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섹시한 남자 김강남입니다. 북한에서 왔고요, 저의 꿈은 경찰청장입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남한 대학생 강예은입니다. 남한 청년이 소소하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반갑습니다.
클레이튼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촌놈 클레이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5년 됐는데 몇 주 전에 대학원 졸업하고, 지금은 월급의 노예 다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정민 : 반갑습니다. 저는 한 아이의 엄마, 북한에서 온 이정민입니다. 오늘도 좋은 이야기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내레이션 :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이정민,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윌리그 군과 함께 지난 시간부터 영화 'Back to the future'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1980년대에 제작된 영화에서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를 타고 미래로 날아가는데요. 그 미래가 바로 2015년 10월 21일입니다. 얼마 전이죠?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이 영화를 다시 개봉하고 30년 전에 상상한 미래와 지금을 비교하고 있는데요. 자, 현실이 된 미래, 청춘들과 함께 계속 얘기 나눠 보죠.
진행자 : 미국에서 1980년 중후반에 제작된 영화라서 배경이 미국이잖아요. 클레이튼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였을 텐데요. 정말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클레이튼 : 1985년 모습 보니까 약간 옛날 모습처럼 평화롭고 그립더라고요. 그때는 사람들이 더 간단하게 살 수 있고, 복합한 기술 없이도 살 수 있는데 요즘은 핸드폰 없이 못 살고, 사는 게 너무 복잡해졌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예은 씨는 처음에 이 영화가 나랑 정서가 좀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는데, 옛날 영화니까 그렇겠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예은 : 사람과 사람이 소통해야 하는데 영화를 보면 기계가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미래 공상 영화라서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기계로 인해 사람의 생활이 잠식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불편했어요.
진행자 :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지 않나요?
예은 : 네, 사실 요즘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가 없잖아요. 기계나 컴퓨터 없이는 살 수가 없으니까 '정말 현실이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클레이튼 : 지금 지하철 타면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다들 스마트폰 보고 있어요. 좀비 같아요. 데이트하러 나와서도 남녀가 얘기하지 않고 계속 스마트폰 보고 있어요.
예은 : 맞아요.
진행자 : 친구들을 만나도 각자의 또 다른 친구들과 스마트폰으로 얘기를 하고 있죠(웃음).
강남 : 최근에 뉴스 보니까 스마트폰 중독자가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 중 80%라고 하더라고요. 화장실 갈 때 스마트폰 없으면 볼 일을 못 보고, 혼자 있을 때 스마트폰이 없으면 왠지 불안하면 중독자래요. 저도 그렇거든요. 한시도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 돼 버린 것 같아요.
강남 : 그런데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 제가 한국에 온 지 5년 됐거든요. 처음에는 스마트폰이 이렇게 좋지 않았어요. 그때, 2010년에 스마트폰이 최초로 나왔다는 얘기가 있었고.
진행자 : 2010년에는 저도 스마트폰 안 썼어요(웃음).
강남 : 그러니까 5년 정도에 갑작스럽게 발전한 거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발전해서 영화와 똑같은 현실이 됐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남한에 고향을 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진행자 : 그 영화를 보고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을까요(웃음)?
예은 : 저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게 그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진행자 : 생각해보니까 이 영화가 2015년 10월 21일에 동시 개봉했다고 했는데,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영화가 동시 개봉되지 않았어요. 서울에서 개봉되면 지방은 한두 달 정도 걸렸거든요. 정말 기술이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발전했네요.
예은 : 속도가 점점 붙어서 수시로 변하고 있죠.
정민 : 아주 예전에 들은 얘긴데, 한국에 와서 다 신기하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남한에서 오래 사셨던 분이 말하는 텔레비전이나 벽면 TV 이런 것들은 10년 전에 다 나왔다는 거예요. 먼저 생산한 것들을 파느라 이제 상용화가 됐을 뿐이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들이 이미 다 나와 있다고.
예은 : 맞아요, S사 연구센터에 가보면 저희가 상상하지도 못할 것들이 무척 많대요.
진행자 : 대부분의 나라에서 89년에 만들어진 영화와 2015년을 비교하면서 '지금 이런 게 달라지고, 이런 건 실현이 됐다'고 비교를 할 텐데, 그 비교를 못하는 곳도 있죠. 그 가운데 한 곳이 북한이 아닐까 하는데. 사실 북한에서는 이 영화가 개봉됐다는 것도...
정민 : 모를 거예요.
강남 : 북한에서는 일단 사회주의 국가의 예전 영화만 방영해요.
정민 : 그렇죠, 미국하고 싸웠던 것만. 러시아 영화도 미국하고 싸웠던 영화만 많이 보여주고, 스파이나 조국을 위해 싸우는 모습만 많이 방영해요.
진행자 : 왜 지금의 영화를 보여주지는 않는 걸까요?
정민 : 발전한 다른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거죠. 평양과 별로 차이가 없구나 이런 느낌을 받도록.
강남 : 북한에서는 교육을 그렇게 해요. 세계 유일의 사회주의를 지키는 국가이고 최고의 나라라고 하는데, 텔레비전에서 발전된 나라를 보여주면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정민 : 그 영화를 북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본다면 평양과 지방으로 갈릴 것 같아요. 지방 사람들은 거기에 나오는 카드택시나 홀로그램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할 수도 있어요. 그게 과연 뭐지? 카드에 돈이 들어 있나? 그런데 평양 사람들은 문명을 굉장히 빨리 접했다고 할 수 있어요. 독일이나 이런 곳에서 의학기술도 들어와서 심장을 이식하거나 이런 것도 들어봤을 테고, 직접 수술을 받은 사람도 있을 테고.
진행자 : 우리가 영화에 나온 이런 것들이 실현됐다고 말하는 것 중에 상당수는 남한이나 다른 곳에서는 수도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가 똑같이 사용하죠. 예를 들면 카드택시나 스마트폰, 컴퓨터, 벽면 텔레비전 등은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됐다, 실현이 됐다고 말하는데 북한에서는 지방 사람들의 경우 평양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거네요.
정민 : 평양에 새로 나온 제품을 지방에서는 10년이 지나도록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여기는 어제 나온 제품, 오늘은 저 지방 산골까지 다 알잖아요. 텔레비전에 다 나오고, 직접 구입하고. 그런 점도 북한 사람들은 참 안 됐죠.
예은 : 인터넷과 교통이 덜 발달해서 그렇겠죠, 통제를 하고 있으니까. 그러면 북한에서는 미래를 예측하거나 과학영화도 없는 거예요?
정민 : 과학영화 있죠. 그리고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대회도 있어요. 저희 학교에서 1등한 친구가 위에는 옥수수, 밑에는 감자가 달린 식물을 그렸어요. 그런데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생각하는 사람은 적을 것 같아요. 왜냐면 이미 돼 있는 것을 보면서 그것에 기초해서 상상하게 되는데, 북한에는 없으니까 좀 어렵지 않을까.
북한에서 지금 그 영화를 봤다면 만화영화, 아동영화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아동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 부풀린 영화. 만화영화는 아무것도 실제로 되지 않잖아요.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강남 : 어른들이 보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저 애들이 보는 걸 누가 봐!
정민 : 다 거짓말이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여기서 '다 실현됐고, 앞으로는 그것보다 더 좋은 것도 나올 거예요'라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북한에서는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북한에서는 달나라 가는 걸 상상으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주여행도 가능하고, 일반인도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미래에 대한 얘기는 영화뿐만 아니라 책도 많잖아요. 처음에는 그런 것들이 재미없었어요. 이해하기 어려웠거든요, 차이가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재밌어요. 앞으로 현실이 된다니까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자, 영화에 나왔던 게 타임머신이라는 기계잖아요. 그러니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계인데, 여러분 '이 기계가 생긴다면 나는 어떨까?' 라는 생각 많이 해봤을 거예요.
정민 : 저는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북한이 아닌 다른 땅에서. 어렵고 이런 건 다 뒷전이고 꿈이라는 걸 북한에서는 꿀 수조차 없었거든요. 지금 애들은 자유로운 것 같아서 그런 자유로운 세상에서 태어나서 지금보다는 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다.
예은 : 저는 미래에 가서 통일이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요. 통일이 됐으면 각자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 말씀 드릴게요.
강남 : 그 영화를 보면 과거로 다시 돌아가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는 내용이 있잖아요. 저도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에 미안했던 일들을 사과하고 정리하고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고 싶어요.
진행자 : 없었던 일로 하고 돌아오고 싶은 거죠(웃음)? 클레이튼은?
클레이튼 : 아마 미래보다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미래 생각하면 왠지 좀 무섭습니다. 90년대 말로 돌아가면 그때는 기술과 인간이 균형이 잡혀 있으니까.
진행자 : 조금 더 인간미 있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거죠?
클레이튼 : 네, 절대 미래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예은 : 미래에 가서 내가 어떻게 됐는지 보고 나서 현재를 바꾸면 되잖아요(웃음).
클레이튼 :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모르는 게 약이다.
정민 : 그리고 미래는 상상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다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미리 보면 재미없을 거예요.
진행자 : 사실 이 영화에서도 미래에 대한 정보는 극히 알려주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70년 전으로 돌아가서 6.25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사람들이 바꿔 놓으면 좋겠네요.
강남 : 일이 커지는데요(웃음).
진행자 : 여러분이 지금까지 말했지만 지난 30년 동안 발전해온 것보다 최근 5년의 발전이 훨씬 빠르고 놀랍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5년 뒤면 훨씬 많은 것들이 이뤄져 있을 텐데, 15년 뒤면 2030년인가요? 여러분 각자 몇 살인가요?
클레이튼 : 계산하고 싶지 않습니다(웃음).
진행자 : 15년 뒤에는 이 세상에 이런 것들이 존재할 것 같다!
정민 : 운전을 잘 못하는데, 무인 자동차, 그러니까 제가 타기만 하고 운전은 자동으로 하는 차를 탈 수 있을 것 같고. 주방 일도 하기 싫으니까 아마 로봇을 집에 두지 않을까.
예은 : 영화에서 봤는데, 홀로그램으로 제가 하는 말을 어떤 캐릭터가 다 알아듣고 받아주는 거예요. 캐릭터랑 대화를 나누는 거죠, 사람이 아닌데. 사람이 산업화 시대로 가면서 점점 외로워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인간 대 인간이 아닌, 기계와 인간이 친해질 것 같고.
진행자 : 사실 요즘 인터넷으로 가상 애인을 만들기도 하죠.
예은 : 그리고 학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왜냐면 인터넷 강의로 혼자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여자들에게 좋은 기계가 발명 중이라고 들었는데, 자기가 원하는 화장이 있잖아요. 그걸 골라서 '이 사진대로 해줘!' 얼굴을 갖다 대면 화장을 해주는 거예요. 그런 기술이 생겨서 출퇴근 시간을 줄여줬으면 좋겠어요.
강남 : 저는 통일이 돼서 북한에 가 있으면 좋겠어요. 또 로봇으로 언어를 다 번역해줬으면 좋겠어요. 학생 입장에서 외국어가 엄청난 부담이거든요. 그런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만으로도 삶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진행자 : 참 편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한 미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편리하게 기계화 되는 것도 좋겠지만, 클레이튼 말처럼 좀 인간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 청춘들과 함께 <백 투 더 퓨처> 얘기를 나눠봤어요. 북한에서 이 영화를 보시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네요.
자, 다음 주에는 어떤 것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예은 : 불금(웃음).
진행자 : 여러분 불금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죠? 아마 청취자 여러분은 불금이라고 하면 잘 모르실 텐데, 예은 씨가 간단하게 힌트를 준다면?
예은 : 일주일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거예요.
클레이튼 : 맞아요!
진행자 :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불금에' 대해 다음 주에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드릴까요?
다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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