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에 김인선 입니다. 심장이 두근두근, 괜스레 얼굴이 화끈화끈해 지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 ‘성’ 과 관련한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이 시간 ‘성’ 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야한 동영상을 일컫는 ‘야동’, 비슷한 의미의 ‘음란영상물’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 오늘 주제는 ‘음란영상물’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씨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여러분. 잘 지내셨어요?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의 주제가 살짝 예민한 부분일수도 있어요. 오늘의 주제가 ‘음란 동영상’입니다. 북한말로는 ‘색깔 영화’ 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얘기를 나누어볼 텐데 강남 씨의 반응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정민 : 녹음하는 역사상 최고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일단, “음란동영상 하면 뭐예요?” 하고 마치 모르는 것처럼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이정민 : 서로 얼굴을 마주 볼 수 없는 것. 볼 때는 그것만 본데요. 왜냐면 서로 얼굴을 보기 부끄러우니까. 그래서 얼굴을 볼 수 없는 것. 저는 못 봤어요. 음란영상물 보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부부간에도 그런 것을 보는 것은 밑바닥에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있는지도 몰랐어요. 2002년도에 제가 중국에서 나왔는데요, 그때 처음 나와서 봤거든요. 근데 모자이크로 가린 상태로 나온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보는 순간 ‘이게 사람이야?’ 이런 것 있잖아요. 그리고 섹스에 대한 거부감, 이런 것까지 들고요. 동물이나 할 수 있는 것. 이렇게 받아들였어요.
김강남 : 북한에서 음란영상물이라는 것은 섹스를 하는 비디오거든요.
이정민 : 섹스라는 말이 없지요.
김강남 : 그런 말, 해요. 젊은 사람들은. 으하하하! (호탕한 웃음)
이정민 : 여기는 섹스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잖아요. 하나의 단어처럼 평상시 언어에도 넣어서 쓰는 것을 부끄러워 안하는데 북한은 진짜 골방에서 둘만 할 수 있는 말처럼 하고요. 그리고 망나니 끼가 있는 날라리들은 함부로 해도 되지만 일반인은 입에도 담을 수 없는 말이죠.
나레이션 :정민 씨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섹스’ 라는 단어가 입에도 담을 수 없다니요. 섹스는 남녀의 육체적 관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성’을 의미하기도 한답니다. ‘성’에 대한 금기가 남한보다 북한이 더 강한 것 같네요.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기에 알아야 하고 누려야 하고 때로는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섹스’가 아닐까요?
김강남 : 북한은 사생활이 없어요. 모든 사생활은 국가가 다 빼앗아 가기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이 없어요. 그런 사생활을 ‘쌍소리’라고 하는데요. 직장에 가게 되면 시집간 또는 장가간 남편, 아저씨들이랑 이런 음란 소리를 많이 나눠요. 저도 북한에서 음란영상물이라는 것을 한번은 본 적 있어요. 그런데 입에 키스하고 남자 손이 가슴에 비비는 정도, 그것을 봤는데 정말 얼굴이 뜨거워가지고 못 보겠더라고요. 북한은 그 영상이 왜 그 정도밖에 없냐면, 북한은 그 영상을 하나 봄으로써 총살을 당해야 해요. 총살은 과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교도소 들어가야 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런 무리한 짓을 안 하는 거죠. 물론 이것을 봐도 내 안전을 책임질 수 있다는 능력이 되게 된다면 보게 되겠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모험을 하지 않죠. 진짜 사차원의 사람이 보기는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한 번씩 들켜가지고 교도소 가는 것을 보기 때문에 대체로 안보죠. 영화에서, 짤막한 19금 영화. 남녀가 키스하는 이런 것을 보고 야동이라고 생각하고 음란행위라 생각해요.
이정민 : 북한의 공식적인 영화에는 껴안는 것 이상 안 나와요. 키스, 뽀뽀 그런 것 절대로 없거든요. 껴안는 영상 나오고 다음 영상이 나오는 식으로 하기 때문에.
나레이션 : 평소 다루기 힘들었던 내용이어서 일까요? 궁금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섣불리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성’ 이야기를 시작한지 5분도 채 안됐는데 의견이 다양합니다. 강남 씨가 표현했던 19금 영화는 19세 미만은 볼 수 없는 영화를 의미합니다. 괜스레 부끄러워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서로가 생각해 온 ‘성’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마구 쏟아내는데요, 쭉 들어보니까 북한에서 살아온 정민 씨와 강남 씨가 생각했던 ‘성’은 남한의 1960, 70년대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남한 생활을 시작했을 때에 ‘성’에 대한 가치관 때문에 혼란스러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성’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다고 정민 씨는 고백합니다.
이정민 : 제가 그 얘기를 정리해서 말씀 드리자면, 우리는 생육을 위해서만 섹스를 했다면 여기는 남녀 간의 사랑을 더 깊게 하기 위해서 섹스를 한다는 거죠. 그래서 더 사랑이 깊어지고 또한 여자는 여자로서 남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남자는 남자로서 여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요. 제가 이런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계기는 어느 책에 있는 글 때문이에요. 유럽에 있는 국가인데 ‘우리는 사랑을 한 후에 섹스를 한다.’고 받아들이잖아요. 그 교수는 ‘섹스를 함으로 인해서 사랑을 한다’는 거죠. 그런 것들을 알아 가는 것 또한 인도주의적으로 본다면 인권에 가까운 거거든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그것조차 모른다는 것이 안타까운 것 같고, 이런 면에서 ‘성’ 영상에 대해서 점점 바뀌게 됐죠.
김강남 : 제가 한국 와서 제일 충격 받았던 것이 뭐냐면, 북한에서는 친구들끼리 속옷을 입고 둘이 부둥켜안고 자고 업고도 다니고 안고도 다니고 이러는데 한국은 남자하고 남자가 좋아하는 게이, 동성애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에는 그런 게 없거든요.
이정민 : 그런 거 있어. 강남 씨는 어릴 때 나와서 잘 모르는데, 제가 경험을 한 거예요. 유치원 선생님이었는데 중성인 사람들이 있데요. 성기가 어려서는 여자의 성기였다가 속에 숨어 있던 남자의 성기가 발육을 하면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저희 동네에 있었던 일이었어요. 여자 같은 경우에도 레즈비언 같은 현상 있잖아요. 이런 것들도 가끔 있어요. 게이 이런 것들을 표면화 시키면 안 그러던 사람도 따라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북한은 모르니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할 짓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제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그런 게 보기가 드문 거죠.
진행자 : 레즈비언이나 게이라는 용어는 알까요?
이정민 : 잘 모를 겁니다.
김강남 : 잘 몰라요. 저도 여기 와서 알게 됐어요.
진행자 :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을 레즈비언이라고 하고, 남성끼리 서로 좋아하는 것을 게이라고 하죠. 그 용어에 대한 설명부터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나레이션 : ‘성’과 연관된 다양한 단어들이 나왔는데요, 여러분에게 낯선 게이나 레즈비언 같은 ‘동성애자’는 남한에서도 아직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고 지내는 사람도 있고, 한편에서는 본인들의 사랑 방식을 인정해달라며 공개적으로 밝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표현을 하면 남한의 ‘성’이 더 개방적이고 문란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는데요, 심사를 거쳐 표현 수위를 조절하는 등 남한의 ‘성’ 역시 아직은 보수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진행자: 자! 남한에서는 어떤가요? 음란영상물 하면 북쪽 사람들은 부정적인 관점이 많아요. 남한은 어떻죠?
김재동 : 호기심에서 시작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혈기왕성한 청소년기 때에요.
이정민 : 그럼 몇 살 때부터 동영상을 보나요?
김재동 : 아마 점차 연령이 내려가고 있을 겁니다. 사진은 중학교 2학년 이였고요, 동영상은 3학년으로 기억을 해요.
나레이션 : 남한에서는 ‘성’에 대한 표현이 점차 자유로워지고 있는 반면, 북한에서는 자유롭게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인지 토론이 진행될수록 정민 씨의 질문이 계속됩니다. 남한의 청년들은 호기심이 가장 왕성해 지는 시기, 대략 15살 정도가 되겠는데요. 이때쯤 ‘음란영상물’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다만, 인터넷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성에 관한 영상물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좀 더 이른 나이에 접하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그래서 남한에서는 건전한 ‘성’ 문화를 위해 어린 아이들부터 교육을 시키기도 하는데요.
이정민 : 저는 재동 씨한테 되게 궁금한데 청취자들도 마찬가지 일거예요. 남한의 학생들은 언제부터 성 교육을 받으며 남녀의 사랑은 언제부터 하며 정말로 성 교우를 하는 것은 몇 살 때 정도이며 첫 경험은 언제 하는지 궁금해요. 재동 씨는 부끄럽겠지만 청취자를 위해 어땠어요?
김재동 : 성 교육은 초, 중, 고 다 포함해서 5번 정도 받았던 것 같아요. 이후에 사진이라든지 불법 상품들 그런 것들을 보면서 느낀 건데 급변하고 있는 청춘들의 시선을 대변하지 못 하는 것 같고 너무 막연한 이론에서나 볼 법한 내용, 계속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진행자 : 그게 재동 씨 어린 시절의 성 교육이었다면, 지금 현재 남한의 성 교육 문화는 굉장히 직설적으로 표현을 한다고 알고 있어요. 연령에 맞는 성 교육이 지금은 진행되고 있지요.
김강남 : 진짜 바라는 바람인데 북한에는 그런 것이 절대로 없어요. 한국이 옳다고 생각하는 게 사람이라는 것은 하지 말라고 하면 호기심에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성 교육을 오픈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아~ 그러네.’ 이렇게 생각을 하겠는데 북한은 그것을 완전히 모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불법이랄까, 범죄랄까. 이런 게 더 심하고 그런 것 같아요. 결론을 보면, 성 행위가 북한은 엄청 낙후에요. 남한에서는 사랑을 너무 아름답게 보는 것 같아요. 이게 원래 사람 사는 세상인데 북한은 사랑을 다른 인간의 또 다른 눈길로 봐요.
이정민 : 유치한 행위로 보죠.
김강남 : 그러니까 사랑하고 성 관계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말인데, 북한은 사랑하고 성 행위를 따로 봐요. 성 행위는 정말 조용히, 그 누구도 모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이라는 개념 정의를 몰라요.
나레이션 : ‘사랑’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행동이라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과 ‘성’을 함께 이야기 나누게 되는 것이죠. 간혹 남한에서도 ‘사랑’과 ‘성’을 별개로 보는 경우가 있어서 ‘성범죄’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한에서는 좀 더 건전하고 건강한 ‘성’ 문화를 위해 어린이부터 ‘성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음란영상물’로 시작된 ‘성’ 이야기. 오늘은 남북의 ‘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고요. 다음 주에는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그에 따르는 문제점, 그리고 ‘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정민 씨가 북쪽에 있는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 많다고 하네요. 못 다한 두근두근 ‘성’ 이야기는 다음 주에도 계속됩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