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1) 외국어 배우러 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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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예은입니다. 남한의 청춘들처럼 호기심 많은 평범한 학생이고요. 남북통일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들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빌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입니다.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한국으로 온 이유는 한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자 왔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현지로 가서 그 나라의 말과 생활을 직접 배우는 걸 어학연수라고 합니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면서 남한에서도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영국 등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로 어학연수를 많이들 가는데요.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석 달 이상 외국에 머문 남한 사람은 32만3천 명, 유학생의 학비와 체류비 명목으로 해외에 송금된 금액은 37억210만 달러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 군도 모두 어학연수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내 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했는지 <청춘만세> 시간에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우리가 오랜만에 만나는 거죠? 방송은 매주 나갔지만 8월에 강남 군이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짧게 다녀왔어요. 어땠어요?

강남 : 좋았습니다(웃음). 많은 추억을 만들어 온 것 같아요.

빌 : 공부만 했어요?

예은 : 여행 다녔겠죠.

강남 : 한 달 만에 영어가 갑자기 는다는 건 무리고요. 문화체험도 하고. 사실 비행기에 탔을 때 엄청난 공포가 밀려 왔어요. 성인이 돼서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려서부터 배운 세뇌라는 게 있잖아요. 미국이라는 나라를 엄청 비하하고, 양키배기, 미제 승냥이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는데, 그래서 내가 미국에 가면 과연 안전할까...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그런 생각이 다 깨졌어요.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고, 선진국 사람들이라 그런지 개인도 중요하지만 약자를 먼저 생각하더라고요. 이런 것은 남한도 잘 돼 있지만 북한과 비교했을 때는 정말 큰 차이가 있었고,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내가 탈북을 안 했으면 미국이라는 나라에 갔을까. 내가 목숨을 걸고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정착을 하는 과정에 나에게 이런 기회도 생기는구나! 더해서 내가 누리는 엄청난 자유를 북한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나눠줬으면 좋겠다. 미국에 간 건 정말 잘 한 일이고, 제 인생에 앞으로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진행자 : 사실 미국이라는 대륙 자체가 규모가 엄청나잖아요. 한반도가 미국의 주 하나 정도 크기인가요. 그렇게 광활한 대륙 자체를 봤다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죠. 미국 어디어디 갔어요?

강남 : 워싱턴에 한 달 정도 있었고, 뉴욕, 필라델피아에 5일 정도 있었어요.

진행자 : 그런데 여기 있는 세 분 모두 어학연수 경험이 있네요.

예은 : 빌 씨는 지금도 어학연수 하고 있잖아요(웃음).

저는 러시아로 어학연수라기보다는 유학을 다녀왔어요. 대학교 3년을 거기서 수업하면서 학사학위를 받아 왔고요. 제가 갔던 도시는 블라디보스토크였고, 어학연수라면 모스크바에서 한 학기 정도 했어요.

빌 : 저는 한국에서만 공부한 경험이 있는데요. 어학연수로는 경희대에서 처음 5주 정도 공부했는데 무척 재미있었고, 문화체험도 많이 했어요.

진행자 : 100% 다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데, 여러분 주변 사람들은 어때요? 요즘은 어학연수들 정말 많이 가잖아요.

강남 : 거의 80%는 어학연수 경험이 있지 않을까. 제일 친한 친구 세 명이 있는데 두 명이 다 어학연수 다녀왔고요. 어학연수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경험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주로 어느 나라로 많이들 가나요?

강남 : 미국, 캐나다, 호주.

예은 : 영미 권으로 많이 가고, 요즘은 중국으로도 많이 가요. 제 주변에서도 많이 어학연수를 가는데요. 왜냐면 저희는 영어가 취업하려면 꼭 필요한 언어이기도 하고, 그게 하나의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영어는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학원도 보내고 조기유학도 보내는데, 저희는 대학생이잖아요.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있고, 유학원을 통해서 어학연수를 가기도 하고, 또 청년들을 위해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워킹홀리데이라는 것도 있어요. 그렇게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한 번씩은 나갔다 와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진행자 : 아무래도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많이 가죠. 미국 같은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캐나다나 호주, 필리핀이나 싱가포르로도 많이 가고요. 영국도 비싼 편이라서 영국이 안 되면 옆에 있는 아일랜드로 가죠.

그런데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빌 군은 남한으로 왔어요. 참 특이한 경우죠? 미국 사람들은 영어를 다 하는데, 어학연수를 가나요?

빌 : 미국 사람이요? 솔직히 미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보통 미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가서 다른 언어를 공부하지 않아요. 주변에 있는 친구 중에 다른 나라에 가서 공부한 사람은 별로 없어요.

예은 : 어차피 공식적인 얘기는 다 영어로 하잖아요.

진행자 :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다 보니까. 빌 군 얘기를 이해할 수 있는 게, 예전에 어떤 영국 사람이 스페인어를 쓰고 싶은데, 자기만 보면 스페인 현지에서도 사람들이 영어로 말을 걸어오니까 스페인어로 말할 기회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빌 : 맞아요, 저도 남한에 와서 남한 사람과 얘기하려고 하면 제가 한국말로 해도 그분들이 영어로 대답해요(웃음). 영어 연습하고 싶어서. 그래서 지하철을 타든 택시를 타든 항상 영어로 연습하고 싶은 사람들이 얘기를 꺼내요.

예은 : 그런데 사실 거기 가서 언어를 확실하게 배워온 친구는 많이 못 봤고요. 다양한 경험이나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오는 건 봤어요.

진행자 : 강남 군도 그렇지만 한 달 정도, 아니면 1년을 어학연수 간다고 해도 말이 크게 느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그에 비해 경비는 어마어마하잖아요. 다들 경비는 어떻게 마련했어요?

강남 : 저는 북한 인권과 관련된 단체에서 다 지원을 해줬어요.

진행자 : 돈이 어느 정도 든 것 같아요?

강남 : 수업료만 천2백 불 정도. 항공료까지 하면 3~4천 불 들고요, 개인 용돈으로 4~5백 불 정도 가져가고요.

진행자 : 꽤 많이 들었어요. 그럼 3~4년 있었던 예은 씨는?

예은 : 그런데 러시아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아요. 모스크바는 항공료가 조금 비싸지만 천 불 정도 하고요. 저는 블라디보스토크로 갔는데, 거기는 가까워서 배를 타고도 갈 수 있어요. 배를 타면 왕복으로 한 3백 불 정도 해요. 저는 3년 정도 있을 거라 짐이 많아서 비행기를 탈 수가 없어서 배를 탔어요. 학비는 장학금을 받아서 무료로 다녔고요. 돈을 내고 다녀도 남한보다 훨씬 저렴해요. 생활비는 남한과 비슷하게 들었는데, 제가 받은 장학금은 학비에 생활비까지 어느 정도 지원을 해줬어요.

진행자 : 빌 군은?

빌 : 저는 3개월에 3천5백 달러였어요. 재밌는 것은 같이 다니는 학생들이 주로 중국 사람이었는데, 중국인들이 말은 못하는데 시험 볼 때는 읽기, 쓰기를 저보다 엄청 잘했어요(웃음).

진행자 : 왜 남한 사람도 중국어는 못하는데 한자는 읽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영어도 마찬가지고(웃음).

빌 : 저는 언어를 배우는 게 운동하는 것처럼 매일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리고. 처음 한국어 배울 때는 생활 속의 모든 것을, 컴퓨터나 휴대전화까지도 한국어로 설정했어요. 그래서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배웠어요.

강남 : (언어는) 본인이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한 아주머니가 미국으로 이민 가서 15년을 사셨는데, 영어는 전혀 못하시더라고요. 한국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고. 독하게 마음먹은 사람들은 1년도 안 돼서 원어민 수준으로 따라가는 친구들도 있고요.

예은 : 그리고 사실 언어를 배우려면 한인들이 많이 없는 곳에 가야 하는데, 요즘은 어딜 가나 한인들이 많아요. 제가 통계를 찾아 봤는데, 남한에서 유학 가는 사람들이 한 해에 12만3천 명 정도 된대요. 그런데 그게 1년 이상만 집계를 한 거예요. 그러니까 단기로 가는 사람까지 하면 더 많다는 거죠. 그 정도로 많이 가니까 전 세계에 남한 사람들이 분포돼 있는 거잖아요. 특히 미국 등 많이 가는 나라에는. 그러니까 한인들을 안 만날 수가 없어요. 또 고국이 그리우니까 한국어로 계속 얘기를 하게 되고, 언어를 배우러 갔는데 사실 놀기만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죠.

강남 : 정말 한인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길 가다가도 '엄마', '저건 얼마야?', '거기서 장난치면 안 돼!' 이런 소리도 들리고,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나왔구나 생각했어요.

진행자 : 경비가 무척 많이 드는데도 그렇게들 나갑니다. 그런 거 보면 한국 잘 살아요(웃음).

빌 : (북한에서는) 어떤 언어가 중요해요?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중에 어떤 언어 배우는 걸 선호해요?

강남 : 북한에서는 저희 어머니가 1960년생이신데, 어머니 세대에서는 러시아어를 배웠어요. 그 후로는 다 영어를 배웠는데 영국식 영어예요. 그래서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면 충격을 받는 게 영어가 달라요. 북한에서는 영국식에 또 북한식으로 바뀐 거라 좀 이상하거든요. 남한에서는 미국 영어를 접하다 보니까. 그런데 일단 북한 사람들은 외국어에 관심이 없어요. 왜냐면 외국어를 할 기회가 없으니까. 내가 중국어를 한다고 중국에 갈 수 있나요?

예은 : 언어를 해서 그게 장점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강남 : 그렇죠, 저도 영어를 북한에서 배웠는데, 사람들이 영어 따위는 신경도 안 써요. 오히려 북한에서 발전하고 돈을 많이 벌려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혁명역사, 그 사람들의 생애를 배우는 게 더 빠르다는 거죠. 하지만 남한에서는 그렇지 않잖아요. 자기 개발에 집중하고, 영어나 세계적인 것을 중요시하죠. 그런 게 차이예요.

그런데 이번에 미국에 나가 보니까 외국인들은 부끄러움이 없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사람들한테도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고, 이름도 물어보고. 이 사람들 처음 봤는데 좀 이상한 거 아닌가? 너무 친절하더라고요. 남한에서 그러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은데, 거기 사람들은 아무나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웃고. 깜짝 놀랐어요.

내레이션 : 짧게는 몇 주, 길게는 1년 이상 어학연수를 간다고 그 나라의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언어보다 더 큰 깨달음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맛보게 되는 것일 텐데요. 미국에 다녀온 강남 군을 비롯해 러시아에서 유학한 예은 씨, 남한에서 지금 박사과정 중인 빌 군 역시 색다른 문화에 놀라고, 배운 것도 많다고 해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들어볼까요?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