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반도가 겪고 있는 자연재해에 대해 지난 시간부터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두만강 일대를 덮친 폭우로 지금까지 130여 명이 숨지고, 390여 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죠. 또 3만여 채의 가옥이 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남한에서는 경상북도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심각한 인명피해나 건물 붕괴 등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 자연재해를 마주한 사람들, 그리고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을 우리 청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세 청년의 생각, 계속해서 함께 들어보시죠.
예은 : 그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으면 북한 정부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광성 : 안타까운 게 8월 29일부터 장마로 큰 피해가 생겼는데 북한 당국은 9월 초 핵실험을 하는 데만 급급해서 그 피해상황도 전혀 돌보지 않았고.
예은 : 그럼 북한에서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그 홍수 피해 소식을 알고 있을까요?
광성 : 이례적으로 보도를 했는데, 정확한 피해 현황보다는 복구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북한 사람들이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진행자 : 북한 내에서 하는 보도보다는 국외로 하는 보도가 더 많죠. 왜 그럴까요?
광성 : 유엔에 지원 요청을 하려는 건데 핵실험 할 건 다 해놓고 손을 벌리니까 국제사회나 남한도 그렇고 냉랭해요. 도와주고는 싶지만 너무나 잘못된 행위를 반복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니까 남한 정부에서도 이걸 도와줘야 하나 갈등이 많은 것 같아요.
진행자 : 실제로 5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들어간 비용이 1억 달러 정도라고 해요. 이거면 북한 주민들 3~4개월은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래요.
예은 : 모든 북한 주민이요?
진행자 : 네, 그리고 1차부터 5차까지 핵개발에 들어간 비용이 11억~15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거면 2년 치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이랍니다. 북한에서는 군사력이 강해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핵이라는 게 대량살상무기잖아요. 그걸 개발하는 대신 북한 주민들이 굶고 있는 거죠.
광성 : 뉴스를 보니까 함경도 피해 지역을 복구하기 위한 궐기대회를 많이 하더라고요. 거기에 동원되는 사람이 청년들도 있지만, 가장 많은 인원은 군인이에요. 건설부대가 따로 있어서 가서 복구를 하는데 그럼 식량은 누가 대요? 북한 정부에서 절대로 대지 않아요. 당연히 주민들이 마련해야 하는데 주민들은 지금 집도 없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그러다 보니까 시장에서 쌀이 8천 원, 옥수수가 4천 원, 이렇게 올랐더라고요. 홍수 있기 전보다 두 배 가까이 가격이 오른 거래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한창 가을걷이를 해야 하는데 1년 농사가 다 망한 거잖아요. 그러면 겨울에는 먹을 게 없어요. 식량도 식량이지만 당장 그 지역은 10월부터 추워져서 12월에는 얼음이 어는데 과연 3개월 동안 그 사람들의 집을 다 복구해줄 수 있을지.
예은 : 진짜 막막할 것 같아요. 제가 뉴스를 봤더니 북한 정부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식량을 주는데 그걸 마련할 재원이 없어서 군인들 비상식량을 끌어다 썼다고 해요. 북한 주민들이 그것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해외 원조밖에 기대할 곳이 없잖아요.
진행자 : 그래서 피해 현황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국외에 알리는 거겠죠. 그런데 아까도 말했지만 핵 실험에 사용된 비용이 1억 달러니까 어떤 걸 먼저 해야 할지...
광성 : 이번 핵실험이 5차고, 6~7차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얘기가 나오는데 과연 그 돈을 주민들에게 풀까요? 개인적으로 6~7차 핵실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자연재해를 미국에서 겪어본 적 있어요?
클레이튼 :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두 번 정도 겪었어요. 1993년에 대홍수 겪었는데 강의 수심이 너무 높아서 등교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폭설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 그렇게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에서 어떻게 하나요?
클레이튼 : 2005년에 카타리나 태풍이 왔는데 피해가 어마어마하게 컸습니다. 그때 예비군을 동원해서 피해자를 돕고, 사망자나 실종자나 수색 작업도 하고 또 대부분 지도자들이 피해 지역에 가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시민들과 얘기합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는 어떤가요?
광성 : 안 가죠(웃음). 이번 지진 때도 남한 대통령이 피해 지역에 가고, 미국에서도 피해 지역에 대통령이 가서 현장을 둘러보는데 얼마 전에 뉴스 나왔잖아요. 북한은 (김정은이) 다른 지역에 고급 외제차 타고 가서 농사 잘 됐다고 치하하고. 한쪽에서는 고통스러워하는데 외면하는 거죠.
진행자 : 그럼 이번 경주 지진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안에 대해 남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나요?
예은 : 사실 홍수나 폭염, 태풍 등에 대해서는 유의하라고 휴대전화 문자가 와요. 그런데 더 긴급한 상황이었던 지진에 대해서는 경고가 늦었어요.
국민들이 대처를 제대로 못했다고 누구 책임이냐고...
진행자 : 보고 체계가 복잡했던 거죠.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하면 휴대전화로 바로 경고 문자가 오기도 하고 집안의 가스경보기에서도 경보음이 울린대요. 남한은 그동안 큰 지진이 없었기 때문에 국가에서 처리하는 과정이 복잡했다는 것을 몰랐던 거죠. 그래서 앞으로는 기상청에서 바로 국민들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꿀 거라고 해요.
클레이튼 : 미국은 회오리바람이나 태풍이 오면 항상 방송이 나옵니다. 기상청에서 토네이도 온다고 빨리 피하라고 경고 방송합니다.
광성 : 남한에서도 태풍 등에 대해서는 방송을 하는데 지진을 처음 겪다 보니까 대응이 늦었던 것 같아요.
예은 :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예은 씨나 저는 남한에서 쭉 생활해왔기 때문에 시민의식을 갖고 비판하는 것들이 있지만 특히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했던 친구들은 또 다른 생각이 들 것 같아요.
클레이튼 : 사실 이렇게 지진이 생기기 전에는 별 생각 못했는데 남한 사람들 반응 보니까 미국은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이 잘 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미국에서는 자연재해 생겨도 대체로 정부의 대책을 믿고 따르는 편이거든요.
광성 : 북한은 비교할 수가 없으니까(웃음). 사실 저는 잘 이해 안 돼요. 왜냐면 정부도 사람이 하는 거니까 체계가 잘 안 갖춰졌을 수도 있고, 물론 대책이 늦은 것도 있지만 너무 정부 탓만 하니까 '북한 한 번 가봐야지!'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왜냐면 북한은 아예 지원 자체도 없잖아요.
진행자 : 이번에 경주 지역은 특별교부금이라고 해서 정부 차원에서만 현재 80억 원, 그러니까 719억 달러 이상이 지원됐거든요. 도로 등 피해현장에 보수작업이 이뤄지도록.
광성 : 큰 기업에서도 피해 복구를 위해 경주시에 후원금을 지원하던데, 그런 모습도 멋있었어요.
자유도 인권도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북한에서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런 걸 아예 몰랐다 이제 가치를 아니까 너무 소중한 거예요. 남한에서는 당연한 거라서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행자 :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죠. 남한은 최근 5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20~30대는 이미 발전된 나라에서 태어나서 그 과정을 모르는 것 같아요. 남한이 경제 순위로 따졌을 때는 세계 10위권인데 제반 체계는 왜 이렇게 미약한가 생각하며 비판하게 되는 거죠.
클레이튼 : 나이 많은 분들이 저한테 왜 미국에 안 돌아가느냐고 물어요. 한국에서 사는 게 좋다고 말하면 '맞다, 한국 많이 좋아졌다' 이렇게 말하세요. 그런데 또래 친구들은 '왜 미국에 안 가느냐, 한국 너무 안 좋다'고 말해요(웃음).
광성 : 미국도 예전에 노예 문제나 남북전쟁 등 몇 백 년의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미국이 있는 거잖아요. 남한도 60~70년대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경제나 민주화를 비롯해 많은 것들을 일궈놨는데, 지금 세대들은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번 지진도 그렇고 다음에는 조금 더 발전하고, 다음에는 더 발전하는 게 사회가 아닐까.
예은 : 정부는 국민을 위해 있는 거니까 국민의 의견을 잘 반영해서 지진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연구해서 다음에는 잘 대처하길 바랍니다.
진행자 : 사실 이런 내용을 언론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시민들도 자꾸 의견을 제시하잖아요. 분명히 그런 비판의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개선되는 것도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그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어떤 소리를 내고 계시는지.
광성 : 소리를 못 내죠.
진행자 : 그러니까 개선이 없는 것이기도 하죠.
광성 : 그렇죠. 발언의 자유, 마음대로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 발전을 막는 거예요.
진행자 : 자, 오늘 남한에서 발생한 지진, 북한에서 발생한 홍수 관련해서 자연재해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얘기해 봤는데요. 국가나 정부에 대해 이런 점을 개선해 달라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의식도 굉장히 중요하죠.
이번 지진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얘기해 볼까요? 저 같은 경우는 민방위 훈련 등에 형식적으로 참여할 때가 많았는데 문서로 작성된 훈련들을 이제는 몸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체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광성 : 저도 마찬가지인데 제가 먼저 행동요령을 습득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은 : 지진이 일어난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복구 작업이나 사후 작업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피해 지역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의 호소에 계속 관심을 가지려고요.
진행자 : 남한에서도 지진 피해로 인해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북한에서도 아직 홍수와 관련해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피해지역에 계시는 분들 이 방송을 들으실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응원의 마음 전해드리면서 이 시간 마무리할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힘내세요!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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