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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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에 김인선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적금통장이 아니라 ‘적심통장’입니다. 오늘 나는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살았을까? 땀 통장. 오늘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살았을까? 이해의 통장. 사랑의 통장, 웃음의 통장, 용서의 통장, 봉사의 통장, 기쁨의 통장, 감사의 통장, 인내의 통장. 우리의 마음을 담아 쌓아두는 적심통장은 돈 없이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고) 최윤희 작가의 ‘유쾌한 행복사전’에 있는 글귀를 옮겨봤습니다. ‘통장’이란 은행 계좌의 거래 내용을 기록하기 위한 문서를 말하는데요, 청춘의 통장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이주영, 최철남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 주제가 ‘청춘의 통장’입니다. 먼저, 북한 청취자들이 통장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는데 어때요?

최철남 : 북한에서 통장 혹은 계좌라 하면 잘 모를 거예요. 아시는 분은 한, 두 분 계시겠지만 모든 분들이 알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북한에도 은행이 있기는 하지만 통장이라는 것은 북한에서는 흔하지 않은 것으로 거의 없는 거예요. 북한에서는 은행을 믿지 않아요. 왜냐하면 은행에 돈을 맡기면 돈을 주지 않거든요. 국가에서 다 가져가고 돈을 안주다보니까 사람들이 돈을 맡기지 않거나 몰래 숨겨놓는데 남한에서는 통장이 너무 흔해요. 보통 한집에 대, 여섯 개 이상씩 갖고 있으니까요.

진행자 : 한 집뿐만이 아니라 개인이 그 정도 가지고 있죠.

최철남 : 맞아요. 저 같은 경우에도 지금 통장을 네 개 정도 가지고 있는데요, 북한에는 조선중앙은행 딱 하나인데 남한은 은행이 10개 이상 되죠?

이주영 : 저축은행까지 하면 10개가 넘죠.

최철남 : 보통 기본 은행만 10개가 넘잖아요. 그런 은행에서 돈을 입금하고 자기가 원하는 순간에 아무 때나 꺼내 쓸 수 있고, 국가에서 은행이 파산하지 않게 관리를 해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자기 본인이 원하면 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되고 그런 것 같아요.

이주영 : 어떤 부자인 분에게 돈을 맡겼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예를 들어 100원을 맡겼다 그러면 100원 써놔요. 다음에 또 돈이 있을 때 500원을 맡겼다 그러다가 필요해서 500원을 찾는다, 그런 것을 기록해 두는 것이 ‘통장’이거든요. 그래서 통장은 뭔가 저장해두는, 돈이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기록하는 곳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내레이션 :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기록한 것이 통장입니다. 만드는 것부터 폐기하기까지 개인의 선택에 따라 자유로울 뿐 아니라 언제든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반면 일정한 기간을 약속하고 만드는 통장, 적금통장이 있습니다. 약속한 기간이 지난 후에 이자가 포함된 계약 금액을 돌려받는 예금 제도인데요, 적은 돈으로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기간이 지나야 사용을 할 수 있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청춘의 통장’은 적금통장에 해당되지 않을까요?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채워야 할 ‘청춘의 통장’, 그 안에 무엇을 넣어야 좋을까 함께 생각해봅니다.

최철남 : 저는 그런 걸 넣고 싶어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감정! 보통 사람이라는 게 말하기는 좋아하지만 듣기는 싫어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가까운 사이에서 감정이 안 좋아질 수 있으니까 공감하는 느낌이라든가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넣고 싶어요.

이주영 : 저는 부정적인 것은 가능한 버리고 긍정적인 것만 넣고 싶어요. 청춘의 시기는 거의 평생을 좌우하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자기가 어떻게 무엇을 쌓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노력, 땀, 제가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랑을 많이 넣고 또 빼고 싶어요.

최철남 : 북한은 서로의 불신만 쌓이고 좋은 거는 쌓이지 않아요. 불신하고 서로를 고발하려하고 물고 뜯으려하고. 그것은 다 북한 정권이 만들어놓은 것이지만, 안 좋은 것들이 많이 쌓여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버리고 서로 사랑하고 이해해주고 서로를 도와주려고 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려하고 이런 것들이 많이 쌓여야하는데 북한은 그런 것들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내레이션 : 친절을 느껴본 사람이 친절을 베풀 줄 알고,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베풀 줄 압니다. 배고픔을 느껴본 사람만이 굶주린 사람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직접 겪어보고 느껴야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춘의 통장’ 속에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들을 담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철남 씨와 주영 씨 통장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있을까요?

최철남 : 북한에 있을 때 저의 감정통장은요, 딸랑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순수한 마음 하나요. 그 외에는 안 좋은 감정들이 많이 쌓였던 것 같아요. 저희가 북한에서 따지면 토대가 안 좋은 집안이었어요. 왜냐하면 아버지가 먼저 탈북을 했기 때문에 북한 정부에서 정치적 불이익도 많았고 그러다보니까 북한사회에 대한 증오하는 감정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남한에 와서는 저의 통장에 수많은 것들이 쌓였죠.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를 사귀면서 생기는 감정, 공허한 감정, 내가 많은 것을 받고 있다는 죄송스러운 감정까지 이것저것 많이 들어있어요. 그래서 지금 저의 상태는 상대방을 위해주려는 감정이 마음에 많이 쌓인 것 같아요.

진행자 : 베풀 수 있는 여유가 생겼군요.

최철남 : 네. 그런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많이 버려진 것 같아요. 아까 제가 남을 위하는 것들이 많이 쌓여있다고 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북한 동포들을 위해서 북한 인권단체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덧없는 일이예요. 그들을 위해 일한다 하지만 효과도 별로 없어 보이고 그렇지만 그것을 저희들이 안하면 북한 사람들은 더 힘들어지니까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북한주민의 인권을 찾아주고 자유를 찾아줘라 이렇게 나가서 캠페인도 하고 있어요. 캠페인이란 북한말로 시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북한쪽으로 압박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 다음에 이렇게 라디오를 해서 남한의 청년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알려주고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철남 씨의 감정 통장 중 하나가 ‘청춘만세’ 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주영 씨의 감정 통장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있을까 궁금해지네요?

이주영 : 당연히 사람이 기복이 있으니까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어요. 그런데 나쁜 것들을 버리려고 노력을 했고, 그래서 지금 저에게 있는 감정은 사랑, 감사, 기쁨, 희망 이런 것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잘 나서 그런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제가 남한에서 태어났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고 여러 가지 훨씬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니까 내가 가진 작은 것이라도 나눠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남한에 대해서 알려드리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북한 분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는 것 그 정도만 하고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작은 힘이나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레이션 : 주영 씨와 철남 씨의 통장 속에는 지금 듣고 계신 방송, ‘청춘만세’가 있었습니다. 당장은 매주 한 번씩 여러분에게 방송을 하는 것으로 그치겠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진솔한 남한의 이야기를 전하고 남북통일을 위해 작지만 보탬이 되고 있음을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크게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주영 : 지금 굉장히 어둠이 짙고 김정은 체제가 많이 공고해보이고 그래서 달라질 수 있을까 이런 절망을 많이 가지고 계실 것 같은데요, 세계적으로 역사를 보면 정말 그렇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전제정권들이 북한 빼고 다 무너졌어요. 그래서 북한도 반드시 무너질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시간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분이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힘들어도 조금만 더 버티시고 그러다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철남 : 제가 그 통장에 넣어드리고 싶은 것은요, 북한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잖아요. 막막하고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누구라도 나의 그런 마음을 알아주고 노력해준다 그리고 더 개선하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다 생각하면 훨씬 더 희망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제가 미약하지만 활동하고 있고 그런 노력이 적지만 조금씩 통장에 들어가고 있으니까 나중에 많이 쌓였을 때 큰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주영 누나가 말씀 하신 것처럼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더 희망적으로 앞날을 기대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내레이션 : 주영 씨와 철남 씨의 ‘청춘통장’에는 ‘통일에 대한 염원’이 있었고, ‘북한주민들의 인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청춘만세’도 함께 있습니다. 이들의 ‘청춘통장’을 사용할 수 있는 그날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는 아직까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줄어들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적은 돈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금통장처럼 조금씩 채워가는 ‘청춘의 통장’을 통해 남북의 청년들이 하나가 되는 그날을 꿈꿔봅니다. 지금까지 청춘만세,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