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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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사랑, 가난...그리고 재채기라고 해요. 어차피 숨길 수 없을 바에야 사랑하는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고 가난해도 당당함을 잃지 말고 굳이 참지 말고 재채기도 시원하게 해버리는 게 어떨까요?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여러분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가득한 이곳은 <청춘 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 아침저녁으론 쌀쌀하지만 낮 시간엔 아직도 뜨거운 태양을 피하게 될 만큼 일교차가 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 감기 환자인데요. 오늘은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씨와 함께 감기에 대한 얘기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저는 지난 주말부터 기침을 하다가 기침이 잦아드니까 콧물이 연신 나오네요(웃음) 세 분은 감기 안 걸리셨어요?

김재동 : 저는 지난주부터 콧물이 나오고 그렇습니다. 감기약을 지난주에 처방을 받았는데요. 나흘 먹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정민 : 저는 한국에 와서는 계절 감기를 별로 앓지 않은 것 같아요.

진행자 : 지난해에 앓는 걸 제가 봤는데요?

이정민 : 그건 예방 접종, 백신 주사를 맞기 전이라서 그랬던 것 같고요.

진행자 : 강남 씨는 볼 때마다 건강해보이세요.

김강남 : 아닙니다. 이번에 죽다 살아났습니다. 사람이 앓는 것도 성격이 있잖아요. 저는 남들이 열흘 앓는다면 하루에 다 앓아 버리는데요. 이번에는 일주일을 앓았습니다. 열이 29도까지 오르고 정말 아팠습니다.

진행자 : 감기 몸살이었던 거예요?

김강남 : 네, 정말 죽다 살아났습니다.

진행자 : 감기 때문에 다들 고생들을 하셨네요. 제가 기사를 하나 봤는데 '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 먹지 않아도 일주일' 이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감기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온 거라고 합니다.

남쪽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에는 콧물을 멈추게 하는 항히스타민제와 열을 내리게 하는 해열제, 근육 통증을 덜어주는 진통제, 가래를 삭이는데 도움이 되는 진해 거담제 등이 있는데요. 이런 감기약들은 감기를 직접 치료하기 보다는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정도의 효과만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 감기에 대한 민간요법도 참 많이 있습니다. 각자가 알고 있는 방법들이 있다면 나눠 보도록 합시다. 저에게 북한에서 쓰는 방법도 알려 주시고요.

이정민 : 북한이요? 옷을 든든하게 입고 다니죠. 기온차이에 따라서 감기에 걸리니까요. 북한에서는 옷을 든든히 입고 밥을 잘 먹으라고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 오니까 감기가 걸리는 환절기 철에는 죽염으로 목이랑 입가심도 하고 생강차도 다려 마시고 비타민이 부족하면 감기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하니까 그런 걸 먹어주고 그러더라고요.

진행자 : 저는 어릴 때 감기에 정말 잘 걸렸었는데 열이 많이 나잖아요. 엄마가 옷을 다 벗겨서 찬물로 닦아주고 그랬어요.

김강남 : 북한은 안 그래요. 감기에 걸리면 땀을 내야 한다고 감기에 걸리면 옷을 많이 입히고 이불을 덮게 해서 땀을 많이 나게 합니다. 그리고 몸 상태도 안 좋은데 일부러 산을 뛰게 해서 열이 나게 합니다.

진행자 : 완전히 반대네요! 재동 씨는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하세요?

김재동 : 저는 잔병치례를 어릴 때부터 많이 했는데요. 할머니가 귤을 까서 잡수시고 껍질을 3일 정도를 모으세요. 말린 귤껍질들을 커다란 주전자에 넣고 끓여서 귤껍질 차를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맛이 참 역했는데 그게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손자의 감기 예방을 위해 할머니께서 귤을 참 많이 드셨겠습니다.(웃음)

김강남 : 북한에서는 술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셔요.

진행자 : 남한에서도 그런 거 있어요. 역시 한민족이군요. 그런데 그건 의학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웃음) 저 같은 경우는 배를 많이 먹었어요. 배 뚜껑을 따고 속을 판 후 그 속에 꿀을 넣어서 중탕을 해서 먹으면 참 좋았거든요.

이정민 : 북한에도 그런 비슷한 게 있습니다. 제가 있던 곳에는 배가 없으니까 무를 채 칼로 잘게 썰고 꿀을 넣어서 가마에 찌는 거죠. 그런데 무랑 꿀이 참 맛있는데 약이라고 생각하니까 맛이 없더라고요.

이 밖에도 감기에 좋은 것들 중에는 파뿌리와 더덕도 있습니다. 파뿌리는 한의학에서 '총백'이라고 하는데요. 땀을 내고 추운 기운을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습니다. 또 파에 들어있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혈액순환에 도움을 줘 감기로 인한 두통, 배뇨곤란, 설사, 해열, 발한, 복통에도 효과가 있고 살균, 소염 작용과 함께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잘 되게 한다고 합니다.
사용할 때는 대파의 하얀 부분에서 뿌리까지의 10㎝ 되는 부분을 2, 3개 정도 준비해 300㏄정도의 물에 넣고 약 30분간 약한 불로 끊여 준 후, 이렇게 달인 물을 자주 마셔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더덕은 꿀에 발라 구워 먹거나 반찬으로 먹어도 좋은데요. 단, 더덕이 찬 성질이 강한 음식이라 너무 많이 섭취하면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어때요? 참고가 되셨나요?
그런데 감기를 낫게 하는 진정한 약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정민, 강남, 재동 씨 역시 감기로 앓을 때 보살펴줬던 누군가의 따뜻한 보살핌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감기에 걸리면 아프다는 사실은 참 서럽지만 챙겨줬던 고마운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엄마가 항상 밤새 간호를 해주셨거든요.

이정민 : 저희 엄마는 감기만 걸리면 욕을 하셨어요.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어딜 싸돌아 다녀서 이렇게 아프냐고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말씀 하시는 게 싫어서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감기를 앓아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감기 보다는 전염병에 걸리는 확률이 많아요. 콜레라나 파라티브스라고... 제가 파라티브스를 앓았었어요. 40도 이상의 고열이 일주일 이상 가거든요. 위천공이 나고 그래서 죽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진행자 : 약이 제대로 있어요?

이정민 : 제대로 없죠. 그 때는 엄마가 옆에서 걱정하시는 모습이 많이 보였거든요.

진행자 : 두 분은요?

김강남 : 정말 고마웠던 사람은 누나입니다. 인생의 스승이자 방향 잡이였던 누나입니다. 어릴 때 저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누나하고 생활을 했는데 지금 제가 방송을 하는 것도 누나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프게 되면 누나가 간호를 해줬는데 누나가 저보다도 작아요. 손도작고 키도 작고... 한국에 와서 누나 생각이 이렇게 많이 날 수가 없습니다.

김재동 : 제가 어릴 때 아버지에게 많이 혼났거든요. 그런데 제가 끙끙 앓고 있으면 신경 써주시고 돌봐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진행자 : 정민 씨는 엄마, 강남 씨는 누나, 재동 씨는 아버지인데요. 그동안 다 표현 못했던 나의 마음을 음성 편지로 전해 보시죠.

이정민 : 엄마에게 가장 미안한 게 제가 탈북 한다는 얘기를 안 하고 나왔거든요. 몰래 나왔어요. 장사하러 간다고 나와서 7년 만에 연락을 했을 때 엄마 목소리를 모르겠는 거예요.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처음이었거든요. 북한에는 전화기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목소리를 못 알아듣고 나하고 엄마만 아는 비밀을 자꾸 물어봤어요. 그게 지금도 미안해요. 엄마는 한 번에 제 목소리를 알았거든요. 엄마! 가을이 됐는데 거기는 추울 것 같아서 집에 석탄이 있는지 많이 걱정되고 따뜻한 집에 있으면 많이 생각나요, 올 겨울에도 감기 걸리지 말고... 제가 엄마 소리만 나오면 눈물 나고 그랬는데 이제 안 울기로 했어요. 내가 울면 엄마가 더 슬퍼할까봐... 엄마도 울지 말고 감기가 지나가듯이 분단의 아픔도 언젠가는 지나갈 테니까 통일을 기다리며 열심히 살아요. 사랑해요.

진행자 : 제가 정민 씨 어머니를 뵌 적은 없지만 정민 씨를 보면 어머님이 얼마나 훌륭한 분인지 짐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 강남 씨 차롑니다.

김강남 : 저는 제가 아플 때마다 누나가 콩기름을 빌려와서 밥에다 비벼줬던 기억이 있는데요. 누나! 지금 이 얘기를 누나가 못들을 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허무한데 한 가지 분명 한건 언젠가는 우리가 만난다는 거.. 요새 행복한 생활을 하다보니까 누나가 나한테 해줬던 행동 하나 하나가 생각 나. 내가 한국에 오게 되면서 보위부에 잡혀 갔을 때 누나가 울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나는데 그 때 누나는 땅을 치고 비포장도로에서 구르고 머리를 박으면서 그렇게 울던 기억이 나. 지금 험한 땅에 남은 건 누나 밖에 없는데 보고 싶고 애 낳았다고 들었는데 조카 잘 기르고 혼자 남았으니까 이를 악물고 잘 살아서 통일되면 보자. 사랑한다. 소리는 못해봤는데... 누나! 사랑한다.

진행자 :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통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김재동 : 저는 두 분 얘기를 듣다보니까 맘이 무거워지고 저는 배부른 투정 같은데요. 저는 어릴 때 아버지는 정말 강하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종합 병원이거든요. 아버지! 저 재동이에요. 쑥스럽기도 한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아버지가 많이 약해지셨으니까 몸 관리를 좀 하시고 아버지의 무거운 짐을 저하고 같이 들었으면 좋겠네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진행자 : 재동 씨는 옆에 계시니까 더 잘 해드리고, 두 분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했으면 합니다. 감기 얘기 해봤는데요. 감기 예방의 첫 번째는 잘 씻는 거라는 사실!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남쪽에서 무척 오래전에 인기였던 감기 약 선전이 있습니다.

재동 씨가 본을 보여주시고 강남 씨가 따라 해 주시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김재동 :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김강남 :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웃음)

환절기에는 몸에만 감기가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감기가 오기 쉽습니다.

흔히 '가을을 탄다' 고 하죠.

갑작스런 계절변화에 적응하느라 몸은 힘들어지고 우울함이 찾아들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겁니다.

차가와진 바람에 가슴이 허전하고 우울해진다면 그 때 내 마음 속, 바로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보세요. 마음의 감기가 찾아오려다가 저 멀리 도망가지 않을까요?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까집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