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나면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대입 시험을 통과하면 취업 시험을 치러야 하고 취업이 되어도 승진 시험, 자격증 시험 등 등... 우리 인생은 참 끝도 없는 시험의 연속입니다...
11월 7일! 남한에선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남쪽 학생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결전의 날인데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운 모든 실력을 총동원해서 실력 발휘를 해야만 하는 날입니다.
젊은 청춘들을 응원하는 '청춘만세'고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최철남, 김재동 씨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남쪽의 대학 입학시험, 수능에 대한 얘깁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주영, 최철남, 김재동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무슨 날인지 아세요?
이주영 : 수능!
진행자 : 저는 너무 오래 돼서 기억은 안 나는데요. 제가 수능을 보던 날은 눈이 내렸어요. 철남 씨는 수능 시험 본 적이 없으시죠? 남쪽에서는 대학 수학 능력 시험... 북쪽으로 치면 대학 예비 시험입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 줄여서 수능이라고 하는데요. 수능은 1994년도부터 새로 도입된 대학 입시 제도입니다. 좋은 대학교,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험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겠죠? 사실 이제 남쪽의 대학에서 학생을 뽑는 방법은 3천 개가 넘어설 만큼 다양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기본 능력을 평가하는 수능시험은 무척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당사자들에게 수능 날은 무척 긴장되고 떨리는 날이죠. 본격적인 얘기에 들어가기에 앞 서 수능 날 아침 고사장 앞의 소리부터 듣고 오시죠!
INS - (응원 소리) 너무 떨려서 아무 생각도 안나요.
시험 끝나면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INS - 새벽 5시 반에 나와서 응원하고 있어요.
마음속으로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INS - 우리 애는 너무 힘들어해서 이번에 꼭 붙어야 해요.
엄마 아빠가 많이 힘들었어. 이번에 수능 대박 파이팅!
어떠세요?
고 3학생들을 응원하는 후배들, 부모들의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수능 시험이 있는 날 만큼은 남쪽의 모든 것들이 수험생들 위주로 돌아갑니다. 길이 밀려 제 시간에 시험장에 못 가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관공서와 공기업들의 출근 시간대가 1시간씩 늦춰졌고요. 경찰, 택시 기사 자원봉사자들까지 나서서 수험생들의 수송을 돕는 등... 수험생 특별 수송 대책까지 꾸려집니다. 주영 씨와 재동 씨 역시 수능 보던 날의 기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주영 씨랑 재동 씨는 수능 보던 날이 기억나세요?
이주영 : 완전 떨렸어요. 그 긴장이 지금도 생각이 나요. 수능은 남한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큰 시험이잖아요. 그 날 너무 떨리고 긴장됐던 기억이 나요.
김재동 : 저는 수능 당일 날 졸렸어요. 전 날 잠을 설쳤거든요. 누웠는데도 잠이 안와서 청심환을 먹고 잤는데 이게 엄청난 독이 됐습니다. 제가 점심을 먹고 외국어 듣기 평가를 할 때 무려 세 문제를 상큼하게 망쳤죠. (웃음)
그렇다면 북한에도 수능과 같은 제도가 있을까요? 철남 씨에게서 들어보죠.
최철남 : 북한은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면 그 대학에서 마련한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고 집안의 토대를 가려내서 합격하게 됩니다.
진행자 : 한국의 수시와 비슷한 거네요.
최철남 : 네, 맞아요.
진행자 : 그럼 수능 시험을 치루는 남쪽 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최철남 : 공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든 상관없이 시험을 볼 수 있잖아요. 진행자 : 대학 시험은 양쪽에 있지만 기회가 누구에게 보장되느냐 하는 문제는 다르네요. 시험 보는 풍경도 그런데요. 남쪽에서는 시험 볼 때 잘 보라고 찹쌀떡이나 엿을 주는 풍습이 있습니다...
남쪽에서는 수능을 보기 전에는 시험 잘 보라며 선물해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다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담겨 있죠. 찹쌀떡은 찰떡처럼 붙으라는 의미로 엿도 엿가락처럼 잘 붙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진행자 : 두 분도 시험 전에 지겹게 드셨었죠?
이주영 : 사실 공부하면 당분이 부족하니까 먹으면 좋대요.
진행자 : 남쪽에서는 찹쌀떡이나 엿 외에도 주는 것들이 다양하죠. 잘 풀라고 두루마리 휴지, 잘 찍으라고 삼지창 모양의 포크 이런 것도 주더라고요.
김재동 : 저도 잘 붙으라고 풀 같은 거 선물한 적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시험 잘 보라고 거울을... 잘 붙으라고 초를 주기도 합니다.
진행자 : 북쪽에서도 그런 풍습이 있나요?
최철남 : 북쪽에서는 달걀을 줍니다. 동글동글하게 잘 굴러 가라고요.
진행자 : 신기하네요.
최철남 : 떡을 주기도 하는데 떡을 하려면 집에서 만들어야 하니까 일일이 빻아야하고 번거로워요. 동그란 계란, 콩 같은 것을 줍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는 백일기도라는 것도 합니다. 좋은 학교에 붙으라고 100일 전부터 기도합니다. 북쪽에서는 그런 것도 생소하죠?
최철남 : 할머니들이 미신으로 물 떠 놓고 기도하는 건 있는데 그것도 불법입니다. 손금보거나 미신 행위를 하는 것도 잡아 갑니다. 저희 할머니가 손금을 잘 보셨어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저희 어머니가 불려 다녔습니다.
진행자 : 미신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럴 자유도 없는 거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 같은 시험 말고 조금 색다른 수능이 있다면 어떨까요?
진행자 : 저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잠자는 수능이 있다면 1등 할 텐데...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이런 수능이 있다면 내가 1등일 것이다!
김재동 : 축구 게임 수능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게임 같은 것을 보는 수능이 있다면 자신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김재동 : 네...
최철남 : 저는 빨리 걷는 수능이 있으면 제가 1등 할 것 같아요.
이주영 : 저는 감이 좋아요. 사람을 한 번 보면 알 수 있어요. 저는 그게 정말 보여요.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잘 보여요. 진행자 : 투시력 같은 거요? 그런 수능이 있으면 1등 할 것이다. 조심해야겠네요. (웃음)
그런데 수능이 전부는 아니죠. 오늘 시험을 치렀을 수험생들에게 먼저 겪은 자로서 한 마디를 해준다면?
김재동 : 요즘 학생들이 공무원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꿈보다는 현실에 맞춰가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공부를 하는 일이라면 공부를 해야겠죠.
최철남 : 수험생 여러분들이 많이 떨리실 텐데 고등학교 3년 동안 열심히 한 만큼 최선을 다해 보고 그 결과에 너무 낙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회는 또 오니까요.
이주영 : 수능에서 기뻐할 만한 성적을 받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그런데 인생의 기회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고 제가 제 주변의 여러 사람들을 보니까 성실한 사람이 이기더라고요. 그 전까지 성실하게 공부했으니까 수능을 잘 봤을 수도 있지만 시험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매일 매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수능 날이라는 생각으로 살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세 분,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이주영, 최철남, 김재동: 감사합니다.
남쪽으로 이주해 온 탈북자들은 수능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아도 탈북자 특별 전형이 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학교에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쪽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이후 인거죠.
인생에서 시험은 넘어야 할 장벽이지만 그 장벽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거... 어찌 생각하면 다행이고 어찌 생각하면 더 어려운 숙제 같습니다.
그저 오늘만큼은 북에 계신 분들도 함께 빌어주시겠어요? 남한의 청춘들이 시험 때문에 시험에 들지 않기를 말입니다.
오늘 <청춘 만세>는 여기까집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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