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던 제31회 하계 올림픽이 지난 8월 22일 폐막했습니다. 206개 나라에서 만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28개 종목에서 306개 금메달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는데요. 종합 1위는 4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 그리고 영국과 중국이 각각 금메달 27개와 26개를 따며 2위와 3위를 기록했고요. 일본은 금메달 12개로 6위, 남한은 금메달 9개로 8위, 금메달 2개를 딴 북한은 34위를 기록했습니다. 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아직도 그 열기가 대단한데요. 우리 청년들은 이번 올림픽을 어떻게 즐겼는지 <청춘 만세>에서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여전히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렇게 더운 날 지구 반대편에서는 세계인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브라질에서 리우 하계 올림픽이 8월 6일부터 22일까지 있었는데 1위는 미국입니다(웃음). 클레이튼 아주 신났겠는데요?
클레이튼 : 네, 정말 재밌더라고요. 이번에는 한국에 있어서 덜했지만 미국에 있었을 때는 친구 집에 가거나 술집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응원하고 미국 선수가 메달 따면 다들 'USA' 외치고 아주 재밌습니다.
진행자 : 미국은 여러 종목에서 강하니까 응원하는 재미가 더 클 것 같아요. 아무리 메달이나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어쨌든 우리 팀이 이기면 재밌잖아요?
예은 : 남한에서도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은 인기가 많아서 사람들이 다 같이 경기를 봐요. 예를 들어 사격, 양궁 같은 경기는 다 같이 보는 편이에요.
진행자 : 그런데 이번에 대한민국의 경우 다른 올림픽에 비해 실적이 좀 저조했어요.
예은 : 생각보다 금메달을 많이 못 땄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8위는 했잖아요.
진행자 : 네, 금메달 9개였는데 한 자릿수 금메달을 딴 게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12년 만이라고 해요. 88서울올림픽 때는 금메달 12개로 4위였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금메달 13개,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금메달 13개로 각각 7위와 5위를 기록했거든요. 이번에는 금메달 9개니까 금메달 개수로는 뒤쳐진 면이 있어서 좀 아쉬운 올림픽이었던 것 같아요.
광성 : 북한도 금메달이 아니면 인정을 안 해줘요. 북한에서도 올림픽 같은 경기는 중계를 해요. 그런데 딱 금메달을 딴 종목만 중계해요. 금메달을 따고 북한에 돌아가면 은메달이나 동메달과는 차원이 다른 대우를 받아요.
그런데 저는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4년 동안 열심히 운동하고 준비했던 것들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네, 예은 씨가 남한에서 금메달 딴 종목을 소개해주겠어요?
예은 : 태권도에서 땄고, 양궁은 전 종목에서 땄고요. 그리고 사격이요.
진행자 : 펜싱, 여자 골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반면에 배드민턴이나 태권도에서는 더 많은 메달을 기대했는데 좀 저조했어요.
북한은 어떤가요?
광성 : 북한은 금메달 2개를 기록했는데 도마, 여자 역도에서 각각 땄습니다.
진행자 : 미국은 대략 어떤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나요?
클레이튼 : 미국은 농구는 꼭 이겨야 해요. 금메달이 아니면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면 '왜 이렇게 못하느냐'고 해요. 그리고 육상이나 수영은 워낙 잘 하니까 사람들이 큰 기대를 합니다.
진행자 : 이번에 120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에서 열렸잖아요. 역대 최다 참가국이라고 해요. 206개국에서 만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거든요. 그리고 28개 종목에서 306개의 금메달을 놓고 땀을 흘렸는데 그중에서 미국이 40여 개의 금메달을 땄고, 남한에서 9개, 북한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남한은 24개 종목에 선수만 204명이 출전했어요. 북한은 9개 종목에 31명이 출전했으니까 차이가 많이 나네요.
광성 : 북한은 여러 종목에 투자를 할 수 없으니까 9개 종목에 집중하는 거죠.
진행자 : 9개 종목에서 2개 금메달을 땄으면 대단한 거예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북한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고 말하는데 비교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다른 나라가 스포츠를 얼마나 잘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북한만 이렇게 금메달을 땄다고 말하는 거니까.
광성 : 세계가 정말 넓고 다양한 나라들이 있는데 그 안에서 북한이라는 존재는 정말 위대하다고 선전해요. 90년대 후반에 고난의 행군을 겪을 때는 '조선이 없어지면 이 지구가 박살난다, 김정일이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이렇게나마 살 수 있다'고 선전하니까 사람들이 당연히 그렇게 알고 있었죠. 그러다 보니까 다른 나라가 스포츠를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많은 종목이 있는지도 모르고 북한에서 9개 종목에 출전했으니까 그 9개 종목만 같이 하는 걸로 아는 사람들도 많아요.
예은 : 그럼 북한이 금메달을 딴 영상을 보여주면 일반 사람들이 즐겨보는 편이에요?
광성 : 신기해하죠. 4년에 한 번씩 하고, 북한 선수가 나가서 금메달을 땄으니까. 그런데 남한은 거의 전 종목을 중계하는데 북한은 출전을 해도 금메달 딴 종목만 방송해요. 방송도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금메달 딴 종목은 계속 해주니까 언젠가 한 번은 보죠.
예은 : 가정에 모여서,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보기도 해요?
광성 : 그렇지는 않아요. 그냥 방송을 해주면 집에서 보고, 사람들이 챙겨 보려고 하지만, 전기가 안 들어와서 텔레비전을 못 볼 때도 있죠.
예은 : 그럼 남한에 대해서는 알려주나요?
광성 : 안 알려줘요.
예은 : 전체 순위에 대해서는요?
광성 : 순위도 모르죠. 그냥 북한이 금메달을 땄다... 순위가 있다는 것 자체도 몰라요.
진행자 : 이번에 북한이 34위인데, 그걸 북한 주민들은 모르는 거네요?
광성 : 금메달 개수가 중요하지 순위는 별로, 알려주지도 않고요.
진행자 : 그럼 올해도 그렇고, 지난 런던올림픽 때도 미국이 1위라는 것도 모르겠네요?
광성 : 모르죠. 당연히 그런 건 소개 안 하죠. 그냥 북한에서 딴 메달만 소개하고, 그 사람들 메달을 받고 어떤 말을 했는지. 이번에는 림정심 선수가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뒤에 금메달을 딴 게 자신의 노력보다 김정은 장군님의 덕택이고 김정은을 위해 열심히 했다는 말을 했어요. 그게 중요해요. 북한에 노력영웅 칭호와 공화국영웅 칭호가 있는데 그렇게 말하고 북한에 돌아가면 영웅칭호가 달라져요. 금메달을 땄는데 그런 발언을 하지 않으면 노력영웅 칭호고 대외적으로 김정은을 선전할 수 있는 발언을 하면 공화국영웅 칭호에 집도 주고 차도 주고 많은 혜택을 줘요. 예전에 세계 마라톤 대회에서 북한 여자 선수가 1위를 했어요. 정성옥이라는 선수였는데, 이 선수가 끝나고 나서 '뛰는 내내 장군님을 그리며 달렸다'고 발언을 하니까 평양 시민들이 공항에 다 마중 나가고, 그때 엄청났어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그렇게 말을 하면 더 인정을 받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 발언을 들으면... 여러분은 어때요?
예은 : 당연히 (북한)정부에서 시켰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사실 올림픽이라는 게 국가를 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 선수의 명예를 위한 것이잖아요. 만약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위해서 했다면 모르겠는데 장군님이 왜 나오는지...
클레이튼 : 미국에서 누가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운동했다고 하면 '미친 거 아닌가?' 생각할 거예요(웃음).
진행자 : 네,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들려요.
광성 :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보다 그 위에 김정은이나 김정일, 김일성이 있는 거죠. 절대적인 신 같은 존재라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위에서 시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왜냐면 금메달을 따고 얘기 안 하는 선수들도 있거든요.
진행자 : 미국은 어때요? 40여 개의 금메달을 땄는데 다들 영웅호칭을 받나요?
클레이튼 : 마이클 펠프스 선수 아시죠? 수영 선수인데, 2004년 올림픽부터 지금까지 23개 금메달을 땄으니까 당연히 다들 잘 알고 있죠. 앞으로도 계속 유명할 거예요. 그런데 다른 선수들은 사실 잘 모릅니다. 금메달 하나만 따면 사람들이 올림픽 끝나고 잊어버리는 법이죠. 특히 미국 사람들이 별로 관심 없는 스포츠라면 다 잊어버려요.
예은 : 워낙 많으니까. 남한에서는 누군가 금메달을 따면 관심 없던 종목도 관심 종목으로 바뀌어요.
진행자 : 자,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전체적으로는 미국이 40여 개의 금메달을 땄고, 뒤이어 영국과 중국이 각각 20여 개의 금메달을 땄으니까 스포츠 강국들이 많습니다. 리우올림픽만 봐도 상위권이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이란 말이죠. 흔히 우리가 선진국, 강대국이라고 말하는 국가들이 운동도 잘하는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은 : 인구도 많고 경제적으로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특히 경제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포츠 분야까지 취미로 즐기면서 자기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을까. 사실 북한은 먹고살기 힘드니까 스포츠를 즐기는 게 아니라 국가에서 키워야만 선수가 양성되는데 남한은 어릴 때부터 수영을 하거나 축구를 하면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잖아요.
광성 : 북한은 각 지방마다 가서 사람을 뽑아요. 물론 도마다 체육대회를 통해 우승자를 데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평양에 데려가는데, 문제는 평양에 가도 집에서 어느 정도는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경우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어요.
진행자 : 아까도 말했지만 나라의 힘과 스포츠의 힘도 비례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남한도 베이징과 런던 올림픽에서 13개의 금메달을 땄거든요. 남한도 경제 순위와 함께 스포츠 경쟁력도 상위권에 자리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중국이 13억 인구, 미국이 3억이니까 인구에 비해서도 남북한이 메달을 많이 딴 편이고 특히 북한은 소득 대비 메달 수로 따졌을 때는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해요. 그 정도의 먹고사는 환경에서 메달을 그만큼 따내는 건 대단하다는 거죠.
예은 : 가장 좋은 방법은 남북의 주 종목이 다르니까 남북이 통일되면 메달 수도 많아지고 순위도 올라가겠죠.
제가 최근에 본 기사에 사격에서 북한 김 모 선수가 동메달을 땄어요. 금메달은 남한 선수가 땄거든요. 그 북한 선수가 인터뷰를 하는데 '만약에 우리가 하나였다면 금메달과 동메달을 동시에 따서 좀 더 큰 자리를 차지했을 텐데'라고 말하더라고요.
진행자 : 그걸 북한 선수가 말했다는 게...
광성 : 저도 그 인터뷰를 봤는데 진한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올림픽 기간에 참 많은 일이 있었죠? 북한 청취자 여러분이 알고 있는 올림픽과는 얼마나 비슷한지 궁금하네요. 자, 올림픽 기간 남북 선수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 청년들은 응원을 어떻게 했는지 <청춘 만세> 계속해서 다음 시간에 들어보시죠.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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