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음식이야기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의 김인선입니다. 기온이 쌀쌀해지면서 남한의 길거리에는 호떡과 어묵, 그리고 붕어빵을 파는 상인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곁을 지날 때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국물냄새, 호떡을 굽는 기름 냄새로 발걸음을 잠깐 멈추게 되는데요, 이미 그 앞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서 있습니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라서 먹는 모습을 보며 어느덧 저 역시 그들 속에 섞이게 됩니다. 어묵 국물을 호호 불며 서로에게 먹여주는 청춘남녀도 있고, 이거 먹자 저거 먹자하며 옥신각신하는 청춘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모습도 비슷하겠죠? 그래서 오늘은 음식에 대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합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이정민, 김재동 씨와 함께할게요.

진행자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잘들 지내셨죠?

이정민 : 지난주에 보고 또 봐서 좋아요.

진행자 : 네. 자주 만나서 더 좋은 얘기로 우리 청취자분들과 만남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청춘들에게 음식이란 무엇이며, 여러분들에게도 편식이 있는지 식습관은 어떤지 청춘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일단, 음식하면 어떤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지 알고 싶어요.
이정민 : 저는 북한에 있을 때는 음식이 내가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먹는 것 정도? 그러니까 먹는 것으로 기쁨을 찾는다든지 미식가들처럼 음식 하나를 먹고 희열을 느낀다든지 이런 것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냥 있는 것 그대로 먹는 것만으로 감사할 정도로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까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매체가 될 수도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음식은 먹고 사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알게 됐어요.

김재동 : 저도 사람들이 단순히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넓게 보면 사회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남한은 먹을 것이 많아서 뭘 먹을까 고민을 할 정도잖아요. 그 정도로 사회적인 수준, 경제적인 수준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김강남 : 추가로 얘기를 하자면 음식이라는 것은 그 나라의 민족성을 대표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는 주식으로 밥에 김치, 된장국을 먹잖아요. 하지만 다른 나라에 가면 그런 게 없잖아요. 그래서 음식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 같아요.

내레이션 : 음식은 끼니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 사람.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조금씩 차이점도 나타나는데요,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통해 청춘들의 음식 편견과 편식은 어느 정도인지 이야기 나누어봅니다.

이정민 : 탈북자들이 치즈 들어간 음식, 햄버거, 그리고 스파게티 같은 서양음식을 정말 못 먹어요. 냄새부터가 정말 싫거든요. 오히려 인도음식 카레나 중국음식 냄새나는 거 먹는 게 낫지 그랬었는데 입덧을 하게 되니까 서양음식이 먹고 싶은 거예요. 먹어보지도 못했던 것 있잖아요. 파스타도 먹고 싶고요. 저는 생물학적으로 임신을 해서 그럴 수 있는 것 같고 연령대별로 다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안 먹던 것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맛있다고 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고 이런 것들이 자꾸 변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정민 씨의 말에 제가 동감을 해요. 나이가 들수록 좋아하는 음식이 바뀌잖아요. 그래서 궁금해요. 청춘들이 좋아하는 음식, 청춘의 음식이란 어떤 것인지 남북청년들에게 음식문화의 차이는 있는지 여러분에게 듣고 싶습니다.

김강남 : 북한에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어요. 그리고 북한 얘기만 나오면 고난의 행군 때 먹을 것이 없을 때를 재조명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보편화시키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정확한 것은 북한하고 한국의 생활수준은 달라요. 먹는 것 차이도 있고요. 한국은 보편화된 음식이 쌀밥이지만 북한은 옥수수밥, 이런 차이점은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년들이 아무 음식도 가리지 않고 배고파서 다 먹고 이러는 건 아니에요. 확실히 그들이 말하는 싫은 음식이 있고, 배고파도 못 먹는 건 못 먹는 거예요. 북한 사람들에게 먹는 것은 귀한 거 맞아요. 그렇다고 해서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을 정도는 아니에요.

진행자 : 북한에 계신 분들이 유독 안 먹는 음식이 있나요?

이정민 : 제가 고기를 좋아하거든요. 여우고기, 삵 이런 것도 다 먹었어요. 그런데 굉장히 누린내가 심해요. 그래서 일반남성들도 먹기 두려워하는 고기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까지 다 먹었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잔소리처럼 하는 말이 “무슨 여자가 저렇게 야만스럽게 아무거나 다 먹어서 남자들이 좋아하겠냐.”였거든요. 제가 지금 생각해보니까 남한에서 젊은 여성들이 파스타를 찾는 것처럼 북한의 여성들도 집에서 해주는 음식을 잘 먹고 무, 배추 이런 것을 좋아하는 여성이 여성스럽게 보이고 저처럼 고기가 좋아서 아무 고기나 막 먹는 여자는 손가락질을 받을 대상이었던 것 같아요.

김강남 : 내숭이라고 하죠. 먹을 수 있는데도 약한 척 하는 것 있잖아요.

이정민 : 비위가 약한 여자가 여성스럽다고 생각해요.

김강남 : 네. 남북이 같은 것 같아요. 남자는 못 먹는데 누나처럼 뼈를 뜯고 핥으면 좋아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겨요. 그래도 “아악~” 이러면서 “이건 못 먹어” 하면서 천리를 뛰면 귀엽기도 하고 이런 것은 남북이 같은 것 같아요.

이정민 : 돼지고기 1킬로를 사먹을 수 있는 돈으로 사과 하나를 사달라는 여자가 훨씬 여성스러워 보인다는 거죠?

김강남 : 네. 맞아요, 있어 보이고.

이정민 : 어머! 한국에 와서 내가 여기서 꼭 살아야겠다고 느낀 것이 뭐냐 하면, 드라마를 보면 순댓국을 막 먹고 뼈다귀 해장국 같은 거를 막 뜯는 여자를 남자들이 더 좋아한다는 거예요. 어머, 이러니까 나도 살겠구나 싶었어요.

김재동 : 예쁘면 다 용서가 돼요. (다함께 웃음) 사과를 먹든, 고기를 1킬로를 먹든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답니다.

이정민 : 그런데 북한은 예뻐도 돼지고기나 여우고기 먹는 여자는 질색해요. 정말 싫어해요. 젊은 세대의 음식문화가 남북한에서 가리는 것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김강남 : 한국에서는 곱게 생기면 다 용서되는 것 같아요. 저도 용서되는 것 같아요. 일단은 예쁘게 보면 좋겠죠. 그런데 그게 있는 것 같아요. 예쁘게 생기면 예쁜 짓만 하더라고요. 못생기면 몹쓸 짓만 하더라고요. 제가 편견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못생기면 한심한 짓만 하고 잘생기면 예쁜 짓만 한다는 거죠.

진행자 : 음식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여인에 대한 편견인데요? (다함께 웃음)

김재동 : 남한의 여학생들이 굉장히 솔직해요. 가식 없고 그래서 고기나 음식들을 안 가리고 복스럽게 먹어요. 요즘 제 친구들은 잘 먹는 친구들을 좋아하는데 그래도 자기(남자)보다 많이 먹는 여자는 경계하는 것은 있어요.

이정민 : 북한도 여자는 남자보다 많이 먹으면 안 되고요, 그리고 뭐든지 음식이 있으면 “저는 됐어요. 다른 분 주세요.” 이렇게 양보할 줄 아는 그런 여자를 더 여성스럽게 보고 선호하는 것 같기는 해요.

김강남 : 근데 지금 청취하시는 분들 소름 돋을 정도로 공감하시겠지만 남자도 같아요. 여자만 그런 거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누나네 집에 놀러갔는데 여동생이 진짜 예쁜 거예요. 남자들은 공깃밥을 따로 준단 말이에요. 배고파도 남자들이 밥을 다 먹으면 안돼요. 사선으로 삼분의 일만 먹고 게걸스럽지 않은 총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조금만 먹어요. 그게 어느 정도 규칙이 됐어요. 그런데 그걸 다 먹고 배를 내놓으면 못사는 집, 촌스러운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밥을 사선으로 깔끔하게 먹고 여자 앞에 나서는 거예요. 잘 먹고 잘사는 사람처럼 포장해서 표현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김재동 : 강남 씨가 말한 밥을 사선으로 남기는 거? 그런 모습은 예전 우리나라에도 손님으로 갔을 때 약간씩은 남기는 게 있었다고 배웠거든요. 그런 부분은 남한의 예전 모습을 생각나게 하고요, 저도 예전에 연애할 때 등골이 휘면서도 비싼 데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현명한 소비를 많이 하더라고요. 인터넷 상에서 1, 2천원 쿠폰이라든지 그보다 더한 것들을 잘 찾아내서 연인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더라고요.

이정민 : 쿠폰은 할인권을 말하는 거죠?

김재동 : 네. 할인해 주는 거요.

진행자 : 지금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는 음식문화를 즐기고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들을 주로 드시나요? 젊은 친구들이 즐겨먹는 음식들이요.

이정민 : 저는 친분관계에 따라서 다르게 먹는 것 같아요. 형식적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친구의 경우에는 싸고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학생식당에서 먹는 편이고요, 정말 사귀어야 할 사람이거나 신세질 일이 있는 경우에는 거하게 대접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학생 입장에서 삼겹살 정도를 사는 것 같아요. 대단히 중요한 분의 경우에는 격식을 갖추어서 정식을 대접해요. 식전 음식부터 본 음식, 후식까지 나오는 정식을 선호하는 것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정말 좋다고 느꼈던 것이 이렇게 사람에 따라서, 제 스스로 등급을 매기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음식들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북한에서는 내가 정말 이 사람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 그러면 정말 잘 한다는 게 두부밥 정도? 민물고기를 잡아서 어죽을 써서 나누어 먹는 것이 최고의 데이트 코스가 아닌가 싶어요.

김재동 : 서울 명동을 돌아다니다보면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있고 길거리 맛집이 있거든요. 닭 꼬치라든가 튀김감자, 회오리 감자 등 정말 많은 것들이 있는데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낭만이 있는 것 같아요. 포장마차 이런데서 가끔 친구들이랑 닭똥집이나 순대볶음, 곱창볶음 이런 것들 한 접시 시켜놓고 친구하고 소주한잔 하면서 좋은 것 같아요.

내레이션 :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하나가 돼서 웃기도 하고 공감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음식으로 인한 차이로 거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남한 친구들이 마른 오징어를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모습을 보고 귀한 오징어를 이상하게 먹는다며 정색했던 정민 씨. 마요네즈는 된장 비슷한 양념이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남한에서는 땅콩도 껍질째 볶아먹어서 놀랬었다고 했는데요, 음식으로 인한 차이는 이것뿐만이 아니라고 하네요.

이정민 : 떡볶이를 북한 사람들은 진짜 안 먹어요. 저도 처음에 왔을 때 떡에 고춧가루를 넣어서 먹는 게 이해가 안 갔거든요. 떡은 꿀에 찍어먹거나 설탕에 찍어 먹어야 하는 거예요. 고추장에 비벼서 맵게 했는데 그게 맛있다는 거예요. 떡도 아닌 것이 볶음도 아닌 것이 도대체 뭔가 싶었거든요. 거기에다 순대는 북한에서는 쌀만 넣는데 남한에서는 면도 넣잖아요. 처음에 나는 너무 충격 이였어요.

김강남 : 솔직히 말해서 저는 남한에 와서 모든 음식이 맞지 않았습니다. 간도 싱겁고 달고. 전체적으로 음식 맛이 달라요. 제가 살던 땅하고 비슷한 것은 밥! 처음에는 속상했어요. 먹긴 먹어야 하는데 맛은 없고, 행복한 고민이죠. 북한에서는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먹어야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맛이 없더라고요.

이정민 : 저는 ‘나우’에서 남북청년들이 1박 2일로 여행을 갔었는데, 우리는 고향 생각이 그리워서 어죽을 준비했습니다. 북한처럼 잡어로 해야 하는데 강이 없어서 시장에 가서 큰 고기를 사왔어요. 뼈를 추려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뼈가 있어도 그냥 막 씹어 먹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북한처럼 생각하고 뼈 있는 채로 한 번에 다 끓이는 거예요. 마지막에 계란까지 풀어서 주는 거죠. 북한 친구들은 굉장히 맛있다고 먹는데 남한 친구들은 가시가 목에 걸린다느니, 우리가 열심히 해줬기에 뭐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먹지를 않으니까요. 그래서 음식의 차이가 있구나 싶었어요.

김강남 : 그런데 남한에서는 젊은 층이나 모든 사람들이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많이 찾잖아요. 남새라든가 그런 종류로 찾지만 북한에서는 남새 같은걸 너무 먹어서 염소 될 정도로 먹어서 고기 종류를 귀하게 찾고 원해요. 그게 제일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어요.

김재동 : 저는 차이가 많다고 느꼈었는데 점점 나우 활동을 하면서 북한에서 왔던 친구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차이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고 느끼고 있어요. 저는 두부밥이 이색적이면서 우리나라 유부하고 닮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먹으면서 양념이 약간 짭조름한 게 술안주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레이션 : 다른 주제보다 음식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느껴진 남북의 거리감은 큰 편입니다. 음식문제는 통일이 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남북한의 음식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음식을 대하는 마음부터 고쳐야 할 것 같은데요, 서로의 다른 음식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청춘만세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