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예은입니다. 남한의 청춘들처럼 호기심 많은 평범한 학생이고요. 남북통일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들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빌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입니다.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한국으로 온 이유는 한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자 왔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남북 이산가족 상봉 관련 뉴스
앵커 : 다음 달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준비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오늘 판문점에서 2차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250명의 명단이 담긴 생사확인 의뢰서를 북측 200명의 명단과 주고받았습니다. 남과 북은 해당 가족의 생사를 확인한 뒤 결과를 담은 회보서를 다음 달(10월) 5일 주고받습니다. 이어 대상자들의 상봉 의사와 건강상태 등을 최종 점검한 뒤 각각 100명씩의 최종 명단을 8일 교환합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다음 달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뤄집니다.
내레이션 : 전해드린 뉴스처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19차례의 대면 상봉 행사를 통해 모두 만8천여 명이 가족을 만났지만, 전체 상봉 대기자 12만9천여 명의 14.5%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특히 분단된 지 70년이 지나면서 이산가족 중 고령자가 많아져 이 가운데 절반은 이미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스무 번째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둔 지금, 남한에 있는 청춘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 군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리고 있어요. 추석을 계기로 10월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추진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러분은 이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합니다.
예은 : 최근에 사실 남한과 북한이 사이가 별로 안 좋았잖아요. 그래서 저희끼리 얘기로 전쟁 일어나는 게 아닌가 많이 걱정했는데, 극적으로 회담이 잘 성사돼서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행자 : 그런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은 들겠지만 피부에 와 닿지는 않을 것 같아요.
예은 : 네, 제 직계가족 중에는 이산가족이 없어요. 그래서 사실 크게 와 닿지는 않아요. 저희는 전쟁을 실제로 경험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대학생들이 이산가족 상봉에 크게 기뻐하거나 관심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대신 영화나 매체에 소개된 걸 보면서 '아, 저것이 옳은 일이고, 하루 빨리 남북한이 통일돼서 이산가족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어요.
빌 : 저는 남한으로 오기 전에는 이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남한에서 생활하면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알게 됐어요. 미국에 있는 재미교포 이산가족들이 10만 명 정도인데, 이분들이 만남을 추진하고, 기록영화도 만들고. 그런 영화를 통해서 많이 알게 됐어요. 6.25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되고 가족들이 못 만나는 상황은 굉장히 비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강남 씨는 또 다른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강남 : 그렇죠, 저 같은 경우는 가족이 북한에 있잖아요. 이산가족이라고 하면 처음 남한에 왔을 때는 남의 문제, 그러니까 6.25 때 남북이 갈라져서 생긴 가족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뭔가?' 나도 어떻게 보면 이산가족 중 한 명인데, 이산가족 관련 보도를 접할 때마다 그 사람들 짐 속에라도 들어가서 북한 사람들과 만나는 걸 숨어서라도 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더라고요.
진행자 : 영어에 이산가족이라는 말이 있어요?
빌 : Divided Families, Separated Families?
진행자 : 현지에서 잘 쓰는 단어인가요?
빌 : 미국에서는 그런 단어를 쓸 일이 없어요.
진행자 : 빌 군은 5년 동안 남한에 있잖아요. 가족과 떨어져 있는 건데,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는 어떻게 연락하나요?
빌 : 주로 스카이프라고 인터넷을 통해서 무료로 영상 통화하는 거예요. 아버지 얼굴을 볼 수 있고, 아버지도 저의 얼굴을 볼 수 있고. 그걸로 일주일에 한 번 얘기해요.
예은 : 빌 씨가 지금은 가족들과 이렇게 연락하고 있는데, 누군가 단절시키고 못 만나게 하면 어떨 것 같아요?
빌 : 무조건 다시 만나려고 평생 동안 노력할 겁니다. 지금 이산가족들처럼 다른 방법을 찾겠죠. 만약에 남한에 살고 있다면 미국으로 이민해서 미국 사람으로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고. 브로커를 통해 돈 주고 만나거나 편지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강남 : 그런데 솔직히 북한은 브로커를 통해서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돈이 많아도 사람은 못 만나거든요. 왜냐면 3.8선과 두만강 국경지대에 북한의 군부대 20%가 배치돼 있다고 들었어요. 국민을 지키는 것보다 국민이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 북한 군사력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이건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진행자 : 돈과 함께 목숨을 내놓고 하는 연락이겠죠.
강남 : 자유의 땅에서 사는 나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겠죠. 돈이 있고 상황이 되면 북한의 가족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선택이 제한적이에요. 얼굴 한 번 보려고 목숨을 내놔야 하는데.
또 북한은 남한의 이산가족과 다른 면이 있어요. 남한의 이산가족은 하루라도, 한 번이라고, 한 시간이라도 더 보는 것을 원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의 이산가족은 그렇게까지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예은 : 왜요?
강남 : 왜냐면 북한은 막아놓고 있잖아요, 밖을 못 보게. 북한이 세상에서 가장 잘 산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는데, 남한 사람들을 만나면 옷도 잘 입었을 테고, 아무래도 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잖아요. 솔직히 우리가 10분만 만나면 그 사람의 인격이나 그런 걸 웬만큼은 파악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자본주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두려워해서 막는 걸로 알고 있고요. 더해서 내가 북한에서 당원이고 보위부나 보안서, 그러니까 남한의 국정원이나 경찰 그런 직업을 가졌다면 만나는 것을 더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진행자 : 남한의 이산가족을 만났을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나요?
강남 : 네, 불이익을 당하죠. 제가 알기에는 당원이거나 보안원 직원이면 그 자리에서 조용히 해임시킨다고 들었고요. 왜냐면 남한에 가족이 있게 되면 계속 미련을 갖게 되고, 탈출을 시도할 수도 있고. 특히 주요직에 있는 간부면 그런 걸 할 수 있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 출당이나 현직에서 옷을 벗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이 북한에서는 그렇게 반가운 소식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예은 : 처음에는 이산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신청을 해야만 서로 찾을 수가 있잖아요. 그럼 신고를 하지 않겠네요?
강남 : 그런 것도 있어요. 친구가 최근에 탈북해서 만났는데, 이산가족 얘기를 좀 했더니 일단 그런 신청을 잘 하지 않고, 명단이 있기는 한데 명단 자체가 옛날에 만든 거라서 너무 허술하대요. 북한의 서류는 엉망이거든요. 그런 문제도 있고, 간부들처럼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안 하는 거죠. 간부 아닌 사람들은 내가 찍힌다는 걸 모르고 신고하는 거겠죠.
예은 : 그럼 사람들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강남 : 관심이 없어요.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면 남한에서는 '남북관계가 발전됐다' 이러잖아요. 북한 주민들은 50%가 언론을 접하지 못해요. 정전, 신문부족 등으로. 나머지 50%가 소식을 접한다고 쳐도 다 먹고살기 바빠서 관심이 없어요. 혹시 관심 있다면 '저 사람들 선물을 뭐 받을까?'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웃음). 너무 궁금했던 거라 남한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선물을 교환하더라고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가져오는 게 아니라 당에서 주는 거예요. 뱀술이다, 인삼이다.
예은 : 잘 사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까.
강남 : 그렇죠, 창피하잖아요. 아무 것도 안 주고 받기만 하면. 이산가족 상봉이 있기 전에는 못 사는 사람들은 무척 말랐을 거 아녜요. 그걸 관리하기 위해서 보름 전쯤 모두 평양으로 소집해서 잘 먹인대요. 그런데 갑자기 잘 먹어서 설사를 하기도 하고. 이렇게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게 북한의 이산가족이라서 그렇게 반갑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뤄지면 모든 매체에서 다루고 생방송으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북한에서는 그런 것도 없어요?
강남 : 생방송은 아니고 편집본이 나가는 것으로 아는데요, 신문에도 나가고. 저도 한 번 본 것 같아요. 그런데 역시나 북한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줘요. 이산가족 문제도 가족의 고통과 상봉의 기쁨보다는 김일성 장군님의 배려로 만나게 됐다! 남북한 외교적인 면에서 만나게 된 것은 일단 다 빼요. 제가 북한에서 봤던 것은 '아, 저 사람들 장군님의 은혜를 받아서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게 됐구나, 우리 장군님 최고!' 끝. 여기에서 끝이에요. 그 다음에 저 같은 사람들은 '선물을 뭐 받았을까?' 정도.
예은 : 남한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네요. 남한에서는 안타깝고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을 텐데 하루 빨리 다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텔레비전을 보거든요. 그리고 추석 시기에 맞춰서 한 것도 명절 때 가족들이 다 만나는데 못 만나고 있으니까 그런 취지도 있어서 확 와 닿거든요. 무척 마음이 아픈데, 북한 사람들은 다르네요.
강남 : 북한에서도 이런 이산가족 상봉이 있으면 잘됐다고 생각하죠. 그러면서 '빨리 남북이 하나가 돼야겠다, 통일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 뒤에는 남조선이 폭탄을 던져서 우리 군을 사살했고, 우리는 정당방위를 했다, 남조선에서 통일을 원하지 않고, 남조선은 앞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했지만 뒷면에서는 북조선을 공격한다고 말해요.
솔직히 이런 말을 하면서 저도 괴롭습니다. 저는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대한민국에서 사는 탈북자이고, 일반 대학생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방송을 하면서 북한을 나쁜 국가, 가난한 사람들 이렇게 말하게 돼요. 물론 청취자 여러분 입장에서는 자기 조국을 안 좋게 말하는 사람이 좋을 리 없겠죠. 그런데 제가 남한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물론 제 얘기가 100% 맞지는 않지만 그게 북한의 현실이고, 거짓말을 못하겠어요. 비교를 해도 북한이 가난한 건 사실이잖아요.
진행자 : 지금 남북한 소득이 20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죠.
강남 : 네, 내 태를 묻은 고향을 방송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가슴이 아파요. 하지만 저는 있는 그대로를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저 탈북자가 간첩이 돼서 남한에 가서 조국을 헐뜯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예은 : 이렇게 된 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요. 이런 현실이 있다는 게 가슴 아파요.
강남 : 기자님, 예은이, 빌 씨 모두 모르는 걸 제가 하나 알고 있는데요. 저는 북한에서 남한에 온 탈북자라는 신분으로 살고 있잖아요. 자유의 땅에서 태어났으니까 모르실 텐데, 여기에서 누리는 자유, 그 자유를 누리는 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큰 행복인지 정말 모르실 거예요.
제가 이번에 미국에 갔을 때 느낀 건데, 이 작은 한반도에서 생각보다 미국에 많이 나가 있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제가 잘나서, 특별해서 미국에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은 거예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고 있는 거죠. 그런데 북한은 외국조차 갈 수 없고, 간다 해도 특정 인원만 가고. 그래서 더 비교가 됐고, 가슴 아팠던 것 같아요.
예은 : 그리고 다른 나라가 아니라 같은 민족이잖아요. 전쟁이 없었고, 분단만 되지 않았으면 같이 살아갔을 텐데, 이 자유를 같이 누리면서.
내레이션 :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그래서 이산가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나라.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바라보는 남북의 시선마저 꽤 다르죠? 개인에게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가 혈육을 만나려는 의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인데요. 그런가하면 우리 청춘들은 이산가족 상봉에 정치적인 입장이 너무 개입돼 있다고 말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그리고 점점 무뎌져 가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청춘들은 어떤 대안들을 제시하는지 다음 시간에 계속 들어보시죠.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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