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뽑은 2016년 10대뉴스(2)

0:00 / 0:00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남한 청춘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일은 어떤 것일까... '청년들이 생각하는 2016년 10대 뉴스'에 대해 지난 시간부터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물러나기를 바라는 남한 국민들의 촛불집회부터 미국 대통령 선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등 청년들이 유독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한 해이기도 했고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브라질 올림픽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남북 선수들, 또 해외에 있는 북한 고위층의 탈북 등이 우리 청년들 사이에서는 화제였다고 하는데요. 나머지 5가지 뉴스도 지금부터 들어보시죠.

진행자 : 북한에서도 남한의 많은 문화를 막으려고 하지만 스며들고 있잖아요. 또 하나의 대표적인 나라가 쿠바 아니겠어요?

클레이튼 : 맞습니다. 1959년부터 쿠바 혁명으로 공산주의 국가가 됐습니다. 피델 카스트로 유명한 지도자이죠.

진행자 : 올해 사망했죠.

클레이튼 : 그런데 올해 쿠바는 변화가 많았습니다. 88년 만에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고, 롤링스톤즈라는 세계적인 록 밴드가 공연을 했는데 60만 명 정도가 현장에 모였다고 해요. 1959년부터 공산주의 정부가 있었는데 어떻게 서방문화를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예은 : 몰래 들었겠죠.

진행자 : 쿠바에서는 록 음악의 음반은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공연은 하지 못했대요.

광성 : 예전에 소련에서는 비틀즈 음악을 너무 듣고 싶어서 엑스레이 필름에 음악을 녹음해서 들었다고.

진행자 : 소련을 무너뜨린 것은 비틀즈라는 말이 있습니다(웃음).

광성 : 통제를 해도 들어간다는 건데, 북한도 마찬가지죠. 지금 남한 드라마나 미국의 영화를 보지 못하게 막는 데도 계속 보고 있고. 그런 것들이 사회주의를 붕괴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진행자 : 롤링스톤즈가 영국의 록 밴드인데, 지금 70대예요. 악동의 느낌이 강하고, 록 음악이 좀 더 저항적이고 가사도 거칠고 사회 비판적이고 자유롭잖아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록 밴드가 없죠.

특히 쿠바는 북한에서 형제의 나라고 생각했잖아요.

광성 : 정말 친하다고 생각하고, 예전부터 피델 카스트로 수상과 김일성 둘이서 교류하면서 형제의 나라 관계를 유지했어요. 이번에 카스트로 사망 소식에도 옛날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죠.

진행자 : 사실 남한에서 유일하게 수교를 맺지 못한 나라가 쿠바였는데, 북한에는 대사관이 있죠. 그 정도로 돈독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쿠바도 개방을 했잖아요.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예은 : 점점 북한이 고립되는 것 같아요. 세계적인 흐름은 다 개방이고 개혁인데.

진행자 : 그러니까 쿠바의 현실을 북한에서는 알리지 않겠죠.

광성 : 그렇죠, 더 나쁘다고 하겠죠. 그런데 북한의 개혁과 개방도 멀지 않았다고 봐요. 올해는 핵실험을 두 번이나 했잖아요. 이것으로 인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나서면서 제일 믿었던 중국마저도 슬슬 막아가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북한에 큰 충격이고,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이라고 생각해요. 좀 더 좁혀가다 보면 개혁, 개방으로 나서지 않을까.

진행자 : 게다가 지금 한류가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엄청나다고 합니다. 일곱 번째 뉴스예요.

예은 : 한류 열풍이라는 건데요. 한국의 드라마나 음악, 여러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이에요. 올해 들어 가장 유명했던 드라마가 '태양의 후예'예요. 남한에서는 시청률이 38.8%를 기록했다고 해요. 많은 유행어도 낳았는데, 북한에서도 많이 봤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남한과 하루 차이로 봤다고 하죠?

광성 : 네, 이번에는 중국과 공동투자를 해서 드라마를 만들다 보니까 중국과 동시 방영이 되면서 저녁에 나오는 드라마를 중국에서 바로 녹화해서 그 밤에 북한으로 넘어가는 거죠. 왜냐면 중국과 북한 사이에 강 하나밖에 없어요. 요즘은 CD나 DVD를 보던 기계에 USB를 꽂을 수 있는 것까지 만들어서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검열이 나오면 예전에는 CD를 빼지 못해서 걸리곤 했는데, USB는 뽑아서 그냥 버리거나 주머니에 넣어도 되니까 훨씬 들킬 확률이 낮죠.

진행자 : 사실 지금 중국에서의 한류가 어마어마하거든요. 남한의 인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중국에 갈 때면 중국 측에서 아예 전세기를 띄워준다고 해요. 중국 대륙에서 인기를 얻게 되면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번다고도 하고요.

예은 : 네, '태양의 후예'만 광고효과를 따져도 1조원이 넘었다고 해요.

진행자 : '태양의 후예'뿐만 아니라 사실 남한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자료보다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게 훨씬 많을 텐데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대단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모두 북한으로 가면서 이건 정말 막을 수 없는 바람이 아닐까. 북한에서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남한의 많은 것들을 보고 계시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은 : 좀 전에 얘기한 롤링스톤즈라는 록밴드나 핑퐁외교나 모두 문화, 스포츠 등 민간 분야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먼저 화합이 이뤄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통일이 좀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해요.

광성 : 그런 문화가 확산되면서 젊은 층들의 생각을 많이 바꾸는 계기가 될 거예요. 통일이 돼도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젊은 층의 소통은 훨씬 잘 되지 않을까.

진행자 : 어쨌든 남한의 드라마나 음악이 북한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적인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잖아요. 올해 남한에서는 이 기술적인 발전 때문에 사람들이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어떤 건가요? 여덟 번째 뉴스입니다.

예은 : 북한 청취자분들은 모를 수도 있는 기사인데요. 인공지능이라는 컴퓨터 기술인데요. 컴퓨터 기술이 만들어낸 바둑 프로그램과 한국 바둑 기사 프로 9단의 이세돌 씨와의 대결이에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바둑을 어린이들에게 교육하지 않나요?

광성 : 평양은 있는데, 지방에서는 대중화는 되지 않았어요.

예은 : 인공지능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해드리자면 컴퓨터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거예요. 예를 들어 언어 능력이나 판단과 추론 등 뇌가 담당하는 부분을 컴퓨터가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이번에 대결을 보면서 사람들이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사람이 이길 것인가, 사람이 만든 기술이 이길 것인가.

그런데 인공지능이 바둑뿐만 아니라 여러 도전을 했는데요. 1997년에 체스 세계 챔피언과도 대결을 해서 이겼어요. 그 당시 언론에서 100년 안에 바둑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예측했대요. 왜냐면 바둑은 예측이 좀 불가능하고, 경우의 수가 많아서 사람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20년도 안 돼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겨버린 거예요.

진행자 : 다섯 경기 중에 네 경기를 알파고라는 그 인공지능이 이겼습니다. 3월에 있었던 경기인데, 올해 내내 그 알파고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예은 : 사람들이 이 경기를 눈여겨 본 이유가 사실 인공지능에 대한 영화가 많았잖아요. '언젠가는 로봇이 세계를 지배한다' 이런 얘기도 많으니까 정말로 기계가 사람의 사고능력을 능가한다면 진짜 그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진행자 : 사람이 만든 기계인데, 그 기계가 결국은 사람을 이긴 거잖아요.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전 세계의 사회 전반에 투입됐을 때 사라질 직업까지 많이 얘기되면서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어요.

예은 : 그래서 이세돌 씨가 지고 나서 한 말이 명언이었는데요. 자신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웃음)!

진행자 : 그런가하면 이 단어는 요즘 남한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광성 : '혼술혼밥'이라고 해서 혼자 술 먹고 혼자 밥 먹는 걸 얘기하는데요. 1인 가구, 그러니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혼술혼밥도 많아졌어요.

예은 : 사실 예전에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신다고 하면 부끄러웠거든요. 친구가 없는 것 같고, 외톨이에 왕따 같았는데, 요즘은 그런 인식이 바뀌어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게 편하다, 돈도 적게 들고 감정 소비도 하지 않는다고 해요. 직장인들은 회식이 너무 싫잖아요. 업무 고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진행자 : 가끔은 술 마시면서 그렇게 친하지 않은 친구의 고민을 두세 시간 들어야 할 때도 있잖아요. 아예 혼술혼밥이라는 단어가 생긴 거예요.

광성 : 관련 드라마도 있고, 식료품 업계에서는 아예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한 끼 야채 같은 것을 팔아요.

진행자 : 요즘 카페나 식당에 가면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있죠.

예은 : 다른 사람 시선 신경 쓰지 않도록 칸막이도 돼 있어요. 정말 신기했던 건 원래 고기는 불판도 크고 혼자 먹기 정말 처량하잖아요. 그런데 1인 불판도 나왔어요(웃음).

클레이튼 : 제가 6년 전에 갈비를 너무 먹고 싶어서 늦은 밤이라 혼자 식당에 갔는데 혼자 왔느냐고 계속 이상하게 보더라고요(웃음).

진행자 : 무언가를 먹고 마시기 위해서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것도 힘들고 이제 그냥 혼자 하는 거죠.

예은 : 그 외에도 '혼영'이라고 혼자 영화도 봐요.

클레이튼 : 영화 보러 가는 거니까 굳이 옆에 누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잖아요. 혼영이 훨씬 나아요.

진행자 :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뭐, 그럴 수 있지'라는 시선이 훨씬 많아진 거예요. 혼자 하는 게 편해진 거죠. 그런데 탈북한 분들 입장에서는 좀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광성 : 저희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굳이 내가 밥을 안 먹어도 같이 가주고 그랬거든요.

예은 : 저희도 그랬어요. 화장실도 같이 가요(웃음).

진행자 : 자, 우리가 2016년에 화제가 됐던 9가지 뉴스를 청년의 눈에서 살펴봤는데요. 열 번째는 분단 71년이 아닐까. 화제 같지 않은 화제지만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잖아요. 올해도 여전히 분단에 대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고, 뭔가 하나가 되려는 움직임이 그렇게 크게 일지도 않았던 해가 아니었나. 그리고 여전히 분단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서 방송을 하고 있는 거겠죠. 그래서 올해도 남북은 하나가 되려는 움직임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춘만세> 이렇게 10가지의 2016년 뉴스를 뽑아봤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북한에서는 어떤 일이 올해 화제였는지 함께 생각해보시면 좋겠고요. 2016년 북한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올해 마지막 방송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올 한 해도 애쓰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