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섹시한 남자 김강남입니다. 북한에서 왔고요, 저의 꿈은 경찰청장입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남한 대학생 강예은입니다. 남한 청년이 소소하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반갑습니다.
클레이튼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촌놈 클레이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5년 됐는데 몇 주 전에 대학원 졸업하고, 지금은 월급의 노예 다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내레이션 :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윌리그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처음 결혼한 사람들의 평균 나이가 남자는 32.8세, 여자는 30.7세로 집계됐습니다. 현재 25살의 경우 남성 4명 가운데 1명, 여성 5명 중 1명은 45세까지 미혼으로 남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남한에서는 이렇게 결혼을 늦게 하거나 하지 않는 비율이 확실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우리 청춘들과 이 얘기 좀 해볼까요?
진행자 : 안녕하세요.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겨울이 되면 춥고, 그러니까 옆구리가 시리다면서 애인을 빨리 만들라고들 하는데, 오늘 주제가 뭐였죠?
클레이튼 : 독신주의, 싱글입니다!
진행자 : 보통 남한에서는 '싱글족'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될 텐데, 남한에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500만이라고 해요. 전체 가구의 1/4, 그러니까 4집 가운데 1가구는 혼자 산다는 건데 이때 혼자 산다는 건 대학 진학이나 취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독립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 중에 혼자 사시는 분도 계실 테고요. 그런데 우리가 말하려는 싱글족은 예은 씨가 설명해 볼래요?
예은 :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겠다고 선포한 사람들을 말하는 거예요.
진행자 : 네, 아니면 결혼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대신 혼자 사는 생활을 만끽하겠다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은데. 예전에는 결혼 적령기가 빨랐잖아요. 20대 후반 정도? 요즘은 거의 30대인 것 같고, 여러분도 결혼을 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주변에 싱글족들이 있기는 한가요?
강남 : 많아요, 동기나 선배들 중에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특히 남자들이.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남한에 와서 확실히 느낀 건 북한 사람들은 '무조건 결혼은 해야 한다,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결혼해서 아이 낳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남한에서는 나의 꿈이나 인생을 먼저 내세우더라고요.
예은 : 제 주변을 보면 남자들은 결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고, 여자들은 혼자 살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왜냐면 결혼을 하면 육아문제도 있고,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할 것 같아서 '혼자 내 돈으로 내 생활을 누리면서 살겠다, 자유로움을 만끽하겠다'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진행자 : 미국은 어떻습니까?
클레이튼 : 제가 사관학교 출신입니다. 사관학교 출신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했습니다. 군인들은 좀 일찍 결혼합니다. 그런데 군인 아닌 친구들은 반 정도만 결혼했습니다. 미국은 대부분 30대 초반에 결혼합니다. 20대 같은 경우는 2004년 52%가 독신인데, 지금은 거의 64%로 높아졌고, 30대는 15%에서 20%로 올라갔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원래 독립적이고, 결혼하기 전에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진행자 : 클레이튼 지금 나이가?
클레이튼 : 딱 서른 살입니다.
진행자 : 그러면 결혼하기에 딱 좋은 시기? 아니면 조금 이른 시기라고 생각이 돼요.
클레이튼 : 제가 사관학교 다닐 때는 졸업하면 바로 결혼할 줄 알았는데, 나이 들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가면 갈수록 결혼할 수 있을까, 결혼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은 : 그럼 독신주의자는 아닌 거네요?
클레이튼 : 지금은 반반이에요. 만약에 여자 친구 생기면 생각이 바뀔 수 있죠.
강남 : 기자님이 서른 살이면 결혼하기에 딱 좋거나 조금 이른 나이라고 하셨는데, 북한에서는 서른 살이 지나면 노총각, 여자는 완전히 노처녀가 돼요. 지금 탈북한 친구들과 얘기해 보면 21살에서 22살에 대부분 결혼을 한대요.
진행자 : 22살은 아기 아닌가요(웃음)?
강남 : 할 것도 없으니까 그냥 빨리 시집가라고 한 대요. 그런데 기회를 놓쳐서 25살에도 결혼을 못하면 노처녀로 얘기되고, '왜 결혼을 못했을까, 저 여자는 문제가 뭘까?' 나이가 더해질수록 결혼하기 점점 어렵다는 거죠.
예은 : 남한도 똑같아요!
진행자 : 남한에도 나이에 따라 금값, 은값, 동값, 똥값으로 말해요(웃음). 미국에서는 그렇지는 않아요?
클레이튼 : 나이 들수록 결혼하기 힘들 수는 있지만 한국처럼 심하지는 않아요. 남한에서는 명절 되면 부모님들이 항상 물어보잖아요. 결혼했냐? 왜 안 했냐? 애인 있냐? 미국 사람들도 물어보기는 하지만 압력은 없어요.
진행자 : 30대 후반, 40대에 결혼하지 않고 있는 사람에 대해 주변에서도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클레이튼 : 그렇죠.
예은 : 제 주변에는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진행자 :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예은 : 경제적으로요.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면 평균적으로 대학 졸업하는 나이가 27살 정도예요. 그러면 바로 취직을 해도 방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요.
강남 : 남한의 젊은 사람들은 다 대학에 가나요?
진행자 : 80% 정도는 대학을 가고, 대학을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엄청난 경쟁 속에서 떨어지면 재수, 삼수를 하다 보면 독립할 수 있는 나이가 더 늦춰지는 거죠.
강남 : 남한에서는 무조건 대학을 가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은 공부를 잘 하거나 가족이 좋거나 돈이 많거나, 이렇게 특별한 사람들만 대학에 가요. 거의 80%가 대학은 신경을 안 쓰거든요. 그래서 17살에 군대에 가서 27살에 제대를 해서 바로 결혼을 해요. 결혼이 빨리 이뤄지는 거죠.
한국은 어떻게 보면 경제 강국이잖아요. 세계에서 개인 소득이 13위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잘 사는 나라인데, 경제적인 환경이 안 좋아서 결혼이 늦춰진다고 하면 북한에서 들었을 때는 머리 치고 누울 소리거든요.
예은 : 부모님 세대는 없었던 시대라 방 한 칸이라도 만족하면서 살아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어엿한 집이 있어야 하고, 자기만의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안 가려고 하고.
진행자 : 드라마, 연속극 보면 일반 사람들이 사는 주택이 보이잖아요. 방 2~3칸 있고, 가구 다 들어가 있고. 시작을 그렇게 하고 싶은 거죠. 그러려면 집 있어야죠, 가전제품 다 사야죠, 자동차 있어야죠. 그러니까 결혼할 때 대출,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예요. 가장 큰 게 주택 때문에. 서울에서는 집이 워낙 비싸니까.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서울에서 방 한 칸 임대료도...
클레이튼 : 너무 비쌉니다.
강남 : 임대료가 뭔가요?
진행자 : 월세나 전세, 한 달에 방 한 칸도 거의 100만 원, 그러니까 1000달러 정도가 되잖아요.
예은 : 너무 비싸요. 그래서 결혼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니까 요즘 3포 세대라는 말도 있잖아요. 연애, 결혼, 출산 다 포기한다고.
진행자 : 실제로 지난 3분기, 그러니까 7월에서 9월까지 혼인한 건수가 6만4천여 건인데 1년 전보다 3.3% 줄었다고 해요. 그런데 35세 이하에서 결혼하는 비율이 더 줄었대요. 반면에 35세 이상은 늘었고. 그러니까 35세 이전에 결혼하는 게 더 힘들어진 거죠.
강남 : 저는 남한에 와서 또 하나 충격을 받은 게 서른 살 넘은 여성들이나 마흔 살 넘은 총각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을 보면 다 괜찮고, 문제 되는 게 없어요. 경제적인 환경이 되고, 외모도 좋은데 결혼을 등한시 하더라고요. 이해가 안 됐어요.
예은 : 아직 자기의 삶이 중요한 거죠. 같이 가족을 이뤄서 살 준비가 안 돼 있을 수도 있고. 제 주변에 서른 살 후반이나 40대에도 많이 결혼을 하더라고요. 특히 여자는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선택권이 많아진 거예요. 독신주의라고 해서 연애를 하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결혼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가족이나 남편의 굴레에 구속받지 않고, 돈도 버니까 자기 삶을 누릴 수 있는 거죠.
진행자 : 그래서 남한에서도 생겨난 말이 결혼은 선택, 직업은 필수! 내가 경제적인 상황이 허락되면 결혼은 안 해도 된다는 거거든요. 남한 같은 경우 과거에는 여자들도 결혼 적령기가 빨랐고 독신 비율이 높지 않았던 게 아무래도 경제활동을 남자들이 많이 하다 보니까 여자들이 결혼을 해야만 독립할 수 있는 상황이 됐죠.
참 재밌는 게 싱글족이 늘어난 이유가 경제적인 여건이 안 되니까 그것 때문에 결혼이 늦춰진다고 하는데, 또 다른 면에서는 경제적인 여건이 되니까 혼자 살겠다는 거네요.
강남 : 맞아요. 싱글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까 남한에서는 평균 수명을 100세로 보더라고요. 북한은 70~80으로 봅니다. 그래서 환갑을 지내요. 남한은 환갑을 안 지내더라고요. 북한에서 결혼을 빨리 하는 게 수명의 문제도 있지 않을까.
진행자 : 남한에서도 예전에는 환갑을 지냈는데 지금은 의미가 없고 칠순을 지내죠. 그리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다 보니까 처음 아이를 낳는 나이가 30대를 넘기면 예전에는 노산이라고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는데, 그런 것들도 어느 정도 의료적으로 보완이 되면서 40대에도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강남 : 북한에서는 30대에 아이를 낳는 여자가 10%로도 안 될 거예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조금 더 개인의 자유를 즐기고 싶다고 했잖아요.
클레이튼 : 네,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담될 수 있고, 혼자서 편할 수도 있고, 아이 키울 생각이 없으니까.
진행자 : 결혼 안 하고 뭘 그렇게 하고 싶어요?
클레이튼 : 자전거 타는 거 좋아합니다!
예은 : 자전거는 아내와도 탈 수 있잖아요.
클레이튼 : 여자 분이 너무 천천히 탈까봐. 무엇보다 제가 알아서 하는 게 좋으니까. 결혼하면 계속 아내가 뭐 하고 싶은지 신경 써야 하니까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강남 : 남한에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남녀가 연애를 하면 자기 사생활이 30% 없어지고, 결혼을 하면 50%, 아이를 낳으면 100% 없어진대요.
클레이튼 : 결혼을 싫어한다기보다는 아직 그런 마음이 없으니까 100%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때 할 겁니다. 그런 마음이 들지 않으면 결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계 보면 미국의 이혼율은 50%거든요. 그런 일 겪고 싶지 않습니다.
예은 : 북한에서도 이런 생각을 해요?
강남 : 네, 점점 많아지는 추세예요. 대체로 여자들이 많이 독립하려고 해요. 어른들이 여자는 혼자 살 수 있어도, 남자는 혼자 살 수 없다고 하거든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혼자 살 수 있대요(웃음).
클레이튼 : 혼자 살 수 있죠, 더 재밌을 것 같은데요!
내레이션 : 혼자 살면 뭐가 더 재밌을까요? 어떤 일들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남한에서의 싱글생활,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청춘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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