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2) 김장 안해도 김치냉장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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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미 끝났을 김장, 남한은 요즘 한창 김장철입니다. <청춘 만세>에서도 지난 시간부터 김장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겨울을 앞두고 한반도의 모든 가정에서 가족들이 모여 김장을 하고 서로 나눠 먹는 문화는 남북한 모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돼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김치를 오래도록 맛있게 보관하기 위해 김치를 위한 냉장고, '김치냉장고'도 많이들 사용하는데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김치를 담글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청년들은 이 김장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 청년의 얘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여기 앉아 있는 우리는 김장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지만 10월 말에서 11월 말 사이 김장을 하겠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100포기 정도 담그는 거... 클레이튼 어떻게 생각해요?

클레이튼 : 대단하죠, 미국에는 비슷한 개념이나 행사가 아예 없어요. 처음에 남한에서 뉴스 봤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김치 담그는 모습이 신기하더라고요.

진행자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요?

예은 : 저도 김치 담그는 문화 자체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문화라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 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바쁘고 자기 시간도 없는데, 이제 김치를 사먹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얼마나 유지될지 좀 걱정이 되긴 해요.

광성 : 김장, 그 전통문화는 계속 지켜져야겠지만 그런데 과연 지킬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하게 돼요.

진행자 : 김장이 예전처럼 보편화된 문화는 아니라서 11월 초에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쪽에서 4천여 명이 모여서 김장 체험을 했습니다. 4천여 명이 50여 톤의 김치를 담갔어요. 4회째인데 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고, 같은 시기에 일본 도쿄에서도 진행됐다고 하더라고요.

예은 : 그리고 김장철이 되면 곳곳에서 축제를 하더라고요. 연천 비무장지대에서도 캠핑하면서 김장을 담그는 행사를 하고.

광성 : 제가 아는 분들도 갔는데, 많이 만들어서 혼자 계시는 노인이나 김치를 담그지 못하는 분들에게 나눠드리더라고요.

예은 : 네, 좋은 취지로 그렇게 하더라고요. 김장문화가 많이 사라지니까 되살려 보려고 정부나 시 차원에서도 나서서 하는 게 아닌가.

진행자 : 맞아요, 시 단위의 행사도 많지만 구청 단위, 동네 단위에서도 김장 행사를 합니다. 이후 소외계층에 김치를 나눠주죠. 그리고 사실 외국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남한에 많아요. 예전에 취재한 적이 있는데 안국동이나 인사동에 가면 한옥들이 많이 보존돼 있잖아요. 그런 곳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복입기, 절하기 등을 알려주고 그 다음에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를 담그는 거예요. 자기가 직접 만든 김치를 담아가는 여행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부모님 세대만 해도 김장을 거의 대부분 담그실 텐데 저희 부모님 댁에는 냉장고가 석 대거든요. 큰 거 두 대, 그리고 김치냉장고가 있죠. 저는 혼자 사는데도 김치냉장고가 있습니다. 왜? 엄마가 김치를 마음 놓고 보내기 위해서(웃음).

진행자 : 예은 씨 집에도?

예은 : 저희는 김치냉장고가 두 대나 있어요. 김치는 안 담그지만 받으니까.

광성 : 저 혼자 사는 집에는 없는데, 부모님 댁에는 있죠.

클레이튼 : 미국에는 김치냉장고라는 게 아예 없어요. 남한에 처음 왔을 때 TV를 보는데 어떤 광고에 화려한 냉장고 옆에 예쁜 아가씨가 있었어요. 김치냉장고라고. 김치를 위해서 만든 냉장고가 있다고? 깜짝 놀랐어요. 미국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혼자 사는 집이 아니면 김치냉장고를 다들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결혼할 때 꼭 사가야 하는 것. 북한 청취자분들이 남한 드라마 볼 때 광고도 같이 보게 될 때가 있을 텐데 클레이튼이 말했잖아요, 어떤 예쁜 여자나 남자가 냉장고 옆에 있다고. 김치냉장고를 선전하는 사람이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웃음).

광성 :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땅집보다 아파트가 많으니까 보관할 곳이 없잖아요. 그런데 맛이 좀 달라요.

예은 :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적정온도가 일반 냉장고와 다르잖아요. 그래서 김치냉장고를 만든 건데, 김치움이 더 맛있다는 거죠?

광성 : 네, 그런데 북한도 나중에 경제사정이 좋아지면 김치냉장고가 들어가겠죠. 김치도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돈이 없어서 김치를 많이 담그지 못하는 집들이 있어요. 그러면 1~2월에 김치가 다 떨어져서 훔쳐요. 원래 김치움은 자물쇠가 없었는데, 어려운 시기가 시작되면서 김치움에도 자물쇠가 생겼어요. 김치냉장고가 생기면 집 안에 둘 수 있으니까 좋아하지 않을까.

예은 : 방송 듣는 청취자 여러분도 김치냉장고 갖고 싶어 할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데 김치냉장고도 전기로 돌아가는 거니까요. 지금 보유하고 있는 가구도 있을까요?

광성 : 있죠. 저도 최근에 들었는데 평양에서 잘 사는 집들은 김치냉장고까지 장만해서 산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그런데 북한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아니겠죠.

광성 : 그렇죠, 보통 남한산이 들어가요.

진행자 : 신기하네요, 남한을 적의 나라라고 부정하면서도 가전제품은 남한 걸 많이 쓰네요. 그 제품이 남한 제품이라는 걸 아나요?

광성 : 알죠. 예전에는 일본 제품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남한 제품이 더 좋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진행자 : 북한 청취자 여러분 가운데도 '김치를 위한 냉장고가 따로 있어?' 놀라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런데 김치를 위한 냉장고뿐만 아니라,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화장품을 위한 냉장고도 있고, 와인을 위한 냉장고도 따로 있습니다.

예은 : 화장품 냉장고는 사고 싶어요. 화장품을 보관할 수 있는 적정 온도가 일반 냉장고와 달라요.

광성 : 친구 집에 놀러 가면 가끔 냉장고 안에 화장품이 있더라고요.

예은 : 김치냉장고도 많이 발전한 게 예전에는 장독대 비슷하게 사각형에 낮았는데 요즘은 일반 냉장고처럼 다양하게 생겼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아파트 구경을 하러 갔는데 거기는 아예 붙박이로 김치냉장고가 있더라고요.

진행자 : 저도 작년에 집을 본 적이 있는데, 아파트도 아니었는데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붙박이로 돼 있더라고요.

예은 : 이제 생활 필수품이예요(웃음).

진행자 : 이 정도로 김치냉장고를 많이들 사용하고, 김치라는 게 남북한에서는 떼래야 뗄 수 없는 문화인데 지금 젊은 사람들은 김치를 담그는 방법도 모르고, 김치를 많이 먹지도 않고, 김치를 아예 먹지 않는 어린이도 많습니다.

예은 : 네, 제 친구 중에도 있어요. 매운 걸 못 먹어서 김치를 물에 씻어 먹어요.

진행자 : 어떤 사람들은 김치가 좀 뻘겋잖아요. 어릴 때부터 그것에 대한 공포심이 생겨서 김치를 안 먹기도 한대요.

진행자 : 사실 이 자리에 있는 네 명 모두 김치 담그는 방법을 모르잖아요. 저는 그리고 김치를 그렇게 많이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김치를 보내주신다고 할 때마다 '아직 김치가 있다, 김치를 정말 잘 안 먹는다'고 하면 엄마가 '네가 미국사람이냐?'고 하세요(웃음). 집에서 김치를 그렇게 많이 먹을 일이 없잖아요.

예은 : 네, 다른 반찬이 많기 때문에.

광성 : 그리고 혼자 살면 집에서 밥을 잘 안 먹죠.

진행자 :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까지 등재됐는데 '김치 담그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몰라도 된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클레이튼 : 제 의견은 좀 위선적이에요. 이런 문화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별로 배우고 싶지 않아요(웃음). 그래서 계속 유지되길 바라지만 한편으로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요.

예은 : 사실 김장을 남자가 하는 게 아니잖아요. 보통 아직도 남북한 마찬가지로 여자들이 주로 김장을 하니까 왠지 저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는데 저희 집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모르니까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걸 평생 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파요. 사 먹고 싶어요.

광성 : 사 먹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물론 김치문화는 공장에서 만들더라도 지켜져야겠죠. 그런데 솔직히 현대인들이 김장 때문에 휴가를 내기는 힘들잖아요.

진행자 : 그러면 20~30년 뒤에는 김치를 담글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요? 정말 업체에서만 담그지 않을까요?

클레이튼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광화문에서 김치 담그기 행사도 하니까.

진행자 : 체험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남북한의 김치 맛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남한 내에서도 지역별로 김치 맛이 다른데 그런 건 점점 없어지겠죠.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나오는 김치 맛에 익숙해질 것 아니에요.

예은 : 그런 문화가 사라질 것 같기는 하네요.

진행자 : 해외에서는 남한의 김치보다 일본 김치를 더 많이 알고 사실 남한에서도 남한의 재료로 김치를 만들었을 때는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식당 등에서는 중국 김치를 많이 수입해서 먹거든요. 결국 남한 정통의 김치는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예은 : 이렇게 들으니까 당장 김치를 담가야 할 것 같아요(웃음).

광성 : 결혼했는데 시댁에서 김장하자고 하면?

진행자 : 음... 시댁에 가기는 하지만 열심히 참여하지는 못할 것 같긴 해요(웃음).

예은 : 김장을 하면서 정으로 소통하고 그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어지면 좋겠지만 옛날에는 그런 환경이 조성돼 있었고, 지금은 또 계속 빠르게 발전해 가니까 거기에 맞춰 문화도 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진행자 : 그런 차원에서는 북한이 김장문화를 더 잘 지켜갈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북한은 아직까지 이동의 자유가 없다 보니까 가족들이 많이 모여 살잖아요. 그래서 김장문화를 더 잘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남한은 다들 떨어져 사니까 김장한다고 모이라고 하면 화날 거예요(웃음).

광성 : 그렇죠. 그런데 안타까운 게 나중에 통일이 되고 북한도 발전해서 일반 주택이 없어지고 아파트가 생기면 그 문화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지금 평양에는 아파트가 많지만 지방에는 없어요. 그래서 집 앞에 김치움을 만들어서 보관하는데 나중에 아파트가 생기면 그것도 어렵지 않을까.

예은 : 전반적으로는 사라질 것 같고, 남한도 안동의 종갓집 같은 곳이나 좀 남지 않을까. 북한도 그렇지 않을까요?

광성 : 그럴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북한은 빠르게 변하지는 않고 천천히 변해가겠죠.

진행자 : 갑자기 걱정되는데요. 20~30년 뒤에 이 문화가 정말 사라지면 어쩌나... 저는 마음을 바꾸겠습니다. 시집가서 김장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배우고, 이번 기회에 엄마한테도 김치 담그는 법을 적어놓기라도 해서 우리 엄마의 김치 맛은 제가 전승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웃음).

네, 김장 하게 되면 광성 씨 부모님 댁에서도, 예은 씨 할머니 댁에서도, 클레이튼 지금 여자 친구 집에서도 보내줄 수 있잖아요(웃음)? 북한에서도 김장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새로 만든 김치 드시면서 넉넉한 겨울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할게요.

다 함께 :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