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크고 작은 인연이란 따로 없다. 우리가 얼마나 크고 작게 느끼는가에 모든 인연은 그 무게와 질감, 부피와 색채가 변할 것이다. 운명이 그러하듯 인연의 크고 작음 또한 우리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익숙한 음악이 흐르는데 낯선 목소리가 나오면서 깜짝 놀라셨죠? 이 시간을 통해 처음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청춘만세를 통해 여러분과 이야기 나눌 김인선 이라고 합니다. 소설가 고) 최인호의 <인연> 중에서 한 구절을 인용해 보았는데요. 인연이란, 삶을 잘 살고 있다며 건네주는 생각하지 못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에게 건네진 소중한 선물이 바로 청춘만세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만나게 되는 여러분 역시 저에게는 아주 소중한 선물이 되었고요. 함께 하는 모든 분들이 저와의 만남을 선물로 여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씨와의 첫 만남. 지금부터 시작 할게요. 오늘의 주제는 캠핑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우리 처음 만났죠. 반갑습니다. 저는 5살 딸아이를 둔 엄마이기 때문에 캠핑을 많이 하려고해요. 혹시 캠핑이라는 용어가 북에도 있나요?
이정민 : 처음 들어보죠. 없는 것 같아요. 캠핑이라는 얘기를 여기 와서 처음 들었고 영어발음 맞죠? 영어 울렁증이 있어가지고요. (웃음)
진행자 : 그럼 어떤 용어를 사용하면 북에 계신 분들이 이해를 하실 수 있을까요?
이정민 : 야영?
김강남 : 산보?
이정민 : 산보는 하루에 다녀오는 것이고, 야영은 숙박까지 하고 오는..
내레이션 : 자연 속에서 숙박을 하고 오는 문화를 ‘캠핑’이라고 합니다. 어느새 남한의 주요 일상이 되었는데요. 농협경제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남한의 캠핑인구는 지난 2009년 82만 명에서 2011년 187만 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3년에는 476만 명 내외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캠핑 열풍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시티캠핑에 이어 시네 캠핑까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각종 캠핑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고, 소비문화의 변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자연을 찾아 외곽으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도심 속에서 야영을 하듯 먹고 즐기는 음식점, ‘시티 캠핑’이 있는가하면 캠핑과 영화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야영 극장도 있습니다. 올해 6월, 대구에서는 주거 지역 내에 캠핑장을 조성하는 신규 분양 아파트가 나왔는데 1132가구 모집에 3591명이 몰렸을 정도로 캠핑 열풍이 대단합니다.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한 달가량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장비는 날로 발전하고 야영 전용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진행자 : 보통 며칠까지 가능한건가요?
이정민 : 학생들에게는 6.2 야영이라고 있거든요. 6월 2일 날 김정일이 학생들의 담력을 키워야 한다고 해서 가족을 떠나 일주일 동안 생활해요. 자신이 가서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먹으면서 일주일 동안 체험하는 것이 있어요.
진행자 : 캠핑하기 위한 장비가 사실 어마어마하거든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아이와 캠핑을 하기 위해 차를 바꿨단 말이죠. 무려 일주일이나 야영하려면 얼마나 많은 짐이 필요한가요?
김강남 : 생각 외로 가벼워요. 가방하나 있고 거기에 장비라는 것은 없어요.
이정민 : 속옷도 한 벌 밖에 없어요. 말려서 입구..
진행자 : 여자 분들도?
김강남 : 그렇죠. 북한 분들이 놀라실 것이 한국에서는 하루에 한두 번씩 샤워하고 씻다시피 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한 달에 한번 씻으면 자주 씻는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데 갈 때는 많이 씻고 이런 것을 안 해요. 여름에는 강을 만나면 씻는다 생각하고 겨울에는 한번 정도 물을 데워가지고 씻거든요. 지방에서는. 짐이 진짜 없어요. 배낭 하나에요.
내레이션 : 남한에서의 캠핑은 자연 속에서 마음을 치유하고 즐기기 위한 야영활동입니다. 주로 가족단위로 공기 좋은 자연 속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곤 하지요. 맑은 공기를 마시며 누릴 수 있는 호사를 극대화하기 위해 엄청난 장비가 필요하게 됐는데요. 숙박을 하기위한 천막을 비롯해서 의자, 침대,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각종 취사도구, 휴대용 전기용품, 침낭 등 챙겨야 할 품목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런데 달랑 배낭 하나 챙겨간다 하니 저는 의아할 뿐이네요.
진행자 : 옷도 많이 챙겨가는 것도 아니고 먹을거리를 많이 챙겨가는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 같아요.
이정민 :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한국 사람들은 텐트를 휴식으로 생각하잖아요. 북한 사람들은 고난을 이겨내는 체험이에요. 놀러가는 것이 아니고요. 그러니까 그런데 중점을 맞추다보니까 한국보다 간소해지고 모든 장비가 그 지역에서 바로 조달해서 쓰는 식으로 이루어진 것 같고요. 두 번째는 가족 단위로 많이 가잖아요? 한국에서는. 그리고 가족 간에 대화가 부족해서 가시는 분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은 대화를 나누는 곳이 아니고 규율 생활이에요. 규율을 잡는 군인 체험을 하는 거죠. 유사한 것이 해병대 캠프를 생각하시면 돼요. 야영하는 첫날부터 기상나팔을 불고 점호를 하고 이런 식으로 되어 있거든요.
내레이션 : 북한에서의 야영은 남한에서의 해병대 캠프와 유사하다고 설명하는 정민 씨의 말인데요, 사실 남한에서의 해병대 캠프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참가하는 야영입니다. 일부러 고생을 체험해 보기 위해 해병대 캠프를 찾는 것인데요. 이러한 현상은 남한의 변화된 삶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남한 청소년들! 2013년 건강검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16살 남학생의 평균키가 169cm, 평균 몸무게 62.1kg으로 과거에 비해 덩치는 커졌는데 비만과 시력 이상이 늘어났습니다. 열량 높은 음식물 섭취하고,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어만 가고, 휴식 시간에는 컴퓨터를 즐기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봐야죠. 캠핑장을 예약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거예요. 산림 공원 내에 있는 캠핑장의 경우 특정 날짜에만 예약 신청을 받는데 접수 시작 5분 만에 예약 완료가 될 정도니까요. 그리고 그 속에서 가족 간의 추억이 쌓여갑니다.
김재동 : 제가 아버지랑 단둘이 낚시터를 가면서 조금 모기도 물리고 고생을 했지만 그때가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이정민 : 저! 왜 고생을 사서 하는가? 집에서 살지. 모기 뜯기면서 밖에서 뭔 재민가? 그런데 저도 한국에서 산지 7년이거든요. 지난해부터 캠핑에 대해서 알게 됐고 가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정민 씨. 캠핑 가서 좋은 추억을 꼭 만들어 오시기 바랍니다. 재동 씨, 남쪽 청년들은 캠핑 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재동 : 저희도 사서 고생이라는 생각을 하지요.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캠핑 가는 모습 굉장히 자주 보이잖아요. 요즘 들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행자 : 모기 뜯기는데 캠핑을 왜 가나 하셨는데, 그것까지 다 대비해서 모기향부터 각종 종류를 다 준비해 가거든요. 북쪽은 어때요?
이정민 : 그냥 잡죠. 그 방법밖에 없어요. 불을 안 피우고 어두움을 계속 만들어요. 저는 7월, 8월, 9월 더울 때에 모기물린 자국이 없는 때가 없었어요.
김강남 : 그게 없어요. 모기 물려서 걱정이다 그 생각은 아예 없어요.
이정민 : 너무 신기했어요. 바르면 가렵지도 않고 모기가 오지도 않는 그런 물체가 있다는 것이요. 거기는 그냥 다 지혜로! 모기쑥이라고 있어요. 그거를 모닥불 피워놓고 태우거든요. 그러면 향 때문에 도망가는.
내레이션 : 일상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야외 활동에서도 만나기 싫은 벌레들! 남한에서는 모기 같은 벌레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는데요. 벌레가 싫어하는 향을 가졌다는 계피나 마늘을 물에 희석해서 뿌리기도 합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다보니 남한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 하나가 떠오릅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는 SBS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김병만의 정글탐험’ 오지탐험 거의 그런 수준인 것 같아요.
이정민 : 그거에요! 북한의 야영이 그거랑 아주 유사하거든요. 그곳에서 그곳의 것으로 먹고사는.
김강남 : 북한 사람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연예인들 다 굶어죽습니다. (웃음)
이정민 : 김병만 씨가 하는 행동을 보면서 감동하잖아요. 우리도 그러고 살았거든요.
진행자 : 북에서는 그런 장비적인 지원이 없나요?
이정민 : 전혀 없죠. 가스가 일단 없으니까 개별적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이 없어요. 전혀! 그냥 ‘융가메’(늄가마, 늄냄비) 하나만 있으면 돼요.
진행자: 양은냄비 같은 건가요?
이정민: 네. 가볍고 음식이 빨리 돼요.
김강남 : 한국에서 한국 친구들이 생각할 때 왜 그런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없을까 생각할 것 같은데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먹기 바쁘잖아요. 자기 입치레하기 바쁜데, 배고픈데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 자기가 배불러서 여유가 생겼을 때 치유를 하는 거지.
이정민 : 그렇지만은 않고요. 80년대 초반 저희 아버지 때에만 해도 텐트를 치고 캠핑을 가고 이런 것들을 굉장히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90년대 초반부터 식량공급이 끊기니까 그때부터는 먹는데 전념하니까 이런 문화가 사라지는 거죠.
김강남: 배고프면 아무 것도 안 보여요. 먹을 것밖에 안 보여요.
내레이션 : 남한에서는 자연 속에서 치유하고 즐기고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숯불로 다양한 고기를 구워먹고, 고구마와 감자, 옥수수를 구워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구워먹는 고기 맛은 생각만으로도 군침을 흘리게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먹는 문제로 야영을 점차 즐길 수 없게 됐다하네요. 남한에서는 야영하는 기간 동안에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큼의 음식을 준비해 가는데 말이죠. 할 수 있다면 북쪽에 있는 여러분을 초대해서 야영장에서 맛볼 수 있는 고기를 실컷 대접하고 싶습니다. 북쪽의 여러분에게 자급자족의 ‘야영의 기술’을 배우면서 말이죠.
남북의 청년들이 함께 모여서 모닥불 피워놓고 야영을 즐길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저와의 첫 시간 마무리할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