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1) 내가 알고 있는 6.25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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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6월 25일은 한반도에서 가장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난 날입니다.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보면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조금씩은 다른 의견을 보입니다. 아마도 각 나라에서 받은 역사 교육이 다르기 때문일 텐데요.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남한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공부한 예은 씨, 그리고 북한에서 온 광성 씨는 6.25전쟁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청춘만세>에서 함께 얘기 나눠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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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안녕하세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클레이튼 : (강원도)강릉 다녀왔습니다. 자전거 타고 동해를 맘껏 보고 왔습니다.

예은 : 저도 (충남)당진 다녀왔어요. 6월 6일이 현충일이잖아요. 그날이 공휴일이어서 친구들과 1박2일로 당진에 갔습니다.

진행자 : 현충일이라고 하면 북한 청취자들이 모르실 텐데 나라를 위해 희생된 분들의 충성을 기리기 위한 날이죠. 남한에서는 공휴일로 지정돼 있습니다.

광성 : 북한에는 없어요.

진행자 : 6월에 6.25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에 남한은 현충일을 시작으로 6월 자체를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해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뜻을 기리고 전 국민적으로 나라사랑의 마음을 일깨우는 달로 보내고 있는데 여러분 다른 달과 좀 다르게 생활했나요?

예은 : 사실 그렇지는 않지만 한 번 더 생각은 해보는 것 같아요. 텔레비전에서도 계속 공익광고나 다큐멘터리(기록영화), 뉴스에서 다루니까 제가 직접 어떤 행사에 참여해서 그 뜻을 기리지는 않지만 생각은 하게 되는 달이에요.

진행자 : 클레이튼이 우리 중에서는 가장 잘 챙기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전쟁기념관에서 자원봉사 하잖아요. 좀 더 바쁘지 않아요?

클레이튼 : 네, 바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 특히 전쟁이나 군인 관련한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5년 전부터 전쟁기념관에서 봉사활동 하고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에게 6.25전쟁에 대해 해설해 드리는 거예요. 한번 놀러 오세요. 그런데 영어로 하니까 준비하고 오세요(웃음).

진행자 : 북한은 어때요? 남한보다는 행사가 많을 것 같은데.

광성 : 행사는 6.25 당일에 많아요. 기본적인 내용은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라' 북한 주민들에게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60여 년 전에 미국이 침략해 와서 우리가 이렇게 불행하게 됐다고 강조해요. 그 전후로 텔레비전에서 '미국이 나쁘다'는 식의 광고가 많이 나와요.

예은 : 그럼 실제로 저희 또래 청년이나 청소년들도 미국에 대해 적개심이 많아요?

광성 : 글쎄요, 미국에 대해서는 많은 것 같아요. 북한에는 세 가지 종류의 적이 있는데 첫 번째가 미국이에요. 두 번째가 일본, 세 번째가 남한이에요.

예은 : 이상하네요(웃음).

광성 : 북한에서는 그렇게 순서를 매겨 적을 나누다 보니까 미국을 가장 싫어하고 안 좋아해요.

클레이튼 : 궁금한 게 있는데, 남한에 처음 와서 외국인 보고 어땠어요?

광성 : 놀랐어요. 남한이 아니라 탈북해서 오는 과정에 외국인을 처음 봤어요. 태국에서 미국인을 봤는데, 처음에는 무서워서 옆에 가지도 못했어요. 미국 사람이 나를 때리지는 않을까... 그렇게 교육하거든요, 잔인하다고. 그런데 친절하게 대해줘서 놀랐어요. 남한에는 외국인이 정말 많잖아요. 만나면서 내가 정말 잘못 배웠다는 것을 느꼈죠.

진행자 : 6.25 즈음이 되면 북한에서는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한다고 했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나요? 미국이 깊게 관여돼 있잖아요.

클레이튼 : 미국 역사 교과서 보면 6.25전쟁에 대해 몇 단락만 언급돼 있어요. 냉전시대 첫 번째 전쟁이라고. 미국에서 6.25전쟁은 '잊힌 전쟁'이라고 해요. 사람들이 별로 관심 갖지 않아요. 왜냐면 당시에는 1951년부터 휴전될 때까지 계속 3.8선에서 싸웠다는 뉴스만 나왔고, 제 또래는 전혀 몰라요.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 사이에 있으니까. 2차 세계대전은 미국과 연합군이 함께 나치나 일본 등 독재자들을 몰아냈고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최초로 졌던 전쟁인데 반해 6.25전쟁은 특별한 점이 없어서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요.

진행자 : 그럼 클레이튼도 미국에 있을 때는 6.25전쟁에 대해 잘 몰랐어요?

클레이튼 : 알고 있었죠. 왜냐면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저는 해병대 기초 훈련도 받아서 예전에 해병대 어떻게 싸웠고 어떤 성과 있었는지 다 배워서 인천상륙작전에 대해서도 배웠고.

예은 : 그럼 남북 분단에 대해서는 알고 있잖아요. 분단의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요?

클레이튼 : 알고 있죠. 사실 전쟁기념관에서 (외국인한테)해설할 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왜 분단됐는지 몰라요. 아주 옛날부터 분단됐다고 생각해요. 2차 세계대전 끝난 뒤에 소련과 미국이 일본군인 무장해제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어요. 미국과 소련 사이에 어떤 약속이 있었는데, 소련군인이 만주까지 들어오니까 미국이 3.8선에서 멈추라고.

광성 : 소련이 빨리 들어왔어요. 소련이 너무 빠른 속도로 내려오니까 미국이 겁이 난 거죠. 저렇게 되면 한반도 전체가 소련 손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이 먼저 제안한 거죠. 3.8선을 경계로 거기까지만 내려오라고. 그런데 그게 지금까지 70년간 이어진 거죠.

진행자 : 일단 (남한에서는) 북한에서 남한을 불법 침략한 것이라고 배웠는데, 예은 씨는 학교에서 6.25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배웠어요?

예은 : 북한의 남침으로 교육을 받았어요. 북쪽은 적화통일을 원한다, 그래서 전쟁을 통해 공산화하려 한다고.

진행자 : 북한에서는 어떻게 알고 있나요?

광성 : 남한이 북한을 먼저 침략했다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알았고 배웠죠. 그런데 제가 13~14살 때 북한에서 이상한 소리가 돌았어요. 예전에 3.8선으로 갈라지고 나서 그 지역에서 소규모 무력충돌은 있었대요. 각자 정부가 들어서고, 김일성은 그 전부터 전쟁준비를 했다. 소련에서 무기를 받고 탱크를 받으면서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가 그때도 소규모 전투였는데 그걸 계기로 확 밀고 들어갔다. 그 얘기가 북한에서 돌았어요. 의아했죠. 제가 배우기로는 남쪽에서 미국과 손을 잡고 먼저 올라왔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당시에는 유언비어라고 생각하고 믿지 않았는데 남한에 와서 역사를 배우고 참전용사 어르신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확신이 들었어요. 특히 사흘 만에 서울까지 밀고 들어왔잖아요. 그러니까 그 전에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죠.

예은 : 그런데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광성 : 그렇죠. 18살까지 북한에서 교육을 받다 다시 남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니까. 사회시간에 6.25전쟁에 대해 배우는데 사실 처음에는 울컥했어요. 선생님이 북한이 남한을 먼저 침략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으니까. 그때 6.25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찾아봤죠. 그러면서 제 인생과 정체성에 대해 혼란이 왔었고 충격을 먹었어요. 왜냐면 18살까지 북한에서 살면서 제가 거짓말을 배운 거잖아요. 북한 정권의 그런 교육이 분하고 억울한 거예요.

예은 : 역사를 왜곡해서 주입한 거니까.

진행자 : 러시아도, 그러니까 옛 소련도 남북한의 분단과 전쟁에 미국과 함께 깊게 관여돼 있잖아요. 클레이튼이 얘기했을 때 미국의 역사 교과서에는 6.25전쟁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적혀 있다고 했잖아요. 러시아의 교과서에는 어떻게 적혀 있을지 궁금하네요.

광성 : 전쟁의 당사자는 한반도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나라인데.

진행자 : 어떻게 보면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격이죠.

예은 : 러시아 교과서에 한국전쟁에 대해 어떻게 서술했는지 물어봤더니 미국과 마찬가지로 두 줄 정도,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남한을 북한이 먼저 침략했다고 서술돼 있대요.

진행자 : 어쨌든 러시아 교과서에도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것으로 돼 있네요.

예은 : 네, 그리고 소련도 무너지면서 러시아의 비밀문서가 개방됐잖아요. 거기에도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는 내용이 있어요.

진행자 : 북한 청취자들은 사실 남한이나 미국에서 북한이 먼저 남한을 침략했다고 하면 적의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러시아의 교과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는 걸 알면 상당히 충격적일 것 같아요.

클레이튼은 전쟁기념관에서 6.25전쟁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잖아요. 전쟁기념관이 남한 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이니까 남한의 공식적인 입장을 얘기할 거예요. 클레이튼의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클레이튼 : 개인적인 의견도 약간 말합니다.

진행자 : 그럼 6.25전쟁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클레이튼 : 당연히 북한의 남침이요. 미국에서도 그렇게 배웠고. 그런데 가끔 중국인 관광객도 있는데 재밌는 얘기를 해요. 중국에서도 북한과 비슷한 관점에서 '아, 우리는 이렇게 배웠는데'. 특히 미국이 중국에 들어가려고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사실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고, 맥아더 장군은 중국에 들어가려고 했죠. 그런데 미국의 전반적인 생각이 아니었죠.

예은 : 그래서 중공군이 참전하는 바람에 저희가 압록강까지 치고 올라갔는데 다시...

진행자 : 남한에서는 중공군만 아니었으면 통일했을 거라고 말하죠.

클레이튼 : 저도 그렇게 해설해요(웃음).

예은 : 중국인과 러시아인도 초대를 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진행자 : 지금 여러 나라를 언급했지만 각각의 나라에서 배우는 역사가 얼마나 다른지. 이게 사실인가, 거짓인가, 왜곡인가 판단해야 할 텐데 북한은 그 안에서 (왜곡된)교육만 받고 남들과 교류할 수가 없으니까 비교, 판단, 비판을 할 수가 없는 거죠.

예은 :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차단하는 거네요.

진행자 : 사실 통일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잖아요. 과거에 있었던 일이 남북한 얘기가 달라요. 어떻게 보면 이것부터 해결을 해야 미래에 통일이라는 하나의 과정을 이뤄갈 텐데 너무 다른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안타깝네요.

광성 : 통일이 되면 그런 역사들이 새로 써지지 않을까.

진행자 : 지금 종전이 아니잖아요, 휴전된 거잖아요.

광성 : 그런데 북한에서는 7.27이라고 전쟁이 끝났다, 승리했다고 얘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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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여러분이 전승기념일로 알고 있는 7월 27일,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은 전혀 다르게 알고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지 다음 시간에 계속 얘기 나눠볼게요.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