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섹시한 남자 김강남입니다. 북한에서 왔고요, 저의 꿈은 경찰청장입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남한 대학생 강예은입니다. 남한 청년이 소소하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반갑습니다.
클레이튼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촌놈 클레이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5년 됐는데 몇 주 전에 대학원 졸업하고, 지금은 월급의 노예 다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내레이션 :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윌리그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지난 시간부터 애완동물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남한에서는 애완동물을 위한 먹이나 옷이 따로 있고,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자, 남북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예은 : 또 있어요. 한국에서는 애완견 미용을 시켜줘요. 저희가 미용실 가는 것처럼 애완동물도 털을 예쁘게 깎는 가게들이 있어요.
진행자 : 그래서 대학에서도 그런 것들을 배우는 전공이 따로 생겼죠. 어떻게 보면 직업이 생긴 거예요. 그리고 동물병원도 있죠. 아파트 단지에, 치과 옆에. 그러니까 사람이 이용하는 병원 옆에 동물병원이 있는 거예요.
애완견을 데려가는 카페도 있지 않나요?
예은 : 네, 애완견을 데려갈 수도 있고, 저처럼 애완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애완동물이 있는 카페가 있어요. 강아지, 고양이, 심지어 너구리 카페도 있어요. 저는 한 번씩 가봤는데 분위기도 좋고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어서 재밌어요. 애완동물을 데리고 나가면 똥, 오줌을 잘 못 가리잖아요. 그래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공원도 따로 있더라고요. 인천, 안산 등에 조성되고 있대요.
진행자 : 그런 문화도 정착이 되고 있죠. 예전에는 개와 같이 산책하다 배설하면 그냥 가곤 했는데, 요즘은 주머니에 비닐봉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다 치우더라고요. 그런 모습 보면 놀랍죠. 그리고 외국은 공원에 강아지 변을 버리는 쓰레기통이 따로 있더라고요.
클레이튼 : 네, 있습니다.
진행자 : 그 정도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게 보편적인 거죠.
강남 : 개를 운동시킨다고 했는데, 왜요?
클레이튼 : 살이 너무 찌면...
강남 : 북한에서는 납득이 안 돼요. 개가 왜 살이 찌지? 북한에서는 개를 보고 그 집의 경제상황을 판단해요. 살이 쪄있으면 '잘 먹였네, 잘 사네!', 말랐으면 '좀 먹이지!'
클레이튼 : 미국에서는 개나 고양이 당뇨병 걸릴 수 있습니다. 사실 저희 고양이가 당뇨병 걸려서 일찍 죽었습니다.
예은 : 남한에서도 살찌우지 않으려고 식단 조절하고, 사료도 적정량만 먹이거든요.
강남 : 북한에서는 사람이 먹고 나머지를 동물한테 주잖아요. 저희 집 같은 경우는 저도 그릇에 밥 한 톨 안 남겼거든요. 그러니 개가 얼마나 살이 찌겠어요. 저에게는 항상 갈비뼈가 보였습니다.
진행자 : 자, 애완카페나 미용실도 있지만 화장실도 따로 있고, 침대나 이동집도 따로 있더라고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입장에서는 너무 극성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비용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예은 : 네, 강아지 기르는 친구 보면 비용이 많이 들어요. 예방접종만 몇 십 만원이 들고, 사료, 옷, 집, 장난감 등 사면 일 년에 2백만 원, 2천 달러 정도 들지 않을까요?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하다 보니까 원래 강아지 수명이 12년 정도인데, 지금은 20년 정도 산대요.
강남 : 생각 자체가 달라요. 북한은 애완견을 먹습니다. 북한의 애완견은 애완견이 아니에요. 개를 집을 지키게 하거나 고양이는 쥐를 잡기 위해서 기르기 때문에 거기에 투자를 안 해요. 그냥 생명만 유지시키는 거죠.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까 애완동물이 신발이 있고 모자가 있고 주인과 같이 입는 옷이 있고...
진행자 : 결국 애완동물이라는 개념이 북한에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죠. 극히 일부에게만 있는 거죠. 집에서 키우던 개나 강아지가 죽는다면 어떻게들 하나요?
예은 : 요즘은 강아지, 고양이 장례식을 해주는 업체가 있대요. 그러니까 가족 같이 생각하는 거예요. 사람처럼 대해주는 거죠.
강남 : 개를 장례식을 한다고요? 북한 청취자들이 들으면 저보다 더 놀랄 걸요.
진행자 : 장례식이라기보다는 동물이 죽었을 때 처리해주는 업체가 따로 있는 거죠.
예은 : 남한은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이 되니까 다른 데 눈을 돌리는 거예요.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동물을 키워서 애정을 나누고.
진행자 : 거기에서 가장 극명한 차이가 날 것 같아요. 죽었으니까 먹어도 된다가 아니라 죽었지만 내 친구였으니까 묻어주거나.
클레이튼 : 네, 우리 집은 묻어줬습니다.
진행자 : 이쯤에서 얘기 나올 게 외국 사람들이 한국을 생각하면 항상 떠올리는 개고기. 좀 전에 강남 군도 얘기했지만 북한에서는 개를 키워서 잡아먹잖아요. 소, 돼지를 키워서 잡아먹듯이. 남한에서도 과거에는 그런 문화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보편적이었죠.
클레이튼 : 제가 한국 오기 전에 친구들이 모두 놀렸습니다. '한국 가서 조심해라, 한국 사람들은 개를 먹잖아!'
예은 : 그럼 개고기를 한 번도 안 먹어 보셨어요?
클레이튼 : 안 먹어봤습니다.
강남 : 저는 이해가 안 되는 게 소고기를 먹고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개고기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웃기지 않나요?
클레이튼 : 미국 사람들은 개를 많이 키우고, 동물이라기보다는 가족처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예은 : 요즘은 남한 사람들도 개고기를 꺼려요. 가족처럼 생각하기도 하고. 지금은 애완견이 아니라 식용을 위한 개를 사육해서 개고기 파는 보신탕집이 따로 있는데도.
진행자 :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해서 많이 먹죠? 단고기 요리대회도 있던데요.
강남 : 네, 북한에는 '5~6월에 개고기 국은 발등에 떨어져도 보약'이라는 말이 있어요. 미국은 개를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란다고 하는데, 궁금한 게 무인도에 개 한 마리가 있고, 먹을 게 없다면 어떻게 할까요?
클레이튼 : 한국 처음 왔을 때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문화 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죠.
강남 : 남한도 예전에는 개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개고기 먹는 걸 반대하고 많이 안 먹는 추세잖아요. 그 이유가 사람이 일단 배가 차야 하는데, 자기가 먹을 것이 없다면 달라지겠죠.
진행자 : 예전에는 남한에서도 소고기,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집에서 닭을 키우듯이 개를 키워서 먹었는데, 80년대 이후부터는 남한에서도 수많은 고기를 먹게 되면서 굳이 개고기를 먹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거죠. 하지만 아직 북한은 일반 사람들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으니까 개고기가 육류 대용품이 되는 것이고.
예은 : 그럼 마지막에 항상 보신탕으로 마무리를 하나요?
진행자 : 그렇게 생각해보면 되죠. 만약 집에서 닭을 키운다, 그 닭의 마지막이 뭔가요? 해외에서 한국은 개를 먹는 야만국이라고 말을 하는 건 어떻게 보면 북한과 비슷했던 남한의 과거를 보고 얘기하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예은 씨 또래나 제 또래만 해도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이 극히 없어요.
강남 : 배부르니까요, 잘 사니까요. 북한은 사람 이외 모든 동물은 표적입니다. 개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는 천연기념물이라고 해서 보호 동물이 있잖아요. 북한에서는 일단 통제는 하지만 그렇게 강력하지 않아요. 내 눈 앞에 보이면 무조건 잡아먹어요.
진행자 : 그럼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어떻게 생각해요?
강남 : 음식은 경험이고 추억이라서 가끔 개고기가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개고기 집이 많이 없더라고요. 한 번 찾아간 적이 있는데, 맛이 달랐어요. 더 비싸고. 생각해보니 북한에서는 항상 배고파서 너무 맛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내 배에 이미 기름이 차 있는 거죠. 개고기 아니더라고 더 맛있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먹을 수 있고, 그러니까 그 고기가 맛이 없는 거예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40대 이하는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 않는데, 강남 군은 5년 동안 생각이 바뀌었나요?
강남 : 저는 지금 상황으로는 개고기를 굳이 가서 먹고 싶지는 않아요. 작은 애완견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학교 가는 길에 애완견 가게가 많아서 그 개들 눈을 보고 보신탕을 먹으라고 하면 못 먹을 것 같아요. 지금은 그래요. 하지만 제가 무슨 일이 생겨서 가난해진다면 눈 초롱초롱한 애들도 먹을 것 같아요, 솔직히. 그렇지만 지금은 못 먹어요. 5년 동안 제가 변한 거죠.
예은 : 통일이 돼서 남북한 경제수준이 비슷해진다면 북한 사람들도 더 이상 개고기를 찾지 않을 거예요.
진행자 : 뭐랄까요, 동물의 권리를 찾기 전에 인권부터 찾아야 하는 곳이 북한이다 보니까.
자, 지금은 아파트에 살거나 작은 집에 살고 있어서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나는 이런 애완동물을 키워보고 싶다?
예은 : 저는 햄스터요. 작은 쥐인데 정말 귀여워요. 그리고 관리가 쉬워서 저는 햄스터를 키워보고 싶어요.
클레이튼 : 저는 다시 고양이를 키우고 싶습니다. 제 성격이랑 딱 맞습니다. 독립적이고 약간 무뚝뚝하고.
강남 : 저는 무척 큰 개. 크고 아주 용맹스러운 개를 키우고 싶어요.
진행자 : 생각해보니까 애완동물이라는 것도 나라의 경제적인 상황과 함께 발달하는 문화가 아닐까 싶어요. 북한에서도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고요.
다음 시간에는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클레이튼 : 싱글에 대해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싱글, 많은 걸 포함하고 있는데, 어떤 분야로 얘기를 해볼까요?
클레이튼 : 혼자 사는 게 최고다!
진행자 : 혼자 사는 게 최고다? 싱글에 대한 얘기는 다음 주에 나눠보겠습니다.
다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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