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녀-연하남 커플(3) 왜 유행일까?

제주의 한 호텔에서 3살 연상의 일반인과 결혼식을 올린 가수 이지혜가 웨딩 사진을 공개했다.
제주의 한 호텔에서 3살 연상의 일반인과 결혼식을 올린 가수 이지혜가 웨딩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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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북한에서도 요즘 늘고 있다고 하죠? 여자가 남자보다 나이가 많은 연상녀-연하남 커플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남한에서는 결혼까지 하는 커플이 몇 년 사이 많이 늘었고, 사회적으로도 큰 거부 반응 없이 생각하는 추세입니다. <청춘 만세>를 함께 하는 청년들 중에도 클레이튼과 예은 씨는 현재 연상녀-연하남 커플이고, 광성 군도 연상녀를 만날 때 더 편하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청년들과 함께 얘기 나눠보죠.

진행자 : 요즘 남한에서는 어쨌든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약간 유행 같기도 하고, 예전에 '어떻게 그렇게 만나냐?'라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요?

예은 : 요즘은 그런 커플이 주변에 많아요. 특히 연예인들의 파급효과가 큰데, 송혜교-송중기 커플도 그렇고. 남한에서 굉장히 유명한 배우 김태희와 가수 비 커플도 김태희가 2살 많아요. 한국의 유명한 축구선수 기성용의 아내도 한혜진이라는 배우인데, 8살 연상이고요. 그렇다 보니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 통계를 봐도 결혼에 성공한 커플 가운데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동갑내기 커플을 넘어섰대요. 1995년에는 여자가 연상인 부부가 8.7%였는데, 지금은 16.3%예요.

진행자 : 동갑내기 커플이 15.9%인데,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16.3%래요. 4년째 동갑내기보다는 신부가 연상인 부부가 더 많이 결혼한다고 해요.

예은 : 그리고 해외에서는 나이가 별로 상관없잖아요. (해외에서도) 남자 연상이 대세긴 하지만, 해외에서는 남한처럼 여자가 나이를 꼭 밝히거나 첫 만남부터 나이로 언니, 동생 따지지 않으니까. 그런 문화가 한국에도 들어와서 나이에 좀 관대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해외 뉴스를 보면 여자 나이가 15~20살 많기도 하잖아요.

진행자 : 지금 프랑스 대통령 같은 경우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그래서 24살 연상이죠. 프랑스 대통령은 40살인데, 아내는 64세. 미국은 어때요?

클레이튼 :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2000년대 초반부터 많아진 것 같아요. 남한처럼 연예인 사이에 여자가 15살 이상 많은 커플이 많아졌어요. 가장 크게 화제 됐던 게 배우 데미무어와 애쉬튼 커쳐. 16살 차이였어요. 당시 데미무어가 41세였는데, 애쉬튼 커쳐가 25살이었어요. 그리고 텔레비전에도 '위기의 주부들', '쿠거' 같은 방송에서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다뤄지면서 약간 유행된 것 같아요.

진행자 : 매체에서 그런 부분을 다루는 거죠. 요즘 남한 드라마에서도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좀 더 자연스러워지고. 북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남한 연예인 중에 4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만나는 경우도 꽤 있거든요.

광성 : 북한에서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많아졌어요. 1997년부터 고난의 행군으로 남자들의 역할이 많이 줄었거든요. 예전에는 남자들이 나가서 일을 하면서 배급표를 받아왔는데, 97년 이후 배급제가 끊기면서 남자가 할 일이 없는 거예요. 여자가 시장에서 번 돈으로 가정을 운영하다 보니까. 그런데 당시 남자가 더 많이 굶어 죽기도 했어요.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다 보니까 남자의 생존 능력이 많이 떨어진 거죠. 하지만 여자는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주머니에 돈이 많아지면서 남자들이 연상을 좋아하게 된 면도 있어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렇죠, 사회 통념상 지금까지 남자가 나이가 많았던 것도 남자가 가장이고 한 집안을 이끌어가는 면이 있어서였잖아요. 여자에게 경제권이 주어지면 반대 현상이 생길 수도 있는 거죠. 정말로 여자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많아졌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은 : 그렇죠, 요즘은 대부분의 여자들이 사회생활을 하니까 경력도 쌓고 전문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나이가 많아지잖아요. 연애를 할 때도 여유가 있으니까 연상도 좋지만 연하를 만나서 더 즐기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거죠.

광성 : 결혼을 생각할 때쯤 자기보다 위는 다 결혼을 했거나 아저씨니까 아래로 눈을 돌리는 거죠(웃음).

진행자 : 한 조사에서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많아지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는데 첫 번째는 '경제적으로, 외모적으로 능력 있는 여성들이 많아졌다'입니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나보다 3살 많아 보이는 여자한테는 매력을 못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피부나 몸매를 무척 관리하니까 여자들의 나이를 알 수가 없어요. 많게는 5~10살 어려 보이는 사람도 있고. 두 번째는 바람직한 답변이네요. '사랑은 나이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웃음).

예은 : 1번이 충족돼야 2번이(웃음).

진행자 : 어때요, 사귀는 사람이 클레이튼보다 나이 많아 보여요?

클레이튼 : 나보다 나이 많다, 많아 보인다... 그런 생각 안 해봤던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러니까 사귈 수 있는 거예요.

예은 : 여자들은 참 힘들어요, 관리도 해야 하고(웃음). 그리고 요즘은 양성 평등 사상이 확산되면서 남녀 모두 나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면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누구에게 보호받기보다는 서로 의지하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거죠. 어찌됐든 사람을 만날 때 나이에 대한 경계가 깨지면서 폭도 넓어진 것 같아요.

예은 : 사회가 계속 변하다 보니까 사람의 가치관, 생활방식도 바뀌는 면이 있어요. 조선시대에는 조혼풍습이 있어서 여자가 연상인 경우가 많았잖아요. 노동력이 필요하니까 신랑을 빨리 데려오고, 여자가 출산도 빨리 하고. 지금 다시 연상녀가 많아진 이유는 여자의 경제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진행자 : 그리고 결혼이 늦춰진 면도 크죠. 남자나 여자나 늦게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만나는 폭도 확대되고.

확실히 사회적인 생각이 바뀐 게 '연하남과 커플인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설문조사에서 43%가 '여자가 능력 있고 매력적일 것 같다'라고 답했어요. '안타깝다, 앞으로 고생할 것 같다'는 답변도 있습니다만(웃음). 여러분도 주변에서 남자친구들이 3~5살 많은 연상녀를 사귄다고 하면 '그 여자 예쁜가 보다, 매력적인가 보다' 생각하나요?

광성 : 만나보면 괜찮은 분이더라고요.

클레이튼 : '여자가 정말 예쁜가 보다'가 아니라 '서로 통하고 공통점이 있나 보다' 생각해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나이 차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거죠?

클레이튼 : 네.

진행자 : 그럼 여러분은 몇 살까지 가능해요?

예은 : 위는 6살까지 괜찮을 것 같고, 아래는 3살까지요. 왜냐면 남동생이 4살 아래라서 차이가 더 나면 제 동생이 힘들 것 같아요. 지금은 남자친구가 1살 형이라서 그나마 호칭 정리를 할 수 있거든요.

광성 : 저는 위로 3살, 4살부터는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아래로도 3~4살 정도.

클레이튼 : 저는 위아래 4~5살까지. 그런데 예은 말처럼 동생보다 어리면 뭔가 이상해요. 여동생 있는데 4살 차이거든요. 예전에 여동생보다 어린 친구를 소개해준다고 하는데, 뭔가 이상했어요(웃음).

광성 : 저도 여동생 있는데, 저는 별로.

진행자 : 저는 집에서 막내니까 그냥 아래로만 만나야겠네요(웃음). 요즘 남한에서는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이 시간 마무리할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