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2) 남한에서 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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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섹시한 남자 김강남입니다. 북한에서 왔고요, 저의 꿈은 경찰청장입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남한 대학생 강예은입니다. 남한 청년이 소소하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반갑습니다.

클레이튼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캔터키주에서 온 촌놈 클레이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5년 됐는데 몇 주 전에 대학원 졸업하고, 지금은 월급의 노예 다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정민 : 반갑습니다. 저는 한 아이의 엄마, 북한에서 온 이정민입니다. 오늘도 좋은 이야기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지난주부터 새롭게 단장한 <청춘만세>.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씨를 비롯해 이정민 씨가 오랜 만에 다시 <청춘만세>를 찾았고요.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윌리그 군도 새로 인사를 드렸는데요. 국적은 다르지만 남한에서 살아가는 네 청춘의 모습은 어느덧 조금 닮아 있는 듯합니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졸업한 뒤에는 직장을 알아보고, 무한경쟁에 힘들기도 하지만 새로운 꿈을 꾸기도 하는데요. 남한에서 쭉 태어나 자란 예은 양은,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대학생이 된 강남 군과 정민 씨는, 그리고 한국어를 하게 된 미국인 클레이튼 씨는 미래의 자신을 어떻게 꿈꾸고 있을까요? <청춘만세>, 지난 시간에 이어 '자기소개' 계속 들어볼까요?

진행자 : 남한에서 쭉 태어나서 생활하고 있는 예은 씨 같은 경우는 취업할 때 자기소개서라는 걸 쓰잖아요. 요즘 그런 걸 돈 받고 대신 써주는 곳도 있고, 자기 소개할 때 말을 잘 하려고 학원에서 배우기도 하더라고요.

예은 : 네, 스피치학원이 있어요. 면접에서 1분 동안 자기를 알리는 시간이 있는데, 그동안 자기가 살아온 것과 경력사항 이런 것들을 드러내야 하는데, 면접관들이 하루에도 수백 명을 보니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기 위해서 학원을 다니면서 목소리 높낮이를 다듬는다든가 외국어도 많이 시켜보거든요. 영어로 1분을 말해봐라, 그런 것도 준비해야 하고. 그러니까 저희는 자기소개를 하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요. 자기소개서도 잘 작성해야 해요. 지원동기부터 성장과정, 자신의 장단점, 그리고 포부 등을 인상 깊게 써야 해요. 그래서 자기소개서 쓰는 강의도 있어요. 인터넷에 보면 자기소개서의 좋은 예도 있고요.

클레이튼 : 미국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어요. 자기소개 강의(웃음). 너무 심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의 경쟁.

예은 : 자기를 드러내는 데도 경쟁을 해야 해요.

진행자 : 자기소개를 하는 방식이 있는 거죠. 서로에게 더 궁금한 거 있나요?

정민 : (강남 군에게)궁금한 게 있는데 동국대 경찰학과에 탈북 선배들도 많을 거예요. 그 선배 중에 졸업하고 경찰이 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부담감 같은 건 없어요?

강남 : 날카로운 질문인데요. 부담감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겠죠.

정민 : 왜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강남 : 탈북자가 대한민국에 2만8천여 명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지금 대학생이 2천 명이 넘고, 경찰행정학과 학생은 40명 정도, 10명 이상이 졸업했는데 단 한 명도 경찰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는데요. 한 가지는 실력입니다. 남한에서 대학 입학시험을 본다고 하지만 실력이 아닌 특혜, 특채라고 하거든요.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특채로 대학에 들어가는데, 실력으로 들어간 학생들과 시작은 똑같아도 경주에서 거리 차이가 엄청나게 납니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과연 경찰이 될까? 나 같은 사람이, 북한에서 정말 하찮은 사람이 남한에서 그런 고위직에 들어갈 수 있을까? 정부가 나를 믿어줄까? 나를 뽑아줄까?' 합격도 안 했으면서요. 시험 준비도 안 했으면서 이런 걱정을 미리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탈북 출신)1호 경찰이 돼볼까 합니다.

진행자 : 사실 경찰 공무원 시험은 경찰학과를 다니지 않는 누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치를 수 있는 시험이기 때문에 시험 점수에 따라 판가름이 나는 거죠.

강남 : 제가 알기로는 경쟁률이 400대 1에서 1000대 1 이렇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클레이튼 같은 경우도 국적이 한국이 아니잖아요. 직업을 고를 때 내가 미국인이라서 못 하겠구나 생각해본 적 있나요?

클레이튼 : 그런 걱정 무척 많이 해왔어요. 왜냐면 회사가 까다로울 수 있어요, 비자 때문에.

정민 : 저 같은 경우는 반대로 생각했거든요. 클레이튼 말 들으면서 좀 놀랬는데, 북한에서도 중국사람, 화교는 신분을 굉장히 높게 쳐줘요. 그런 것처럼 남한에서도 미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은 높게 보는데 좀 못 사는 인도나 파키스탄 사람은 낮춰보고 이런 게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오기만 하면 취직이 되는 줄 알았어요.

클레이튼 : 제가 다른 특별한 스펙(경력)이 없으니까. 원어민 강사 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죠. 그런데 그거 외에 다른 일자리 구하고 싶어서. 여름방학 때 기업에서 인턴쉽, 수습사원으로 일했는데, 인턴쉽 끝나고 나서 정직원이 안 됐어요.

진행자 : 남한 친구들은 그놈의 영어만 해결되면 잘 될 것 같아서 열심히 영어 공부하는데, 영어를 잘해도 취직이 쉽지는 않군요.

강남 : 그리고 남한에서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고, 더 중요한 건 문화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정민 : 클레이튼 얘기 들으면서 느낀 건데, 대한민국 청년들이 취직을 못한다고 하는데 클레이튼과 똑같은 거예요. 자기 수준이 높기 때문에 눈을 낮추면 얼마든지 취직할 수 있는데, 계속 높게 잡으니까 일이 없는 거예요. 외국인들도 똑같네요.

클레이튼 : 그런데 좋은 소식 있습니다. 저 취직했어요(웃음). 지난 주 면접 보러 갔는데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이 직업이 빡세다, 그러니까 정말 힘들다. 그래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어요. 한국 직장생활 어떤지 뼈저리게 느낄 것 같아요.

예은 : 정민 언니에게 궁금한 게 있는데, 남한에서 아기를 낳으셨잖아요. 어떻게 남편을 만났는지 너무 궁금했어요.

정민 : 남편도 탈북한 사람이고요. 저한테는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지금은 남한에서 제일 좋은 대학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에요. 졸업하면 의사가 되겠죠. 의사라서 잡았어요(웃음). 남편과 사는 게 하루하루 행복해요.

진행자 : 학생 부부인데 생활은 어떻게 하나요?

정민 : 대학민국 그래서 좋아요.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해서 한 달에 천 불 넘게 받아요. 120만 원 정도. 그 정도 받으면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처음 왔을 때는 정말 적게 썼어요. 북한에서 생활하던 게 있으니까. 그런데 저는 지금 7년 됐거든요. 7년 정도 되면 생활비가 정말 만만치 않게 나가더라고요. 아기 기저귀만 해도 2~300불씩 쓰고, 집세도 한 300불씩 나가면 넉넉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북한에서의 삶과 비교하면 정말 좋고, 그리고 미래가 있잖아요. 졸업을 하게 되면 저나 남편이나 직업을 얻을 테니까.

강남 : 이 모든 상황을 북한에서는 상상을 못하죠. 대학생 부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요.

정민 : 저도 생각해봤는데,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건 아니고요. 사회주의 제도가 제대로만 운영됐다면 북한에서도 대학생 부부가 살아갈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 안 되고 있다는 거죠.

진행자 : 사실 클레이튼이 방송 전에 얘기를 했는데, 2주 동안 서른 곳이 넘는 회사에 지원했대요. 강남 씨는 경찰 공무원 시험 때문에 요즘 엄청나게 공부를 하고 있고, 예은 씨도 취업을 해야 하니까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단 말이에요. 정말 무한경쟁 사회잖아요. 그럴 때 가끔 사회주의라는 게 제대로만 정착이 됐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일까(웃음)! 유토피아죠.

정민 : 그래서 무릉도원이라고 하잖아요. 북한에서도 그렇게 설명했는데, 사실 그런 것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 체제가 지금도 망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어머니와 할머니는 정말 죽도 못 먹고 사시다가 김일성 체제에 들어가면서 쌀밥을 먹을 때도 가끔 있었거든요. 80년대 그때는. 그러니까 그걸 못 잊는 거죠. 다시 한 번 고난의 행군을 해서 김정은을 잘 받들면 우리는 다시 외세의 침입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계속 강조하는 거예요.

예은 : 이론적으로는 좋은데, 그게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는 거잖아요. 러시아 사람들도 소련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그 당시에 연금도 제대로 나왔고, 의료나 복지 혜택이 좋았으니까 그 당시가 더 평화로웠다는 사람도 있고. 도시마다 레닌 동상도 다 세워져 있고 아직도 남아 있어요. 북한이랑 좀 비슷해요.

진행자 :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러시아를 비롯해서 중국도 쿠바도 결국은 시장을 개방했죠.

정민 : 북한도 속은 자본주의예요. 돈이 우선인 게 자본주의잖아요. 북한도 그렇게 되고 있으니까.

진행자 : 북한의 상위 1%는 남한 사람들보다 훨씬 잘 산다면서요.

강남 : 빈부격차가 엄청납니다. 가난한 곳일수록 빈부격차가 더 심해요.

정민 : 저번에 평양에서 오신 분을 만났는데 식당에서 3~400달러는 쓴다는 거예요. 저는 아직 남한에서도 3~400달러 식사를 못해봤는데. 최고위층 사람들이 김정은이 싫은데도 배반을 하지 않는 것은 그 부가 주어지기 때문이에요.

진행자 : 우리가 긴 시간 동안 자기소개로 시작해서 다양한 얘기들을 해봤는데 여러분이 지금 20대, 30대 초반이라서 앞으로도 자기소개를 할 일이 많잖아요. 자기소개에 이런 것들을 더 넣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거예요. 앞으로는 스스로를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미래에 하고 싶은 자기소개가 되겠죠?

강남 : 저는 3년 뒤에 꼭 경찰복을 입은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냥 경찰이 아니라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서 사람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그런 경찰이 돼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은 : 저는 너무 정형화된 것에 익숙해져서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오늘보다는 내일 좀 더 나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민 : 저는 스포츠댄스를 한 사람입니다, 아니면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이것도 꼭 넣고 싶어요.

클레이튼 : 아마 똑같이 소개할 것 같은데요(웃음)? 제가 남한에 처음 왔을 때는 한국 생활, 한국어 전혀 몰랐지만 몇 년 동안 이렇게 한국 생활이나 한국어 잘 하게 됐는데 '다 이해할 때, 다 배울 때까지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요.

예은 : 저 하나 생각났어요. 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2년 뒤에 결혼해서(웃음).

진행자 : 일찍 결혼하네요. 클레이튼도 3년 뒤에는 결혼하지 않겠어요?

클레이튼 : 일단 일하는 생활에 적응해야 해요. 그 다음에 결혼 생각할게요.

진행자 : 한국사람 다 됐네요(웃음).

진행자 : 오늘도 자기소개서나 취업 준비생 같은 단어가 나왔는데, 남한에서 굉장히 흔히 쓰는 단어 자체가 남한의 청춘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남한에 새로 생긴 단어나 요즘 자주 쓰는 단어, 남한의 세태를 보여줄 수 있는 단어들을 가지고 이 시간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데, 다음 주에 다루고 싶은 단어 있을까요?

정민 : 네, 요즘 방송에서도 인기가 많은데요. 셰프?

클레이튼 : Chef 맞죠(웃음)?

진행자 : 청취자 여러분이 이 단어 모르실 텐데, 힌트?

정민 : 이 사람과 살면 평생 살 찔 수 있다?

진행자 : 평생 살 찔 수 있다? 뭘까 무척 궁금한데요, 다시 한 번!

클레이튼 : Chef!

진행자 : 이게 어떤 말인지 다음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수고하셨고요.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께 다함께 인사할까요? 청취자 여러분!

다함께 :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만나요!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