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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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핑크빛이라 바래지기 쉽고. 순정은 흰색이라 더러워지기 쉽지만 우정은 무색이라 영원하대.

오래 전 친구가 제게 써 준 글귀랍니다. 지금 이 순간 무색처럼 변치 않는 친구의 얼굴을 단 한명이라도 떠올릴 수만 있다면 참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는 친구 같은 방송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최철남 씨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친구에 대한 얘깁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주영, 최철남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도 잘생긴 철남 씨와 예쁜 주영 씨가 나왔습니다. 오늘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친구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사전에서는 친구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전상의 설명으로는 왠지 친구를 설명하기가 부족해보이죠? 여러분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주영 : 친구란 또 다른 내 자신이다?

진행자 : 친구는 친구고 나는 나 아닌가요?

이주영 : 유유상종이라는 말 있잖아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거울 같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고요.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리고 친구를 내 자신처럼 소중히 대해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진행자 : 그럼 애인이 먼저 인가요? 친구가 먼저 인가요?

이주영 :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저는 친구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진행자 : 주영 씨 친구들은 참 행복하겠네요. 철남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철남 : 저는 평행 함께 가는 길동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그렇게 되던가요?

최철남 : 네. 저는 그렇게 되더라고요. 북한이랑 남한이랑 친구에 대한 개념이 다른 것 같아요. 남쪽 사람들은 북한만큼 친구가 끈끈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친구라고 하면 목숨도 아끼지 않거든요.

진행자 : 남쪽도 끈끈해요. 돈도 빌려줘요.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목숨을 얘기하니까 할 말이 없네요.

최철남 : 목숨도 아깝지 않다. 그 정도가 돼야 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 듣는데 뭉클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주영 :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해서요.

최철남 : 한국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분들이 있더라고요.

진행자 : 저도 뭐든지 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목숨이라는 얘기가 나오니까요.

최철남 : 친구가 죽을 위기에 처해 있으면 가만히 있지 않아요. 내가 죽더라도 같이 하는 그런 것이 있습니다. 북한은 친구끼리 끈끈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동의 자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탁아소 때부터 친구가 고등학교 때까지 친구가 되고 같이 먹고 자라고... 그래서 저는 평생 길동무라고 말하는데 같이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고 같이 살자고 할 때도 있습니다.

진행자 : 평생 길동무라고 했을 때 그게 가능할까 싶었던 것이 평생 함께 할 거라고 생각해도 사는 환경이 달라 질 수가 있잖아요. 유학을 갈 수도 있고 결혼해서 생활이 완전히 달라져 공유할 만한 것이 없어질 수도 있고. 저는 지금 정말 친하다고 해도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옆에 있을 때 잘 해주자. 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최철남 : 한 친구는 하나원에서부터 친구였는데 동갑에 전공도 같고 꿈도 같은 꿈을 꾸고 있어요. 평생 같이 가는 거죠.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라는 옛 말이 있습니다. 물건은 새 것일수록 좋지만 친구는 오래 사귄 친구일수록 정의가 두텁다는 말인데요. 철남 씨가 북에 있는 친구들을 잊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 보아 온 친구이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성이 다르거나 나이 차이가 많은 친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행자 : 보통 친구라고 하면 동성 간의 친구를 떠올리는데 이성간의 친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철남 : 이성간에는 친구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이주영 : 저는 가능한데요.

진행자 : 마음을 주고받고?

이주영 : 그렇죠.

진행자 : 그럴 사이면 결혼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남쪽에도 주영 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데 북한 분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최철남 : 북한은 남녀가 유별하거든요. 그래서 남자와 여자가 같이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별로 못 봤어요. 같이 놀 수는 있는데 같이 마음을 나누고 힘든 것들을 나누고 그런 것은 없어요.

사람마다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는 척도와 범위가 다르긴 하지만 진정한 친구란, 적어도 세상이 모두 등을 돌릴 때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일겁니다.

진행자 : 공감 가는 건 친구란 웃고 떠들고 술 마시는 것이 친구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친구잖아요. 내가 죽은 후에 나를 위해 울어줄 친구 몇 명이나 될 것 같으세요?

이주영 : 저는 10명 정도요?

진행자 : 가족 빼고

최철남 : 저는 8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두 분 참 행복한 사람들이시네요.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친구에 대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최철남 :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가출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집을 나갔을 때가 늦가을이었어요. 저희 동네 양 사가 많아서 풀을 말려 놓은 곳이 많았어요. 자존심 때문에 집에 안 들어가고 거기 있었는데 친구가 알고 같이 있어줬어요. 그 친구 집이 풍족한 집이 아니었는데 옥수수를 가져와서 주고 같이 밤 새워주고 챙겨줬었어요. 물론 제가 잘 한 것이 없었지만 제 편을 들어주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누군가 제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정말 힘이 되더라고요.

진행자 : 가출기간이 길어졌던 거 아니에요? 친구의 힘을 얻어서?

최철남 : 친구가 데려다 줘서 바로 들어갔죠.

진행자 : 의리 있네요.

최철남 : 일단 춥고 돈도 없고요. 들어가야죠.

진행자 : 감동이었겠네요. 주영 씨는요?

이주영 : 저는 대학원생 이니까 돈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친구들을 만나면 돈을 써야 하잖아요. 친구가 밥을 사면 제가 커피라도 사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 친구가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제가 돈이 없는 걸 알고 계속 사주면서 걱정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걸 시키라고 그런 것이 정말 고맙더라고요. 그 친구도 돈이 많은 건 아닌데 저를 배려해 주는 거죠. 진행자 : 보통 물질 가는데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만큼 주영 씨가 소중하다는 거겠죠.

진행자 : 반대로 친구들에게 배신당하는 경우도 있지 않아요?

이주영 : 많았죠. 제가 많이 챙겨주고 그랬었는데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가 되니까 저를 버리고 가더라고요. 그런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진행자 : 그럴 때마다 참 나 인생 헛살았다 그런 생각이 들죠.

이주영 : 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많이 닫히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내가 그렇게 줬던 것이 아무 소용이 없고 뭐든 것이 허무하게 생각되고 다시 친구를 사귀기가 두렵고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잘 싸워내야죠.

진행자 : 그래도 고마웠던 것을 기억하고 더 잘해주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좋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최철남 : 저는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 보다는 골라서 사귀거든요. 저는 그런 능력이 탁월해요. 말 시켜보고 쟤가 거짓말하는 구나. 그런 것을 잘 알아요. 나랑 안 맞구나 싶으면 거리를 둬요.

진행자 : 친구가 얄미울 때도 있잖아요.

최철남 : 그럴 때도 있죠. 상처 주는 말도 할 때가 있고. 잘 될 때 질투하기도 하고. 꼬아서 말할 때 그럴 때 얄미운데 또 그 때 뿐입니다.

진행자 : 성격이 좋으시네요. 그렇다면 친구에게 어떤 친구일까?

최철남 : 내가 우선일 때가 있잖아요. 친구랑 같이 할 수도 있는데 나의 이익을 위해서 친구를 배제 했다 라거나 이럴 때 미안한 건 같아요. 그리고 친구가 힘들 때 도움이 못 될 때가 있었는데 생각하면 내가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주영 : 저는 원래는 이기적인 성격일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제 성향 보다는 좋은 친구가 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 드린 친구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그 때는 그 친구가 돈이 더 없어서 제가 그렇게 사주고 그랬었거든요. 물론 그 때는 바라고 그런 것은 아닌데 가족 같은 느낌이 있어요.

진행자 : 나는 어떤 친구가 되어 줄 것인지를 생각해보시고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음성 편지를 남겨 봅시다.

이주영 : 앞으로도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고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비가 오는 순간에 잘 이겨내고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친구야! 항상 좋은 친구가 되어주어서 고마워. 나의 못난 점을 이해해줘서 고마워. 좋은 친구가 될게. 우리 평생 함께 하는 거지?

최철남 : 남한에 있는 친구들이 있고 북한에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제가 모든 것을 필요로 할 때 다 주고 같이 무덤 갈 때까지 공유하고 도와주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면서 같이 갈 거고요. 북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제가 나오면서 못해줬던 것을 통일되면 못해준 만큼 해주고 싶습니다. 비록 빨리 헤어졌지만 언젠가는 꼭 만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두 분을 친구로 둔 분들이 정말 부럽고요. 저도 두 분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주영 : 최철남 : 감사합니다.

굳이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로 목소리만 듣고도 기분을 알아차리는 친구. 속마음과 반대되는 말을 해도 진심을 알아주는 친구. 나와 함께 기뻐하고 나와 함께 슬퍼해 줄 친구가 여러분은 몇 명이나 있으신가요?

진정한 친구 한 명은 행복이요. 두 명은 행운, 세 명은 하늘이 준 축복 이라고 하는데요. 진정한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함은 당연한 진리겠죠. 다시 되묻습니다. 여러분은 몇 명에게 진실한 친구가 되어 주고 계십니까?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권지연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