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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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의 김인선입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선 매우 관대하면서도 남의 말은 쉽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 하루만 보고서도 남에 대해서는 다 아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평상시 우리가 별 생각 없이 하게 되는 남이야기, 특히 연예인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하는 뒷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연예인이란 연예에 종사하는 배우, 가수, 무용가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예술인을 의미하는데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씨와 함께 연예인 뒷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은 우리 청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연예인 뒷이야기!’

이정민 : 그런데 말입니다. (진행자 흉내 내는 정민 씨 덕분에 다함께 웃음)

진행자 : 굉장히 화기애매하게 시작하게 됐는데요, 일단 연예인하면 남북의 청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것부터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아요. 연예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강남 : 북한에서는 잘생긴 사람, 기억에 남는 사람이에요. 한국보다는 연예인에 대한 호응도가 낮아요. 왜냐하면 전기가 없다보니까 방송을 많이 접하지 못하고 못보다 보니까 연예인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요. 연예인을 지방에서 한번 본다면 그날은 일생에 있어 기쁜 날, 신기한 날이에요. 연예인을 한 번도 못보고 죽는 사람도 많아요. 왜냐하면 교통이 좋지 않다보니까요. 연예인을 보려고 평양에 갈수는 없잖아요? 혹시 영화촬영을 하기 위해 배우들이 지방에 온다면 그 구역의 사람들이 운이 좋은 거죠. 쉽게 말해서 신기하게 생각해요.

이정민 : 저는 북한도 연예인에 대한 열광 같은 것은 남한 못지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저희 동네에서 영화가 개봉됐는데 그걸 보러 들어가다가 압사 사고가 났어요. 7살짜리 아이가 아빠 손을 놓쳐서 죽는 사고가 있었는데, 북한에서는 없는 일인 것으로 알 수 있잖아요. 먹고살기 힘드니까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북한도 그런 일이 있었고요, 또 전기가 끊겼을 때에도 정말 전기를 끊으면 안 될 곳에는 전기가 들어가요. 그런데 정말 재밌는 영화가 새로 나왔다면 그 전기선을 몰래 끌어서라도 그 영화를 보게 해주거든요. 보는데 돈까지 내는 사람도 있어요. “전기 좀 우리 집에 끌어다줘” 이런 식으로요. 그런 것들을 보면 문화에 대한 열광만큼은 남이나 북이나 비슷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고요

김재동 : 코미디언, 배우, 그리고 드라마에 출연하는 탤런트 이런 사람들을 다 연예인이라 부르는데, 그러다보니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어요. 또 남한에는 오락방송도 많잖아요. 그렇다보니 연예인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에 연예인이 많은 이유는 해당분야에 끼만 있다면 누구나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인데요, 노래에 재능이 있다면 가수가 될 수 있고 연기에 재능이 있다면 연기자가 될 수 있어요. 남한의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순위가 연예인으로 꼽힐 만큼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 자체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다고나 할까요? 관심 있는 연예인에 대해, 인터넷 검색만 해도 관련 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어요. 그들의 일정, 활동모습까지 다양한 소식을 다요. 지금 재동 씨가 말했던 내용 중에 코미디언, 탤런트 이런 용어들이 나왔어요. 북한에서는?

이정민 : 몰라요. 코미디언 같은 경우는 희극배우로 얘기를 하고요, 영화배우는 영화배우라 하죠. 탤런트는 배우인 것 같아요.

김강남 : 한국과는 다른 것은 연예인이 좀 힘들어요.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지언정 그 사람들의 생활은 고달파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연예인 생활을 시작한 순간부터 그 사람들은 철저한 감시에 들어가게 돼요. 제가 평양에 있을 때 영화촬영거리를 갔었거든요. 그래서 연예인들도 좀 보고 연예인들의 생활을 봤어요. 2일 생활총화를 하더라고요. 엄청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거죠. 우리는 그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겠지만 그 사람들의 숨겨진 고통이 있는 거죠. 그때 보고 ‘못할 직업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이정민 : 저는, 북한의 미남 배우라든지 미녀 배우들에 대해서 줄줄 꿰고 있을 정도였어요. 우인이라는 여배우의 사건이 있었는데 그 여배우가 굉장히 예뻤어요. 북한 전역의 최고 미인이었는데 김일성, 김정일의 눈에도 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여자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일본 재포(교포)라고 하는 일본인 출신 남자였던 거죠. 이 남자랑 둘이서 차에다 난방기를 켜놓고 잤는데 둘 다 가스사고로 죽었어요. 남자는 현장에서 죽고 여자는 살았는데 살려줄 수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네가 어떤 남자랑 잤냐’하고 취조를 하기 시작했는데 말하다가 김정일 이름도 나올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여자를 죽였대요. 그 여자를 공개 총살을 했고요, 그 내용이 미인에 대한 이야기로 전설로 전해져요. 그만큼 연예인의 뒷이야기는 겉으로는 말을 안 하지만 뒤에서는 누구나 떠드는 얘기정도는 되거든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연예인들의 뒷이야기가 연예인들을 전문으로 취재하는 기자들에 의해서 많이 밝혀지는데요, 북한은 어떤가요?

이정민 : 없죠. 개인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전해 듣는 것은 그 사람의 옆 사람인거에요. 지인이나 그 사람들이 말한 내용이 또 옮겨지고 해서 저희들에게까지 온 거에요.

김강남 : 그리고 참으로 들어보면 들어볼수록 자본주의하고 사회주의의 차이는 이것 같은데요, 한국은 연예인들의 뒷조사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절대로 그럴 수가 없어요.

진행자 : 남한은 어때요?

김재동 : 먼저 두 분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그런 소문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신문 같은 매체에서는 보도를 안 하겠죠?

이정민 : 없어요.

김재동 : 남한에서는 마음대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기 쉽죠. 연예인들이 봉사활동을 했으면 그 다음날 인터넷에 어느 기관에 가서 봉사를 했는지, 사건 사고가 일어났으면 하루! 심지어는 몇 분 단위로도 접할 수가 있죠.

이정민 : 네. 그래서 북한 청취자들에게 막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은 거죠. 예를 든다면 박지성 선수는 북한 선수들도 다 알 것 같아요. 남한은 스포츠 선수들도 연예인들처럼 분류가 되잖아요. (이하 내용은 페이드아웃)

내레이션 : 실명을 거론하며 다양한 직종의 배우들, 즉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정민 씨. 어떤 연예인의 열애설 터졌는데 기사화 된 사진이 조작된 거였다더라. 사실은 호텔에서 나온 모습이 찍혔는데 담당 기자에게 연락해서 데이트하는 장면으로 기사를 실어달라고 요청해서 몰래 찍은 사진처럼 다시 찍었다더라 등등. 소문으로 돌고 도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데요, 이 모습은 남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연예인에 관한 소문을 서로 공유하며 이야기 나누곤 하죠. 하지만 연예인과 관련한 추측성 기사도 많은데다가 개인의 ‘사생활침해’라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유포하다가 명예훼손과 같은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부분을 생략하게 됐네요. 그렇다면 연예인에 관한 뒷이야기는 ‘사생활침해’일까요? 대중의 ‘알권리’일까요?

김강남 : 참으로 모순되는 것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인기를 먹고사는 직업인데, 그 인기로 인해 그 사람들의 인생을 침해받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궁금해서 그런 거지만 그 당사자들은 자기의 사생활을 못 누리는 거잖아요. 엄청 불편한 거잖아요.

이정민 : 그런데 또 그런 게 있잖아요. 남한에서는 공인이기 때문에 공인의 삶을 타인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은 그 사람이 감당해내야 할 의무다 이런 식으로 하잖아요. 그렇죠?

김강남 : 그런데 이런 모습은, 지나친 간섭은 인권에 해당되지 않은가 싶어요. 우리들의 희열을 느끼겠다고 그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는가, 이런 것도 한번쯤은 생각해봐야죠.

김재동 : 남한에서는 자유국가잖아요. 연예인들이 물론 힘든 경우도 참 많아요. 하지만 경제적으로 누릴 보상은 충분히 받는다고 생각을 해요.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고 높은 명성,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예인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레이션 : 세 사람의 이야기에서 나온 것처럼 연예인의 뒷이야기에 관한 생각은 저마다 다릅니다. ‘알권리’라고 여기는 사람과 그들의 ‘사생활침해’라고 여기는 사람이 공존하니까요. 우리는 정보를 요구할 권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권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호기심’과 ‘알권리’를 제대로 구분한다면 가능합니다. 연예인 뒷이야기의 대부분은 호기심에 의해 만들어진 것 아닐까요?

김강남 : 북한에서 경청하시는 분들이 한 가지 알아야할 게 있을 것 같아서 말씀드려요. 남한에서 아이돌이 춤추며 입는 옷은 일반인들도 입는 편안한 옷입니다. 그런데 오해를 합니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비밀이지만 저도 북한에 있을 때 한국 영상을 조금씩 봤거든요. 단체로 나와서 춤추는 것을 봤어요. 나훈아 씨가 노래를 부를 때 양 옆에 나와서 춤추는 친구들을 봤는데 그때 친구들끼리 “저건 선전용이다. 북한 사람들 머리를 썩게 만들고 동요시켜서 한국에 오게 만들려는 사기다”이런 식으로 생각했어요. 너무 노출이 심해서요. 그런데 실제는 남한에서 나오는 텔레비전에서는 더하다는 사실을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이정민 : 그리고 실제로 그런 친구들이 입는 옷을 일반인도 다 입고 다녀요. 저도 그렇고요.

김강남 : 더한 사람도 있고, 거리에도 그렇게 입고 다니고 있다는 것을 제가 산 증인으로서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진행자 : 남한의 연예인들은 경제적인 혜택을 더 받는다고 했잖아요. 그들이 입는 옷이나 가방, 신발들을 따라하고 싶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체에서 많이 후원해요. 협찬이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하고 있는 것들을 일반인들도 누구나 거기에 따르는 비용을 지불한다면 충분히 살 수 있죠. 그래서 유행이라는 것이 존재하죠.

이정민 : 맞아요. 저도 인터넷 화면을 통해 연예인 사진을 보는데요, 제일 관심 가는 것은 공항패션이에요. 비행기 타러 갈 때 입는 옷들이죠. 저도 계속 보게 되는 거예요. 입고 있는 옷을 보면 ‘예쁘다, 어디 꺼지’ 하면서요. 그런 것을 보면 경제적인 효과가 엄청날 것 같아요.

김강남 : 이 소리를 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어요. 인민배우 오미란이라는 여자가 단편드라마에서 머리를 깎았던 것을 젊은 여성들이 따라했고, 옷을 수선해서 팔기도 했어요.

이정민 : 맞아, 그런 것 있었어요. 오미란 원피스해주세요, 이런 식으로요.

진행자 : 그런 모습은 남과 북 모두 비슷하네요.

김강남 : 또 조금 차이가 있는 게 남한처럼 협찬하고 광고 찍고 그런 것은 절대로 없습니다. 그냥 영화사업소에서 배급, 명절날에 선물로 돼지고기 1키로 더 주는 것뿐이에요. 한국 연예인과 북한 연예인, 한국과는 비교되는 거죠.

진행자 : 남한의 연예인에도 그 내부에서 차이가 있어요. 일부 인기 많은 사람들이 부유하게 사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인기 있을 때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무리한 일정을 잡아서 활동하면서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김강남 : 그게 참 행복한 걱정이잖아요. 북한은 인기가 아무리 많아도 돈은 더 못 번다는 거죠. 인기가 많아지면 그 사람의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그 사람은 당에 더 충실하고 더 깨끗한 연기와 맑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거죠. 더 잘해야 할뿐 돈은 못 버는 거예요. 결론은 한 것만큼 대가가 없는 거예요. 그게 좀 아쉬운 것 같습니다.

내레이션 : 중국을 통해 유입된 드라마를 보고 그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을 청취자 여러분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전할 수는 없었습니다. 연예인을 통해 바라본 남북 청년의 ‘알권리’와 ‘사생활침해’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에 충분히 이해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다음 주에는 ‘청춘의 맛’ 이라는 제목으로 만나 뵐게요. 지금까지 ‘청춘만세’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