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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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고추잠자리, 높은 하늘, 추석, 단풍, 수확... 가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입니다. 가는 여름의 아쉬움보다는 오는 가을에 대한 기대감이 큰 요즘인데요. 그 간 더위로 지쳤던 몸과 마음을 다시 재정비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나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싶네요.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권지연입니다.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씨와 함께합니다. 방학의 끝자락을 붙잡고...남과 북의 방학에 대한 얘기 나눠봅니다.

진행자 : 오늘 정민 씨 어디 다녀 오셨나보네요.

이정민 : 네, 방학이라 놀러 다니기 바쁩니다.

진행자 : 놀러 다니는데 그렇게 예쁘게 입고 다녀요?

이정민 : 놀러갈 때는 파자마도 입고하는데 여기 오니까 예쁘게 입고 왔습니다.(웃음)

진행자 : 두 분 방학 끝나셨나요?

이정민 : 방학은 이번 주까지예요.

진행자 : 아쉽겠네요. 2개월 이상 방학이니까 이제 학교에 가고 싶기도 해요.

김강남 : 저도 이제 가고 싶어요. 1학기는 정신없이 보냈는데 2학기는 정말 잘 보내보려고요.

'학교에서 학기나 학년이 끝난 뒤 또는 더위, 추위가 심한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일 또는 그 기간' 방학이란 단어의 뜻을 남쪽 사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전상의 의미 그대로 방학이란 학생들이 수업을 쉬는 기간을 말하는데요. 남쪽의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에서는 약 한 달가량, 대학교에서는 석 달 가까운 방학 기간을 가집니다.

진행자 : 저는 방학이 있는 여러분이 정말 부럽고요...

이정민 : 방학 때는 자고 싶을 때는 자고 놀고 싶을 때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고 정말 잘 쉰 것 같습니다.

김강남 : 저는 북한보다 남쪽의 방학이 길어서 좋습니다.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놀 때는 놀고요. 북한은 15일 정도로 방학이 짧았어요. 남과 북의 방학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간 뿐 아니라 많은 차이가 있는데요. 정민 씨와 강남 씨는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 얘기부터 들어볼까요?

이정민 : 2개월 반 정도가 되는데 너무 긴 시간인거예요. 여행을 한 세 번 다녀왔어요. 책에서 얻는 것이 여행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북한도 개방돼서 이렇게 맘껏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런데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참고서 같은 것을 읽어야하는데 그런 것을 못했네요.

진행자 : 강남 씨는 어떤 방학을 보내셨어요?

김강남 :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느 위치에 있는지요... 이번 방학에 책을 열 권 정도 읽어야지 결심했었는데 한 권 밖에 못 읽었습니다. 그리고 방학동안 자원봉사를 하기로 계획을 잡았어요. 처음에는 이 사회에서 약자라고 생각했는데 대학까지 들어가고 보니 남을 배려할 수 있는 힘을 제가 가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자원 봉사를 갔는데 강원도 양양에서 주차 도우미를 했어요. 얼굴 타가면서 했는데 직접 주민들과 대면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앞으로는 노량진이나 서울역에 가서 밥 퍼 봉사를 멋있게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격증을 한 개만 따고 하나를 못 따서 아쉬운데요. 겨울 방학 전까지 따고 싶습니다.

진행자 : 자격증 있는 남자! 뭔가 있어 보입니다.

여행, 독서, 모자란 공부, 자원봉사 등 남쪽의 학생들은 방학 기간 동안 뭘 그리도 많이 하나 싶으신가요? 남쪽에서 방학은 그야말로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 해야 하는 시간이죠.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후회만 남을 수도 있고 그 어느 때보다 보람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 방학은 자기하기 나름이거든요.

진행자 : 북한에도 방학이 있죠?

이정민 : 있죠. 그런데 북한의 방학을 여기 방학처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여기는 방학 동안에 급우들을 만나지 않아서 얼굴도 잊어버릴 정도인데 북한에서는 잊어버릴 일이 없습니다. 농촌지원 같은 일을 해야 해서 계속 보거든요. 계속 학교에 나가고 농촌지원이나 거름 생산 같은 것을 하거든요. 방학은 쉬는 때가 아니라 학교에서 잡일들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진행자 : 초등학교나 대학교나 다 그래요?

이정민 : 네, 대학 때도 동원을 가거나 나무를 하러다니고 그랬습니다.

진행자 : 북한도 지역마다 많은 편차가 있더라고요. 강남 씨가 있던 곳도 그랬나요?

김강남 : 조금 다르긴 해요. 일단은 초등학교, 중학교는 누나가 얘기한 것처럼 그래요. 농촌 주변은 농촌 지원 같은 것을 하고 시내에서는 교실 꾸리기 같은 것을 했습니다. 진행자 : 어쨌든 일을 시키는 거네요.

김강남 : 그렇죠.

이정민 : 또 방학 숙제장이 있어요. 한 학급에 한 권 내지는 두 권을 나눠주면 그걸 다 필사를 해요. 필사하는데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그걸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어요. 눈 쌓이면 몇 시간 씩 눈 치우다가 동상도 걸리고요...

진행자 : 그럼 방학이 정말 싫었겠네요.

이정민 : 그렇죠. 정말 싫었죠. 제가 살던 곳은 농촌이다 보니까 눈사태가 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학교에 가는 길이 아예 막히거든요. 고립되는 건데 그러면 학교에 못 가니까 속으로 방학이면 눈이 정말 많이 와서 길이 다 막혔으면 좋겠는 거예요. (웃음) 어릴 때는 그런 생각도 할 정도로 싫었습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는 방학이 방학 같지 않았던 거네요... 그러면 남쪽에 와서 처음 맞았던 방학은 어땠어요? 좋으면서도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는 느낌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정민 : 저는 처음에는 애들이 다 학교에 가는 것처럼 보였어요. 학원에 가는 것도 나가는 거니까요. 여기도 북한의 방학이나 별 차이가 없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학교에서 시키는 게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돈을 내고 학원을 다니는 거더라고요. 좀 이해가 안 갔어요. 나 같으면 놀겠는데... 그런 학생들이 착해 보이기도하고요. 일단 저는 방학 때면 신나게 노는 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방학까지 저렇게 돈 내면서 공부해야하나요?

진행자 : 저는 지금도 그런 생각 합니다. (웃음)

지난 방학이 후회된다면 앞으로의 방학은 스스로 계획을 잘 세우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해야겠죠?

진행자 : 초등학교 때 도화지 위에다가 시간표를 그리고 계획표를 세우는 것을 늘 했었어요.

이정민 : 북한도 일과표를 늘 짰었어요. 그런데 지켜 본 적은 없습니다.

진행자 : 남이나 북이나 그건 같군요. 겨울 방학이 또 금방입니다. 겨울 방학 계획을 지금부터 세워보죠. 이것만큼은 꼭 하겠다!

이정민 : 저는 겨울 방학에 독일 여행을 갈 생각입니다. 다음에는 영어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영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공과목을 거의 영어로 강의 하는데 영어 공부는 이제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강남 : 저는 자원 봉사를 화끈하게 하고 싶고요. 또 영어 학원에 가서 영어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1학기에 기초 영어를 배웠는데 시험 치는 날에 내 자신을 알게 됐죠. 서른 문제에서 4문제 맞고 다 틀렸어요. (웃음) 대학 기초 영어가 말이 그렇지 기초 영어가 아니더라고요. 이번 여름에는 다른 계획이 있어서 못했지만 겨울에는 영어를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두 분 손잡고 같이 하시면 되겠네요.

이정민 : 저는 싫어요. (웃음)

진행자 : 두 분 개학했으니까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시고요. 더욱 더 멋진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남과 북도 어쩌면 각자의 방학을 보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 방학이 끝나고 서로를 대면하게 될 때는 서로 어색하지 않게 안부도 주고받고 또 서로 한쪽이 너무 뒤처지지 않도록 각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간다면 좋겠죠? 설레는 마음으로 개학을 기다리는 정민 씨와 강남 씨처럼... 통일이라는 이름의 개학을 기다립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권지연 이었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