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야기2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의 김인선입니다. 일주일 사이에 한해가 바뀌었습니다. 2015년이 시작됐는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겨울이야기’ 라는 주제로 함께 했는데요, 못 다한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씨와 우리들의 ‘겨울이야기’ 그 두 번째 시간 이어봅니다.

진행자 : 겨울에 대한 느낌, 생각은 남북의 차이가 약간 있었어요. 그래서 겨울에 할 수 있는 겨울운동과 겨울 놀이문화에도 차이가 있었고요. 물론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스키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은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즐기기는 힘들다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북이 겨울에 대한 체감은 다른데 비슷한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야기 나눠볼게요.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는 어떨까요?

이정민 : 남과 북 모두 김장을 하죠. 겨울을 맞아서 김장을 하는 것인데, 남한에 와서 본 김장은 민족풍습에 따라서 하는 하나의 행사 정도인 것 같아요. 온가족이 모이는 하나의 즐거운 자리 정도인 것 같은데 북한의 김장은 식량이에요. 6개월 동안 이것만 먹고 살아야하는 식량의 의미가 있어요. 남한에서는 김치 20통, 30통 담가도 정말 많이 담갔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북한에서 살 때 우리 집에서는 배추 1톤, 무 500kg 합니다.

진행자 : 가족이 몇 명인데요?

이정민 : 저희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해서 8가족 이었어요.

진행자 : 그런데 1톤을 한다고요?

이정민 : 북한의 1톤하고 남한의 1톤 배추하고는 달라요. 남한의 배추는 한통 그대로 다 쓰잖아요. 북한의 배추는 치마배추라고 해서 쫙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겉의 입도 많이 버려야하기 때문에 1톤이라고 해도 김치를 담그게 되면 수량이 작은 편이예요. 그런 풍경이 남과 북이 같으면서도 다르게 변모된 모습인 것 같고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쒀 먹잖아요. 북한도 똑같아요. 제가 남한에 와서 진짜 놀란 게 뭔지 알아요? 여기는 팥죽 먹을 때 집 앞에다가 뿌리고 먹나요?

진행자 :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이정민 : 그런데 예전이라도 그런 모습이 남아있었다는 게 남북이 똑같다는 거예요. 북한에도 팥죽을 쑤면 우리 엄마가 집 앞에 딱 뿌리고 와요.

김재동 : 그것은 잡귀를 쫒아내는 의미로 그렇게 해요.

이정민 : 그렇대요. 그런데 강남 씨는 모를 수 있겠는지 모르겠는데, 저희 할아버지가 남한 출신이셨거든요. 그래서 저희 엄마가 배웠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비슷한 것 같고 설음식으로 만둣국 같은 거 먹잖아요. 북한도 똑같이 그런 것 먹고 굉장히 비슷한 것 같아요.

진행자 : 일단, 북한에서의 김장은 식량의 개념이라는 말을 했어요. 남한에서의 김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재동 : 남한에서의 김장은 하면 좋은데, 언제부터인가 필수적이 아닌 것으로 돼 버렸어요. 하면 좋고 아니면 사먹거나 얻어먹거나,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고 가벼워진 느낌이 있어요.

진행자 : 사실 김장을 한다는 것은 수육을 먹는다는 그 재미로 하는 거죠.

이정민 : 네. 고기를 사러 정육점에 갔는데 깜짝 놀랐어요. 4천원에 한 근 했던 돼지 앞다리 살이 7천원으로 오른 거예요. 왜 올랐냐고 했더니 김장철에 삶아 드시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얼마만큼 돼지를 잡아먹어야 김장철이 끝날 거냐’고 했던 기억이 나요.

내레이션 : 남한에서의 김장 문화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수육 먹기인데요, 4달러 하던 고기가 7달러로 오를 만큼 김장하는 날 수육을 먹는 집이 많습니다. 최근 남한의 김장문화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요, 김치냉장고가 각 가정에 보급되면서 많은 양의 김장을 미리 할 필요가 없어졌고, 혼자 사는 1인 가족과 맞벌이 세대가 많아지면서 김장에 들이는 시간과 노동력을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김장을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김장을 하더라도 절인배추를 사서 한다거나 김치를 판매하는 곳에 의뢰해서 입맛에 맞게 만들어달라고 주문해서 먹기도 합니다. 북한에서처럼 한꺼번에 많은 양의 김장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기업이나 단체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나눔 행사입니다. ‘김장 나누기’라는 이름으로 해당지역의 독거노인 등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죠. 남북의 김장문화는 이렇게 다른데요, 다른 먹을거리는 어떨까요?

김재동 : 북한에 계신 주민 분들이 아실지 모르겠는데 호떡이라고 들어보셨을까요?

이정민 : 호빵이라고 하는 것은 있어요.

김재동 : 호빵과는 조금 달라요. 호빵은 통통하고 속 내용물로 채소라든가 고기 같은 것을 다져서 먹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정민 : 아니요. 북한의 호빵은 달라요. 속에 아무것도 안 들어가요.

김재동 : 남한에서의 호떡은 되게 얇아요. 식감은 쫀득쫀득하고 속에는 계피를 비롯해서 약간 달콤하게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들어있어요.

진행자 : 설탕 종류가 들어가죠. 쉽게 말해서 호빵, 찐빵 이런 것은 증기에 찌는 개념이라면 호떡은 기름에 튀기는 거예요. 그 안에 달콤한 게 녹아서 뜨겁게 먹는 그런 개념으로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아요.

김강남 : 북한에는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통강냉이 죽이라고 있어요.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죽이요. 그래서 눈 오는 날이면 그거 한 그릇씩 퍼서 간식처럼 먹어요. 밥 대신 간식처럼요. 그리고 북한에는 계절 음식을 절대 먹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냉동시설이 안 돼 있고 겨울에 여름음식을 먹을 수 없고, 여름에 겨울음식을 절대 먹을 수 없어요.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게 하나 있다면 겨울에 먹는 음식, 옥수수예요. 가마에 넣고 푹 찌면 풋 강냉이, 남한의 지하철에서 사먹는 옥수수와 똑같아요. 하지만 더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나요. 기다렸다가 1년에 한번만 먹는 기회다보니 진짜 맛있어요. 옥수수 삶은 물 있잖아요. 그것을 마시기도 해요.

진행자 : 옥수수 찐 물을 마신다고요?

이정민 : 그게 옥수수수염 차 같아요.

김강남 : 그게 뭐냐면 옥수수 엿.

진행자 : 보통 남한에서는 버리죠.

김강남 : 그것을 계속 우려내면 옥수수엿이 됩니다.

이정민 : 좀 달콤한 맛이 우러나면서 엿까지는 아니고 달콤한 맛의 구수한 맛이 어우러지는 맛이나요. 그러니까 없을 땐 다 맛있어요. 남한에서도 찰옥수수를 사먹어 봤거든요. 북한에서 먹던 옥수수맛이 아닌 거예요. 남한의 옥수수가 더 찰진데도 맛없더라고요.

진행자 : 북한에서 먹었던 옥수수가 더 맛있었다고 표현을 했는데요, 탈북한 이후에 남한에 와서 먹어본 겨울 먹을거리 중에 맛있었던 음식은요?

김강남 : 어묵 국물이요. 그게 맛있고, 잔치국수를 김치 안 넣고 김을 많이 뿌려서 먹는 거 이렇게 따뜻한 음식이 좋습니다.

진행자 : 따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선호하시는 군요. 정민 씨는요?

이정민 : 저는 호떡도 괜찮고요, 붕어가 없는 붕어빵이요. 처음에는 정말 붕어빵이 신기했어요. 어쩌면 붕어빵이 북한에서 하는 호빵하고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붕어빵 속에 남한에서는 단팥이 들어가는데, 북한에서는 속에 아무것도 없이 가루만 부쳐내는 게 호빵이에요. 그런 느낌이 나서 잘 먹게 돼요.

진행자 : 전체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공통된 내용이 더 많았다면, 겨울이야기는 다른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혹시 비슷한 겨울모습이 있을까요?

이정민 : 있죠. 애들이 좋아하는 것은 남과 북이 똑같은 것 같고, 남한에서도 겨울나기 준비를 가끔 하는 사람들을 봤어요. 장작을 쌓아놓는 경우가 적기는 하지만 북한에서는 장작나무 줄을 세워요. 그게 몇 줄을 쌓았느냐에 따라 그 집의 남편의 능력을 평가를 받을 만큼 부지런함의 대명사예요. 그래서 장작을 쌓아놓고 한해를 기다리는 풍습은 비슷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강남 : 저는 누나하고 살았었는데 제가 세대주다 보니까 그 장작을 엄청 높이 두 줄로 높이 쌓아서 있었어요. 그래서 항상 주변 사람들이 “강남아, 너는 아주 부지런하다” 이렇게 말했었는데 갑자기 슬픈 게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제가 떠나서 한국에 온 다음에 저희 누나가 그 땔감을 떼면서 얼마나 울었을까 그 부엌에 혼자 앉아서, 강남이가 한 나무인데 하면서요. 그리고 나무가 없어지고 빈 공간이 생길 때마다 얼마나 가슴 아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좀 그러네요.

진행자 : 여러모로 겨울은 우리 강남 씨에게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쓸쓸함을 없애면서 정리를 해야겠어요. 남북의 공통된 겨울 놀이문화가 있을 것 같아요. 눈썰매라고 하죠. 남한에서는 눈썰매를 탈 수 있는 도구가 판매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푸대 자루 이런 걸로 돼 있겠죠?

김강남 : 북한의 눈썰매 만드는 기술은 세계 최첨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눈썰매의 질에 대해서 그 집안의 아빠나 형의 능력이 평가되니까요. 친구들이 눈썰매를 한 대씩 가지고 나오는데 최첨단으로 조절하는 것도 있고 정말 잘 만들었는데, 내 썰매는 허접하면 집에 가서 아빠한테 다시 좋은 걸로 만들어 달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자존심이 상해서 주무시지도 않고 품 들여서 만들어줘요. 발전돼서 발로 조절하는 것도 있고, 정말 각종의 썰매가 다 있어요. 북한 어린친구들의 썰매기술도 장난이 아니에요. 한국의 스키나 보드 타는 친구들보다 더 점프력도 좋아요. 발로 조절도 하고 앞으로도 조절도 하고 공동묘지 같은 데서부터 출발해요. 쫙 내려오는데 동네 어르신들은 그 옆길로 가며 “야, 얼음 만들지 마” 하면서 엄청 욕해요. 어른들이 재를 뿌려놓으면 애들이 다시 눈으로 덮어서 썰매를 타고, 그렇게 보면 정말 북한의 겨울은 따스합니다. 사람이 사는 동네 같아서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풍경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쉽기는 합니다.

진행자 : 그렇죠. 남한에서는 눈썰매를 타기 위해서 눈썰매를 탈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요.

이정민 : 맞아요. 썰매를 타는 것도 돈을 내야하잖아요.

내레이션 : 남한의 겨울놀이 역시 빠르게 변했습니다. 동네 여기저기서 눈썰매를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눈썰매, 스케이트, 스키까지 겨울 놀이를 하기위해서는 특정한 장소로 가서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간혹 동네 한편에서 눈썰매를 타기도 하는데요, 길을 미끄럽게 만든다는 이유로 이웃들의 빈축을 사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서로간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눈썰매가 가능한 유료장소로 가는 것이 마음 편하죠. 혹여 누군가가 다칠 수 있으니까요. 북한에서도 동네 아무 곳에서나 썰매를 타다가 누군가가 다치지 않을까요?

김강남 : 저희 집이 나가게 되면 급경사가 있고 계단이 있는데, 제가 거기서 오줌을 쌌더니 얼음길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스키 날 하나를 꼽는 형태의 외발 기를 탔거든요. 왔다갔다 여러 번 탔더니 완전 얼음판이 됐는데 어머니가 나오시다가 넘어진 거예요. 그랬더니 엄마가 화가 나서 들어오자마자 이마를 때리시더라고요. 너무 자상하시던 엄마에게 갑자기 맞아서 황당했는데 “저 얼음판은 너밖에 할 사람이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누가 봐도 오줌 싼 길이니까요.

내레이션 : 이제야 강남 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핍니다. 장난기 넘치는 강남 씨의 평소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탈북한지 7년이 넘었음에도 남한의 겨울문화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아 걱정했었는데, 그것은 북에 홀로 남겨진 누나생각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비로소 강남 씨가 말했던 ‘겨울은 그저 춥다’라는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여전히 춥게만 느껴지는 이 겨울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기를, 그래서 강남 씨의 겨울의 의미도 변화되기를 바래봅니다. 지금까지 청춘만세,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