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사람들은 손 전화기, 그러니까 휴대전화 하나만 가지고도 많은 소통을 하며 삽니다. 그 중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이 'SNS' 라는 인터넷 인적 교류 서비스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삶의 이야기와 모습들을 글과 사진으로 통해 올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 글에 댓글도 달고 '좋아요' 라는 추천 기능을 통해 공감도 표시해 줍니다.
그런데 올 봄, 남쪽의 물건을 배달해주는 한 택배 회사의 'SNS'에 머리가 하얗게 센 한 노인 배달원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저는 지하철 택배원입니다. 회사에서 '좋아요'를 1만 개 이상 받으면 제 아내랑 제주도 여행 보내준대요. 젊은이 여러분, 도와주세요" 라고 말이죠.
결과는 어떻게 됐냐고요? 할아버지의 사연에 '좋아요' 추천은 무려 67만 건이 넘게 달렸고 할아버지는 꿈에 그리던 여행을 다녀오셨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할아버지의 아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어요. 늘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던 할아버지는 아내와 여행가자는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는데요. 올 봄,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죽은 아내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품고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던 거죠. 이 사연이 퍼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응원했었답니다.
여러분, 기적을 믿으시나요? 어쩌면 기적은 우리의 마음이 모여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삶에 언젠가는 일어날 기적을 기다리며 <청춘만세> 시작합니다. 저는 진행에 권지연이고요.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합니다. 성탄절, 크리스마스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 주제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주영, 최철남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두 분 다 바람을 뚫고 오셨네요.
이주영 : 진짜 춥네요.
진행자 : 주영 씨 안 날아가고 오셔서 다행입니다. (웃음) 지금 북한은 더 춥겠네요?
최철남 : 그렇죠. 더 춥겠죠. 북한은 솜옷과 솜 신발을 신고 눈만 내 놓고 다니는데도 무척 추워요. 제 기억엔 영하 30도까지도 내려갔었어요.
이주영 : 제가 백두산을 가봤는데요. 속눈썹까지 얼어붙더라고요. 진짜 추워요.
진행자 : 상상이 잘 안가네요. 오늘 우리의 방송으로 온기가 전해드릴까요? 오늘 주제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입니다. 북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모르죠?
최철남 : 모르죠. 일부 지하 교회에 계신 분들은 알고 있는 분들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주민들은 잘 모릅니다. 북한에선 12월 25일 성탄절 날이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의 생일이에요.
이주영 : 맞아요. 들어봤어요.
최철남 : 그래서 그 날은 크게 기념하고 그러거든요.
진행자 : 성탄절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 주영 씨가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성탄절은 이런 거다. 정리 좀 해 주시죠.
이주영 :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 성탄절입니다. 그러니까 예수의 탄생을 축하는 날인데요, 이제 축제 같아져서 남쪽에서도 축제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 철남 씨는 북한에서 처음 와서 크리스마스를 접했을 때 어땠어요?
최철남 : 왜 이런 날을 명절처럼 보내지? 궁금했습니다. 성탄절인데 왜 기독교를 안 믿는 사람들도 손잡고 다니고 기뻐하는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불교, 유교, 천주교, 기독교 등... 절대자에게 의지하고자 하는 것이 연약한 인간의 본성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크리스마스' 란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신일입니다. '성탄절' 이라고도 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탄절은 기독교인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안타깝게도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인들의 축제가 바로 크리스마스입니다. 사람들은 선물과 편지를 주고받고 사랑을 나누고요. 나무엔 형형색색의 전구와 장식을 달아 그 날을 기념하며 기뻐합니다. 이 맘 때가 되면 '캐럴송' 즉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노래들이 울려 퍼지죠. 그 중에서도 크리스마스를 가장 기다리는 건 아마도 어린이들일 겁니다.
진행자 : 유일하게 북한을 제외한 온 지구상의 사람들이 가장 기뻐하는 날인 것 같습니다.
특히 선물 받는 날 이라서 어린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혹시 '산타클로스'를 아십니까? 빨간 옷을 입고 하얀 수염을 길게 내려뜨린 배가 퉁퉁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착한 아이들에게만 몰래 선물을 가져다준다는 전설이 있는데요. 사실은 엄마, 아빠 혹은 선생님들이 선물을 주는 거지만 이를 모르는 어린이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연말이 되면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무척 애쓴답니다.
진행자 : 저도 어린 시절엔 산타가 참 큰 존재였어요. 산타 할아버지를 실제로 만나겠다고 잠을 안 자려고 노력하고 편지 써놓고 기다리고 그랬었거든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1 학년 때 언니의 친구가 말해줘서 산타가 가짜라는 것을 알았는데 그걸 알고 난생 처음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이주영 : 저는 어릴 때 부모님이 선물을 챙기는 것도 목격을 했고 저희 엄마가 유치원을 하셨거든요. 유치원의 선생님들이 산타 할아버지 역할을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 사람은 가짜지만 어딘가에 진짜 산타 할아버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믿었어요.
진행자 : 그런데요.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서 자청해서 매년, 몰래 산타가 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진짜 산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나우'의 분들이 탈북자 분들을 돕겠다고 성탄 카드 직접 만들어서 판매 했잖아요. 저는 그런 모습들이 산타의 모습, 예수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많이 파셨나요?
최철남 : 천 개 만들었는데 다 팔았습니다.
그렇다면 주영 씨와 철남 씨에게 크리스마스 추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주영 : 크리스마스 때는 축제로 모든 사람이 기뻐하지만 특히 교인들은 더 기뻐하잖아요. 트리에 인형도 달면서 장식했던 기억이 있고 특별한 연극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새벽송'을 돌았던 것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새벽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이런 찬양을 하면서 골목골목 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진행자 : 철남 씨도 새벽송이 뭔지 모르시죠?
최철남 : 그렇죠. 한국에 와서 들어 본 적은 있어요.
진행자 : 요즘은 남쪽에서도 새벽송을 잘 안돌아요. 그런데 예전에 저 어릴 때만 해도 조를 짜서 집집마다 방문을 하는 거예요. 집 앞에 가서 찬송가도 불러주고 복을 빌어주고 오는 거죠. 그러면 집집마다 간식거리와 먹을거리들을 준비해 주시거든요. 주영 씨는 모범생이라서 함께 찬양하고 그랬던 아름다운 장면이 떠오른다고 하는데요. 저는 먹었던 기억밖에 없네요. (웃음) 빨리 소화시키고 다음 집에 가서도 많이 먹으려고 뛰어다니고 그랬습니다.
최철남 : 재밌네요.
진행자 : 그렇죠. 그런데 요즘은 남쪽도 그런 기억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최철남 : 아파트에서는 그런 걸 하기가 쉽지 않죠.
진행자 : 이런 기억이 철남 씨에게도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최철남 : 그러게요. 북한이 새벽송을 돈다면 돌기에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진행자 : 철남 씨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은 없겠지만 이 맘 때 쯤 되면 가장 생각나는 것이 무엇입니까?
최철남 : 북에서는 연말에 할 것이 없잖아요. 김장도 다 해 놓고 놀 때긴 해요. 그래서 그 때는 강가에 나가서 썰매를 타고 놀았고요. 제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북한은 1월 1일, 신정을 크게 쇠었어요. 설날이 언제 오나 기다리면서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그랬죠. 그런데 한 가지 괴로웠던 것은 물이 안 나와서 강가에 물 길러 엄청 멀리 다니고 그랬습니다. 물지게를 지고 다녔는데 그 기억이 나네요.
진행자 : 어릴 때 기억은 그렇고요. 철남 씨는 남쪽에 와서 첫 번째 성탄절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최철남 : 그 때 제가 19살 때였는데 그냥 집에 있었어요. 그 때는 놀 생각도 못했고 빨간 날이니까 집에서 쉬었죠.
진행자 : 그렇게 보내면 엄청 우울해야 하거든요? (웃음)
최철남 : 그런 것도 몰랐어요. 개념이 없으니까요.
진행자 : 그럼 남쪽에 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탄절은 언제 인가요?
최철남 : 2011년도입니다. 그 때 여자 친구와 함께 시청 앞에 왔었거든요. 사람 진짜 많더라고요. 지하철 입구부터 사람으로 넘쳐나더라고요.
진행자 : 선물도 주고받고 하셨죠?
최철남 : 네, 카드도 쓰고. 저는 산타 할아버지 인형을 주었고 여자 친구는 저에게 장갑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 주영 씨는요?
이주영 : 저도 남자 친구가 있을 때는 남자 친구를 만나고 없을 때는 가족들과 영화도 보고 시청 앞에서 스케이트도 타고 그렇게 보냈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얘기하다 보니까 크리스마스가 더 기다려지는 것 같습니다. 올 해는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최철남 : 교회에 갈 겁니다.
이주영 : 저도 성탄 예배에 갔다가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진행자 : 저는 24일 날에 다른 사람 근무까지 자원했습니다. 그런 날 외로운 분들 찾아다니면서 봉사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그런 봉사는 못하지만 같이 일하는 분에게 봉사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날 일하고 있을 거니까요. 약속이 깨졌거나 외로운 분들 찾아오시고요. 음식 배달 받습니다. 음식 좀 보내주세요. (웃음) 통일이 되면 성탄절이 또 새로워 질 것 같아요. '통일되면 나는 이런 성탄절을 보내고 싶다'.. 생각해볼까요?
이주영 : 저는 엄청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싶어요. 그리고 북한 분들이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사는 소원을 빌고 싶어요.
최철남 : 저는 고향에 가서 축제를 즐겨보고 싶어요. 축복하고 축하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캐럴송도 부르며 밤새 즐겨보고 싶습니다.그리고 북한은 눈이 오면 눈이 잘 안 녹고 쌓여요. 그래서 눈썰매를 사람들이 타고 다니거든요.
이주영 : 누가 끌어요?
진행자 : 아! 제가 산타 복장을 하고 눈썰매를 탈께요. 철남 씨가 끌어주세요. 선물 막 뿌리면서 북한의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캐럴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북에 계신 분들 중에는 성탄절마저도 춥고 힘들게 보내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크리스마스카드를 음성으로 보냅시다.
최철남 : 인류가 축복받은 날인데 그 날에 다 같이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 됐으면 좋겠고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이주영 : 북한의 실정을 알게 될수록 제가 따뜻하고 편하게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껴요. 올해까지는 춥고 힘드시겠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바뀌어서 다 같이 따뜻하고 풍요로운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시고 다 같이 웃으면서 볼 때까지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진행자. 이주영, 최철남 :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주영 씨와 철남 씨, 그리고 저와 여러분의 간절함이 모아진다면 언젠가는 함께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기적처럼 말입니다. 산타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그 마음으로 통일의 그 때를 기다립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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