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3) 한국어 배우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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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예은입니다. 남한의 청춘들처럼 호기심 많은 평범한 학생이고요. 남북통일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들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빌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입니다.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한국으로 온 이유는 한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자 왔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어학연수, 그러니까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현지로 가서 그 나라의 말과 생활을 직접 배우는 것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남한 교육부의 발표를 보면 지난 4월 현재 남한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9만 천여 명으로, 1년 전보다 6천여 명 늘었습니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남한 학생들도 많지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남한에 오는 외국인도 많다는 얘긴데요.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청춘들은 아무래도 외국인 유학생들을 더 가깝게 만나게 되겠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북한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외국인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청춘만세> 오늘은 이 얘기 좀 해볼까요?

진행자 : 북한에 어학원이나 유학원이 있나요? 서울 같은 경우는 길거리 지나다니면 수두룩하게 보이잖아요.

강남 : 개인이 운영하는 어학원은 없고요. 평양은 김일성종합대학이나 외국어 대학 같은 특정 대학에는 어학당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생각보다 평양에 많이 들어와서 공부를 한다고 들었어요. 중국 사람이나 일본 재외동포들이 많이 들어와서 공부하거든요.

예은 : 러시아도 예전에 북한과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러시아 학생은 북한으로 유학을 갈 수 있더라고요. 제가 다녔던 러시아 학교에도 한국어학과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신기하게도 남한에서 온 선생님도 계시고, 북한에서 온 선생님도 계셨어요. 그래서 제가 책을 봤는데, 도저히 한국어가 아닌 거예요. 북한식인 거죠.

진행자 : 러시아나 중국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북한에 간다고 했지만 남한에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정말 많이 들어와 있거든요. 그리고 세종학당이라고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관을 만든 게 전 세계 54개국 140개 지역이에요. 이게 공식적인 거고, 대학에서 개별적으로, 종교단체에서 개별적으로 한 것까지 하면 더 많겠죠.

예은 : 국내에는 외국인 유학생이 8만4천 명 정도 있고요. 연세대 어학당에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경희대인데, 경희대 어학당에는 3천3백 명 정도 있대요.

진행자 : 예전에 알렉스가 말하기를 고려대 어학당에 2천 명 정도 있다고 했잖아요.

강남 : 고려대 어학당에는 1급부터 6급부터 있는데, 한 개 급수에 10개에서 15개 반이 있대요. 한 개 반이 15명 내지 20명 정도. 중국인이 많고, 사우디아라비아 친구들이 의외로 많대요.

진행자 : 지금 남한은 외국인을 유치하는 단계라서 사실 남한 사람이 해외에 나가서 공부하려면 돈을 굉장히 많이 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남한으로 들어올 때는 장학제도가 잘 돼 있어서 잘만 하면 예은 씨가 러시아에서 했던 것처럼 학비는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죠. 예전에는 아시아권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많이 왔다면 요즘은 빌 군처럼 우리와 다른 피부색, 다른 머리칼 색을 가진 유럽이나 미국, 남미 친구들도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체감하나요? 다들 학교를 다니니까.

예은 : 저희 학교에도 정말 많아요. 특히 예전에는 동양권 친구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러시아, 미국, 유럽 각지에서도 오니까 그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있고, 학교 자체가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그리고 남한 친구들이 외국인 친구들을 도와주도록 한국어 도우미 프로그램을 해서 연결해 주기도 해요.

빌 : 미국 사람들도 예전에는 학자나 전문가가 한국어 배울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번역자와 함께 연구했어요. 한국어 몰라도 한국 전문가 됐어요. 그런데 요즘은 한국어 중심으로 한국 문학이나 그런 것에 집중하고 박사까지 한다면 무조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예를 들면 한반도 남북관계 전문가라도 예전에는 한국어를 몰라도 됐지만 이제는 한국어를 알아야 한다는 거죠?

예은 : 그리고 이제는 다른 나라로 유학 갈 필요도 없고, 미국에 있는 유명 대학들의 분교가 인천 쪽에 세워졌다는 소문도 들었어요.

진행자 : 송도국제도시도 있고, 서울 내에서도 외국 대학의 단과대들이 들어와 있어요.

북한으로도 어학연수를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해요. 최근 영국에서 나온 기사를 보니까 영국의 어떤 학생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4개월 정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웠대요. 전 유럽연합 의원 아들이어서 어려서부터 '너 북한으로 보낸다'는 소리를 듣다 정말 가봤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기가 본 어떤 사람들보다 북한 사람들이 청교도적이다? 뭐라고 할까요, 보수적이라는 말이겠죠. 그리고 어디를 가든 감시를 당했고, 북한의 주체사상이 미국의 제국주의보다 얼마나 우월한지 항상 오랜 시간 토론을 했대요. 그리고 외부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자유는 엄마와 통화하는 것, 인터넷도 안 되니까. 그런 얘기를 하면서 정말 자기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으로 어학연수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대요. 그 이유가 사람들이 많이 와야 북한이 어떤 나란지, 그리고 개방되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도울 수 있다고, 직접 경험해야 북한 개방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거죠.

강남 : 그 사람 말에 공감하는 게 북한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의 행동 모든 것이 자본주의를 배우는 것이라서 엄청난 충격이고 문화차이일 수밖에 없어요. 제가 평양에서 외국인들 옷차림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게 무척 자유롭게 입은 거예요.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듯, 그래서 저도 '나도 저렇게 입고 싶다, 나는 왜 못 입지?'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어요. 이런 사람들이 많이 북한에 들어가면 갈수록 그 사람의 사생활이 모두 비교되고, 통일을 앞당기는 길도 되지 않을까.

진행자 : 이 친구가 그래도 자기는 다른 사람보다 편하게 다닌 편이라고 길거리에서 롤러스케이트도 탔다고 하는데, 이런 모습들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거겠죠.

빌 : 저는 고려대 다녔는데, 순수하게 공부하려는 학생들도 있지만, K-POP, 한류 때문에 한국에 오는 거예요. 고려대 학생 중에 유명한 한류 스타가 있었어요. 그래서 여자들이 그 스타 보려고 오지 않나 생각도 했어요(웃음).

진행자 : 한류에 영향을 끼치는 드라마나 영화, 노래, 음식, 화장품을 남한 정부에서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세계에 분포된 세종학당도 마찬가지고 남한 내 어학당에서도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가르치잖아요. 그런데 예은 씨도 말했지만 북한에서 온 선생님이 제시한 교과서에서는 남한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이 있는 것처럼 한국의 문화라는 게 어떻게 보면 반쪽짜리 문화, 남한 문화, 남한 음식만 전하고 있는 셈이죠.

예은 : 서양 사람들은 남북한 개념이 확실하지 않으면 남한 문화를 좋아하다 잘못해서 북한으로 갈 수도 있겠어요(웃음).

진행자 : 그렇기도 하고, 왜 이렇게 남북한 문화가 다르냐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 차원에서 퀴즈를 한 번 내볼까요? 남북 문화가 많이 다를 것이다 말했는데, 북한에서 흔히 쓰는 일상적인 말들 얘기해 볼래요? 우리가 한 번 맞춰볼게요. 예를 들면 '얼음 보숭이'라는 말이 한참 인기였죠, 남한에서.

예은 : 네, 아이스크림.

강남 : 감자 반찬을 맛내기를 넣어서 맛있게 먹었다.

예은 : 네? 맛있게.

진행자 : 맛소금?

예은 : 아, 다시다.

강남 : 얘 이상해, 북한 사람 같아(웃음).

예은 : 저는 그거 신기했어요. '가르쳐줘'를 북한에서는 '배워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하나 물어볼게요. 열공!

강남 : '열심히 공부하다'의 줄임말이잖아.

빌 : 지못미.

예은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웃음). 그럼 버카충. 이건 '버스카드 충전'이래요(웃음).

진행자 : 남한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문자를 하니까 말을 줄여 쓰죠. 남자친구를 남친, 여자친구를 여친, 이런 식으로 말을 너무 줄여 써서 못 알아듣는 게 많을 정도예요.

빌 군 같은 경우 남한에서 5년 동안 있었으니까 '헷갈리다, 헛갈리다' 어느 게 맞을까요?

빌 : 헷갈리다?

진행자 : 둘 다 맞습니다.

예은 : 저도 몰랐어요.

진행자 : 남한과 북한의 문화가 많이 틀리죠?

예은 : 네, 앗 다르죠! 틀린 것은 정답이 아니라는 뜻이고 다르다는 그냥 '형태나 모양이 다르다'처럼 각자 고유의 것은 인정해 주는 거죠. 헛갈리네요(웃음).

진행자 : 그러면 북한에서 와서 남한에 정착한 강남 군 같은 경우... 미국에서 잊어버린 물건은 없어요?

강남 : 잃어버린 물건이라고 해야 하지 않아요? '잊어버리다'는 '까먹었다', '잃어버리다'는 '물건을 잃어버리다'.

진행자 : 네, 이걸 남한 사람들도 굉장히 잘 틀리는 말이거든요. 텔레비전에서도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의외로 세 사람은 어학연수를 했던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잘 알고 있네요(웃음).

강남 : 저 분주소 군숙하다.

예은 : 네? 외국어인줄 알았어요.

빌 : 주소에 대한 얘기 아닌가요? 청소해라?

예은 : 저 화분에 물 줘라?

강남 : 재밌네요(웃음). 경찰서 보고 분주소라고 해요.

예은 : 그런데 평소에는 오빠가 그런 말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강남 : 말해도 모르니까 피해서 말하죠.

진행자 : 그럼 일상적인 단어를 얘기하고, 그걸 우리가 못 맞추면 빌 군에게만 남한 말로 알려주세요.

강남 : 군숙하다!

예은 : 폭파시키다! 스피드 퀴즈 하는 것 같아요.

빌 : loud.

진행자, 예은 : 소리 지르다?

빌 : 좀 차이가 있어요. Loud and annoying...

진행자 : 시끄럽다?

강남 : 네, 복잡하다. 조용히 해라. 다음은... 모서리 먹다!

예은 : 끼다, 각이 지다.

빌 : 망설이다?

진행자 : 영어로 들어볼까요?

빌 : It's person who is lonely, but ostracized from the group.

예은 : 아, 왕따 당하다!

내레이션 : 북한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을 영어로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남한 청년이 전혀 알아듣질 못하네요. 이러다 남북한이 서로 말을 할 때도 통역이 필요해지는 게 아닐까요? 시간이 더 흐르면 한민족인 남북도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각각 북한으로, 남한으로 어학연수를 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청춘만세> 어학연수에 관한 얘기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