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1) 미국인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0:00 / 0:00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한 해를 잘 마무리해야 할 요즘, 미국에서도 남한에서도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시위,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공공연하게 의사를 드러내며 자발적으로 집회나 행진을 하는 모습인데요.

북한에서 볼 수 있는 집회와는 많이 다릅니다. 미국인들은, 또 남한 사람들은 왜 이 추위에 거리로 나왔는지, 무엇을 외치고 있는지, 우리 청년들은 이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청춘 만세> 지금부터 세 청년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안녕하냐고 물어는 봤지만, 이 인사말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어수선한데요. 특히 미국과 남한이 좀 더 어수선하죠.

현지 시간으로 11월 8일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그 결과 때문에 전 세계가 떠들썩합니다. 민주당의 힐러리와 공화당의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나와서 여론조사도 그렇고 언론에서도 힐러리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됐단 말이죠. 왜 트럼프가 당선된 것에 대해 사람들이, 세계가 이렇게 놀라는 걸까요?

클레이튼 :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당선된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예은 : 도널드 트럼프가 사업가잖아요. 연예계에도 발을 들여서 유명세를 탄 인물이라 사람들이 좀 반감을 갖는 게 아닐까. 기존의 정치인과는 많이 다르니까요.

진행자 :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사람인데 정치 경험은 전혀 없고 사업가인 데다 보통 정치인으로서 보여야 할 모습이 있잖아요. 그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 인종이나 여성 차별 발언도 많이 하고. 한 예로 미국에 멕시코 이주자들이 많으니까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말해서 문제가 됐는데 막상 선거 결과를 봤더니 트럼프가 당선됐단 말이죠.

저희가 몇 달 전에도 이 시간을 통해 얘기한 적이 있지만 브렉시트라고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할 것인가 여부를 두고 영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민투표를 했는데 탈퇴할 경우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절대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국민투표 결과는 탈퇴하자로 나오면서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도 그렇고, 미국에서의 대통령 선거도 그렇고 어째서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나오는 걸까요?

예은 : 제 생각에는 미국이 이민자들에게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잖아요. 유럽의 많은 국가들도 같은 기조인데 이민자들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말고 자국민을 우선시하자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나.

진행자 : 트럼프의 공약 중에 '미국을 위한 정책,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어보자'는 방침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세계화다, 이민자들을 수용한다는 보편적인 얘기보다는 미국 사람들을 더 챙겨달라는 바람에 더 가깝지 않았나 싶어요.

클레이튼 : 사람들이 정치인에 대한 염증으로 새로운 인물을 찾지 않나. 누가 나와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니까 어떤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뽑은 것 같습니다. 8년 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이 집권하기도 했고. 또 트럼프는 정치 경력이 없지만 사업을 많이 해서 자기 사업처럼 미국을 운영하면 경제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나 싶습니다.

진행자 : 대통령이 바뀌면 집권당이 바뀌면서 정책이 달라지니까요. 클레이튼이 말했지만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를 뽑았던 지역에서 이번에는 공화당 후보를 많이 뽑았다고 해요. 바꾸고 싶다는 열망이 큰 것이겠죠.

광성 : 요즘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걸 바란다는 생각이 들어요. 브렉시트도 그렇고, 이번에 미국 대선도 그렇고. 기존 정치나 정책, 정치인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나오지 않나.

예은 : 한미 관계는 다음 대권 주자가 누구인가에 영향을 받잖아요. 남한에서도 도널드 트럼프가 될 줄은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많이들 놀랐어요.

클레이튼 : 선거 유세하면서 '만약 한반도에 전쟁 일어나면 남한이 알아서 하겠지, 미국은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대통령 당선 직후 남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앞으로도 든든한 한미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광성 : 어떻게 보면 남한에서도 그것 때문에 트럼프 당선에 걱정을 했던 거죠. 한미 군사적인 관계나 경제적인 문제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런데 당선 직후에는 또 말이 달라졌어요.

개인적으로는 '만약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두 사람이 햄버거를 먹으며 얘기를 나누겠다'고 해서 기억에 남아요(웃음).

진행자 : 그래서 북한 측에서는 오히려 힐러리보다 트럼프가 당선된 것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아요. 북한에서도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정책을 달리 할 테고, 입장 표명을 했겠죠.

광성 : 지금 상태로서는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게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뭔가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인데 하다 뭔가 잘 안 되면 또 틀어지겠죠. 문제는 지금 트럼프 당선인의 보좌진들이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사람들이라 그 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거라서. 예전에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예은 : 그런데 요즘은 한반도에 기회가 왔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우리가 외교를 잘 하면 북미관계, 남북관계도 개선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처음 트럼프 당선이 확정됐을 때는 남한에 안 좋은 분위기가 많았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앞으로 한미관계가 그렇게 틀어지지 않을 것이고 사업을 했던 트럼프 당선인의 특성상 이익을 추구할 거라서 우리가 외교 전략을 잘 짜면 남북관계도 개선되지 않을까 예측하더라고요.

진행자 : 어쨌든 결과는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당선 이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하고 있죠?

클레이튼 : 선거 운동 하면서 트럼프가 했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이 사람이 우리 대통령 되면 미국이 어떻게 될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우리 대통령 아니다' 구호를 외치며 곳곳에서 시위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요. 왜냐면 사람들이 투표로 뽑았으니까요.

광성 : 민주주의는 다수의 결정에 따라 가잖아요.

예은 : 바뀔 수가 없죠. 일단 투표라는 공정한 결과를 거쳐서 당선됐으니까.

진행자 : 시위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클레이튼 : 몇 만 명 정도, 그런데 곳곳에서 열리고 있어요.

진행자 : 어쨌든 당선된 이후 시위를 한다는 건 엄청난 일이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영국 같은 경우도 유럽연합에서 탈퇴하자고 국민투표를 한 뒤에 서명운동이며,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길 원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게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결의 원칙 때문이잖아요.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위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민주주의라는 게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잖아요. 분명히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됐기 때문에 지금 바꿀 수가 없죠.

광성 :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선거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니니까요.

예은 : 그리고 만약에 바뀐다면 당선자에게 투표했던 표도 무효가 되니까 말이 안 되고요.

클레이튼 : 그런데 이런 시위를 통해서 트럼프가 자신이 했던 공약, 망언을 좀 반성하고 어떻게 바꿀지 고민할 것 같아요.

예은 : 네, 당선인이 앞으로 정책을 펼칠 때 지금 시위하는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광성 : 바뀔 것 같아요. 물론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대통령 혼자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보좌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정책을 만드는 것이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언론에서 인터뷰하는 걸 보면 후보자일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라서. 한미관계도 당선되기 전에는 예를 들어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남한에서 다 부담해야 한다고 했지만 얼마 전에 남한 측 대표단이 트럼프 당선인 보좌관 내정자들을 만나서 한반도 문제 등을 얘기하는 걸 보니까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클레이튼 : 대통령 되더라도 왕처럼 굴 수 없잖아요. 상원도 있고, 하원도 있고. 아마 트럼프가 후보 시절에 했던 말은 대부분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요.

진행자 : 어쨌든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잖아요. 투표를 통해 당선된 트럼프니까 결과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잘 이끌어 갈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성숙된 국민의 자세겠죠. 그리고 클레이튼이나 광성 씨도 말했지만 트럼프 당선인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하원도 있고 상원도 있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민주주의죠. 민주주의는 누군가 혼자서 독재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공약을 이렇게 내세웠다고 해서 그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자, 그런데 국민의 투표 결과로 뽑힌 남한의 대통령에 대해서 요즘 남한에서는 매주 거리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예은 씨가 설명을 해주겠어요?

예은 : 남한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르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서 이 사람이 국정을 농단하고 불법 이익을 취득했다, 이 사건 때문에 파문이 일어나고 있어요.

광성 : 박 대통령과 연관이 있어서 많은 시민들이 그렇게 할 거면 하야하라,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시위를 하고 있어요.

클레이튼 : 깜짝 놀랐어요, 한국 사람들이 여러 곳에 모여서 똑같은 목소리 외치고... 멋있는 모습이에요.

광성 : 한 마디로 촛불시위는 자유의 상징이잖아요, 멋있는 것 같아요.

========================

촛불시위가 자유의 상징이다, 멋있다... 청취자 여러분에게도 피부에 와 닿는 말인가요? 네, 요즘 남한에서도 시위가 한창입니다. 그 규모가 미국보다 훨씬 큰데요.

특히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 광화문광장에 5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외침이고 행진일까요? 우리 청년들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촛불집회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가보죠.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