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섹시한 남자 김강남입니다. 북한에서 왔고요, 저의 꿈은 경찰청장입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남한 대학생 강예은입니다. 남한 청년이 소소하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반갑습니다.
클레이튼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촌놈 클레이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5년 됐는데 몇 주 전에 대학원 졸업하고, 지금은 월급의 노예 다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윌리그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지난 시간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 크리스마스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는데요. 종교를 떠나 전 세계 많은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북한에는 크리스마스가 없을까요? 청춘들의 얘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예수님 생일에 왜, 남한의 종교도 아닌데 왜?' 이런 생각을 할 테지만 사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을까 싶어요. 종교가 기독교가 아닐지라도.
강남 : 신기한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 차원에서 보면 북한에서 크리스마스가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종교의 자유가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요.
강남 : 북한에서는 종교를 몰라요. 기자님이 방금 '종교의 자유'라고 하셨는데, 자유가 뭔지도 몰라요. 종교가 뭔지도 모르고.
진행자 : 종교라는 개념 자체도 없죠?
강남 : 네, 없어요. 왜냐면 그 종교가 필요 없으니까요. 이른바 김일성 장군님을 좋아하는, 그것에서 만족하는 게 끝이에요.
진행자 : 왜 러시아에는 크리스마스가 있는데, 북한에는 없을까요?
예은 : 러시아는 종교가 러시아정교라고 해서 국교로 정해져 있어요.
진행자 : 한 곳에는 종교가 있고, 한 곳은 종교가 없다는 건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러시아는 체제 자체가 사회주의이지 한 사람의 우상화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김 씨 일가 외에 다른, 더 우수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강남 : 이 문제는 제가 남한에 있기 때문에 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미국도 봤고, 지금의 러시아도 봤고, 대한민국도 봤고, 그리고 과거에는 북한에서 살았잖아요. 북한에 있을 때는 몰랐습니다. 종교라는 것도 몰랐고, 내 내라가 괜찮네. 텔레비전에서 '우리 장군님 최고다' 이런 걸 들으니까 그게 최고인줄 알았어요. 그냥 그 분 한 명만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남한에 와서 보니까 아닌 거죠.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도 모를 거예요.
예은 : 요즘은 중국 물품이 많이 들어오고, 우리 방송도 있고, 한국 드라마도 많이 보잖아요. 그러면 크리스마스에 대해 좀 알지 않을까요?
강남 : 그러면 다행이고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북한에서 가장 큰, 의미 있는 공휴일이 언제인줄 알아요?
클레이튼 : 김일성 생일 아닌가요? 4월 15일?
강남 : 와!
진행자 : 그게 태양절이죠?
강남 : 맞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셨네요. 그 명절을 태양절이라고 해요. 북한에서는 하늘에서 내린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좀...
진행자 : 남한에서는 역대 대통령 생일에 쉬는 날은 없습니다.
클레이튼 : 미국도 없죠. 미국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요. 우리 첫 번째 대통령이 조지 워싱턴인데, 그 생일에 쉬지 않아요.
예은 : 왜냐면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지도자가 국민의 투표로 바뀌잖아요. 그 한 사람을 위한 기념일을 만들 필요가 없는데, 북한은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진행자 : 클레이튼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교회에 간다고 했잖아요. 강남 군을 데리고 갈 생각은 없나요?
왜냐면 강남 군은 남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적이잖아요. 그러니까 종교 등의 활동이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은데. 물론 종교는 자신의 신념과 맞아야 하죠.
강남 : 저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자신교, 저를 믿습니다.
진행자 : 탈북자들은 어떤가요? 종교를 전혀 모르든 사람들이 남한에 와서 종교를 갖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지.
강남 : 종교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처음 남한에 정착했을 때 제 친구들은 종교를 멀리하더라고요. 왜냐면 김일성, 김정일한테 세뇌당하다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왔는데 또 이런 세뇌를 당해야 하나. 교회를 다니면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다 보면 친구도 없고 사회에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에 외롭거든요. 그때 손을 내밀어주는 곳이 종교단체라서 믿어버리는 사람은 푹 빠지고 안 믿는 사람은 아예 안 믿는 것 같아요.
예은 : 그래도 종교에 대해 거부반응은 없네요.
강남 : 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진행자 : 어쨌든 강남 군도 남한에 와서 다른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즐기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제는 알게 됐고. 예를 들어 여자 친구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면 '아, 나도 해줘야겠구나' 생각할 텐데요.
진행자 : 2011년인가, 첫해는 크리스마스를 몰랐어요. 여자 친구가 선물을 주는데 당황했죠. 저는 받기만 하고 민망했던 기억이 나요.
예은 : 올해는 준비하셨나요?
강남 : 여자 친구와 헤어졌어요.
예은 : 죄송합니다(웃음). 클레이튼 씨하고 같이 보내면 되겠네요(웃음)!
진행자 : 그러면 이제 여자 친구가 생기면 크리스마스에 무언가 특별한 데이트를 하거나 선물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드나요?
강남 : 저를 위해서 하는 건 아니고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거예요. 저는 같이 다녀도 이해를 못하고 납득이 안 되는데, 상대방은 요구하니까.
예은 : 공휴일이잖아요. 그리고 12월 말이니까 사람들이 연말 분위기에, 휴일에 감정이 격양돼서 즐기고 싶은 거예요.
크리스마스에 다르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12월에 길거리 다녀보면 구세군이라고 아세요? 구세군 자선냄비라고 해서 빨간 통에 기부금을 모아요.
클레이튼 : 미국에도 있습니다.
예은 : 그렇게 남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분도 있고, 청년들은 연탄 배달 봉사나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되어주자며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가기도 하고.
진행자 : 사실 축제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겨울이잖아요. 겨울은 불우한 이웃들에게는 지내기 힘든 계절이기 때문에 도움의 손길도 많이 필요하죠. 크리스마스에 흥청망청 보내지 않고, 봉사하면서 보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예은 : 네, 뜻 깊게 보내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강남 : 이번 주제가 크리스마스였잖아요. 사실 저는 크리스마스가 너무 싫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이 방송을 듣고 이해하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크리스마스는 클레이튼 씨나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선물을 주고, 즐기는 날이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 즐긴다는 건 사치입니다. 가난에 허덕이는 가정에서 아이에게 요구하는 선물, 그 기대를 엄마가 채워주지 못할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생각하면 제가 살고 있는 이 자리가 정말 감사하고, 북한 입장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없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진행자 : 알아도 해줄 수가 없으니까.
예은 씨도 말했지만 크리스마스가 특히나 연말이라서 더 들뜨지 않나 싶어요.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내가 어떻게 보냈나 생각하게 되는데, 이 방송 자체가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올해 마지막 날 방송이 될 텐데, 올해 어떻게들 보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예은 : 올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는데, 방송도 시작했잖아요. 이 방송을 하게 된 것도 뜻 깊었고, 대학 졸업하면서 여러 가지 일이 끝남과 동시에 시작하게 돼서 저에게는 뜻 깊은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진행자 : 후회되는 일은 없습니까?
예은 : 많습니다(웃음). 더 열심히 해야 했는데 못했던 것들이 후회가 되네요.
강남 : 저는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방송을 할 때마다 기뻤던 것 같아요. 항상 고향이 그리운데, 잠시나마 이 방송을 하면서 고향 사람들에게 전달되지는 모르지만 소통을 한다는 게 뜻 깊었고. 후회되는 일은 많아서 내년에는 보완하고 싶고요.
클레이튼 : 올해는 바쁘게 보냈습니다. 학교 졸업했고, 취업했고. 장점은 여러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단점은 자전거도 많이 못 타고 친구들도 많이 못 만났지만 큰 후회는 없습니다.
진행자 : 그게 청춘인 것 같아요. 뭔가 굉장히 바쁘지만 그렇다고 원하는 만큼 얻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부딪히면서 자기 길을 찾아가는 거겠죠. 클레이튼과 예은 씨는 그 과정을 적극적으로 접하고 있고, 강남 군은 아직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나마 보호를 받고 있는 거죠.
예은 : 새해에는 항상 목표를 세우잖아요. 그동안 못했던 것들은 또 다음 해에 꿈꿀 수 있어서 새해가 기다려지기도 해요.
진행자 : <청춘만세> 저와 함께 새롭게 꾸며간 한 해였잖아요. 사실 저희가 서울에서 사는 세 청춘의 모습을 통해서 북한 청취자들에게 '남한에서는 청춘들이 이렇게 산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은데 그게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전달이 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예은 씨도 얘기했지만 새해에는 우리가 무언가 희망을 갖게 되잖아요. 새해에는 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싶다, 새해에는 학점을 잘 받고 싶다... 이런 것처럼 청취자 여러분도 새해에 희망을 갖는 그런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은 어떻게 인사를 드릴까요?
예은 : 궁금한 게 북한에서는 어떻게 새해 인사해요? 한 명씩 돌아가면서 새해 인사할까요?
진행자 : 그러면 마지막으로 각 나라의, 본인이 살아온 곳에서의 방식대로 새해 인사를 하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예은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남 : 새해를 축하합니다.
클레이튼 : 해피 뉴 이어!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2016년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청춘만세> 다시 인사드릴게요. 한 해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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