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2) 다른 문화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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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예은입니다. 남한의 청춘들처럼 호기심 많은 평범한 학생이고요. 남북통일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들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빌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입니다.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한국으로 온 이유는 한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자 왔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지난 시간부터 어학연수, 그러니까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현지로 가서 그 나라의 말과 생활을 직접 배우는 것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석 달 이상 외국에 머문 남한 사람이 32만3천 명이라고 해요. 그래선지 지난 8월, 미국으로 짧게 어학연수를 다녀온 강남 군도 현지에서 수많은 한인을 봤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가는 어학연수를 통해 한 나라의 말을 완벽하게 배우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러시아에서 3년간 유학한 예은 씨도, 남한에서 지금 박사과정 중인 빌 군 역시 언어보다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세계의 친구를 사귀는 경험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데요. 자, 어학연수 기간에 있었던 색다른 경험들, 지금부터 들어볼까요?

예은 : 사실 다른 나라에 가서 언어를 확실하게 배워온 친구는 많이 못 봤고요. 다양한 경험이나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오는 건 봤어요.

진행자 : 지금 예은 씨가 얘기를 했지만 어학연수를 가면 언어보다는 다른 것들을 더 많이 얻어오는 경우가 많죠. 문화경험이나 친구 같은. 여러분이 어학연수 때 겪었던 색다른 경험이 있을까요?

강남 : 이번에 미국에 나가 보니까 외국인들은 부끄러움이 없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사람들한테도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고, 이름도 물어보고. 이 사람들 처음 봤는데 좀 이상한 거 아닌가? 너무 친절하더라고요. 남한에서 그러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은데, 거기 사람들은 아무나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웃고. 깜짝 놀랐어요.

빌 : 문화 차이죠.

진행자 : 빌 군도 남한에서 그런 경험이 있어요?

빌 : 저는 한국어 배우면서 한국 사람들이 점점 같은 인간으로 보이게 됐어요. 사실 그전에는 외국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한국어 배우면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친구들과 경험을 나누면서 저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무척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그냥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친구처럼 됐다는 거네요.

예은 : 저는 '블라디보스토크는 얼지 않는 항구'라고 역사 시간에 많이 배웠거든요. 그런데 가보니까 바다가 얼더라고요(웃음). 바다가 저 멀리까지 꽝꽝 어는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바다 위를 걸어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얼음낚시 하는 사람들도 보고. 그런데 오래 밖에 있지는 못해요. 영하 30도 정도라서 머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그래요.

진행자 : 블라디보스토크가 그래도 남쪽 아니에요?

예은 : 네, 그래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요.

진행자 : 그러니까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러시아는 전기료와 물 값이 많이 싸다고 들었어요.

예은 : 네, 복지는 잘 돼 있어요. 예전에 사회주의 국가였으니까. 러시아 사람들이 대부분 한 달에 천5백 불 정도 받으면 많이 받는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돈으로 어떻게 사는지 너무 궁금한 거예요. 물가는 남한이랑 대략 비슷하거든요. 우리는 150만 원 받으면 못 살잖아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공과금 등이 거의 안 들고, 교육도 남한과 달리 사교육비가 거의 안 들어서 그 돈으로 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빌 : 저는 문화적인 충격을 받은 게 있는데, 남한 사람들과 같이 회식하면 진짜 같이 먹는 거예요. 내가 갖고 있는 걸 다른 사람들도 먹을 수 있어요. 미국에서는 이런 개념이 없어요. 내 접시에 있는 건 모두 빌 것이에요. 또 술 마시면서 보통 아저씨들 허벅지 잡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이상한 것 같은데, 그분들은 우리 친한 사이니까 괜찮다고. 개인 개념이 미국보다 강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진행자 : 그 경계가 없어져야 좀 친하다고 생각하죠. 그럼 지금도 얘기할 때 누가 어깨를 치거나...

빌 : 지금은 괜찮아요. 좋은 점도 있어요, 자유롭게 더 친해지고.

강남 : 저도 미국 가서 충격 받았던 문화는 뉴욕이라는 곳은 남한의 강남처럼 사람들이 많은데 뉴욕도 그렇지만 워싱턴이나 필라델피아나 아침에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상의를 다 벗고 털을 다 보이고 달리는 거예요. 횡단보도에서는 기다리게 되잖아요. 사람들하고 인사도 하더라고요(웃음).

빌 : 좀 보수적이네요(웃음).

진행자 : 아니 윗도리 벗고 조깅하는 것보다 길거리에서 진하게 입맞춤하는 게 더 충격적이지 않았어요?

강남 : 그 말을 해도 돼요(웃음)?

예은 : 맞아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어요. 러시아에서도 애정행각이 아주 자연스러운 사랑의 표현이에요. 버스 안이나 길가에서든.

진행자 : 사실 북한에서 온 강남 군 같은 경우는 남한이 굉장히 개방적이고 길거리에서 애정 표현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런 남한 사람들도 해외 나가면 굉장히 놀라죠.

예은 : 저는 인사방식도 충격적이었는데 남한에서는 신체 접촉을 거의 안 하고 인사를 하잖아요. 그런데 해외에 나가면 볼에 한 번씩 뽀뽀를 하는 방식으로 인사를 하더라고요. 남자든 여자든. 그래서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강남 : 미국에도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러 오는데 거기 선생님도 안아서 인사하더라고요. 저는 형식적으로 살짝 안는 건줄 알았는데, 너무 꽉 안더라고요(웃음).

진행자 : 일본이나 중국, 한국에서도 해외로 어학연수나 유학을 많이 가다 보니까 동양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제는 서양 사람들도 처음 만났을 때는 그렇게 인사를 안 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조금 친해지고 나면 안거나 볼을 맞추죠.

그런데 예은 씨가 짐이 많아서 배를 타고 러시아에 갔다고 했잖아요. 청취자 여러분 입장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짐을 옮겼을까 궁금할 것 같아요. 1년 이상 현지에서 살려면 절차가 굉장히 복잡한데 그런 것들은 어떻게 할까...

예은 : 저는 처음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이민가방 한가득 가져갔어요. 그리고 생필품은 다 사서 썼어요. 왜냐면 거기서 사는 것이 더 저렴하고, 돌아올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고 왔어요. 그런데 보통 미국 집은 다 구비돼 있지 않아요? 생활용품들.

빌 : 네. 남한에서 저는 원룸에 사는데 침대, 책상, 냉장고, 가스레인지, 세탁기 등은 있는데 밥통이나 주방용품은 사야 해요.

진행자 : 보통 어학연수 1년 이상 가게 되면 지금 여름이라면 여름옷만 가지고 가죠. 남한에 있는 가족들이 가을쯤 되면 택배를 보내주잖아요. 택배가 비행기나 배로 가고. 강남 씨는 거기에서 한국 음식을 파는 상점에 갔다면서요.

강남 : 네, 저는 갈 때 된장이나 고추장, 김치 같은 걸 많이 가져갔는데 거기에 한인마트가 있더라고요. 더 생생하고 맛있는 김치도 팔고, 현지에서 만들어서 판대요. 그래서 하나도 필요 없겠다, 그냥 돈만 가져가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진행자 : 요즘은 정말 한국 유학생들 많은 곳은 한인마트라고 음식이든 생필품 파는 곳이 있어서 예전처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죠. 그리고 아까 말한 것처럼 항공이나 배편으로 택배가 워낙 잘 돼 있으니까 다 보내주기도 하고요. 그리고 여러분이 해외에 가기 위해서 비자를 받는다거나 항공편을 구하는 절차도 대행해주죠.

예은 : 네, 여행사를 거쳐서 가거나 비자를 대행해주는 업체가 있어요.

진행자 : 이런 얘기들 강남 씨 굉장히 낯설죠? 북한에서는 일반 사람들에게 어학연수는 보편적이지 않잖아요.

강남 : 그렇죠. 보통 고위층 자녀들만 정부에서 보내주고, 일반 사람들은 어학연수라는 개념을 몰라요.

진행자 : 북한에 그럼 어학원이나 유학원이 있나요? 서울 같은 경우는 길거리 지나다니면 수두룩하게 보이잖아요.

강남 : 개인이 운영하는 어학원은 없고요. 평양은 김일성종합대학이나 외국어 대학 같은 특정 대학에는 어학당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생각보다 평양에 많이 들어와서 공부를 한다고 들었어요. 중국 사람이나 일본 재외동포들이 많이 들어와서 공부하거든요.

진행자 : 빌 군 같은 경우 북한으로 어학연수 갈 생각 있어요?

빌 : 저는 가려고 했는데 중단됐어요. 지원했는데 북한 측에서 검토하다 안 된다고 했어요. 남한에 와서 한국어도 배웠고, 남한에서 배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봤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북한에도 들어가서 어학당에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어학당은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거고, 유학원은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해외로 나갈 때 필요하잖아요. 어학당은 있어도 유학원은 본 적이 없는 건가요?

강남 : 저는 못 봤는데, 듣기로는 고위층 자녀들만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예은 : 아무래도 돈이 있어야 하니까.

강남 : 돈이 있어도 못 나가요. 남한과 북한의 차이가 남한은 돈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돈이 많아도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에요. 단편적인 예로 남한에 있는 어머니가 만 달러를 보내줬다, 그 돈으로 미국이나 중국에 여행이나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도 가족사항, 토대가 나쁘면 못 가요. 그리고 그 사람이 충성심이 높은가 낮은가 그런 걸로도 인생 희비가 갈리거든요.

진행자 : 그럼 사실상 북한(출신) 전체 인구에서 어학연수를 가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텐데, 그 안에 강남 씨도 속한 거네요.

강남 : 그렇죠, 엄청난 복을 받은 거죠. 외국에 나가면 일단 좋습니다. 한 곳에 있는 것보다 다른 곳에 가보면 또 다른 세계를 맛볼 수 있고, 학문과 눈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고, 저는 어학연수 나가면서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어요. 나만의 특혜라고 생각했는데 머나먼 외국 땅에도 수많은 남한 사람들이 있는 걸 보고 이제는 세계화가 돼 있고 그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하루 빨리 통일 돼서 북한에 있는 청취자 여러분도 어학연수의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빌 : 방송을 듣고 있는 북한 친구들에게 다른 나라에 가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바로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언어를 배우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우리 서로 더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좋은 방법이니까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어학연수를 갔으면 좋겠어요.

예은 : 맞아요, 외국에 나가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그 사람들의 생활상을 받아들이다 보면 남한과 북한이 서로 좀 더 생각하고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도 어학연수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강남 : 북한 청취자 여러분에게 대한민국 어학연수를 추천합니다(웃음).

내레이션 : 우리 청춘들이 말하는 것처럼 다른 나라에 가서 다른 언어를 배우는 어학연수 과정에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그 다름을 인정하는 방법까지 깨닫게 되죠. 그런 면에서는 미국에서 온 빌 군이나 북한에서 온 강남 군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남한의 문화를 알아가고,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있겠죠.

요즘 세계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남한으로 어학연수를 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떤가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죠.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