에 몸을 태워요. 그래서 저도 수영 구조원으로 일했을 때는 하루 종일 밖에 있으면서 그을리고, 머리색도 금발로 바꾸고 그랬어요.
진행자 : 그러니까 구릿빛 피부색에 머리색도 금발로 바꿔서 뭐랄까요,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건가요?
빌 : 네, 한국 사람들은 하얀 피부를 좋아하고 햇빛을 피하려고 노력하는데, 미국 사람들은 그게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강남 씨는 지금 빌 군이 하는 얘기를 이해했어요? 태닝이라고?
예은 : 지금 하셨는데요(웃음).
강남 : 네, 살을 의도적으로 태우는 걸 말하는 거죠?
진행자 : 북한에는 그런 게 없죠?
강남 : 없죠.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살을 안 태우려고 노력해요. 생존을 위해서 고된 농사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이 검게 되는 거지.
진행자 : 지금 강남 씨는 해변에 가서 자연스럽게 탄 거지만, 남한에서도 어떤 가게에 가서 기계 안에 들어가 일부러 돈을 내고 태우기도 해요.
빌 :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가게 가서 돈 내고 태운 적은 없지만, 대학 때 친구들이 많이 했어요.
강남 : 이건 좀 서양식 같은데... 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피부가 우유처럼 하얀 사람을 좋아하던데, 그럼 제가 외국에 가면 좀 괜찮을까요(웃음)?
진행자 : 남한에서도 평상시에는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안 타려고 양산도 쓰고 자외선 차단제도 바르는데 여름에는 좀 까무잡잡해야 '어디 놀러 좀 갔다 왔구나' 생각하고, 좀 더 건강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거죠.
예은 : 그런데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놀란 게 우리는 보통 바닷가에 놀러 가면 수영복을 입기도 하지만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도 많이 놀잖아요. 그런데 외국에서는 그렇게 노는 사람이 없대요. 다 수영복을 입지.
빌 : 누드까지도 있어요, 알몸으로(웃음). 미국에서는 반팔, 반바지 입는 사람들은 보통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입는 거예요.
강남 : 미국에는 훌러덩 벗고 누워 있는 바닷가가 많나요?
진행자 : 아까 말한 누드 비치라고 하죠, 알몸으로 있는. 거기는 아마 옷을 입고 들어가면 안 될 거예요.
빌 : 미국에는 없지만 유럽에 있어요.
진행자 : 제가 아까 찾아봤는데, 미국에도 여러 곳 있던데요?
빌 : 미국에도 있어요? 어느 쪽에 있어요(웃음)?
강남 : 저도 가고 싶어요(웃음).
예은 : 각자 나눠서 갑시다(웃음).
진행자 : 남한에는 없어요, 누드비치가. 미국이나 유럽의 몇 개 나라에서는 일부 해변에 있는데.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아마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겠죠.
강남 : 현대인들이 바쁘게 살잖아요. 너무 기계처럼 살고 있다는 느낌도 가끔씩 받거든요. 그러니까 잠시라도 해변 같은 곳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 아닐까요.
예은 : 남자만 있더라도 가겠습니까?
강남 : 남자만 있다면 저는 죽을 때까지 바다에 가지 않겠습니다(웃음).
진행자 : 그러게요, 보면 20~30대 청춘들이 물놀이를 가는 또 다른 이유가 있죠?
강남 : 물이, 바다가 중요한 게 아니고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중요하죠(웃음). 거기 가게 되면 예쁜 여자들이 많으니까 다들 어울려서 노는 재미로 가는 것 같아요.
예은 : 그럼 꼭 남자친구들이랑 같이 가야겠네요.
강남 : 절대로 여자 친구와는 안 갑니다. 여자 친구랑 갈 때는 가장 짙은 선글라스를 껴야죠.
예은 : 가면 남자들이 상의를 벗고 해변을 거닐고 있잖아요. 그럼 눈이 호강을 해요. 그래서 저도 여자 친구들과 같이 갈 때는 그런 목적으로도 가죠(웃음).
빌 : 거기서 여자들이 남자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예은 : 네, 해변에 가면 밤에 헌팅이라고 즉석만남이 이뤄져요. 만약에 여자 셋, 남자 셋이다 그러면 저쪽 남자들이 돌아다니면서 '같이 놀래요?' 물어봐요. 짝이 없다 싶으면 술 마시면서 가까워지기도 하죠.
강남 : 혹시 그러다 연인이 되는 사람도 있나요?
예은 : 있어요, 그런데 보통은 그날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고요. 왜냐면 친구들끼리 가서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젊음의 기운을 발산할 수 있잖아요. 그럴 때 경치 좋은 밤 바닷가가 좋은 거죠. 사람들이 집에 안 가고 거기서 자는 사람도 있고, 모래사장에서 많이 놀고 그래요.
진행자 : 밤새 노래 부르고 술 마시고 오락도 하고.
강남 : 힘든데 좋을 것 같아요(웃음).
진행자 : 이건 20대, 30대 초반까지만 가능한 문화가 아닐까 해요. 북한은 어때요?
강남 : 일단 북한에는 헌팅, 그러니까 만남 문화는 없고요. 북한 바다는 아주 특별한 곳이에요. 북한은 배타적이고 보수적이라서 남자들은 어느 정도 노출이 가능하지만, 여자들한테는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바다에 가면 당연히 노출을 해야 하니까 일상에서 벗어난 일이 되고, 또 남한과 다른 게 안전 면이 약해요. 남한에서는 깊어야 목까지만 나갈 수 있고, 가슴 정도 물이 오면 그물을 치고 못 나가게 하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은 그런 게 없어요, 끝까지 갈 수 있어요. 남한에서는 그게 좋으면서도 아쉬웠어요. 바다라면 넓은 곳을 생각하는데, 수영장 같은 느낌이랄까. 대신 나의 목숨이 안전하다...
빌 : 북한에서는 누구나 들어가서 수영할 수 있어요?
강남 : 네, 누구나 수영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서울에 사는 사람이나 바다 주변에 살지 않는 사람도 1년에 한두 번은 꼭꼭 가는 게 바다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이동의 자유가 통제되고 있고, 바다에 가기 위해서 여행을 가지는 못해요. 생활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그래서 바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만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거죠.
예은 : 저희는 3면이 바다라서 갈 수 있는 곳이 더 많은데, 북한은 2면이 바다라서... 대신 산이 많으니까 계곡이 많지 않아요?
강남 : 계곡은 정말 많아요. 계곡에는 많이 가는데, 놀러가지는 않아요. 그냥 농사일하러 계곡을 지나다니면서 돌아올 때 힘든 몸을 추스르러 발을 담그고, 씻고 그런 식이죠.
진행자 : 남한에서는 굳이 물놀이를 하지 않아도 바다를 보기 위해서, 계곡에 발 담그기 위해서 찾아가는데 북한에는 그런 문화는 없다는 거죠?
강남 : 네, 아마 청취자 여러분들 남한에서 누구나 바다에 간다고 하면 '어떻게 가지?' 생각하실 거예요. 그런데 남한은 누구나 자동차가 있고, 대중교통이 잘 돼 있으니까요.
예은 : 그럼 물놀이를 한다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강남 : 네, 그래서 수영할 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요. 저는 바다가 고향이라서 거기서 수영을 배웠고, 남한 오기 전에는 바다가 없는 곳에서 살았는데, 3년 동안 수영을 한 번도 못해봤어요.
진행자 : 그럼 강남 씨는 워터파크에 갔을 때 굉장히 놀랐겠어요.
강남 : 네, 놀랐어요. 자연이 허락한 곳, 거기에 물이 있는 곳에서만 수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공적으로 만든 곳에서 헤엄칠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요.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웠던 건 안전에 대한 규칙이 너무 잘 돼 있어서 나의 몸을 과시하고 싶은데 그런 구명조끼를 다 입으라고 하니까 싫더라고요(웃음).
진행자 : 거기에 놀 거리가 많잖아요.
강남 : 네, 놀이기구가 많아요. 미끄럼틀도 있고, 인공 폭포도 있고. 거기서 제일 놀랐던 건 인공파도. 파도는 바다에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반 물에 기계로 파도를 만들어주는데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좀 비싸요. 일인당 4만 원, 40달러 정도인데, 북한에서 그 돈이면 최소 한 주 식량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재밌었지만 그걸 노는 데 쓴다는 게 북한 사람 입장에서는 가슴 아프더라고요.
빌 : 워터파크도 좋지만, 동네에 있는 수영장에 가서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좋아요.
진행자 : 맞아요, 동네마다 국가에서 보조를 받아서 저렴하게 운영하는 수영장들이 있어요.
강남 : 아, 저는 처음 들어요.
내레이션 : 남한에서는 일 년 사계절 물놀이를 자주 즐깁니다. 강남 씨가 가서 재밌게 놀다 온 워터파크라는 물놀이장은 물론이고, 강남 군이 아직은 잘 모른다는 저렴한 동네 실내 수영장부터 호텔 같은 고급 숙박시설의 수영장, 또 인근의 계곡이나 강, 바다로도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갈 수 있는데요. 비단 서울 사람들 얘기가 아닙니다. 남한에서는 누구나, 어디서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물놀이를 하는 방법도 다양한데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들어볼까요?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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