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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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왕이 되겠다고 새들이 싸워서 숲은 무척 시끄럽습니다. 그러자 산신령이 가장 아름다운 새를 왕으로 삼겠다고 말하죠. 왕이 되고 싶은 새들은 모두 몸치장을 하느라 바빴어요. 까마귀만이 한숨을 쉬었지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새들은 서로 자신이 최고로 아름답다고 자랑을 했어요. 그런데 산신령의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새가 나타났어요. 아름다운 새의 몸에 자신의 깃털이 보이자 여러 새들은 서로 자기의 깃털을 뽑아 갔어요. 그러고 보니 까마귀였어요. 숲속의 새들은 왕을 다시 뽑겠다고 또 시끄러웠답니다.

'새들의 왕 뽑기' 라는 이솝 우화입니다. 만약 까마귀가 다른 새들의 깃털을 탐내지 않고 자신만의 장점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니면...산신령이 깃털이 아름다운 새를 왕이 되는 조건으로 걸지 않고 다른 조건을 걸었다면요?

이름도, 모습도, 강점도 다 다르지만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야말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하나 되는 여기는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최철남, 이주영 씨와 함께 '스트레스'에 대한 얘기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오늘 주영 씨와 철남 씨가 나오셨습니다. 오늘은 질문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남쪽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외래어가 뭔지 아세요?

최철남 : 스트레스 아닙니까?

진행자 : 맞습니다. 스트레스가 가장 많이 사용된 답니다.

남쪽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 가운데 1위를 차지한다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참 우리말로 바꾸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압박감... 정도로 바꿔 쓸 수 있겠는데요. 이렇게들 입에 달고 살아가지만 무슨 뜻인지 설명하라면 쉽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란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말하는데요. 스트레스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곳은 의외로 물리학, 공학 분야인데요. '팽팽히 죄다'라는 뜻으로 사용됐습니다.

진행자 : 생각해보면 우리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사는 것 같아요. 두 분은 어떠세요? 스트레스 많이 받는 편이세요?

이주영 : 저 같은 경우는 대학원생인데 공부할 때도 공부할 분량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고 돈이 없을 때도 스트레스고요.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때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진짜 많은 것 같아요.

진행자 : 철남 씨도 스트레스 많이 받으세요?

최철남 : 네. 저도 스트레스 많이 받죠. 일상생활에서... 지하철에서도 덥거나, 타러갔는데 떠나버리거나 하면 스트레스 받고 회사에서 일이 잘 안 풀리면 엄청 스트레스 받고 위에 상사들이 뭐라 하면 스트레스 받습니다.

진행자 : 저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저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결혼입니다. 오나가나 "결혼 안 하냐".... 이런 질문은 삼가주세요.(웃음)

누구든 일생을 사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진행자 :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욕심이 많다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진행자 : 북한과 비교해 보면 남쪽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으세요?

최철남 : 그렇습니다. 북한 같은 경우는 오늘 먹을 것만 있으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거든요. 그런데 남한은 먹을 것에 대한 문제가 해결됐잖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큰 것을 바랍니다. 더 좋은 집이 있었으면 좋겠고 더 좋은 차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남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많다는 얘기를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해요?

이주영 : 제가 미국이랑 캐나다에 갔었는데 그 때보면 미국이나 캐나다도 먹을 것은 걱정이 없이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상황이잖아요. 그 쪽보다는 아무래도 남쪽 사람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은데요. 한국인들의 특성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입신양명을 중시하고 경쟁심이 강합니다. 그리고 기분도 좋다, 싫다, 화난다... 분명하죠. 외모 같은 경우도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웬만하면 예쁘다고 해주는데 우리나라는 예쁜 사람이라고 하면 정해져 있잖아요. 얼굴은 작아야하고 달걀형 이어야하고 눈은 커야하고 코는 높아야하고 몸은 말라야하고... 그런 것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 기준과 다르면 자신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남자들도 직업이나 학력이나 모든 것이 비교의 대상이 되잖아요.

그렇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꼭 나쁜 것이냐.. 물론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심장병, 위궤양, 고혈압 같은 신체적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고 불면증, 신경증,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부적응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는 개인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삶의 요소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답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생활의 윤활유로 작용해 자신감을 심어 주고 일의 생산성과 창발성을 높여 주기도 한다는 것이죠. 어쩌면 남한이 지금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데는 이런 스트레스의 역할도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보다 적절히 잘 풀어주며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진행자 : 쌓이는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풀어주는 것이 중요한데요. 두 분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세요?

이주영 :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스스로 마음에 수련을 하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마다 세상의 가치관이 아닌 하나님이 나를 존귀하다 하셨기 때문에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위로를 받고 합니다.

진행자 : 그런데 대부분의 여자 분들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더라고요.

이주영 : 저는 먹을수록 스트레스를 더 받아요.(웃음)

최철남 : 저는 잠을 잡니다. 자고나면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거죠.

주영 씨는 정신을 단련시킴으로써 철남 씨는 휴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군요. 그에 비해 저는 조금 극단적인 방법을 씁니다.

진행자 : 저는 일단 아무 버스나 타고 종점까지 갑니다. 그리고 종점에서 내려서 하염없이 걷다보면 나중에는 빨리 길을 찾아야겠다... 집에 가서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저는 그런 방법을 쓰는데요. 제가 최근에 예전에 방영했던 드라마를 다시 봤는데요. 그 드라마에 이런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한 여자가 실연을 당한 거예요. 그래서 친구에게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지를 물어봤더니 눈썹을 밀라고 조언해줬어요. 눈썹이 너무 신경 쓰여서 다른 고민거리나 스트레스 따위는 떠올릴 틈도 없다는 거죠.

최철남, 이주영 : 아... (웃음)

이주영 : 저는 그걸 보면서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요.

진행자 : 그러니까요. 더 큰 스트레스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거죠. 저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갔어요.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대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우리 주문을 한 번 만들어볼까요? 저는 제 또래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친구들을 보면 자꾸 뒤처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 너 가!' (웃음)

이주영 : 나를 괴롭히는 이 세상의 가치관아 사라져라. 뿅! (웃음)

최철남 : 저는 속으로 러시아어로 짤막하게 주문처럼 외웁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라는 뜻입니다.

진행자 : 여러분의 스트레스가 떠나갔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철남, 이주영 : 감사합니다.

전 세계 15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행복지수 1위로 꼽힌 나라는 코스타리카입니다. 행복 국가 순위 상위 10권 안에는 부유한 국가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보면 스트레스가 없는 행복한 상태가 꼭 경제력과 연관된 건 아닌 것 같은데요. 행복은 재산이 많은 사람도, 권력을 가진 사람도, 학식이 높은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넉넉한 가슴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며 이웃과 함께 사는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합니다. 너무 많이 움켜쥐려고 하면 더 좋은 행복이 찾아들 틈이 없는 거죠.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라고 불평하기 보다는 가진 것으로 인해 감사해 보는 건 어떨까요? 행복은 나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니까요.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까집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