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강예은이고,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백수입니다(웃음). 잘 부탁드립니다.
수정 : 안녕하세요, 저는 강수정입니다.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살다 남한에 정착한 지 6년 됐고,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남한에서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 국회의원, 그러니까 국가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권한을 갖는 국민의 대표를 투표를 통해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건데요. 지난 시간부터 이 선거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뽑는 일이겠죠. 하지만 선거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북한과 달리 남한에서는 여러 정당에서 여러 명의 후보들이 나와 서로 경쟁하고, 국민들은 당에서 정해준 한 사람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직접 투표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을 뽑을지 나름의 기준이 필요한데요. 누군가는 정당을 보고, 또 누군가는 내세운 공약을 보고 판단하기도 하죠. 우리 청년들과 함께 계속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선거할 때 어떤 것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하나요?
예은 : 보통 지역마다 좋아하는 정당이 있어요.
진행자 : 우리가 '표밭'이라고 하죠. 예를 들면 경상도는 새누리당이 강하고,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고.
클레이튼 : 미국은 남부는 공화당 지지하고, 북부는 민주당 지지해요. 캘리포니아도 민주당 지지하고요.
진행자 : 탈북자들도 대체로 지지하는 당이 있어요(웃음). 수정 : 탈북자 가운데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워낙 그런데서 살다 와서 그런지 대부분 새누리당 지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행자 : 그런데 과거에 북한에 있을 때는 정당을 나눠서 지지하는 게 아니었잖아요?
수정 : 아니었죠. 사람들이 바뀌나 봐요, 이런 환경에서 살다 보니까. 토론이나 사람의 행동을 보면서 '아, 나는 이 당이랑 좀 맞는 것 같다.' 북한에서 겪지 못한 일을 남한에서 겪으니까 자연스레 따라가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수정 씨는 남한에서 6년째 살고 있고 대학에서도 언론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데 본인의 생각은 어떻게 바뀐 것 같아요?
수정 : 일단 저는 처음에는 '선거가 뭘까' 의문을 많이 품었는데 학교에 가서 선거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왜냐면 내 투표 하나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바뀔 수 있잖아요. '이 사람 좋다, 이 사람 잘생겼다' 그래서 뽑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공약도 많이 지켜봐야하고, 그 사람에 대해 더 알아가면서 진지하게 선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진행자 : 그럼 지금은 공약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나요, 아니면 정당을 보고 투표하나요?
수정 : 저는 아직 좋아하는 당이 있다기보다는 그 사람의 태도, 오로지 사람만 보고 뽑아요.
진행자 :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는 공약보다는 정당을 보고 많이 갈렸거든요. 서울 내에서도 어떤 구는 보수적인 파가 강하고, 어떤 구는 진보적인 파가 강하고. 하지만 지금 20대들은 정당보다는 공약을 보고 사람을 뽑는다는 건데.
그런데 투표율은 50% 정도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거든요? 사전투표도 있고, 외국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하루 쉬는 날로 정해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할 수 있게 하는데도 투표율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요? 국회의원은 50%, 대통령 선거는 좀 더 높긴 해요. 70% 정도 나오는데 왜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이 정치나 선거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걸까요?
예은 : 일단 내가 투표를 해도 그것이 정치에 크게 관여될까 라는 의문에서 내 한 표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아요. 후보 한 명 한 명을 다 비교해야 하고 나에게 맞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니까 그런 걸 다 공부하는 게 머리 아프고 신경 쓰기 싫어서일 수도 있어요.
진행자 : 그리고 어찌 보면 공약대로 되지 않으니까 투표해봤자 달라지지 않는구나 생각할 수도 있고.
클레이튼 : 제 생각에는 수천만 명이 투표에 참여하는데 나 한 명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럼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정치에 참여하는 민주주의 국가 국민의 자세와 의무가 부족한 거네요(웃음)?
예은 : 그런데 저는 최근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어른들은 투표를 많이 해요. 20~30대 청년들의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지거든요. 저희가 투표를 제대로 한다면 만약 지금 정권, 다수당의 공약이나 정책이 잘 이뤄지지 않았을 때 투표로써 저희가 심판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그렇죠, 투표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 잘 이뤄지지 않았을 때 누군가의 정책에 대해 비판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죠.
예은 : 그런데 국민이 주인이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국민의 주권을 이해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걸 투표를 통해 국민이 깨닫게 해줘야 하거든요. 이상적인 말이라서 현실적으로는 힘든 부분이지만(웃음).
진행자 : 사실 민주주의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거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어떻게 보면 심부름꾼인데.
수정 : 저는 선거할 때는 국민의 관심을 얻으려고 공약을 무척 화려하게 내세우지만 결국 이뤄지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연 국민의 심부름꾼 맞나?'라는 의문이 들어요.
예은 : 그럼 북한에서 있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투표로 뽑은 이 사람이 우리를 대신해서 일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을 것 같아요.
수정 : 아무 생각 없이 의무적이고 강제적인 거였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투표하는 것이지 그 사람의 공약이나 정책이 뭔지 몰라요, 알 수가 없었어요. 공약 자체가 없어요.
예은 : 명목상으로만 민주주의네요(웃음)?
수정 : 명목상이죠. 그런데 북한에서 남한처럼 공약을 내세우고 얼굴을 알리면 국민들은 더 많을 걸 알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그냥 조용히 살던 국민들이 반란을 일으키겠죠. 북한에서도 여러 후보들이 나온다면 국민들은 주도권이 생기잖아요. 왜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할 테고, 나도 권리가 있다, 주도권이 생기면서 엄청난 폭동이 일어날 것 같아요.
진행자 : 의식의 개혁이 일어나겠죠.
예은 : 북한에서는 후보가 한 명만 나온다고 했잖아요. 나중에 여러 정당에서 후보가 나와서 많은 후보를 비교하고 투표를 해야 할 경우 사람들이 당황할 것 같아요. 진짜 민주주의식으로 행해지는 선거방식에 대해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진행자 : 수정 씨도 남한에 와서 그걸 배운 거죠?
수정 : 네. 그런데 북한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까요(웃음)? 우리 시대에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는데, 아마 많이 고민하겠죠. 이제껏 찬성-반대만 했는데, 여러 당에서 많은 후보들이 나오면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진행자 : 어쨌든 수정 씨는 북한에서도 선거하는 걸 봤고 남한에서도 두 차례 직접 투표를 하면서 선거해도 공약대로 되지 않고, 크게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했단 말이죠. '정치가 이런 거구나'라고 비판의식이 생긴 거잖아요.
수정 : 네, 많이 생겼어요.
진행자 : 그러니까 선거를 통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사회가 많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서는 없었던 그런 것에 대한 비판의식은 생긴 거예요.
수정 : 네, 북한에서는 정해주면 아무리 이 사람이 싫다고 말해도 내 의견이 무시되는 상황이고, 남한에서는 선거를 통해 내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은 되잖아요. 북한에서는 그런 게 아예 없죠.
진행자 : 그럼 또래 친구들이 어느 정치가에 대해 비판하거나 아니면 아예 선거에 관심 없이 놀러 가거나 이런 모습 보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겠어요.
수정 : 탈북한 사람들은 처음에 선거한다고 하면 북한에서 강제적으로 하던 데 익숙하잖아요. 그래서 의무적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선거하러 가자고 하면 '우리가 한 표 찍는다고 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대학생이나 20대들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우리 전 세대, 부모님세대는 투표율이 높았거든요. 그게 어떻게 보면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해서. 남한에서도 민주주의가 시작된 게 70년 정도밖에 안 됐잖아요. 그러니까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 자신의 권리를 열심히 행사했다면 지금 젊은 친구들은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토대를 닦은 뒤에 태어났기 때문에 굳이 바꾸지 않아도 살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죠.
예은 : 네, 지금은 선거법이라고 해서 선거법을 위반하면 뽑힌 사람이 무효가 되기도 하거든요. 예전 같은 경우는 이승만 정권 때 금권선거라고 해서 돈을 주면서, 막걸리 한 잔 주면서 투표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그리고 개표함을 바꿔치기 하는 일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래도 선거관리위원회라는 곳이 있어서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진행자 : 지금 남한에서는 전자개표를 해요. 그래서 그 투표용지에 대해 기계가 먼저 개표를 하고 기계가 실수할 수 있으니까 사람이 2차로 개표를 합니다. 그리고 개표과정에도 지금 개표 참관인들을 뽑고 있거든요. 선거권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해서 개표과정을 볼 수 있는 제도가 생겼어요. 더 민주적이고 더 공정한 선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아직까지도 식사대접 하거나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 원짜리 밥을 먹고 선거법에 위반되면 30배 이상을 물어야 하는 거죠. 북한에도 선거법 위반이나 이런 것들이 있나요?
수정 : 없지 않을까요? 성인이 아닌 사람이 가서 투표하는 정도? 그 외에 따로 선거법 위반은 없는 것 같아요.
예은 : 그럼 선거를 총 관리하는 기관이 따로 있어요?
수정 : 예를 들면 제가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왔잖아요. 그 시에서 관리하죠.
예은 : 정부 소속이네요? 남한은 선거관리위원회라는 것이 헌법상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다른 정치 세력이 관여할 수 없도록 명시는 돼 있어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거나 조작할 수도 있겠네요(웃음).
수정 : 그런데 조작이 일어날 수가 없는 게 알아서들 잘 하고(웃음). 남한처럼 정당이나 후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진행자 :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지만 내년 연말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거든요. 그리고 올해 11월에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죠.
클레이튼 : 너무 많이 관심을 받죠. 사실 그 기간에 미국에 있는 거 정말 싫어요. 매일 끊임없이 텔레비전 광고로 (선거 유세를 해서) 너무 지겹습니다. 다른 나라에 와서 피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클레이튼도 남한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있잖아요.
클레이튼 : 네, 미리 등록하면 할 수 있습니다.
예은 : 어, 미국은 간접선거 아니에요?
클레이튼 : 미국 사람들은 직접 투표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사람들이 투표할 때는 대표,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거예요. 그런데 왜 미국 사람들이 직접 투표한다고 생각하느냐면 제가 켄터키 주에서 왔는데 켄터키 주 선거인단이 8명이에요. 그래서 (일반사람들이)투표하고 나서 예를 들어 켄터키에서는 51%가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면 1개월 뒤에 선거인단이 투표할 때는 8명이 모두 공화당으로 투표하는 거예요.
진행자 : 일단 일반 시민들이 후보 두 명 중에 한 명을 뽑는 사전투표를 하는 거군요. 그러면 그 선거인단이 나중에 대통령 선거 때는 그 결과에 맞춰 다시 선거를 하는 거죠?
클레이튼 : 네.
예은 : 그럼 결국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거네요?
진행자 :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11월에 있는데 거의 1년 내내 선거운동을 하잖아요. 지금 같은 경우는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가 강력하게 맞붙고 있는데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각각의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 중에 특히 남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도 굉장히 영향이 있거든요.
그렇습니다. 나라마다 정치,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남북은 물론이고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같은 민주주의지만 미국의 대통령 선거 방식은 남한과도 또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얘기해보죠. <청춘 만세> 지금까지 저는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