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요즘 날씨가 좋아서 친구나 선후배들 만나도 술 한잔 하고 '산책할까?' 하면서 거리를 걷게 되는데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술 한잔 했으니 담배도 피우고 싶다면서 담배 피울 장소를 찾아 헤매더라고요. 예전에는 술 마시면서 그 자리에서 담배도 피웠는데, 많이 달라졌어요.
광성 : 요즘은 술집에서 아예 흡연을 못해요. 뿐만 아니라 식당가 몇 미터 안도 금연 구역으로 지정됐어요. 물론 지금도 길거리 다니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도 있는데 특정 구역은 금연 구역이라서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10만 원, 100달러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해요.
진행자 : 북한에서 온 친구, 미국에서 온 친구도 있으니까 담배 피우는 방법이나 모습도 참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오늘은 남한의 흡연, 금연 문화에서 대해서 얘기를 해보죠.
일단 우리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광성 : 저밖에 없죠(웃음).
진행자 : 예은 씨는 한 번도 안 피워봤어요?
예은 : 네.
클레이튼 : 저도 안 피워요, 관심도 없고.
진행자 : 남자들은 대부분 호기심에...
클레이튼 :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담배에 대한 호기심은 아예 없었습니다. 심지어 사관학교 다닐 때는 친구 중에 안 피우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도 저는 피우고 싶지 않았어요. 건강에도 해롭고, 비싸고. 사람들이 왜 피우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예은 : 남자들은 청소년 때 안 피워도 군대 가면 피우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힘들 때 옆에서 건네주는 걸 거부하지 못하고 피웠다가 중독되는 거죠.
진행자 : 광성 군은 담배를 언제부터 피웠어요? 진실 고백해봅시다(웃음).
광성 : 저는 11살 때부터, 좀 일찍 시작했어요.
진행자, 클레이튼, 예은 : 우와!
광성 : 저도 많이 후회되는데, 그때 당시에는 사촌 매형한테 배웠는데 되게 멋있어 보였어요. 담배를 피우는 게 어른이 되는 것 같았어요. 잘못된 인식이죠.
진행자 : 남한에서는 10대들 몰래 피우거든요.
광성 : 북한에서도 10대들은 몰래 피워요.
학교에서도 단속하고 어른들이 야단치니까. 그런데 북한 청소년들의 흡연율이 생각보다 높아요. 2014년에 세계보건기구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북한의 성인 남성 흡연율이 43.9%예요. 청소년들은 포함이 안 됐는데, 제가 북한에 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청소년들의 흡연율이 높을 것 같아요.
진행자 : 예를 들면 어느 정도일까요? 친구들 생각했을 때 10명 중에?
광성 : 10명 중에 5명 이상이요. 남한은 돈이 있어도 나이가 어리면 담배를 못 사잖아요. 북한은 그런 나이제한이 없어요. 아버지가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어린 아이가 가도 담배나 술을 살 수 있어요. 담배를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거죠.
진행자 : 예은 씨가 북한의 흡연율이 44%라고 하니까 놀라던데 남한도 39%예요, 높죠.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2위라고 합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는 카페나 술집에서 흡연자나 비흡연자나 같이 있었고, 지금은 미성년자에게는 담배를 못 팔지만, 과거에는 꼬마들한테도 아빠 심부름이라고 생각해서 담배를 줬어요. 1980년대만 해도 남한에서도 '성인 남성 10명 가운데 7명은 담배를 피웠다' 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니까 꽤 심했죠.
지금은 남한의 식당이나 거리 곳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잖아요. 이런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광성 : 제가 남한에 처음 왔을 때는 그런 문화가 없었어요.
클레이튼 : 제가 2010년에 한국 왔는데, 그때부터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담배 피우면 안 된다는 등의 규제가 생겼어요.
광성 : 너무 규제가 강하지 않나, 담뱃값도 올리니까 흡연자들의 불만이 있죠.
진행자 : 그럼 북한에서는 담배를 어떻게 피웠어요? 흡연 장소, 금연 구역 같은 게 있나요?
광성 : 딱히 없어요. 집에서 아버지들이 피워도 엄마들이 잔소리하지도 않고. 자유롭게 아무데서나 피워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지금 웬만한 공공기관, 병원, 학교, 카페, 음식점, 공원,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 주변은 모두 금연구역이잖아요. 그리고 아파트에서도 담배 피우면 바로 안내방송이 나오죠. 이런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10만 원, 100달러 정도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어쨌든 담배는 기호식품이니까
흡연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담배 피울 곳이 없다는 거거든요. 광성 군은 어떻게 생각해요?
광성 : 저도 마찬가지죠. 흡연자들의 특성이 술을 마시면 담배가 더 당겨요. 예전에는 술을 마시면서 같은 자리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나가야 해요. 그런데 밖에 나가서도 흡연 장소가 정해지다 보니까 찾기 어려워요. 찾아 나가다 보면 도로예요. 길거리에서는 피울 수가 없고. 그러니까 어디 구석으로 찾아 들어가야 해요.
진행자 : 집에서는?
광성 : 피우죠. 예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못 피웠는데, 지금은 혼자 사니까.
진행자 : 아파트예요? 몰래 피우는 거죠?
광성 : 네.
클레이튼 : 신고해야지(웃음).
예은 :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아파트에서 창문을 열어 놓으면 그 연기가 올라와요.
진행자 : 화장실에서도 배수구 따라 올라오죠.
예은 : 그래서 요즘은 층간소음보다 흡연 때문에 더 많은 문제가 생긴대요.
광성 : 그런데 내려가서 피우면 아파트라서 역시 담배 연기가 올라가요. 좀 더 나가면 놀이터라 어린이들 때문에 못 피우고. 어디서 피우라는 건지.
예은 : 요즘은 화재경보기가 있어서 잘못하면 화재경보기도 울려요(웃음).
진행자 : 그러니까 내 집에서도 담배를 못 피우고, 밖에서도 피울 때가 마땅치 않고. 저도 담배를 안 피우지만 흡연자들은 어디에서 담배를 피워야 하나 싶더라고요.
예은 : 흡연 부스라는 공간을 마련해 놨는데, 그 안에서는 또 안 피운대요.
광성 : 왜냐면 그 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밀폐된 공간이라서 옷에 담배 냄새가 너무 배어요.
예은 : 어떤 글을 봤는데, 금연 구역은 법적으로 지정해 놓고 왜 흡연 구역은 없느냐며 흡연자의 권리도 보장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광성 : 솔직히 담뱃값에(헛기침).
진행자 : 담배를 오래 피우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거죠(웃음). 사실 <청춘 만세>에서 헛기침 소리 많이 들으셨을 거예요. 제가 나름 편집을 하는데도. 흡연의 폐단이죠. 어쨌든 담뱃값 얘기 계속 해봐요(웃음).
광성 : 당황스럽네요(웃음). 담뱃값이 4500원, 4달러 정도인데, 절반은 세금이에요. 그 세금으로 흡연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은 없으니까 불만이 있죠.
진행자 : 담배 한 갑에 4500원, 4달러인데 만약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과태료 100달러까지 물게 되면 화나겠는데요.
예은 : 요즘은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는 안 피우는 게 안전해요. 특히 화장실에서 피우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여자화장실에서 여자들이 많이 피우거든요. 그래서 화장실에 붙어 있어요. 화장실은 금연 구역이라서 과태료 10만 원이라고.
클레이튼 : 그런 모습 보고 놀랐어요. 미국에서는 그런 광고 못 봤거든요. 미국에서는 밖에 지정된 장소에서 피워요.
진행자 : 남한과 미국의 금연 정책을 비교해보면 어때요?
클레이튼 : 미국보다 남한에서 늦게 생긴 것 같아요. 우리 고향은 넓어서 어디를 가도 자동차를 운전해야 해요. 그래서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은 거의 못 봤어요. 대부분 주차장이나 차 안에서 피워요.
예전에는 미국도 흡연율이 높았죠. 1960년대에는 성인 중 45% 정도 피웠는데 지금은 15% 정도예요. 제 미국 친구들보다는 한국 친구들이 훨씬 담배를 많이 피워요. 한국 친구 중에 남자들은 거의 다 피우는 것 같아요(웃음).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작은 회사 다니는데, 7명 중에서 5명이 담배 피워요. 가끔 사무실 나가서 같이 피우던데 '무슨 얘기할까, 나도 나가봐야 하나' 생각될 때가 있어요.
진행자 : 그런 상황 때문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클레이튼 : 담배 안 피우지만 같이 나간 적도 있어요. 중요한 정보나 재밌는 얘기를 놓칠까봐.
광성 : 그런 면도 있어요. 검증된 건 아니지만 담배를 피운다는 공통점 때문에 처음 본 사람들도 친밀감이 더 생겨요.
진행자 : 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더 통하는 것처럼.
진행자 : 2015년 기준으로 남한의 20세 이상 흡연율을 보면 남자가 39%, 여자가 5.5% 정도예요. 미국은 남자가 17%, 여자가 14% 정도니까 여성 흡연율이 좀 높죠.
클레이튼 : 남녀 차이가 클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 여성들이 생각보다 많이 피우네요.
광성 : 북한은 남자는 43.9%인데 여자는 0%예요. 본인이 담배를 피워도 안 피운다고 해요. 왜냐면 사회적인 분위기가 '여자가 담배를 피워?' 이런 인식이 있어서. 저도 북한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남한에서 여자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안 좋게 생각했어요. 북한에서 안 좋게 생각했으니까. 여자는 담배와 술을 하면 안 된다고.
예은 : 왜요?
광성 : 가부장적인 사회니까 그렇겠죠.
진행자 : 예은 씨 주변은 안 그래요?
예은 : 물론 그런 면은 있어요.
남자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담배 피우는 여자는 별로라고. 그래도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여자도 담배 피울 수 있다, 그 사람의 자유다, 개방적인 사람들은 같이 피우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
광성 : 저도 많이 바뀌었어요. 여자도 담배 피울 수 있고, 내가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행자 : 예은 씨 주변에 담배 피우는 여자친구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당당하게 피우나요?
예은 :네, 당당하게 피워요. 매우 당당하게 피우긴 하는데, 친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불편하죠. 따로 혼자 어디 가서 피워야 하니까.
진행자 : 요즘 보면 길거리에서도 담배 피우는 여자들 있거든요.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학교 안에서는 피우는데 밖에 나갈 때는 향수 뿌리고 담배 냄새 안 나게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여자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길거리를 행진한 적도 있어요. 숨기지 말자, 담배를 피우는 게 나쁘면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나쁜 것이지 왜 여자만 나쁘냐! 어떻게 보면 여권신장과 맞물려서 그런 행진이 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개방적으로 많이들 피우더라고요.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이 봤을 때는 어때요?
클레이튼 : 진짜...
담배 피우는 여자, 북한과 달리 남한의 인식은 많이 달라졌죠? 그렇다면 클레이튼을 비롯해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 답변은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흡연이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어떤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볼게요.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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