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원이 되는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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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가을은 유난히 늦게 왔습니다. 유난히 짧을 거라고 하네요. 여름과 겨울이 시기할 만큼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청춘만세> 힘차게 시작합니다. 오늘은 새로운 구성원이 투입됐는데요.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그리고 새로운 얼굴, 김재동 씨와 함께 합니다. 남과 북의 방송에 대한 얘기 나눠 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은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김재동 : 안녕하세요. 제 나이는 26살이고요. 이름은 김재동 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떨리기도 하면서 재밌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즐거운 방송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재동 씨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재동 씨가 투입이 돼서 오늘은 남북한의 방송에 대한 얘기 나눠 보려고 합니다.

김강남 : 북한에서는 아나운서라고 하면 알아들을까요? 방송원이라고 합니다.

남쪽의 아나운서를 북쪽에서는 방송원이라고 한다고요?

이정민 : 조선중앙방송 방송원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집안 토대뿐 아니라 충성도도 높아야 하고요.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나 지원해서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학교 다닐 때 조선중앙방송 방송원을 꿈꾸고 지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거기에서는 특별한 직업이고 국가에서 요구하는 사람들만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 학교에서 지원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어요. 꿈에서도 생각 못할 일입니다. 여기는 KBS에서 9시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수명이 길지 않잖아요? 북한 같은 경우는 이춘희 아나운서가 50년 이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래 하다 보니 다른 재원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거죠. 그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이 아나운서를 꿈꾸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진행자 : 제가 북쪽에서 태어났으면 절대로 못했을 일이군요...(웃음)
남쪽에서 아나운서란 보도의 전달,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 스포츠 중계를 하는 방송국의 전문 직업인입니다. 누구나 아나운서를 꿈 꿀 순 있지만 남쪽에서도 아나운서가 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학교 성적도 좋아야 할 뿐만 아니라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잘 구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게다가 사회,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고 지어는 호감 가는 외모까지 요구됩니다. 아나운서를 양성하는 학원들도 무척 많고 전문 방송인 배출을 목표로 하는 대학교도 있습니다.

김재동 : 저 같은 경우는 가장 하고 싶은 분야는 스포츠 캐스터 분야입니다. 스포츠 캐스터 역시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줄 아는 그런 수업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습도 하고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스포츠 캐스터는 뭐라고 하나요?

김강남 : 체육 해설원으로 말해야 아실 겁니다.

이정민 : 경기 도중에 해설을 해주는 사람이죠.

잠시 남한의 체육 해설원의 방송장면을 들어볼까요?

INS - 스포츠 해설 장면

어때요? 참 빨리 말하면서도 발음 한 번 정확하죠?

이정민 : 북한에서는 체육 해설원이라고 하면 현지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야 용어나 경기장면을 보면서 분석도 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는 일단 아나운서가 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체육에 대한 지식들을 접목시켜서 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체육 방송을 보다보면 해설원의 말이 이해 안가는 경우가 많아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요. 하지만 북한은 체육방송을 많이 방영하지 않습니다. 북한 선수들이 이긴 것만 방영하거든요.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보더라도 방송원 아저씨의 얘기는 하나도 안 들렸습니다.

진행자 : 북쪽이나 남쪽이나 아나운서, 말을 주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다 있지만 방송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참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재동 씨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김재동 : 저 같은 경우는 목소리가 잘 쉬는 편입니다. 그래서 발성 연습을 하는데요. 청취자 분들은 놀라실 수도 있는데 "아, 야, 어, 여" 이런 식으로 하고 있고요. 신문이나 뉴스를 빼놓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또 저 같은 경우에는 영어... 특히 영어는 공부가 쉽지 않네요. 글자로 볼 때는 잘 읽히는데 말로 해야 할 때 답답한 것들이 많습니다.

진행자 : 스포츠 캐스터를 영어로 할 것도 아닌데 연습해야 한다니 북쪽에서 이런 얘기 들으면 의아해 하시겠죠?

이정민 : 방송원이 체육 해설을 하는 것도 제가 만약 북한에 있다면 놀라운 것 같고요. 일반인이 방송원이 되기 위해 준비한다는 것도 놀라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과 북의 아나운서, 방송원들의 모습엔 더 많은 차이가 있답니다.

김강남 : 한국의 방송원들은 개방적이고 재미있지만 북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방송하는 조건이 스포츠에도 혁명적인 단어가 많이 필요해요. 어떨 때는 우수개 소리도 나올 수 있는데 그런 소리를 절대적으로 피해야하고 선수가 볼을 하나 넣으면 한국에서는 우리 대한민국 선수가 볼을 넣었다고 막 이렇게 말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아!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장군님의 위상과 기세 앞으로..,' 이런 식으로 혁명적인 말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해설이 재미없고 방송도 재미없습니다. 그 사람들이 방송을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지 않느냐...? 물론 할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국가에서 그런 것들을 승인을 하지 않고 연예인들, 북한에서는 배우들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선 일반 주민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생활 총화를 하지만 연예인들은 이틀에 한 번 씩 생활 총화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생활이 규정화되고 재미도 없는 거죠.

진행자 : 그렇겠네요. 감정을 전할수도 없고, 자유롭게 말할 수도 없고. 그에 비해 남쪽의 방송인들은 자유롭다 못해 요즘은 좀 가볍다는 생각도 들죠. 그래서 생겨난 신조어들도 있습니다. '아나테이너' 라는 말을 들어보셨어요?

이정민 : 잘은 모르겠는데 어떤 의미인지는 알 것 같아요.

김재동 : '아나테이너'란 아나운서의 아나와 엔터테이너, 연예 오락 쪽을 담당하는 영역까지 담당하는 아나운서들을 말하는데요. 그런 방송원들이 꽤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나테이너'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그러면서 예능처럼 즐거운 방송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아나테이너'에 대한 정의를 재동 씨가 아주 잘 설명해 줬는데요. 남쪽에서는 최근 이렇게 오락 방송을 소화할 수 있는 아나운서들이 대세인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찬반이 갈립니다.

진행자 : '아나테이너'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아직 남쪽에서도 아나운서에 대해 고상하고 지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 분은?

김재동 : 일단 저도 재밌게는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몇 진행자 분들이 너무 예능 쪽으로만 가지 않았나 싶어요. 때때로 진지해질 필요도 있으니까요. 아나운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정민 : 재미를 주는 부분은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너무 과하면 안 되겠죠. 방송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그런 단어들도 사용하는 것 같고요. 여러 명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강남 : 저는 일단 좋습니다. 저는 방송계에 대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것이 방송계를 발전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고정 관념이 깨져야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선다는 거잖아요. 그 것이 틀에서 깨져서 간다면 사고도 발생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없다면 발전이라는 것이 없으니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민 씨와 강남 씨, 재동 씨 세 사람의 의견이 모두 다르네요. 북에 계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진행자 : 북에 계신 분들이 남쪽의 '아나테이너' 들을 만난다면?

김강남 :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정민 : 북한과 남한의 웃음 코드가 달라요. 제가 볼 때는 너무 웃긴 북한 희극을 남쪽 사람들이 본다면 아무것도 못 느낄 수도 있고요. 북한 분들은 개그 콘서트를 뉴스 보는 것보다 더 심각한 얼굴로 보고 있을 겁니다. (웃음) 왜냐하면 그 뜻을 모르니까요. 받아들이지를 못해요. 그래서 촐싹거리면서 방송을 해도 하나도 웃지 않을 수도 있어요.

김강남 : 여긴 아이돌 가수들도 옷이 좀 야하잖아요? 그렇게 입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요. 우리는 그냥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북한에서는 선전용이다... 사회주의를 말아먹기 위해서 쟤들이 저렇게 선전용으로 보여주려고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도 있고 인식차이가 많이 납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도 북한식 '소녀시대'가 등장했다고 제가 들었었는데요.

이정민 : 그건 어쨌든 은밀한 장소에서 보기 때문에... 만약 우리 아이돌들이 북한에 가서 공연을 한다고 하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는 요즘 많고 탈도 많지만 '빠빠빠' 정도? 그건 다 입었잖아요. 입고 귀엽게 하는 거니까 그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강남 : 그리고 트로트 정도는 괜찮아요.

이정민 : 네. 맞아요. 북한 음악이 트로트와 비슷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북한을 나오기 전에 저도 나이에 맞지 않게 좋아했던 노래가 있어요. '요즘 여자, 요즘 남자' 같은 것을 즐겨 부르고 그랬습니다.

김강남 : 저도 북한에서 '나훈아'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나훈아 씨 팬이었어요. (웃음)

진행자 :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요.

이정민 : 지금 들어봐도 돼요.

김강남 : 잊으라 했는데 잊어 달라 했는데...이상입니다.

이정민 , 김재동 : 와~!

강남 씨의 노래 실력이 정말 수준급이네요. 방송과 방송원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남과 북의 차이가 정말 많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진행자 : 통일이 되면 방송이 정말 재밌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통일이 된 후의 방송은 어떨까요?

김강남 : 다채로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오후 5시쯤에 북한 문화를 알리는 방송을 1시간 정도 하고 6시부터는 인기가요, 음악 중심이라는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아이돌 음악 프로그램들을 방송을 하면 북한에서 기존에 활동했던 가수들도 함께 출연해서 무대를 만들어가는 그런 재미도 있을 것 같고요. 뉴스도 더 다양해지겠죠?

진행자 : 이춘희 씨와 남쪽의 다른 아나운서와 방송을 할 수도 있겠네요.

이정민 : 예전에 남한의 송해 씨와 북쪽의 다른 진행자가 함께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했거든요. 그거 보면 별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송해 선생님이 던진 농담을 아나운서가 받아 주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저런 순발력이 있네... 그랬었거든요.

진행자 : 통일된 후 방송은 어떤 모습일가요?

이정민 : 저는 이정현의 '반'이라는 노래만 계속 내보낼 것 같은데요?
제가 중국에 가서 제일 처음 본 게 이정현 씨의 반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방송이었습니다. 처음엔 이게 노래야, 뭐야? 생각했는데 그 노래가 정말 좋아졌어요. 익숙해지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더라고요. 남한의 어떤 것이든 북한보다는 발전한 상태잖아요. 그래서 그대로 나가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김강남 : 저는 갑자기 걱정이 됐습니다. 통일이 됐을 때 방송이라고 하면 우리가 혼란이 빚어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일이 됐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한 번에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요.

진행자 : 반대로 북한식의 방송이 남쪽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강남 : 네, 그래서 저는 제가 통일된 대한민국의 방송국 국장이라고 상상을 해봤습니다. 모두를 위해 북한과 한국의 공유 채널을 2-3개 두는 방안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정민 : 저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요. 황해도 쪽에서는 지금도 바로 남한의 방송을 보고 있습니다. 지상파도 보고 일일 드라마도 다 봐요. 그만큼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단지 언어, 사투리가 많이 다르고 수학 용어 같은 것들이 많이 다르잖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이 하나 생길 것 같고 그것을 이용해 희극 방송도 나올 수 있을 것 같고요.

김강남 : 저는 언어만큼은 북한의 언어를 따랐으면 좋겠습니다. 남한은 외래어가 많지만 북한은 고유 언어가 많으니까요...

얘기가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그만큼 통일 이 후의 방송이 기대된다는 거겠죠.

진행자 : 오랜만에 청춘 만세 외치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모두 함께 : 청춘 만세!

남이나 북이나 방송은 사람들의 마음을 선도해 나가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은 공정하고 올발라야만 합니다.

<청춘만세> 역시 더욱 바르고 좋은 방송이 되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뵐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권지연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