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요즘 늘고 있다는 이사, 하지만 남한과는 방식이나 용어 등 이래저래 다른 점이 많을 텐데요. 클레이튼이 지난 주 이사를 했습니다. 미국과는 이사하는 방식이 거의 비슷하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혼자 이사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해요. 집을 알아보고, 지금까지 모은 큰돈을 집주인에게 보증금으로 맡기는 전세 계약을 하고, 본격적으로 짐을 옮겨서 정리하고... 생각만 해도 복잡하죠? 자, 남한에서 꽤나 이사 경험이 있다는 세 청년의 얘기 지난 시간에 이어 계속 들어볼까요?
진행자 : 그런데 계약을 클레이튼 혼자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네요.
클레이튼 : 뭐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다 줬고요(웃음). 사실 처음 이사 했을 때는 부담스러웠어요. 왜냐면 미국에서는 높은 보증금이나 전세가 없으니까요. 미국에도 보증금이 있지만 한 달 치 월세 정도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런 큰돈을 1년 후에 정말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이런 방식이 좋은 것 같아요. 보증금이 올라갈수록 월세를 적게 내니까.
진행자 :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월세 개념인 거죠. 매달 얼마씩 임대료를 내는데, 남한에서는 보증금, 우리가 전세라고 하잖아요. 거의 집값의 80% 정도를 내고 매달 내는 거 없이 살죠. 그런데 요즘은 남한도 매달 내는 방식으로 많이 바뀌고 있어요.
광성 : 저도 그렇게 살고 있고.
진행자 : 북한은 어때요?
광성 : 월세, 전세 그런 것 자체가 없어요.
예은 : 그럼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없겠네요?
광성 : 부동산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죠.
진행자 : 지금 남한에서는 부동산 투자, 투기도 있고 이사도 워낙 많이 하니까. 특히 서울에서는 전세나 월세 같은 경우 계약이 1~2년이라서 그때마다 이사를 가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요즘 이사와 관련해 새로 생겨나는 일, 직업이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우리가 말한 공인중개사, 이삿짐센터도 그렇고. 또 뭐가 있을까요?
광성 : 청소를 대신 해주는 청소대행업체.
진행자 : 그러니까 이사 전에 대신 곰팡이도 제거해주고, 집을 다 청소해 주는 거죠.
예은 : 가구 업체들도 돈을 좀 벌 수 있을 것 같고, 인테리어라고 집을 새로 꾸며주는 사람들도 있고.
진행자 : 그리고 직업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집을 2~3채 가지고 있으면서 세를 내주는 거죠. 그러면서 월세를 받는.
예은 : 집주인(웃음).
진행자 : 저희 방송 계속 들으셨다면 아실 텐데 서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월급의 거의 1/3을 집값으로 낸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반대로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 돈을 버는 거죠. 저도 집주인 하고 싶네요(웃음). 이사 비용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볼까요? 보통 공인중개사, 그리고 부동산에 내는 비용도 자기 집값의 5% 정도거든요. 그러니까 집이 1억 원이면 50만 원을 내는 거죠.
클레이튼 : 너무 비싸지 않아요? 예를 들어 부동산에서 집을 보여주면서 한두 시간밖에 안 걸렸어요. 서류 작성 하는 것까지 두 시간? 그런데 4~50만 원 내니까 아까워요.
진행자 : 그것도 양쪽에서 받죠.
광성 : 그렇죠, 집주인에게 받고 들어가는 세입자에게 받고. 그런데 책임이라는 부분이 따르니까.
진행자 : 그래서 결국 공인중개사에게도 수수료를 내고 이사 업체 부르고, 청소하는 업체 부르면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이사할 때 100만 원, 그러니까 1000달러 이상 쓰게 되죠.
광성 : 이사 차도 크기, 짐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니까 가족 전체가 이사 갈 때는 돈이 꽤 많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예은 : 그래서 돈을 미리 좀 마련해놓고 이사를 가죠.
광성 : 그만큼 이사를 고민해서 가는데 그래도 남한은 자기가 돈이 있으면 어디든 이사를 갈 수 있잖아요. 다른 외국으로 이민갈 수도 있고. 북한에서는 돈이 있어도 이사를 마음대로 못 가요. 특히 평양 같은 경우는 내가 아무리 돈이 있어도 못 들어가요.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평양에 들어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예요. 나올 때는 마음대로 나올 수 있는데 들어가는 건 힘들어요. 또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신의주나 회령에도 들어가기 힘들어요. 의심을 받거든요.
진행자 : 북한에는 공인중개사나 이삿짐센터가 직업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고 했잖아요.
광성 : 그런 개념이 없으니까. 그런데 중간에 소개해 준 사람에게 뭔가를 해줘야 하고 이사할 때 차가 필요하니까 그 사람에게도 돈을 줘야죠.
진행자 : 그러니까요. 장마당에서 물건을 팔고 돈을 받는데 서비스라는 것도 노력을 팔아서 돈을 받는 거잖아요. 그 장마당이 확대된다면 집을 대신 알아봐 주거나 대신 이사해주는 사람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광성 : 제가 봤을 때는 곧 생길 것 같아요. 작년에 탈북해서 온 친구가 있는데 북한에서 핸드폰 사용이 늘면서 장마당에 있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뭘 갖다 달라고 한 대요.
예은 : 배달이네요(웃음)?
광성 : 시장이 정말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동산 중개인도 생기지 않을까.
예은 : 그런데 중개인이 생기려면 그만큼 거래가 많아져야 하는데 아직은 북한에서 거주 이전의 자유가 공식적이지는 않아서.
광성 : 좀 희망적인 건 북한에서는 정부에서 아파트를 짓는데 국가에 돈이 없으니까 개인의 돈을 빌려서 개인에게 몇 %의 지분, 소유권을 주거나 나중에 집을 팔면 이자를 붙여서 개인에게 돌려줘요.
예은 : 자본주의 방식인데요(웃음).
궁금한 게 아파트로 이사할 때는 층도 중요하잖아요. 남한은 가장 꼭대기나 1층은 피하는 편인데 북한은 어때요?
광성 : 반대예요. 북한은 낮은 층을 선호해요.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예은 : 네?
광성 : 평양에는 거의 있지만, 지방은 10층까지 그냥 걸어 올라가는 거예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상대적으로 1층 가격이 더 쌉니다.
광성 : 북한에서는 반대로 더 비싸요.
진행자 : 과거에는 남한에 5층짜리 아파트들이 많았어요. 그때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았는데 이제 5층 이상이면 모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거든요.
광성 : 평양은 엘리베이터가 다 있어요, 아파트가 23층이고 그러니까. 그런데 전기가 없으니까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물 들고 23층까지 올라가는 거죠.
클레이튼 : 미국은 집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훨씬 더 비싸요. 경치 때문에
예은 : 예전에는 이사하면 이웃집에 떡 돌리면서 인사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에 살다 보니까 앞집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북한은 어때요?
광성 : 북한에서도 설기떡을 만들어서 돌려요. 북한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인민반이 있어서 조직생활을 해야 하니까. 북한에서는 이웃과 친해요. 왕래도 잦고. 저는 처음 남한에 와서 놀랐던 게 아파트를 배정 받아 갔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클레이튼 : 미국은 소도시에서는 다 인사하고 지내요. 그런데 서울처럼 대도시 가면, 특히 고층 아파트에 살면 잘 몰라요.
진행자 : 예은 씨는 그래도 옆집 사람들이 누군지 알죠?
예은 : 네, 가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기 때문에 인사도 하고 윗집, 아랫집, 옆집과 왕래도 잦아서 맛있는 것도 나눠 먹고.
진행자 : 일반적인 가족이 사는 집들은 왕래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도 위아래, 옆집과 음식도 나눠 드시는데 저는 이사 간 집에서 1년을 살았는데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릅니다(웃음).
광성 : 사회가 너무 바삐 돌아가다 보니까 집에 있는 시간도 많지 않고 마주칠 시간도 없고. 저 같은 경우도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가면 마주칠 일이 거의 없거든요.
진행자 : 어떻게 보면 모르는 척 해주는 게 예의 같기도 하고요.
예은 : 그런데 보통 이사할 때 소음이 있잖아요. 그래서 죄송하니까 이웃에게 양해를 구하는 마음에서 먹을 걸 돌리면서 인사를 하는 건데 그런 적 없으세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어때요?
클레이튼 : 안 했죠. 외국인이 갑자기 나타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웃음).
진행자 : 그런 것도 있어요. 서울은 1인 가구가 워낙 많고, 그리고 주택의 형태도 많이 바뀌었잖아요. 예를 들어 예전처럼 주택에서 살면 우리 집에 망치가 없으면 옆집에서 빌리죠. 그런데 요즘 아파트나 원룸에서 문제가 생기면 관리실에 전화를 하잖아요. 관리실에서 문제를 다 해결해 주니까 옆집과 소통할 일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클레이튼 집들이 안 하나요?
클레이튼 : 집이 너무 좁아서 안 될 것 같아요.
진행자 : 서양식으로 서서 할 수 있어요(웃음). 뭐가 필요한가요? 우리가 사서 갈게요.
클레이튼 : 맥주, 맥주, 그리고 맥주(웃음).
예은 : 보통 집들이 선물로 휴지나 세제 사 가거든요.
클레이튼 : 그거 약간 웃겨요. 미국에서는 집들이 하면 항상 음식 만들어 가거든요.
진행자 : 북한에는 집들이 있어요?
광성 : 있어요. 다 하지는 않는데, 집들이 갈 때는 꼭 성냥을 가지고 가요. 불을 가지고 들어가면 센 기운으로 악의 기운을 없애주고 잘 된다고 해서.
진행자 : 남한에서는 휴지나 세제 같은 항상 쓰는 용품.
광성 : 북한에서는 성냥을 계속 써야 해요.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하니까.
진행자 : 저희 집에 성냥 없습니다. 요즘 남한에서는 성냥 쓸 일이 없으니까. 북한에서도 주택의 형태나 구조가 바뀌면 집들이 선물로 성냥을 더 이상 안 가져 갈 수도 있겠네요.
광성 : 그럴 수도 있죠.
진행자 : 이렇게 이사를 다니다 보면 전혀 몰랐던 것을 배우게 되잖아요. 경제관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내가 돈이 별로 없구나'를 알게 되고. '이걸 진작 알았으면 지금쯤 훨씬 많이 벌었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하죠. 왜냐면 내가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려면 돈이 더 많이 필요하니까.
클레이튼 :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열심히 저축하고 있습니다.
예은 : 그리고 집은 자산이 될 수 있거든요. 나중에 집의 값이 올라가면 되팔아서 더 큰돈을 벌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 이 집이라는 건 무척 중요해요.
진행자 : 광성 씨는 몇 번의 이사를 통해 깨달은 것, 다짐한 게 있나요?
광성 :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집을 꼼꼼하게 살펴보자(웃음)! 예전에는 집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어요. 그냥 들어가서 살면 되지 생각했는데 이제 내 집 마련에 관심이 생겨서 조금씩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자주 하지는 않지만 아마 점점 잦아질 이사에 대해 얘기를 해봤습니다. 남한에서는 특히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이사를 자주 하는 편인데 이사 하는 모습이 좀 상상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곧 클레이튼 집들이 가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웃음).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할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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