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북한에서는 단고기라고 하죠? <청춘 만세> 지난 시간부터 개고기를 먹는 문화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지난 여름내, 특히 삼복 기간에 개고기를 보양식으로 먹는 것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거웠거든요.
서울 곳곳에 개식용을 반대한다는 문구가 내걸리고, 개고기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길거리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개고기는 한반도의 식문화 가운데 하나고 먹느냐 안 먹느냐는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는 거죠.
단고기 문화가 일반적인 북한에서는 이런 현상 자체가 낯설 텐데요.
남한에서는 개를 키우는 문화가 예전과 많이 달라져서 개고기를 먹는 모습도 쉽게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개를 키우는 모습, 개고기를 먹는 문화에 대해 청년들과 좀 더 얘기를 나눠보죠.
진행자 : 클레이튼의 경우 미국에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얘기가 나올 거예요. '한국에서는 개고기를 먹는다며?' 뭐라고 대꾸해요?
클레이튼 : 가끔씩 놀려요. 너 개고기 먹었냐? 모른 채 먹은 거 아니냐(웃음)? 그런데 이런 얘기 나오면 예전에 한국이 살기 어려워서 개를 먹었는데 이제 사회가 바뀌고 있으니까 40~50년 뒤에는 사라질 것 같다고 말해요. 세대차이가 큰 것 같아요. 50~60대 이상은 개고기 먹지만 또래 친구들은 거의 안 먹어요.
진행자 : 그렇죠, 개고기 문화가 보편적이라면 남한에서는 햄버거 많이 먹잖아요. 햄버거 안에 보통 소고기, 닭고기, 새우 다 들어가는데 개고기는 안 들어가잖아요. 그만큼 보편적이지는 않다는 얘기죠. 사실 광성 군은 어렸을 때부터 개고기가 일반적인 문화권에서 살았으니까 이해하지만 예은 씨가 개고기를 먹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거든요. 친구들도 개고기를 먹어요?
예은 : 친구들은 대부분 안 먹어요.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서. '개고기 먹느냐'는 질문에 '먹는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먹느냐'고 저를 이상하게 바라봐요. 먹지 말라고. 개고기가 아무래도 유통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보니까 개고기를 연하게 하려면 때려서 죽여야 한대요. 소문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학대해서 죽이는 과정이 잔인하고, 그래서 더 반대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개를 먹는 것 자체에 대해서 거부감은 없어요. 그렇다고 굳이 찾아먹지도 않아요. 왜냐면 먹을 게 얼마나 많아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진행자 : 20대만 해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초등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아예 개고기라는 단어를 모를 것 같아요. 클레이튼 말처럼 개고기를 먹는 문화 자체가 30년쯤 흐르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
남한에서 반려동물, 애완견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 명이라고 해요. 인구의 1/5이 키우는 거죠. 그렇게 문화가 바뀐 거잖아요. 과거에 마당에서 가축처럼 키웠다면 이제는 친구처럼 키우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는데 '개고기를 아직도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은 들어요.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될 무렵 '남한은 개고기를 먹는 야만국이다'라고 많이 얘기됐거든요. 그래서 당시 서울 4대문 안에는 보신탕, 개고기 집을 금지했어요. 지금은 개고기 파는 집 자체를 보기 힘들던데요?
클레이튼 : 예전 회사가 경기도 파주에 있었는데 거기는 좀 있었어요. 그런데 서울에서는 못 봤어요.
예은 : 시장 안에는 있어요. 개고기 파는 시장이 따로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개고기 먹는 사람들은 입소문으로 알더라고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상점에 가보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파는 진열대가 따로 있잖아요. 돈을 내면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개고기는 그렇게 살 수 있는 통로는 없어요.
예은 : 남한에서 개고기 판매는 금지돼 있어서 불법적으로 유통된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관련 규정이 없어요. 그러니까 합법도 불법도 아닌 거죠. 정식적인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는 거예요.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하잖아요. 광성 : 네, 도시마다 단고기집이 여럿 있어요. 국가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것도 있고.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많이 비싸지 않아서 종종 외식을 하곤 했어요. 북한에서는 단고기가 흔한 음식이라서 최근에 평양에서 단고기 요리경연대회도 열리더라고요. 세계적으로 개고기 식용에 대해 비난하는데 개고기를 홍보한 셈이죠.
진행자 : 남한에서 단고기 대회가 열렸으면 난리가 났을 거예요.
예은 : 그렇죠, 게다가 평창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또 야만국가라는 얘기가 나올 거예요. 법적으로 식용을 금지해야 하느냐 여부에 대해 말도 많잖아요. 그런데 개는 동물이고, 멸종위기여서 보호해야 하는 동물도 아니잖아요. 개고기를 먹는다는 그 이유만으로 야만국가라고 하는 건 논리에 어긋나지 않나. 사실 세계적으로 특이한 음식을 많이 먹잖아요. 그런데 유독 개고기만 이렇게 비난을 하더라고요.
진행자 : 개를 친구처럼 생각하니까. 그런데 북한에서는 지금 저희 얘기를 들으면서도 이해 못 하실 거예요. 게다가 과거 우리가 마당에서 키우던 개들은 진돗개, 삽살개, 이른바 똥개 등이 있지만 지금 남한에서 애완견으로 키우는 개들은 다들 아파트에서 키우니까 작은 개잖아요. 미국을 비롯해 서양에서는 크기가 큰 개를 키우더라고요.
클레이튼 : 남한에 처음 왔을 때 좀 이상했어요. 너무 작으니까 개가 아니라 고양이 같고..
진행자 : 남한에서는 인형처럼 작은 개를 많이 키우니까 그 개를 먹는 건 아니고 식용으로 따로 키우는 거죠. 북한에서 생각하는 개와 남한에서 애완견으로 키우는 개도 많이 다를 거예요.
광성 : 다르죠. 지금 평양에서는 애완견을 키우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저는 그 얘기도 신기했어요. 그 외 지방에서는 집 안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건 생각을 못할 거예요. 개는 마당에서 키우는 것이지 집 안에 두는 건 이해가 안 될 겁니다. 저는 지금도 '왜 개를 집에서 키울까' 생각되거든요.
예은 : 저희 아버지 세대, 보수적인 분들은 개를 집 안에 들이는 걸 싫어하세요. 개는 사람과 다르다, 식탁에 올려놓거나 침대에 올라오는 건 안 되는 거예요.
광성 : 저희 아버지도 보수적이셔서 동생이 개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 절대로 안 된다고 하세요.
진행자 : 저희 집에는 조카가 한 명 강아지를 키우는데 강아지 집, 강아지 침대, 강아지 화장실이 있고 그럼에도 강아지랑 같이 잠을 자기도 하더라고요. 저도 약간 거부감이 드는데, 이게 문화차이인 거죠. 윗세대와 지금 세대가 개를 대하는 게 완전히 달라진 거예요. 클레이튼을 비롯한 서양인들은 남한의 지금 세대처럼 개를 대해 왔던 것이고.
클레이튼 : 네, 어렸을 때 개 한 마리는 몇 년간 저희 집 안에 안 들이고 밖에서 키웠는데 친구가 집밖에 둔다고 너무 냉정하다고 했어요. 미국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해요. 애완동물 키우면 당연히 집 안에서 키운다고.
진행자 : 그런 문화 차이도 있을 것 같아요. 클레이튼 집을 비롯해 미국이나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는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가잖아요. 하지만 남북한에서는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가니까.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개도 밖에 있다 그대로 집에 들어가면 되지만 남북한에서는 밖에 있던 개가 그대로 집에 들어가면 안 되죠.
예은 : 그리고 보통 애완견을 키우면 사료를 주잖아요. 사람들이 먹는 걸 주면 안 좋대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먹던 걸 섞어서 주곤 했거든요. 이런 게 다 바뀐 것 같아요.
진행자 : 한 30년 사이에 개를 키우는 문화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봤을 때는 개한테 돈을 저렇게 많이 들이나... 생각하실 거예요.
클레이튼 :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친구나 가족보다 개나 고양이를 더 신경 쓰는 것 같아요.
광성 : 남한에서 좀 더 심하지 않나. 개를 대하면서 사람이 엄마, 언니 등의 호칭을 쓰잖아요.
진행자 : 개를 위한 병원도 있고, 개와 같이 가는 찻집도 있고, 개들이 가는 미용실도 있고, 개들이 죽으면 장례식도 치러주고.
예은 : 개 팔자가 상팔자예요. 부잣집 개를 보면 쟤가 나보다 낫구나 싶기도 한데 그만큼 남한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안정이 되고 여유가 생겨서 개에게도 투자를 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사실 옛날 같으면 자기 배가 고픈데 개한테 줄 게 어디 있겠어요.
광성 : 북한에서도 집에서 키우는 개들을 예뻐하는데 식량난이 오면서 인식이 더 많이 바뀌었어요. 남한 영화 중에 북한을 소재로 한 게 있어요. 집에서 키우던 개를 잡아서 먹는데 어린 친구가 밖에 나갔다 와서 개가 없어진 걸 보고 많이 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 정도로 어린이들은 집에서 키우는 개를 예뻐하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는 나조차 먹을 게 없으니까. 먹고 남아야 짐승한테도 주는 거잖아요.
남북한의 개를 키우는 모습, 개고기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많이 다르죠? 광성 씨나 예은 씨 말처럼 남한에서는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윤택해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동물을 대하는 모습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어쨌든 남한에는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남아 있고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은 앞으로도 뜨거울 텐데요. 청취자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청년들의 의견은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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