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최근 남한엔 독신을 부르짖는 남녀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결혼과 죽음은 미룰수록 좋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한다' 라는 식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결혼에 있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결혼을 결심한 모든 청춘 남녀들을 응원합니다. 여기는 <청춘만세고>요.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이주영, 김강남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오늘 정민 씨, 강남 씨, 주영 씨 나왔습니다. 오늘 주제는 제가 뜨끔한 주제입니다. 바로 결혼입니다. 올해 저는 지인들이 결혼을 정말 많이 해서 청첩장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거덜 났습니다. 축의금 내다가...
진행자 : 세 분은 기억에 남는 결혼식 없나요? 아니면 꿈꾸는 결혼식은요?
이주영 : 제가 꿈꾸는 결혼식은 교회에서 예배 형식으로 하고 싶어요. 결혼이라는 것이 성스러운 예식이니까요. 성스럽게 하고 싶어요.
진행자 : 남쪽에서는 결혼을 하게 되면 청첩장을 돌리는데 북에서는 청첩장을 주나요?
이정민 : 없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는 작아서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를 다 알고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동네 사람들이 다 아니까 동네잔치 겸 결혼식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청첩장 문화는 남쪽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진행자 : 그럼 남쪽에 와서 청첩장 받아보셨죠?
이정민 : 네, 받아봤죠. 고민이 되더라고요. 받았으니 안 가기도 그렇고 축의금은 얼마 정도 해야 되는지 그런 것도 고민이 되고요.
진행자 : 그런 고민은 저도 늘 합니다. (돈을) 넣다 뺐다... (웃음) 주영 씨도 이제 많이 받기 시작할 나인데요?
이주영 : 네, 친구도 있고 선배도 있고요.
진행자 : 청첩장도 이제는 형식이 다양해 졌더라고요. 카드 형식으로도 주고 휴대 전화로 전송하는 모바일 청첩장도 있고요.
이주영 : 모바일 청첩장은 제가 보기에 별로 안 친한 사람에게 주는 것 같던데요? 그래도 친분이 있으면 만나서 밥을 사고 청첩장을 주면서 초대를 하죠.
진행자 : 청첩장 하나 주는 것도 참 복잡합니다.
김강남 : 결혼식은 큰 행사인데 지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알려야 하니까 북에서도 편지를 써서 알리기도 하죠.
진행자 : 그게 청첩장 아닌가요?
김강남 : 그게 청첩장의 역할을 하긴 하지만 조금 달라요. 여기 청첩장은 결혼식에 대한 안내만 나와 있지만 북한은 안부를 물으면서 거기에 결혼한다는 내용도 함께 적는 거니까요.
결혼을 하는 사람은 청첩장을 어디까지 돌릴 것인가를 결혼식에 초청받는 사람은 축의금을 얼마를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참 설레고 행복한 일입니다. 결혼을 결심한 사람들을 축하하는 마음도 남과 북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요.
진행자 : 북쪽도 축의금이 있나요?
이정민 : 있어요. 옥수수 1킬로, 2킬로 이렇게 내는 경우도 있었고요. 5원, 10원 이렇게 내는 경우도 있었어요. 지금 남쪽 돈으로는 10만원 안쪽입니다. 그리고 농태기라고 하는 밀주가 있는데 그걸 5리터 정도 가져다주는 것으로 결혼 선물을 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는 축의금의 액수가 관계의 친밀도를 말해주기도 해요.
김강남 : 북한도 친구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선물해주고 한국에서는 5만원, 10만원 정도 축의금을 하는데 따져보면 북한에서는 30만 원 정도 씩은 해 주는 것 같아요. 생활이 좋아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거예요. 자기 것을 털어주는 거죠.
이주영 : 통일이 되면 기대가 됩니다.
진행자 : 일단 통일 하고 결혼 할까 봐요. (웃음)
그렇다면 결혼식 당일 날의 풍경은 어떨까요? 남쪽의 결혼식은 서구화 돼있습니다. 신부는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머리엔 면사포를 쓰고요. 신랑은 턱시도라는 양복을 입습니다. 입는 옷, 결혼식 장소, 먹는 음식... 남과 북...얼마나 어떻게 다를까요?
진행자 : 남쪽 사람들은 보통 결혼식장에서 결혼을 하거나 성당, 교회에서 많이 하잖아요. 북한은 어때요? 결혼식 하는 장소도 남쪽이랑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김강남 : 북한은 보통 남자 집에서 해요. 남자 집의 사정이 안 되면 여자 집이나 친구 집이거나 집에서 합니다.
진행자 : 남쪽의 결혼식에는 주례사, 사회자, 축가, 여러 가지 행사를 함께 하는데요. 결혼하는 풍경도 많이 차이가 있죠?
김강남 : 제 형이 3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요. 그때 보면 아침에 남자가 여자 집에 갑니다. 남자가 대문에서 여자 집 문을 두드리면 풍습이 주변 어른들이 남자를 대문 앞에서 때립니다. 여자 집 대문 앞에서부터 업고 나가서 남자 집에 가서 상을 받고 여자 집에서 또 상을 받아요. 그리고 결혼식이 끝나면 차가 필수인데요. 북한에서는 차를 타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목탄차, 나무의 가스로 움직이는 차인데요. 그런 차를 타는 집도 있고요. 생활이 되는 집에서는 승용차를 빌려서 유원지 같은 곳에 가서 야외 촬영을 합니다. 야외 촬영이 끝나면 식사를 하고 뒤풀이를 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신랑, 신부에게 노래도 시키고 놉니다. 결혼 여행은 잘 사는 사람들만 가는데요. 3일 정도는 결혼식을 즐깁니다.
집에서 하는 결혼식이라... 음식 준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진행자 : 결혼식 음식도 참 중요한데요. 주영 씨는 결혼식 음식으로 어떤 것을 선호하세요?
이주영 : 저는 알아서 덜어먹는 뷔페가 좋아요. 그런데 한 번은 호텔에서 결혼을 한 친구가 있었어요. 스테이크가 나오고 정식이 나왔는데 맛은 있던데 비싸겠죠? (웃음)
진행자 : 북한에서는 어떤 음식들을 먹어요?
김강남 : 떡이나 산나물 같은 것들을 많이 먹고요. 결혼식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 집 엄마의 손맛에 따라 음식 맛이 참 달라요. 같은 재료를 써도 맛있는 집이 있고 없는 집이 있고요. 솜씨가 알리는 거죠.
이정민 : 결혼식에는 돼지고기 넣은 미역국이 꼭 나옵니다. 산모가 미역을 꼭 먹는데 두 번 태어난다는 의미가 있는 거예요. 국수는 녹마 국수를 눌러서 주는데 그건 정말 잘 사는 집에서 하고요. 기계떡이라고 있어요. 옥수수로 만드는 건데 떡을 가지고 비교하기도 해요.
김강남 : 그리고 갈 때 후하게 봉지를 놓아둬요. 그래서 음식을 다 담아 가고 집에 가져가 아이들을 나눠주죠.
이정민 : 저도 엄마가 결혼식에 가시면 싸온 음식 먹으려고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행자 : 나름대로의 소소한 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강남 : 결혼식 3일전부터 준비하니까 엄마들이 정말 힘들어요.
결혼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예단 같은 혼수 마련일 겁니다. 남한에서는 집은 남자가, 가구와 살림살이는 여자가 준비하는 게 관례입니다.
이정민 : 결혼식에 가보게 되면 북한은 모든 세간을 여자가 해요.
진행자 : 남쪽도 보통 집은 남자가 가구는 여자가 해요.
이정민 : 북쪽에서는 남자는 여자를 데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여자는 이부자리가 제일 많은 돈을 차지하고요.
오장 육기라고 텔레비전, 세탁기, 냉동기, 녹음기, 선풍기 6기에 오장은 옷장, 신발장, 이불장, 찻장 등 5가지 장을 하는 것이 최고로 잘 가는 시집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 건 거의 없었고 이불 세 채 하는 것이 제일 많이 해가는 거였어요. 중국 꽃 천이라고 있습니다. 거기에 솜이 없으니까 양을 길러 그 털을 깎고 씻어서 이불에 넣어주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품앗이 식으로 함께 모여서 기워서 해 줘요.
음식도 집에서 다 하니까 3일 전부터 준비를 해요. 순대나 떡도 집에서 만들어요. 결혼식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술떡입니다. 술떡과 송편 절편도 준비하고 아무튼 결혼식 날이 동네잔치 분위기였습니다.
3일째 되는 날은 이바지 음식을 가지고 친정집에 가는 것도 있어요. 남쪽에도 있듯이 예단을 주고받는 것도 비슷한데 여기는 함에 넣는 것 때문에 결혼 직전에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북한에서는 거기에 들어가는 것이 초라해요.
여자가 첫 날 해 입을 수 있는 옷감이 들어가면 정말 잘 들어가는 거예요. 거기에 돈을 조금 넣고 오래 살라는 의미로 타래 실 같은 것도 넣어주고 그랬습니다.
결혼! 남이나 북이나 참으로 복잡하고 어렵네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결혼식이나 혼수는 이렇게나 열심히 준비하면서 결혼 생활은 준비하지 않는 걸까요?
진행자 : 내가 꿈꾸는 결혼은 이런 결혼이다! 나누어 볼까요?
김강남 : 저는 여자만 괜찮다면 결혼 여행을 안 가고 싶어요. 그 돈을 아껴서 그 돈으로 가정을 유지하고 평상시에 가고 싶고 놀고 싶을 때 여행을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여자 친구의 동의를 구해야겠죠. 그리고 저는 결혼을 하게 되면 설거지는 안 할 겁니다!
이정민 : 소박맞아야겠구나! (웃음)
김강남 : 그런데 맞벌이를 한다면 집안일을 남자도 해야죠. 손잡고 같이 해야죠.
이정민 : 저는 오래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하는 이유는 따로 사는 것보다 함께 사는 것이 좋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진행자 : 남쪽에는 주례사 선생님들이 꼭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이런 말을 꼭 하는데 북한도 결혼식에 꼭 나오는 말이 있나요?
이정민 : 북한에서도 결혼식에 그런 말을 꼭 합니다. 그건 아마 5천 년 전부터 내려오지 않았을까요? (웃음)
이주영 : 저는 전혀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함께 맞춰가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결혼을 하면 남편에게 맞추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서로 자기주장을 하면 끝이 없으니까 서로 존중해주고... 자녀도 키우는 것이 만만치가 않잖아요. 아이들을 키우는 부분에서도 고민이 많고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 내 자신을 희생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진행자 : 저는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결혼은 함께 성장 할 수 있는 그런 결혼이라면 정말 행복할 것 같고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것이 결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 세 분 말씀, 감사합니다. 이주영, 이정민, 김강남 : 감사합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결혼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랑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결혼을 준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준비하는 일일 텐데요. 어쩌면 통일도 비슷할 겁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남과 북이 하나 되는 일, 즐겁고 신나는 일보다 갈등과 고민이 더 많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말입니다.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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