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1) 남북한, 러시아 가장 추운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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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2018년 새해를 맞아 이 시간 새로운 청년들이 참여하게 됐는데요.

지금부터 직접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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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2018년입니다. 새해를 맞아 <청춘 만세>도 새 단장을 했습니다.

낯선 얼굴들이 보이는데요.

예은 씨는 청취자 여러분이 익숙하실 테고, 다른 분은 소개를 부탁할게요.

필주 : 안녕하세요. 2001년에 북한을 탈출해서 중국에서 4년 살고,

이후 남한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탈북청년 김필주입니다.

진행자 : 고향이 어딘가요?

필주 : 함경북도 새별입니다. 지도 가장 위쪽, 지금 제일 추울 때죠.

진행자 : 예은 씨는 새별이라는 곳을 알아요?

예은 : 말씀해주셔서 알게 됐는데, 중국과 러시아 접경 지역이래요.

회령 등은 익숙한데, 새별은 처음 들어봐요. 이름이 예뻐요.

진행자 : 또 한 분은?

예브게니 : 안녕하세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예브게니 소코보라고 합니다.

한국에 온 지 2년 정도 됐고, 대학원생입니다.

진행자 : 러시아 친구예요(웃음).

2018년 1월 초, 그야말로 한겨울인데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예은 : 이번 겨울은 너무 추워요.

제가 지금 입고 있는 외투를 보면 무척 두꺼운데, 이런 걸 보통 패딩이라고 해요.

필주 : 북한에서는 동복이라고 해요.

예은 씨가 입고 있는 건 ‘다우다지 동복’이라고 하고요.

진행자 : 뭐라고요? 예은 씨 따라해 봐요(웃음).

예은 : 다우다지 동복(웃음)? 저는 패딩이라고 할게요.

이 패딩을 입어야할 정도로 날씨가 요즘 정말 추워요.

뉴스에서도 계속 한파라고,

한강이 어느냐 여부를 얼마나 추운지 기준으로 삼기도 하는데

한강도 1년 전보다 15일 정도 빨리 얼었다고 해요.

지금은 서울이 영하 2도 정도 되고요.

진행자 : 겨울하면 러시아나 북한을 빼놓을 수 없는데

예은 씨는 춥다는 남한,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는 어떤가요?

예브게니 : 저는 추운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지금 털외투를 입고 있는데 얇아요.

왜냐면 작년에는 부산에서 겨울을 보냈는데,

부산은 남한의 남쪽 끝에 있어서 겨울에도 평균 기온이 영상 5도예요.

서울도 굉장히 따뜻한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겨울인지 가을인지 봄인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진행자 : 정말요? 남한에서도 겨울 되면

맹추위, 살을 에는 추위, 칼바람 등의 표현을 쓰거든요.

예브게니 : 그냥 시원한 편이에요(웃음).

예은 : 그럼 러시아는 겨울에 평균 몇 도 정도예요?

예브게니 : 모스크바는 평균 영하 10도,

제가 태어난 블라디보스토크는 영하 12도입니다.

가장 추운 곳은 중앙 시베리아인데 영하 40도에서 60도까지 떨어진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바람이 잘 안 불어서 추위가 많이 느껴지지는 않는대요.

진행자 : 하긴 바람 때문에 더 추운데, 그런 걸 보통 체감온도라고 하죠.

예브게니 :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목도리, 모자, 장갑은 필수품이에요.

예은 : 사실 남한에서는 목도리는 종종 하지만 모자는 필수품이 아니잖아요.

정말 추울 때야 쓰겠지만, 보통은 예쁘게 보이려고.

한국에서 나온 모자를 보면 귀까지 덮는 건 거의 없는데

러시아는 예쁜 걸 떠나서 귀까지 무조건 덮어야 해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경우 모자를 쓰면

아침에 머리를 감고 예쁘게 단장했는데 흐트러지니까 모자를 잘 안 쓰죠.

예브게니 :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러시아에서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들이 겨울에는 모자를 꼭 쓰라고 가르쳐요.

모자를 안 쓰고 밖에 있으면 모르는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야단을 칠 수도 있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밖에 나갈 때는 모자랑 장갑을 꼭 착용하라고.

안 그러면 혈관이 갑자기 수축해서 쓰러질 수 있거든요.

달리 생각하면 남한의 겨울은 대략 모자 없이도 살 수 있을 정도의 추위,

러시아는 모자가 필수인 추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북한도 겨울하면 만만치 않죠?

필주 : 네, 예브게니 씨의 얘기가 무척 공감돼요.

단편적인 예로 제가 고향에 있을 때 강원도에서 온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한테 우리가 ‘따뜻한 곳에서 왔네요’라고 했어요(웃음).

예은 : 남한에서는 강원도가 가장 추운 곳인데.

필주 : 제 고향에서는 고구마가 따뜻한 지역 작물이거든요.

강원도 사람이 고구마를 가져와서 그때 처음 먹어봤어요.

정말 맛있더라고요.

진행자 : 하긴 귤이 겨울을 상징하는 과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은 비닐하우스에서 제배해서 1년 4계절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에 탈북했던 친구가 귤을 얘기하면서 열대 과일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필주 : 맞아요, 저는 귤을 북한에서 딱 한 번 먹어봤는데

귤 안을 보면 쌀알만 한 크기로 알맹이들이 있잖아요.

저는 처음에 그게 벌레인줄 알았어요.

개미굴을 뒤지면 개미알이 그만한 크기고 투명하거든요.

귤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까.

북한은 시베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알고 있어요.

2017년 기준으로 양강도, 백두산 쪽은 겨울에 영하 30도 이하래요.

제 고향도 영하 15~20도 정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 정도로 추워서 거짓말을 조금 더하면

어른들이 담배 피우다 침을 뱉으면 바로 얼음이 돼서 굴러간다는 말이 있어요.

진행자 : 러시아에도 그런 말 있지 않아요?

밖에서 오줌 누면 바로 언다고.

예브게니 : 잘 모르겠어요(웃음).

필주 : 제 고향에서도 그런 모습을 많이 봐요.

노상방뇨를 많이 하는데 그 흔적이 고스란히 얼음으로.

진행자 : 약간 거짓말 보태서?

필주 : 아니요, 정말이에요. 그게 자연스러워요.

그래서 처음 남한에 왔을 때는, 지금도 그렇지만

겨울에 비가 오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웃음).

겨울에 왜 비가 오나.

진행자 : 눈이 오다 기온이 높으니까 비로 바뀌는 거죠(웃음).

필주 : 눈이 와서 쌓이고 눈싸움도 해야 겨울인데, 눈이 와도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고.

이게 무슨 겨울인가...

예브게니 : 굉장히 실망스럽습니다(웃음).

진행자 : 그럼 필주 씨도 남한 겨울이 그렇게 춥지는 않아요?

필주 :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보니 마음과 달리 몸은 추워요.

진행자 : 어쨌든 예브게니나 필주 씨 기준에서는

남한의 겨울이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다는 건데

기온이 많이 내려갈 때는 서울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면서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정도 될 때도 있거든요. 남한에서는 서울이 위쪽인데.

하지만 그 정도 날씨에도 길거리에 나가야 춥지 실내에서는 딱히 춥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러시아나 북한은 영하 20~30도까지 떨어지면 어떻게 살까 싶네요.

예브게니 : 난방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남한은 항상 난방을 켜 놓으면 요금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한국인의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닐까.

예은 : 저희 부모님도 겨울이면 난방료 많이 나온다고 걱정하세요.

겨울이면 한 가정의 가스요금이 월 평균 15만 원, 150달러 정도 된대요.

진행자 : 그런데 겨울에 집을 따뜻하게 하는 데 150달러 정도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지 않나요?

물론 평소에 안 나가던 돈이 드니까 부담은 되지만.

예브게니 : 러시아는 발전소에서 가스나 석탄을 태워서

수관으로 집집마다 뜨거운 물을 보내요.

그래서 난방을 별도로 틀 필요가 없고, 거의 24시간 켜져 있어요.

진행자 : 알아서 공급이 되는 거네요?

예브게니 : 네.

필주 : 북한은 지금이 가장 어려워요. 땔 걱정, 먹을 걱정까지 해야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농촌이고 주위에 탄광이 많아서 땔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어요.

조금 노력하면 땔 것을 구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도시, 아파트 생활하는 분들. 땔 게 없어서 떨면서 살거든요.

추운 날씨에 땔감을 해결해야 하고, 남한에서는 따뜻한 물을 쓰잖아요.

러시아에서도 따뜻한 물은 공급이 잘 될 것 같은데.

북한에서는 물이 공급이 안 되니까 길어 마셔요.

그런데 겨울에는 그것도 어니까 샘물이 조금씩 고이는 걸

온 동네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려요. 그 물로 씻고요.

아파트 생활하는 사람들은 수도가 안 나오니까 더 어려워요.

농민들은 그나마 스스로 일군 곡물이 있으니까 좀 여유가 있지만

아파트 생활하면 주로 직장인들이니까 식량마저도 고민해야 해요.

진행자 : 북한은 길게는 10월 말부터 4월까지 겨울로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필주 : 그렇죠, 거의 반이 겨울이에요.

진행자 : 기온은 남한보다 훨씬 낮은데 난방이나 식량 사정 모두 열악하고.

사실 예은 씨가 난방료 걱정한다고 했지만 집에서 외투를 입고 있지는 않잖아요.

예은 : 그렇죠.

진행자 : 그리고 지하철이나 버스 안이 춥거나 하지는 않고,

학교나 사무실에서 외투를 입고 있는 친구들도 많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평양의 고층 아파트는

물이 안 나오고 난방이 안 돼서 굉장히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필주 : 맞아요, 북한에서는 평양을 또 다른 북한이라고 하는데

평양이 겨울철에 난방이 안 되고 전기 공급이 안 되면

다른 지역은 어떻겠느냐는 거죠. 매우 열악할 거예요.

진행자 : 그럼 입고 다니는 건 어떻게 해요?

남한은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패딩이라고 해서 그 안에 오리털, 거위털 들어가고,

모직코트, 밍크코트 등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옷감이 많아서, 추워서 동상 걸리는 사람은 없어요.

북한은 어때요?

필주 : 방금 생각났는데

남한에서는 내복 입는 게 부끄럽다... 어쨌든 의식되는 게 이상했어요.

북한에서는 필수거든요.

진행자 : 지금 내복 입은 사람?

예은 : 저요(웃음).

예브게니 : 저는 러시아에서는 많이 입었는데 지금은 입지 않아요.

진행자 : 지금은 예은 씨만 입었네요?

예은 : 예전에는 내복이 좀 부끄러웠어요.

왜냐면 내복이라는 이름 자체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입을 것 같은...

그래서 어렸을 때는 내복 입는 걸 좀 창피해했는데

요즘은 내복이라는 말 대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히트텍이라는 걸 입어요.

그걸 입는 건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필주 : 그런데 북한에서는 평균 내복 2~3복을 무조건 입었어요.

그 위에 동복을 입고, 모자, 수건 등 중무장을 하고 나가요.

진행자 : 멋을 부릴 수가 없겠네요(웃음)?

필주 : 그럼 미쳤다고, 얼어 죽으려고 환장했다고(웃음).

그걸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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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그리고 러시아에서 겨울을 보내는 모습이

비슷한 듯 하면서도 많이 다른데

나머지 얘기는 다음 시간에 좀 더 자세히 들어보죠.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