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에 김인선입니다. 해가 짧아지면서 자꾸만 몸이 노곤해집니다. 따듯한 온돌바닥에 앉으면 자꾸만 눕고 싶어집니다. 유난히 몸이 쳐지고 활력이 없어지는 계절인데요, 청춘 여러분은 어떤가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모임이 많아지고 회식이 늘고, 남한의 밤거리는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속에는 청춘들의 모습도 상당한데요 그들 역시 자신들만의 심야 문화를 즐기고 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끄떡없는 그들의 ‘불타는 청춘’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볼게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주영, 최철남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잘들 지내셨죠? 날씨가 상당히 추우니까 감기 걸리지 않도록 건강 조심하세요. 오늘은 여러분의 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그래서 주제도 ‘불타는 청춘’입니다. 청춘들에게 있어 밤 시간, 심야시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최철남 : 청춘들의 심야시간이란 놀이터다. 뭔가 놀 수 있다.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친구들 만나고 그런 시간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월, 화, 수, 목, 금, 토 다 그런 것은 아니고요 불타는 금요일이라 하는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저녁 이렇게 이틀 동안에 젊은 층들이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주영 : 그게 연령대별로 다른 것 같아요. 대학생 때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다 놀았거든요. 대학생들에게는 광란의 밤이 될 수 있고 직장인에게는 다음날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 피곤한 저녁이라 생각해요.
진행자 : 그렇다면 여러분이 즐길 수 있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하십니까? 술 먹고 노는 것 외에는 하는 게 없는지 아니면 ‘저희는 이렇게 다양한 활동들을 합니다’라고 말해줄 것이 있는지?
최철남 : 금요일, 토요일 저녁은 놀라고 있는 날이니까 다른 것은 안하고 노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북한 청년들은 어때요?
최철남 : 북한 청년들에게는 심야시간이라는 게 없어요. 왜냐하면 북한에는 저녁에 전기가 없기 때문에 불이 없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어두워져도 많이 나오잖아요. 북한말로는 올빼미라고 하는데 잠은 안자고 눈이 벌게진 상태로 나와서 청년들이 돌아다니잖아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남한은 전기가 흔하니까 밤에도 대낮처럼 환하다보니까 언제든지 놀러갈 수 있어서 그렇더라고요. 아무리 여자가 밤늦게 돌아다녀도 환하니까 어둑한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안전하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놀이문화가 발달한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렇다면 남북의 심야문화가 차이가 커서 당황스럽고 적응을 못했을 것 같은데 괜찮았어요?
최철남 : 처음에는 적응을 못했어요. 전기가 있었지만 당연히 10시가 넘으면 집에서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나가봐야 뚜렷하게 갈 곳도 없었고요. 자야지라고 생각하지 놀 생각 안했거든요. 그런데 딱 대학 1학년 지나서부터 남한사회에 완전히 적응이 됐어요. 그다음부터 남한청년들이 어떻게 노는지 보이기 시작했고, 금요일 토요일 저녁에 어디를 가고 어디로 가면 재미있는지 알게 되면서 가고 싶어지고 가게 됐어요.
진행자 :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볼게요. 과거의 철남이 이랬는데 남한생활 몇 년 만에 이렇게 변했다?
최철남 : 과거에는 제가 일과가 정해졌었어요.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에는 집에서 밥 먹고 10시전까지는 친구랑 만나서 술도 마시고 놀았어요. 그래도 10시에는 들어와서 잤어요. 항상 10시에는 집에 들어갔어요. 통금시간처럼 들어갔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어요. 외국인 친구가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같이 무도회장 가서 춤추고 했는데 처음에는 적응 안 되고 너무 싫은 거예요. 북적부적 사람도 많고 음악소리도 너무 크고 적응하기 힘들어서 중간에 집으로 가버렸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가면서 재미있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새벽3시, 4시까지 놀았어요. 새벽 4시, 5시 되면 피곤해져서 그때야 집으로 가곤했어요. 이렇게 1년 넘게 놀았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체력도 좋네요.
이주영 : 오래 놀았네요.
최철남 : 엄청 건전하게 놀아요. 술 마시고 춤추는 것 밖에 없거든요.
진행자 : 건전하게 놀았다고는 하지만 청취하시는 분들이 ‘남한청년들은 밤새 춤추고 놀기만 하네’ 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주영 씨 어때요? 실제 남한청년들의 밤의 문화는 어떤지 알려주세요.
이주영 : 제가 볼 때는 남한의 친구들이 솔직히 놀 시간이 대학교 1~2학년 때 밖에 없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밤새 공부하잖아요. 대학 들어가서야 ‘야! 이제 자유다’ 하고 좀 노는데 3~4학년 되면 취직준비 해야 하거든요. 사실 요즘은 1학년 때부터 준비한다고도 하는데 가끔 노는 거죠. 그냥 금요일에나 조금 노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저의 경우에는 금요일에 퇴근하고 직장동료들과 놀아도 밥 먹고 차 마시고 이정도로 놀아요. 제가 볼 때는 열심히 노는 친구는 굉장히 극소수인 것 같아요.
최철남 : 꽤 많던데.
이주영 : 전체적인 비율에서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아.
최철남 : 노는 곳이 정해져 있잖아요. 보통 홍대, 이태원, 강남 이렇게요. 그곳에 가면 젊은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대한민국 젊은 사람들을 싹 모아놨는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많아요.
이주영 : 대학교 저학년 생이나 애들이 공부하다가 가끔 놀러가는 그 정도에요.
최철남 : 제가 만난 친구 중에는 대전에서 놀러온 친구도 있었어요.
이주영 : 서울이 재미있으니까 놀러오는 거죠.
내레이션 : 청춘의 심야시간에 대한 철남 씨와 주영 씨의 견해가 팽팽합니다. 철남 씨는 북한에서 10시 이후의 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밤새 무도회장에서 춤추는 놀이문화가 더 즐거웠던 것 아닐까요? 모범생 느낌이 강한 주영 씨는 상대적으로 심야문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 같은데요, 남한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며 유흥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심야영화를 보고, 동대문 또는 남대문 시장에 가서 옷을 사기도 하죠. 미용실과 커피숍도 24시간 운영 하는 곳도 있답니다. 씻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목욕탕 문화도 있기에 심야문화를 즐기면서도 다음날에는 무리 없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누릴 수 있는 심야문화가 다양해지겠는데요, 남한에서의 심야문화는 철남 씨가 제대로 즐기는 것 같네요.
최철남 : 요즘 이용하고 있는 것은, 축구 동호회나 족구 동호회에서 밤에 운동을 해요. 공원에도 불을 켜줘서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 운동을 많이 해요. 왜냐하면 요즘 사람들이 워낙에 운동을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심야시간을 이용해서 운동을 하려해요. 야구동호회, 배드민턴까지 다양해요.
진행자 : 철남 씨는 남한의 심야문화가 처음에는 어색했다하지만 1년 정도는 제대로 즐긴 것 같은데 놀이문화 외에 즐겨본 심야문화가 있나요?
최철남 : 친구들이랑 같이 한강공원에 나가서 돗자리 하나 들고 맥주 한 캔 마시며 핸드폰으로 텔레비전을 보기도 해요. DMB라고 한국에서는 핸드폰으로도 텔레비전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핸드폰으로 축구를 보기도 하고, 야구도 보기도 하고 얘기하다가 늦으면 집에 들어왔죠. 저는 ‘할 때는 확실히 하고 놀 때는 확실히 논다’ 이런 게 있어서 주말에는 많이 놀아요.
진행자 : 그러면 하나의 상황을 제안해 볼게요. 여러분 기억 속에 있는 내 인생의 최고의 심야시간은?
이주영 : 저는 미국여행을 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밤에 친구들과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거리를 걸으면서 얘기하고 사진도 찍고 구경하고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그런 특별한 경험이 없고요?
이주영 : 제가 남한에서는 밤 세워 놀지를 않아서요. 밤에 노는 것은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게 저는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요.
최철남 : 저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다가 갑자기 여행가자는 제안이 나와서 대천해수욕장으로 갔어요. 자동차가 있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낮에는 더웠는데 저녁이 되니까 바닷바람도 좋고 경관이 예쁘고 물이 빠지면서 모래사장이 생기면서 걸어 나가 보기도 했어요. 너무 좋더라고요. 진짜 천국에 온 기분이 들고요. 바람도 상쾌하고 사진 찍고 놀고 그런 기억이 나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 밤 문화에요.
진행자 : 하루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왔네요. 그렇다면 앞으로 더 즐겨보고 싶은 청춘의 밤 문화가 있을까요?
이주영 : 저는 여태까지 활동적으로 많이 놀지는 않았으니까 결혼을 해서 남편이랑 많이 놀러 다니고 싶어요. 12시가 통금이라서 그 이후 시간에는 안돌아 다녀요. 결혼을 하고 남편이랑 함께하면 괜찮으니까 여기저기 놀러가고 싶어요.
최철남 : 저는 놀만큼 놀았으니까요, 여자 친구랑 결혼해서 차를 한 대 마련해서 즉흥적으로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놀러 다녀왔으면 좋겠어요. 휴일이 긴 날에는 해외여행도 가서 이국적인 밤 문화를 느껴보고 싶어요.
내레이션 : 아직도 꿈꿀 수 있는 그들의 문화가 있다는 것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체력이 부럽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싶은데요, 여러분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문화는 무엇인지 함께 해보고 싶은 문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들어봅니다.
이주영 : 저는 밤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대학 도서관에 가서 ‘이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고 보여주고 싶어요. 그다음에 홍대에 가서 이렇게 놀기도 합니다하고 보여주고 싶어요.
최철남 : 북한 청년들에게는 다 생소한 문화이니까 다 해보면 좋겠지만 같이 무도회장 가는 거요.
진행자 : 그런데 소리가 너무 커서 괜찮을까요?
최철남 : 처음에 가면 놀라겠지만 남한의 문화라 얘기해주고 두 번째 가게 되면 좋아할 것 같아요. 북한 청년들이 잘하고 좋아하는 거니까요. 일단 놀려면 먹어야 하니까요, 가장 많이 먹는 닭고기에 맥주를 많이 먹어요.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하구요.
이주영 :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 김밥, 라면도 먹어요.
최철남 : 청년들이니까 싼 것을 많이 먹죠. 저렴하면서도 맛있다하면 줄서서 먹기도 하고요.
이주영 : 밤늦게 문 연 곳은 꽤 많아요. 왜냐하면 그때까지 놀고 장사가 잘 되니까요.
내레이션 : 청춘의 심야문화에는 먹을거리도 있었습니다. 남한에는 청춘의 넉넉지 않은 돈으로도 골라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야식이 있으니까요. 통닭에 맥주를 나눠 마시며 남북 청년들의 다양한 불타는 청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을 오늘도 꿈꿔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현실이 되겠죠? 주영 씨의 기분 좋은 상상으로 오늘 이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청춘만세 김인선이었습니다.
이주영 :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해서 DMZ 휴전선 거기가 공원으로 굉장히 멋지게 조성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휴전선이 있고 철책이 있고 지뢰가 있는 곳이지만 통일이 되면 자연그대로가 남아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거기서 야외 영화관을 만들어서 영화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좀 보수적인 편인데요 북한 분들도 보수적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는 춤추는 것을 좋아해도 무도회장은 안 좋아 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한류드라마도 좋아하시니까 같이 영화보고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지금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그곳에서 문화적으로 평화적으로 여러 가지 공연이 열리고 그것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