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입니다. 북한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습니다. 저의 꿈은 경찰입니다.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강예은입니다. 남한의 청춘들처럼 호기심 많은 평범한 학생이고요. 남북통일과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들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네요. 반갑습니다.
빌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입니다.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한국으로 온 이유는 한미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자 왔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내레이션 :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진행될 예정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절차는 계속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장과 남북 이산가족들이 머물 숙소에 대해서도 남측 시설점검단이 방북해 수리와 보수 작업을 실시할 예정인데요.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빌 스미스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우리 청춘들과도 지난 시간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해 계속 얘기 나눠보죠.
진행자 : 남한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10만 명 정도가 이산가족을 둔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하는데, 남북한 같은 경우는 공식적으로 2000년 이후에 19차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있었잖아요. 미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행사가 있나요?
빌 : 없어요.
강남 : 제가 알기로는 미국은 민간단체를 통해 북한과 교류하고, 그래서 미국에서는 개인적으로 많이 가서 만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빌 : 1980년부터 독일 통일될 때까지 동서독은 전화나 편지 서로 교환할 수 있었어요. 이런 것들에 정부가 심하게 관련되지 않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한반도에서는 심하게 분단되고, 간첩일 수 있다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에 서로 연락하면 안 되고. 그래서 앞으로 이산가족 문제는 민간 차원에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은 : 그런데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게 어쩌면 정치적인 퍼포먼스, 행사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민간단체 측에서 요구해 오는 것을 북한 정부가 반기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강남 : 그렇지 않아요. 북한에서 바라보는 미국과 남한은 일단은 적대국입니다. 하지만 민간단체는 정치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더 가볍게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남한과 북한은 이산가족을 아주 정치적으로 풀어가잖아요.
진행자 : 왜 그렇게 생각해요?
강남 : 이산가족이라는 게 북한에서 사용하는 약 같은 게 아닐까. 물론 제 생각을 보편화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북한이 가진 게 별로 없습니다. 핵이나...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 그나마 유일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게 이산가족 문제가 아닐까. 남한 사람들은 가족이 그리우면 정부를 상대로 무언가 행동한다는 걸 북한 정부가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산가족의 바람을 안 들어줘서 정부가 무능력하다, 정부를 규탄하거나... 그래서 북한이 더 갈 곳이 없을 때 '이산가족'을 딱 내세워서 자기들은 무척 선량한 사람이고 가족을 중시하고 사람을 중시하는 것으로 둔갑하고, 좋아지면 또 없던 일로 한다, 우리는 모른다, 이렇게 나가고.
진행자 :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도 잘 추진되다 또 남북 정세가 좋지 않으면 몇 년간 끊기기도 하는데. 빌 군이 독일은 정치적인 현황에 관계없이 꾸준히 이뤄졌다, 남북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흔히 정례화라고 하죠,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이 정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거죠.
빌 : 네, 예를 들어 우리 친구로 만나고 있는데 갑자기 연락이 안 되고, 한 달 두 달, 1년 2년 계속 연락 없이 지낸다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라서 보고 느끼고 만지지 못하면... 사실상 남북한이 통일을 원한다면 계속 만나야 해요.
예은 : 이상적이기는 한데, 강남 오빠가 얘기한 것처럼 북한 측에서 그렇게 반기지도 않고, 불이익이 갈 수도 있고, 그래서 북측에서도 그렇게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잖아요.
빌 : 서독, 동독과 비교하면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끝나자마자 소련과 미국에 의해 분단됐어요. 그래서 시민들이 서로 싸운 적도 없고, 전쟁도 없었어요. 남북의 경우는 6.25전쟁이 있었고, 70년 동안 분단이 되면서 오래 안 좋은 기억과 불만이 있어서 해결하기 힘든 것 같아요.
진행자 :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몇 주 전처럼 우리가 흔히 '북한의 도발'이라고 하죠. 전쟁 위기까지 겪는데 그때도 우리가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예를 들면 예전에 금강산 관광 때도 남한 쪽에 피해자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예은 : 정치적인 색깔을 띠지 않으려고 북측에서 노력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사실 남한 측에서 많이 노력하는데, 북측은 약간 정치적인 이익을 챙기려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차라리 정부 대 정부로 하는 것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노력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진행자 : 북한에 나설 민간단체가 있습니까?
강남 : 그렇죠, 북한에서는 정부가 민간단체이기도 하죠. 그게 애매하기는 해요. 미국은 예술이나 축구 같은 스포츠 행사로 단체가 교류하면서 만났더라고요. 참 좋은 생각이 아닌가.
진행자 : 미국에서 가장 가까운 사회주의 국가가 쿠바잖아요. 왕래나 여행은 자유롭나요? 혹시 쿠바에 친구 있어요?
빌 : 아니요. 요즘은 관계가 정상화돼서 마음대로 갈 수 있는데 예전에는 미국 외교부가 그냥 가면 우리 책임지지 않는다고 경고했어요.
강남 : 쿠바라는 나라가 북한에서는 무척 일러주는 나라거든요. 북한에서도 교육을 많이 시켰는데 갑자기 쿠바라는 이름 자체가 사라졌어요. 왜냐면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시장을 개방하면서.(웃음)
진행자 : 어쨌든 외부와 전화나 전자우편, 인터넷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주의는 아닐 텐데, 사실 그것만 된다고 해도 이산가족들이 화상통화나 우편을 통해서도 연락할 수 있을 텐데.
빌 : 남한의 가족들이랑 통화할 수 있다면 북한에서는 더 위험한 것 같아요. 왜냐면 '우리 이렇게 살고 있다'고 직접 들으니까 정보를 교류하고 교환하는 것들이 제도에 위험하니까.
강남 : 북한의 사회주의는 독특하죠. 기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영상통화나 인터넷을 하면 좋겠죠. 하지만 북한에서 지금까지 사회주의를 지키고 있고 독재를 유지하는 것은 그런 것들을 안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단편적인 예로 최근에 남한의 확성기, 대북방송을 중단하라고 했잖아요. 남한에서 볼 때는 대북방송이 어떤 내용이기에 저 정도인가 하겠지만, 북한에서 대북방송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거예요. 제가 대북방송을 북한에서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살던 곳이 국경지역이라서 중국에 있는 위성 신호를 잡아서 중국 텔레비전을 봤어요. 말은 이해를 못하지만 중국의 광고, 사회, 문화를 보면 놀랄 수밖에 없어요. 저런 나라가 있구나, 그러면 나는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잘 살고, 자유롭게 연애하는데 나는 왜? 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거죠. 하물며 남한은 언어가 같으니까 같은 말로 광고를 하면 북한 사람들이 이해도 쉽고 생각이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라서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거든요.
예은 : 북한에서 이미 남한 드라마를 보고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직접 확인을 하는 거잖아요.
강남 : 그렇죠, 매체의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에.
진행자 : 또 하나 궁금한 것은 남한의 탈북자들은 새로 만들어진 또 다른 이산가족이잖아요. 나는 북한의 가족을 어떻게 만날까? 이런 것도 서로 얘기를 할 것 같아요. 남북한 공식적인 이산가족 행사에서는 완벽하게 배제되는 거잖아요.
강남 : 그렇죠, 완벽하게 배제되죠. 일단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나도 만나고 싶다!' 그것이 제일 간절하고, 이산가족 행사가 있으면 일반 사람들보다 더 관심을 갖게 돼요. 나는 못 만나지만 저들이라도 꼭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북한 현실을 알고, 그 사람들도 남한 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실 탈북자들끼리는 이산가족 얘기를 진지하게 못해요. 왜냐면 그 얘기가 우리 얘기라서. 또 정답은 거의 정해진 거죠, 우리는 못 만난다! 그래서 대화를 깊이 안 해요. 잘 됐으면 좋겠다, 끝. 좀 아프죠.
진행자 : 지금 이산가족은 80세 이상이 대부분인데 부모와 자식 사이라면 그 끈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지금의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손녀, 고모의 딸 이런 식이라서 사실 큰 아버지, 내 동생의 딸이 얼마나 애달플까 싶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이산가족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계속 뭔가 문제점이 제기되고, 후세대에게도 이어져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절실함이 사라지고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우리 청춘들이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좀 할 수 있을까요?
예은 : 사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고 하잖아요. 큰아버지, 큰어머니 얼굴 못 보면 남이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3세대, 4세대, 5세대 이렇게 가다 보면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나와는 먼,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여겨질 수 있거든요. 살아 계신 분들이 계속 교류하고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걸 알릴 수 있는 매체가 많잖아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많이 하니까 청년들이 모여서 캠페인을 하면 파급효과도 좋고, 반응이 좋을 것 같아요. 그걸 통해서 잊고 지내다가도 한 번씩 보고, 관련 영화를 보면서도 '아, 남북이 통일돼야 하구나!' 그런 것을 계속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남 : 민간단체나 체육행사, 음악행사를 통해서 정기적으로 만나거나 3.8선 중간에 마을을 하나 만들어서 북한과 남한의 이산가족이 함께 생활체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한 번 만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하루 이틀 같이 자고 생활하는 거죠.
진행자 : 빌은 남북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빌 군은 한국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니까 그런 친구들에게 '내가 북한 관련해서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되겠죠.
예은 : 네, 미국 사람도 관심이 많아진다면 '미국 사람이 저렇게 관심을 갖는데, 우리도 더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겠어?' 남한 사람들도 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
강남 : 그 말이 맞는 게 사람이 아무리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아픈지, 슬픈지, 기쁜지 모르잖아요. 이산가족 문제가 역사적으로 아프지만 우리가 혼자서 해결하면 우리밖에 모른다, 하지만 이 아픔을 세계에 알리면 그래서 그 세계의 관심이 북한으로 향한다면 더 나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빌 : 청년들이 공부에 집중해야 하고, 취직에 대한 걱정, 그래서 통일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미래를 보고, 한반도 통일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게 살 수 있는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지... 청소년들이 편지 준비해서 북한에 보내고 싶다, 그래서 미국이나 영국 대사관에 가서 편지 보내고. 그런 활동도 좋을 것 같아요.
강남 : 그걸 직접 진행해볼 생각은 없어요? 내년에 기대할게요(웃음)!
내레이션 : 10월이면 적게나마 남북의 이산가족이 또 만나겠죠? 하지만 전체 12만여 명의 남북 이산가족 가운데 실제 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아직 15%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이산가족들이 생기고 있죠. 세계로 흩어진 탈북자들은 상봉 대기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는 또 다른 이산가족이니까요.
한 가지 아쉬운 소식을 전해드려야 하는데요. 지금까지 함께 했던 빌 군이 오늘 이 시간을 끝으로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남북 관련 행사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빌 군의 모습을 응원하고요. <청춘만세>는 새로운 청춘들과 함께 다음 시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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