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청춘의 특권입니다. 젊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전체 인생을 생각하면 몇 걸음 내딛지 않은 것이고, 이제 막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인생이라는 그림을 완성하기 전에 몇 번이고 고쳐 그릴 수 있는 때입니다. 그러니까 그려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고도원의 아침편지 ‘위대한 시작’ 중에 있는 내용인데요, 청취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연 실패는 청춘의 특권일까요? 남북 청년들이 생각하는 청춘의 특권은 무엇이 있을까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청춘의 특권’입니다.
진행자 : 두 분은 오늘 저와의 첫 만남인데 오늘 주제가 청춘의 특권이에요. 청춘의 특권이라는 주제를 듣고 생각나는 단어들이 있을까요?
최철남 : 일단은 청춘하면 젊음. 배움.
이주영 : 실패를 해도 되는 좀 더 많은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순진하다는 뜻인데 ‘나이브’ 라는 것이, ‘나이브’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좀 더 이상적인 면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행자 : 알겠습니다. 지금 두 분이 말씀해주신 단어 하나하나 가지고 청춘의 특권으로 엮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철남 씨가 ‘젊음’이라고 꼽아주셨는데요. 남한에서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어요. 60세 이상 어른들도 ‘우리는 젊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분들이 말하는 젊음과 두 사람이 말한 젊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최철남 : 일단은 시간적으로 많이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60세 먹은 어른들도 청춘이다, 뭐든지 할 수 있다하지만 남은 시간은 나이가 젊은 사람들보다 적잖아요. 만약 20대라면 20세부터 100세까지라는 엄청난 시간이 있잖아요. 이런 시간적 차이가 있을 것 같고요. 관념상으로는 60대부터 은퇴하시잖아요. 새로운 거창한 것보다는 소소한 것 즐기시면서 다른 것 즐기시면서 여행도 가시고. 제2의 직업이라 뭐든지 하실 수 있는 이런 것 때문에 젊다 이렇게 하시잖아요. 그렇지만 어린 사람들은 남아 있는 시간동안 뭐든지 할 수 있잖아요. 내가 공부하게 되면 대학도 더 좋은데 갈 수 있고, 더 열심히 노력하면 60살까지 살아오신 어르신보다 돈도 더 많이 벌수도 있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더 많은 나라를 갈수도 있고. 이렇게 관념상으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남, 북 청년의 인식의 차이가 궁금하거든요. 남쪽 청년들이 생각하는 젊음은 어떤 것이죠?
이주영 : 아무래도 육체적인 젊음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피부가 탱탱하고 동안이고 정말로 젊고. 제 친구들이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20대 초반에는 나이트클럽, 남한에 있는 춤추면서 노는 공간이 있잖아요. 밤에 이성들이 춤추고 그런 공간인데, 거기에서 밤을 새도 지치지 않았는데 20대 중반이 되니까 체력이 없어서 못 하겠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 식으로 딱 겉보기에도 20대 초반의 생생하고 싱싱한 그런 아름다움이 갈수록 꺾이잖아요.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치고, 인간이니까 체력이 지치면 마음도 지치고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최철남 : 북한에서도 나이가 기본이죠. 나이라든가 체력. ‘아~ 젊어서 좋겠다!’ 어르신들이 많이 말씀하시잖아요. 그때는 제가 어렸을 때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빨리 어른 되고 싶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젊은 사람보다 자유로움이 많잖아요. 어렸을 때는 그런 것이 없으니까 그랬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그때 그 말이 약간 이해는 되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그렇게 많이 늙지는 않았지만.(웃음)
나레이션 : 청춘의 특권에 대해 물었을 때 철남 씨와 주영 씨는 젊음과 배움, 그리고 기회라고 답을 했습니다. 철남 씨는 남아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하고, 주영 씨는 무도회장에서 즐길 수 있는 체력으로 표현을 하고 있는데요. 두 사람 모두에게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을 해달라고 부탁해봤습니다.
진행자 : 그럼 조금 더 세분화해서 질문을 하겠습니다. 어리다면 몇 살부터 몇 살까지를 어리다고 하고, 젊다고 하면 몇 살부터 몇 살까지를 젊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주영 : 제가 생각하기에 북한보다 남한이 굉장히 기준이 주관적인 것 같아요. 제가 북한에서 온 친구 분들을 보면 우리 옛날 시대처럼 정형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20대 중반이 거의 다 시집, 장가를 가고 20대 후반이면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 이렇게 생각 하는 것 같고. 그런데 남한의 경우에는 아까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40대, 50대도 젊다고 그런 인식이 갈수록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젊게 사시고 얼굴도 어려보이시고. 기자님도 굉장히 어려 보시는데.
진행자 : 고맙습니다. 나이는 공개하지 않는 걸로!! (다 같이 웃음.)
이주영 : 저도 20대 후반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굉장히 20대 초반 같아 보인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 그러니까 사람마다, 개인마다 굉장히 주관적으로 다양해진 것 같아요. 일괄적으로 말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최철남 : 북한은 계층이 나뉘어져 있는 것 같아요. 확연하게. 18살 되면 ‘어리다’, 그런데 19살만 돼도 어리다고 안 보고 젊다고 봅니다. 보통 19살부터 25살까지는 젊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근데 남자하고 여자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남자는 29살까지는 젊다고 말하는데 여자는 26살 넘어가면 노처녀로 보거든요. 그래서 서른 살 이전까지는 젊게 보고 서른 살 이후부터는 중년.
이주영 : 남한은 30대, 심지어 40대도 어린 아이 같은 그런 분들도 많이 있잖아요. 얼굴도 실제로 젊어 보이고. 그래서 그런 게 다른 것 같더라고요.
최철남 : 북한에서는 보통 남자도 그렇고 여자도 그렇고. 서른한 살 넘어서 시집, 장가 못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게 있었어요. 저희 동네에서는요. 50살 이때부터는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를 들으니까 늙었다 보는 거죠.
내레이션 : 남한에서는 6, 70년대에 25살을 넘긴 여자를 노처녀라 불렀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로 젊음을 표현해 달라했더니 남과 북의 차이가 느껴지네요. 2000년 이후로 남한에서는 ‘99살까지 88하게 살자’라는 표현이 있었고, 지금은 ‘나이에서 0.7을 곱한 숫자가 자신의 나이라 생각하며 살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70살이라면 49살처럼 생활하라는 뜻이지요. 남한에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고 한답니다.
진행자 : 청춘의 특권, 젊음을 첫 번째로 꼽았다면 두 번째는 배움을 언급했어요. 북한에서도 의무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데 배움을 청춘의 특권으로 언급한 이유가 있나요?
최철남 : 다 의무교육이고 무상교육이기는 하지만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고 수재가 아닌 이상 일반 가정에서는 배울 수가 없어요. 또 대학가는 것도 집안이 좋아야 돼요. 대학 가는 것도 간부 자식이 많이 가는 것이에요. 북한은 이런 식이다 보니까 배움의 기회가 적죠. 근데 남한은 젊으면 배움의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보통 중년 이상의 분들은 가족도 있고, 자기 직업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배움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에서의 중년은 4, 50대가 되겠는데요. 이 나이는 책임자 급에 위치해 있어요.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겠죠? 배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춘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지도 몰라요. 배움에 있어서 놀란 점이 있다면요?
최철남 : 요즘 보면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시위도 하고 이렇게 하던데요. 그걸 볼 때 마다 자유롭고 좋은 나라다, 그래도 장학금 제도도 있고 대출제도도 있고요.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고 기회도 많고 훨씬.
진행자: 그렇지요.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는 제도, 대출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배움의 기회가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주영 : 남한에서는 기회가 무궁무진한데 그게 오히려 족쇄 같은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남한에서는 모든 사람이 대학을 갈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경쟁이 너무 치열하잖아요. 심지어 초등학생 때부터 대입을 준비하면서 쉴 새 없이 배우잖아요. 학교를 가서 끝나면 학원을 가고 과외를 받고 밤새서 공부하고. 그래서 대학을 가면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계속 공부하고 끝나면 영어 점수를 받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끝없이 배워야 되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아닌가, 남한에서는. 그래서 양면적인 그런 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나레이션 : 철남 씨는 등록금 때문에 시위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표현했는데요. 남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집회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7, 80년대 청년들은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쳤다면, 근래에는 등록금을 낮춰 달라는 시위를 펼치고 있답니다. 주영 씨는 다양한 배움의 기회 때문에 더 힘들어진 부분이 있다고 표현했는데요. 실제로 남한 청년들은 취업을 하기 위해 높은 성적, 좋은 영어 점수 등 다양한 것을 준비해야만 합니다. 그래서인지 ‘배움’을 특권이자 족쇄로 표현을 하네요.
진행자 : 다음으로 실패, 이상, 기회. 이런 단어들을 꼽아주었어요. 실패라고 언급해준 이유는 뭐죠?
이주영 : 인생을 살다보면 실패를 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실패를 하면 다시 일어서는 데 한계가 큰데 젊을 때는 실패를 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넓은 것 같아요. 나이 많은 것에 비하면. 그래서 저는 ‘실패’를 꼽았습니다.
진행자 : 요즘 기성세대들, 그러니까 어른들이 남한 청년들을 보고 많이 걱정을 해요. 실패를 두려워하고 쉽게, 쉽게 가려고 한다고요. 그들의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주영 : 맞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특권이지만 잘 누리지 못하는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은 사실 그렇게 키우신 기성세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10등 했다고 혼나잖아요. 심지어 어떤 아이는 1등해도 혼나요. 전교 1등이 아니라고.
최철남 : 남한은 어항 속의 고기처럼 기르는 것 같아요. 어디 가서 조금만 다쳐도 난리 나고 조금이라도 부모가 하라는 대로 안하면 꾸짖고. 솔직히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어릴 때 고생도 해보고. 애들은 싸울 수도 있잖아요. 조금이라도 싸우면 경찰 부르고 이러니까 뭐든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대개 꺼려하는 것 같아요.
이주영 : 좀 과보호하는 것도 있고요. 제가 볼 때는 북한에서 온 친구들의 삶의 경험을 들었을 때 너무 놀랐어요. 장사를 하고 농사를 짓고 총알을 피해서 달아나고 경찰한테 끌려가서 죽도록 맞고 별의별 경험을 다 해봐요. 그런데 남한 친구들은 그냥 공부만 하거든요. 대학에 가기 전까지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도 취직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해요. 취직을 해도 승진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합니다. 끊임없이 공부를 하면서 좀 내향적이 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도 있고. 거친 세상을 부딪치기보다는 책을 보면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런 성향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당연히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청춘은 사람과 사회, 그리고 인생을 배워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은 시도와 실수를 해보라고 권하지요. 시도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청춘이니까 또 다시 시도하면 되니까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 말도 있잖아요. 이제 두 분이 겪은 실패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철남 : 탈북 할 때도 엄청난 실패를 했고. 남한에 와서 겪은 경험 중에는, 남한에 19살에 왔는데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수학 하나 빼고 다 생소하더라고요. 몰래 운적도 있었어요. 힘들어서.
진행자 : 우리 남한 청년들이 가장 많이 겪는 실패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주영 : 제가 볼 때는 대학입시. 대입에서의 실패를 친구들이 가장 아파하고 많이 실패로 꼽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난 아직 청춘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꿈꿉니다, 하는 것 있을까요?
최철남 :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유학 한 번 가보고 싶다, 지금 그게 돼서 내년 초에 떠날 계획이 있거든요.
진행자 : 어디로 떠나세요?
최철남 : 영국 쪽으로 갈 것 같아요.
진행자, 이주영 : 축하합니다. (박수)
진행자 : 남한으로 잘 오셨어요. 이런 기회도 얻으시고.
나레이션 : 오늘은 철남 씨와 주영 씨의 청춘의 특권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탈북에 성공하며 청춘의 특권을 맛보았다는 철남 씨. 끊임없이 공부하며 ‘배움’을 실컷 누리고 있다는 주영 씨. 이들이 말한 ‘젊음’, ‘배움’, ‘실패’ 모두 청춘의 특권이 맞습니다. 도전을 했기에 실패를 맛봤고, 그 실패를 통해 이제는 세계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는 철남 씨의 청춘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배움’을 통해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는 주영 씨. ‘젊음’이라는 특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 큰 시행착오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함께 하는 청취자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특권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청춘만세를 듣고 있는 청춘 모두를 응원하면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