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섹시한 남자 김강남입니다. 북한에서 왔고요, 저의 꿈은 경찰청장입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남한 대학생 강예은입니다. 남한 청년이 소소하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반갑습니다.
클레이튼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촌놈 클레이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5년 됐는데 몇 주 전에 대학원 졸업하고, 지금은 월급의 노예 다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정민 : 반갑습니다. 저는 한 아이의 엄마, 북한에서 온 이정민입니다. 오늘도 좋은 이야기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이정민,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윌리그 군과 꾸며가는 <청춘만세>. 새롭게 단장한 이 시간에는 요즘 청춘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가지고 남한의 모습을 함께 얘기해 보기로 했는데요. 강남 군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번 방송에는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 먼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자, 청취자 여러분에게는 낯선 단어, 지금부터 만나보실까요?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정민 씨가 이 단어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자, 클레이튼?
클레이튼 : Chef!
진행자 : 네, 셰프라는 단어였는데, 힌트가 뭐였죠?
정민 : 함께 살면 살찐다?
진행자 : 함께 살면 살찐다! 그러고 보면 셰프가 사람이거나 동물이 아닐까 싶은데, 어떤 건지 정민 씨가 직접 설명을 해주세요.
정민 : 북한에서 보자면 요리사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영어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아직도 발음이 어렵네요. 같이 살면 맛있는 음식을 해주다 보니까 살이 찌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셰프와 요리사가 같다고 말하기는 좀 힘들 것 같죠? 요리사 중에 요리사라고 해야 하나?
예은 : 네, 셰프가 남한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냐면 요리사가 일반 음식점의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셰프는 그 요리사들 중에서 우두머리라고 해야 하나. 각각의 요리사들이 할 일을 알려주고, 음식점의 얼굴이 되는 거예요.
클레이튼 : 미국도 비슷합니다. 요리사 중에 Chef도 있고, Cook도 있습니다. 쿡은 일반 요리사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경험 별로 없고 특별한 교육 안 받아도 되지만, 셰프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전문 과정을 공부해야 하고,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셰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정민 : 오늘 또 하나 알게 됐네요. 저는 그냥 북한에서 말하는 요리사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까 북한의 공훈요리사, 인민요리사 이런 식으로 올라가는 칭호가 있는데, 인민요리사 정도가 되는 것 같네요. 그러니까 대중이 다 인정하는 높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예은 : 외국 가서 전문 과정을 밟아온 사람들을 셰프라고 많이 부르죠.
진행자 : 어원을 따져 보자면 프랑스어잖아요. 예전에 이탈리아 왕족이 프랑스로 시집을 많이 갔어요. 그때 프랑스 궁정에서 일하던 요리사들이 있었을 텐데, 당시 프랑스혁명이 일어나면서 요리사들이 왕궁 밖으로 쫓겨나게 된 거예요. 일자리를 잃은 요리사들이 전문적으로 레스토랑, 식당을 차리면서 거기서부터 셰프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는 말도 있어요. 그러니까 일반 음식점보다는 고급스럽고 제대로 배운 요리를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겠죠.
정민 : 저는 하도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고 다들 셰프라고 하니까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일상생활에서는 접하기 힘든 분들이었군요.
진행자 :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남한에 많아졌다고 할 수 있겠죠.
예은 : 네, 요즘 방송에 셰프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 방송이 인기가 무척 많거든요.
정민 : 저도 즐겨 보고 있어요(웃음).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주는데 한식부터 일식, 중식은 물론이고, 이것저것 섞은 퓨전까지. 저는 퓨전에 대해서 이해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퓨전이라는 말 자체도 영어인 데다 한국 음식에 이탈리아 방식을 접해서 한다는 게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예은 : 퓨전 음식 드셔 보셨어요?
정민 : 네, 떡볶이에 치즈 넣은 거?
예은 :아, 치즈 떡볶이(웃음)!
클레이튼 : 맛있어요(웃음).
진행자 : 요즘 요리 프로그램이 방송에서 많이 나오는데, 클레이튼도 즐겨 봐요?
클레이튼 : 사실 잘 보지 않아요.
정민 : 요즘은 그런 걸 봐야 밖에서 얘기가 돼요.
클레이튼 : 텔레비전 채널 바꾸다가 1~2분 정도 보기는 하는데, 관심이 없어서 그냥 돌려요.
정민 : 닮은 요리사 있어요. 불가리에서 온 셰프인데.
예은 : 아, 미카엘이요?
클레이튼 : 네, 많이 들어봤어요(웃음).
진행자 : 지금 이렇게 이름만 말하면 알 정도로 남한에서 셰프라는 사람들이 굉장히 인기예요. 나와서 요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기가 많다는 얘기는 돈도 많이 번다는 소리거든요. 상업적인 광고도 많이 하고.
정민 : 요즘은 홈쇼핑에도 나오더라고요. 자기가 만든 음식을 홈쇼핑에서 파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걸 사람들이 더 열광해서 사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미국 같은 경우는 우리가 '패스트푸드'라고 하잖아요. 햄버거나 남한으로 치자면 라면처럼 뚝딱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워낙 많아서 요리 방송에 관심이 없는 건가요?
클레이튼 : 미국 요리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웃음). 고급스러운 식당도 많고, 외국인들이 미국 보면 패스트푸드만 먹는 거 아닌가 생각하는데, 사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정민 : 북한에서는 미국 사람들 뭐 먹는다고 생각하는 줄 알아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웃음).
클레이튼 : 뭐 그런 사람도 있긴 하지만...
정민 : 그런데 저도 지금은 그 피 뚝뚝 떨어지는 고기 좋아해요. 사실 음식하면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알아주는데, 미국은 양만 많이 먹는다, 그렇게 비하해서 생각하기도 해요.
예은 : 저는 반대로 미국은 가정적인 문화가 발달해서 퇴근하면 우리나라는 회식이나 외식을 하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가족끼리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생각했어요.
진행자 : 가족끼리 음식을 먹는데 그 음식을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오는 거죠(웃음).
클레이튼 : 사실 미국 사람들이 중국음식을 많이 먹어요. 배달하거나 집에 가는 길에 사거나.
정민 : 중국 음식을 먹는다고요? 미국 사람들이?
클레이튼 : 진짜 중국 음식과 비교하면 좀 다르겠죠. 미국식 중국요리.
진행자 : 미국 사람 입맛에 맞춰진 거겠죠.
예은 : 우리나라에도 있잖아요, 자장면.
정민 : 그렇죠. 저도 보니까 중국에서 먹었던 음식이랑 남한에서 먹는 중국 음식이 다르더라고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을 많이 하지 않았나.
진행자 : 아무래도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많이 보는 미국의 음식문화가 대부분 즉석요리나 패스트푸드를 먹는 모습이 많아서 그렇지 미국에도 굉장히 유명한 음식점이나 셰프가 많죠. 예은 씨가 뭘 조사해 왔다고 했죠? 세계적인 셰프 순위라고 했나요?
예은 : 네, 세계적인 셰프 순위를 보니까 미국 사람이... 없었는데요(웃음).
클레이튼 : 한 명이라도 있지 않아요?
예은 : 없더라고요, 어쩌면 좋아(웃음). 부자 순위에 셰프가 있다는 거였어요. 요즘 셰프테이너라는 말이 생겼거든요. 그러니까 셰프들이 그냥 요리만 하는 게 아니라 방송에 나와서 예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인데. 그 사람들은 방송을 하다 보니까 부수입이 많아져서 돈을 많이 버는 거예요. 셰프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자산가 순위에서 상위권에 있더라고요.
클레이튼 : 맞아요, 1993년부터 미국에서는 푸드 네트워크라는 방송이 생겼는데, 요리사들이 연예인처럼 됐어요. 방송이 인기 있으면 연예인처럼 인기도 많아지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진행자 : 사실 그냥 요리해서 먹는 거잖아요. 그걸 왜 그렇게들 보는 걸까요? 사람들이 많이 보니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거잖아요. 이게 한두 개가 아니라 아주 고급 요리에서 냉장고에서 쉽게 꺼내서 만들 수 있는 거, 아니면 자급자족, 직접 길러서 먹는 거, 혼자 먹는 사람들을 위한 것까지 굉장히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서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왜 그렇게 많이 보나요, 여러분은?
정민 : 텔레비전에서 말하는 대로 얘기하자면 대리만족이라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해먹지는 못하니까 텔레비전을 보면서 만족을 하는 거죠.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은 굉장히 적다고 해요.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거죠.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지금 현재 저는 텔레비전에서 정치적인 내용이나 드라마처럼 뻔한 내용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보는 게 좋거든요. 그래서 좀 더 좋아하지 않나...
예은 : 가볍게 즐기기 좋으니까.
정민 : 그렇죠,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다는 거.
예은 : 그리고 남한 사람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졌잖아요. 그래서 소비를 하는 문화가 강해지면서 음식을 먹고 즐기는 데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셰프들이 요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는 그런 방송들이 인기가 많았었는데, 먹방이라고 해요. 그러다 이제는 만들어서 먹는 걸 더 열광하더라고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혼자 먹는 것보다 함께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방송을 보면 같이 요리하고 먹는 느낌을 받을 수 있대요. 그래서 이런 방송이 대세라고 하더라고요.
클레이튼 : 그리고 예전과 비교하면 사람들이 결혼도 늦게 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까 아마 요리를 직접 하는 사람도 많아져서 이런 방송 보면서 요리방법도 배우지 않을까.
진행자 : 남한의 1인 가구가 500만이라고 하니까요. 먹는 건 본능이죠. 그런데 남한은 복잡한 게 너무 많잖아요. 산업화로 살기는 편해졌는지 모르지만 그만큼 개인이 다뤄야 할 일이 너무 복잡해지다 보니까 정민 씨가 말한 것처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거, 게다가 음식은 굉장히 화려하고 예쁘잖아요. 플레이팅이라고 하나요? 그릇에 예쁘게 담는 것까지 예쁜 식재료를 가지고 예쁘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힐링이라고 하죠. '아, 기분 좋다!'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정민 : 그리고 우리 집 냉장고에도 있을 법한 재료인데 그렇게 큰 접시에 아주 조그맣게 예술로 나오거든요, 한 입 나올 만큼. 과연 어떤 음식이 나올까, 또 누가 이기는지도 궁금해요.
진행자 : 셰프들끼리 대결을 하니까요.
예은 : 그런데 신기한 게 텔레비전에 나오는 셰프들이 다 남자더라고요!
진행자 : 맞아요, 출연자 중에서 예은 씨와 정민 씨는 굉장히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남자인 클레이튼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특이한 것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셰프들은 다 남자란 말이죠. 정작 집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인데, 유명한 셰프들은 다 남자예요. 왜 이럴까요?
내레이션 : 그러게요,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인데 요즘 남한 텔레비전에 나오는 인기 셰프들은 다 남자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청춘들은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음 시간에 계속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