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밝고 둥근 달을 보며 엄마가 아이에게 말합니다. "저기 저 달 속에 토끼 보여?"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되묻습니다. "토끼가 어디 있어? 안 보이는데..." 엄마는 다시 말합니다... "토끼가 열심히 떡 방아를 찧고 있잖아... 잘 봐봐" 하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몇 번을 쳐다봐도 토끼는 보이지 않았어요. 무척 실망한 얼굴로 아이는 말했습니다. "난 안보여. 그런데 토끼가 찧은 떡 먹고 달이 저렇게 통통해진 거야?" 휘영청 둥근 달을 보며 지금 여러분은 어떤 소원은 비셨습니까? 그 생각들, 소원들이 아무리 엉뚱하고 현실 불가능한 것들이라도 빌어볼 랍니다. 지금은 한가위니까요... 여기는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음력 팔월 보름 추석, 한가위입니다.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자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우리 민족의 명절인데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추석에 대한 얘기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주영, 최철남: 안녕하세요.
진행자 : 민족의 명절인데요. 추석이 왔다는 사실에 저는 흠칫 놀라기도 했습니다.
최철남 : 저도 작년 이맘 때 친구들과 놀러갔었는데 그 생각도 나고 벌써 2013년 추석이라고 하니까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아 억울합니다.
진행자 : 오늘 복장도 셋 다 긴팔입니다. 가을이 온 거죠. 추석 때 두 분은 뭐하세요?
이주영 : 저는 가족끼리 성묘가고 서울 시내만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데 가족끼리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그 김에 대화도 많이 하고 밥도 함께 먹고 그러는 거죠.
진행자 : 철남 씨는 이 맘 때가 되면 가족들이 그리워지겠어요.
최철남 : 그렇죠. 북에 있을 때는 추석이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 묘에 성묘도 가고 그랬던 향수가 있습니다. 올 추석에는 동남아 캄보디아 쪽으로 나갑니다. 진행자 : 추석을 해외에서 보내시는군요...
추석의 유래를 찾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삼국시대까지 가게 됩니다. 신라 제3대 유리왕 때 도읍 안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7월 15일부터 8월 한가위 날까지 한 달 동안 베나 모시 등을 짜는 두레 삼 삼기를 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날에 심사를 해서 진편이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고 '삼국사기'에 전해 내려옵니다.
이렇게 오랜 조상들이 지켜온 고유명절 추석인데요. 남한은 설과 추석, 이렇게 두 차례 민족 대이동이 일어납니다. 고향 앞으로 가족을 만나는 행렬들이 길게 이어지는데 덕분에 이 맘 때면 각 고속도로들은 심한 정체를 겪습니다. 북한에서는 상상이 잘 안가는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행자 : 고향으로 가는 귀성행렬로 도로 정체가 극심해지는데요. 북한은 좀 다르죠? 최철남 : 북한은 이동의 자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친척들이 한 지역에 모여 사니까요. 거의 부모님 산소에 가서 벌초하고 제사도 지내고 그런 것을 주로 합니다.
북한은 남한처럼 민족의 대이동은 없다지만 추석이 되면 조상의 산소를 찾아 인사드리는 건 똑같죠? 그렇지만 추석하면 떠올리는 음식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추석하면 이동하는 것이 번거롭고 그렇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이유는 음식 때문입니다. 동의하시나요?
이주영 : 평소에도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
진행자 : 그래도 명절이라고 하면 왠지 모를 설렘이 있잖아요. 추석하면 떠오르는 음식 뭐가 있나요?
이주영 : 송편이요. 저는 팥이 들어간 송편을 좋아합니다.
진행자 : 저는 깨와 꿀이 들어간 송편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추석하면 토란이 떠오릅니다. 토란이 뭔지 아세요?
최철남 : 모르겠어요.
토란은 토렴이라고도 부르는데요. 긴 자루에 연잎 같이 큰 잎이 올라오고 뿌리에는 작은 감자 같은 알이 달리는 식물입니다. 남쪽 특히 서울 경기 지방에선 바로 이 알을 캐서 추석에 국을 끓여 먹는데요. 철남 씨가 토란을 모르는 건 당연합니다. 아열대성 식물이라 이북에서는 자라지 않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또 뭐있나요?
이주영 : 전을 많이 먹죠. 호박전, 생선전...
진행자 : 열량이 무척 높아요.
지글지글 기름 냄새가 솔솔 풍기는 전도 추석에 빼 놓을 수 없는 음식이죠.
진행자 : 북한에서는 추석에 어떤 음식을 많이 먹나요?
최철남 : 북한은 추석이 되면 냄새부터 달라요. 순대 같은 것을 먹고 북한도 송편을 많이 만들어 먹고요. 그 때는 동네를 다니면서 떡을 바꿔먹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두부나 고기를 먹습니다. 남한에서는 매일 먹을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귀한 음식이거든요.
진행자 : 두부도요?
최철남 : 그렇죠.
진행자 : 그 중에서 철남 씨는 뭘 제일 좋아하셨어요?
최철남 : 당연히 고기를 제일 좋아했죠. (웃음)
이주영 : 요즘 남쪽에선 추석 명절 음식이라고 해도 간소화됐고 손님들도 잘 안와요.
진행자 : 맞아요. 저희 집은 큰 집이라서 명절 전 후로 엄마가 일만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추석에는 음식 하나도 안하고 가족끼리 어디를 다녀올까 생각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추석이 되면 씨름이나 줄다리기도 하고 달밤에 손에 손을 잡고 둥근 원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며 같은 방향으로 뛰는 강강술래 놀이도 했었는데요. 이제 남쪽에서 이런 민속놀이는 특별한 장소에 가야만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명절이 간소화되면서 부엌 일이 준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추석에 이웃들과 함께 즐겼던 민속놀이가 잊혀져가는 건 아쉽습니다.
방송을 함께하는 철남 씨는 이번 추석이 남쪽에 와서 보내는 여섯 번째 추석이라는데요. 추석, 탈북자들에겐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날이죠. 갈 수 없는 고향 땅이 더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진행자 : 누가 가장 보고 싶어요?
최철남 : 사촌, 고모들이 가장 보고 싶습니다. 예전 같은 기분은 안 나고 그냥 쉰다는 생각만 하죠. 저는 친척들이 없으니까...
진행자 : 통일이 된다면 그 첫 해 추석을 이렇게 보내고 싶다? 저는 백두산에 친구들과 올라가서 야호를 한 번 외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할 것입니다.
이주영 : 저는 친척들 만나고 성묘도 가고 부모님과 금강산을 가보고 싶네요.
최철남 : 저는 친구들을 모두 불러서 큰 파티를 해보고 싶습니다. 밤새 새벽까지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그 때 철남 씨가 노래도 불러줍니까?
최철남 : 그럼요. 준비해야죠! (웃음)
통일이 된 추석을 하루 빨리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주영 : 추석만큼은 풍요롭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진행자 : 오늘은 청춘만세 대신 추석만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모두 함께 : 추석만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곡이 무르익고 마음도 풍요로운 이 계절에 휘영청 둥근 달 아래서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제 소원은요... 여러분의 소원이 모두 다 이뤄지는 것이랍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권지연 이었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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