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1) 동네에 널린 게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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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광성 군 괜찮아요?

광성 : 네, 저는 괜찮습니다.

진행자 : 광성 씨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는데 교통사고가 나면 일단 병원에 가잖아요. 우리가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병원에 가는 거거든요. 이참에 병원, 의료지원 등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남한에서 병원 많이들 가봤나요?

클레이튼 : 많이는 아니고 두 번 정도.

진행자 : 한국에서 7년 사는 동안 병원에 두 번 갔어요? 건강하네요.

클레이튼 : 네, 첫 번째는 엑스레이(뢴트겐) 찍으러 병원에 갔습니다. 그때 한국에서 산 지 1년밖에 안 돼서 무척 걱정했어요. 말을 잘 못하니까 30분 동안 계속 연습했어요. "엑스레이 사진 찍으러 왔습니다." 막상 병원에 가니까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고, 쌌어요. 2만 원(20달러) 정도? 미국보다 훨씬 저렴하죠.

진행자 : 보험 들었으면 5천 원 정도에 찍을 수 있는데요.

클레이튼 : 신기한 건 동네에 있는 병원이었어요. 걸어서 몇 분 거리. 미국 켄터키라면 운전해서 20~30분은 가야 병원이 있거든요. 한국에서 살기 정말 편해요(웃음). 또 한 번은 머리 다쳐서 꿰맸습니다. 피가 많이 났어요. 그때도 집에서 몇 분 걸어가니까 병원이 있던데 5~10분 기다렸더니 치료받을 수 있었어요. 미국과 정말 큰 차이예요.

예은 : 미국은 워낙 땅이 커서 병원도 멀리 떨어져 있나 봐요.

클레이튼 : 그것도 그렇고, 병원 가도 30분~1시간 정도 기다릴 수 있어요.

예은 : 남한에는 병원이 동네마다 있고, 같은 과목의 병원이 예를 들어 소아과가 몇 군데나 있잖아요.

진행자 : 치과는 눈만 돌리면 있죠(웃음).

클레이튼 :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인구 1000명당 병원 침대가 몇 개 있나 조사했어요. 그걸 보니까 1위는 일본으로 1000명당 13.4개가 됐고, 2위는 한국으로 9.56, 3위는 독일 8.27. 미국은 23위였어요, 3.26.

진행자 : 남한이 독일보다 앞섰네요? 한국의 의료수준이 많이 발전했고, 그래서 의료관광도 생겼잖아요.

예은 : 네, 해외 환자들을 남한으로 유치하기 위한 의료관광이 대학병원이나 민간병원에서 많이 실시되고 있어요. 암이나 중증 질환은 입원도 오래 해야 하고 환자를 돌 볼 가족들도 국내에 있어야 하니까. 예전에는 미국을 비롯한 미주권 환자들이 많았어요. 의료서비스가 워낙 비싸서. 요즘은 국가가 다양해져서 중국, 러시아 등에서도 많이 와요. 병원에서 의료관광을 따로 홍보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뽑기도 해요.

진행자 : 중간에서 통역도 해줘야 하니까. 과거에 드라마 보면 남한에서 못 고치는 병은 미국으로 보내고 그랬는데 이제는 역으로 미국에서 남한으로 오네요.

클레이튼 : 텔레비전 보면 미국으로 병 고치러 간다고 나오던데 돈이 많지 않으면 힘들어요. 운동선수나 정치인, 연예인들 정도인 것 같아요.

광성 : 저는 남한에 와서 병원이랑 교회가 많아서 놀랐어요. 북한에는 교회가 없고, 더욱 놀란 건 북한에는 개병원, 그러니까 동물병원이 없어요. 물론 북한에도 수의사는 있지만 병원까지 차려놓지는 않거든요.

진행자 : 남한에서도 동물병원이 10여 년 전부터 굉장히 많아졌어요.

예은 : 요즘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으니까.

광성 : 남한에서 병원에 많이 가보지는 못했어요. 치과 두 번, 이번에 교통사고 나서 검사라는 걸 해봤는데. 진행자 : 남한에서 10년 사는 동안 병원에 두 번밖에 안 갔다고요?

광성 : 네. 그런데 이게 생활방식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감기나 몸살 같은 경우는 병원에 안 가고, 크게 아파야 병원에 가거든요.

예은 : 크게 아픈 게 어느 정도인데요(웃음)?

진행자 : 광성 군이 교통사고 난 뒤에 무릎이 좀 아프다고 해서 정형외과나 한의원에 가보라고 말했는데 끝내 안 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광성 : 예전부터 크게 다치거나 죽을병이 아니면 집에서 약 먹고 쉬면 된다고 생각해서 병원에 잘 안 가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몸이 건강해서 병원에 안 가는 거예요, 아님 광성 군처럼 '굳이 이런 것까지' 하는 마음에 병원에 안 가는 거예요?

클레이튼 : 저도 아주 심하게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안 가요.

진행자 : 예은 씨는 어때요?

예은 : 저는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초기에 병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병원에 가는 편이에요. 이게 큰 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잖아요.

진행자 : 1년에 몇 번이나 병원에 가는 것 같아요?

예은 : 요즘은 건강한 편이라서 2~3번 정도 가요. 그런데 치과, 안과는 좀 자주 가요. 최근에도 시력이 안 좋아져서 안과를 자주 다녔어요.

진행자 : 저도 학교 다닐 때 개근상을 받아본 적은 없거든요. 감기, 코피가 많이 나도 병원에 가고. 병원은... 내 친구(웃음)? 자주 가는 편이에요.

클레이튼 : 비싼 친구인데요.

진행자 : 병원비가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아파서 며칠 끙끙 앓으니 빨리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고 낫자!' 싶은 거죠. 감기 걸리면 부모님과 통화할 때 목소리로 바로 아시잖아요. 부모님도 '빨리 병원 가라!'고.

광성 : 저희 부모님도 그런데 저는 그냥 약 먹고 하루 쉬면 낫더라고요.

진행자 : 그런데 약도 의사가 처방해줘야 그걸 가지고 약국에 가서 약을 사는 거잖아요.

광성 : 약국에서 바로 파는 종합감기약을 먹으니까.

예은 : 남한에는 한의원이 많잖아요. 북한에도 많죠?

광성 : 한의사도 많지만, 북한에서는 의사들도 침을 놓을 수 있고, 뜸도 뜰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침으로 많은 걸 고칠 수 있으니까 돈이 없는 사람들은 많이 가죠.

진행자 : 남한에서는 한의대와 의대가 따로 있어서 그렇게 병행할 수는 없어요. 의료보험 적용도 달라서 일반 감기나 복통은 한의원 가면 병원보다 돈이 더 들어요. 어쨌든 한의원은 중국을 비롯해서 남북한, 일본 등에 많잖아요. 클레이튼은 가본 적 있어요?

클레이튼 : 네, 한 번 가봤습니다. 축구 하다 발목을 다쳤는데 친구가 한의원을 추천해서 가봤는데 솔직히 효과 있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난생 처음으로 침을 맞았는데 약간 무서웠어요. 미국 사람들 중에도 침 맞는 사람 있더라고요, 많지는 않지만. 남한은 한의원이 아주 많은데 미국에서는 대도시에만 있을 거예요. 켄터키 주에는 없어요.

진행자 : 남한에는 역시 동네마다 한의원이 있죠.

예은 : 저도 한의원에 가기도 하고, 기력이 허해서 한약을 많이 먹었어요(웃음).

진행자 : 비싸요, 그럼 양방 의사들은 왜 풀을 비싼 돈 주고 먹느냐고 하죠(웃음). 예은 씨는 어렸을 때도 병원에 많이 갔어요?

예은 : 네, 저는 특히 장이 안 좋아서 내과를 자주 다녔고 감기 걸려도 소아과에 자주 갔어요.

진행자 : 저도 어릴 때 병원에 자주 다니는 편이었는데 조카들을 보면 병원을 그냥 주기적으로 가더라고요. 물론 아플 때 가겠지만, 뭔가 확인하기 위해서 또는 예방하기 위해서도 가기도 해요.

클레이튼 : 저도 어렸을 때는 그랬어요. 미국에서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 받고, 알레르기가 심해서 따로 치료도 받고.

예은 : 어릴 때는 이가 빠지니까 치과에도 많이 갔어요.

진행자 : 광성 군은 치과에서 안 뺐죠(웃음)?

광성 : 그렇죠, 집에서 할머니나 아버지가 빼주셨어요. 그런데 저도 어릴 때 병원에 자주 다녔어요. 잔병치레가 많아서.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는 국가에서 약이 나오니까 병원에 다닐 만 했어요. 그런데 고난의 행군 뒤로 약품 생산이 안 되고 공급도 안 되니까 병원에 가도 무용지물인 거죠. 나오는 약은 권력을 가진 간부들이 먼저 먹고, 아니면 의사들이 생활이 힘드니까 몰래 돈을 받고 팔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진행자 : 그러니까요.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나 자연재해를 입기 전까지는 무상의료, 의사담당구역제 등이 구축돼 있어서 그 당시까지만 해도 남북 평균수명도 비슷했다고 해요.

예은 : 저희 어렸을 때는 예방접종을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서 맞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맞았거든요. 북한도 그래요?

광성 : 제 기억으로는 9살까지는 의사 선생님들이 담당 학교에 와서 예방 주사를 놔줬어요. 그런데 10살 이후로는 예방주사를 맞아본 기억이 없어요.

진행자 : 제가 예전에 나이가 좀 있는 탈북자에게 들은 얘기가 있는데, 예방주사 맞을 때 주사바늘이 계속 교체됐나요?

광성 : 아니요, 계속 한 바늘로 썼어요.

진행자 : 한 명에게 놨던 주사기를 계속 사용한다는 말이죠?

광성 : 네.

예은 : 어머, 그러다 감염되면 어떡해요?

클레이튼 : 으, 위험한데!

광성 : 그때는 당연히 몰랐죠, 위생적으로 나쁘다는 걸. 지금은 플라스틱 1회용 주사잖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유리로 만든 주사라서 소독을 해서 썼어요.

진행자 : 그래도 바늘 자체는 사람 몸에 들어가잖아요.

광성 : 바늘도 물에 삶아요.

진행자 : 주사할 때마다요?

광성 : 그렇지는 않죠.

진행자 : 그러니까요, 그 얘기 듣고 깜짝 놀랐거든요.

예은 : 잘못하면 사람이 죽기도 하거든요. 병 없는 사람이 괜히 병을 얻겠어요.

1회용 주사기를 여러 번 사용한다는 말에 클레이튼과 예은 씨가 꽤 놀란 것 같죠? 예은 씨 말처럼 다시 사용되는 1회용 주사기로 인해 없던 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다 걸리면 의사 자격 정지,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큰 해를 입혔을 경우 면허가 취소되기까지 합니다.

북한에서는 어떤가요?

시설부터 기술, 환자들에 대한 혜택까지 남북한 의료 환경에 차이가 많은데요. 이 내용은 다음 시간에 좀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