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2) 남한 사람은 왜 거리로 나왔나?

탄핵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집회하고 있다.
탄핵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집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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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청춘 만세> 지난 시간부터 시위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시위, 많은 사람이 공공연하게 의사를 드러내며 자발적으로 집회나 행진을 하는 모습인데요. 북한에서 볼 수 있는 집회와는 많이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당선자를 인정할 수 없다는 시위가 곳곳에서 펼쳐졌고, 남한에서는 10월 말부터 대규모 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는데요. 왜 남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는지, 무엇을 외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청년들은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 청년의 얘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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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그렇게 국민의 투표 결과로 뽑힌 남한의 대통령에 대해 요즘 남한에서는 매주 거리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예은 씨가 설명을 해주겠어요?

예은 : 남한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르는데 이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서 국정을 농단하고 불법 이익을 취득했다, 이 사건 때문에 파문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한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사건이 너무 많아요.

광성 : 그러니까 최순실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인이 대통령의 지위나 권한을 이용해서 자신의 비자금을 만든다거나 딸을 대학에 특혜 입학 시키는 등 많은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서 시민들이 대통령 하야하라,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시위를 하고 있죠.

진행자 :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특히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50만 명에서 100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광화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니까 사실상 100만 명보다 많은 국민들이 의견을 내고 있는데, 대한민국이라는 한 나라가 일개 개인에 의해 움직였다는 것에 엄청난 실망감과 부끄러움까지 느끼고 있어요. '하야'라는 말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거잖아요. 여러분 나이에, 저도 마찬가지고 이런 광경은 본 적이 없을 겁니다.

예은 : 네, 국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건 저희 세대에서는 처음이에요.

진행자 : 혹시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 있나요?

예은 : 저는 다녀왔어요. 사람들이 모여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청와대로 가는 길목까지 행진했어요. 나중에 기사를 보니까 청와대까지 그 목소리가 전달됐다고 하더라고요.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이 됐고요.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하거나 앉아서 시민들이 얘기하는 걸 듣기도 하고, 인기 가수나 유명한 사람들이 와서 말을 하거나 노래도 해요.

진행자 : 국민들뿐만 아니라 사회 각층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더라고요. 요즘 보니까 가수들은 관련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유명 인사들이 현장에 직접 와서 발언하기도 하고. SNS 등 인터넷을 통해 며칠에 시위가 있으니까 함께 모이자고 독려하기도 하고. 시국선언이라고 해서 교육계, 종교계 지도자들이 의사를 밝히기도 하고요.

예은 : 문화계 쪽에서는 연예인이나 사회적인 명성을 쌓은 사람들이 지금 사태에 대해 얘기하면서 사람들과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해요. 개념발언이라고 하는데, 연예인 중에서 현 상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발언하면 개념이 있다며 인기가 더 많아지기도 하고요.

진행자 : 그런데 청취자 여러분이 들으시면 촛불집회? 하야를 외치다? 상상이 안 될 것 같아요.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과 북한에서 온 광성 씨는 어때요?

클레이튼 : 미국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서 대통령 퇴진하라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90년대에 클린턴 대통령이 조사 받으면서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이 '대통령이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100만 명이 모인 적은 없어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멋있는 모습이에요.

진행자 :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에서도 사람들이 시위나 집회를 통해 어떤 의견을 제시하기는 하죠?

클레이튼 : 하긴 하는데, 규모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어요. 광성 : 저는 촛불집회를 두 번 정도 봤는데, 처음에 놀랐어요. 2006년도에 남한에 와서 2008년에 대규모 촛불집회를 봤는데 당황스러웠어요. 왜냐면 그때만 해도 민주주의를 잘 몰랐을 때라 '왜 국민들이 나와서 대통령한테 뭐라고 하지?' 생각했어요.

진행자 : 북한에도 집회가 있잖아요.

광성 : 시위도 있고, 규탄집회도 있는데 차이점이 뭐냐면 남한에서는 국민들이 자기의 의견을 드러내기 위해 나오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정권을 찬양하거나 정부를 규탄하는 게 아니고 미국이나 남한을 규탄하는 집회를 해요. 남한은 촛불집회나 시위가 있으면 자발적으로 나오잖아요. 북한은 모두 강제적으로 동원되는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남한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자기 나라와 정부, 대통령에 대해 뭐라고 하니까. 그런데 민주주의를 알아가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유의 상징이잖아요. 이런 집회를 볼 때마다 북한에도 국민들이 자기 의견을 마음껏 제시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진행자 : 촛불집회라는 게 남한에서도 오래 전부터 있었던 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절대적인 권력 앞에 작은 촛불을 들고 의지를 말하는 거죠. 사실 촛불로 뭘 하겠어요. 광화문 광장이라고 하면 청와대, 경복궁 앞에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광장이잖아요. 그곳에 수십 만 명이 촛불을 들고 자기들의 마음을 밝히는 거죠.

광성 : 국민의 뜻을 촛불 하나를 들고 보여주는 거죠.

예은 :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이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거잖아요. 집회결사의 자유라고 하죠. 누구나 나가서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진행자 : 앞서 말했지만 미국에서 예상치 못한 후보자였던 공화당의 트럼프가 당선이 되면서 미국 국민들이 '우리의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위를 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이라면 투표 결과를 인정해야 하죠. 그런데 당선된 사람이 국가의 법에 따르지 않고 행동했을 때는 국민이 다시 심판대에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남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나 집회도 그런 움직임이겠죠.

그래서 국민들이 외치는 것은 '하야'예요. 스스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거죠.

광성 : 하야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의견도 있고요.

진행자 : 네, 지금 광화문에서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도 있습니다. 정말이지 자기 의견을 마음껏 제시할 수 있는 거죠.

광성 : 너무 멋있어요. 대통령, 많은 권한을 가진 사람이지만, 국민들의 손으로 뽑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잘못했거나 사사로운 일에 권리를 이용했다면 국민들이 이렇게 나와서 비판할 수도 있고.

예은 : 주변에 탈북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제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분도 있는지 궁금해요.

광성 : 탈북자들이 처음에는 자기 의견을 스스로 표현할 줄 몰라서 말을 안 하지만 적응하면 다양한 표현을 해요. 촛불집회에 나가는 사람도 있고, 대통령이 잘못했기 때문에 하야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잘못했지만 대통령이니까 임기가 끝난 후에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어요.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도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고, 그런데 그 대통령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탈북자 입장에서는 내가 정치적인 사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더 클 것 같아요. 선거도 그렇고, 촛불집회도 그렇고. 북한에서는 그런 의지를 밝힐 수가 없잖아요.

광성 :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도 없고, 뽑았다 하더라도 내 손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거죠.

진행자 : 요즘 사람들이 모이면 주로 하는 얘기가... 정치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도 이 얘기를 하거든요. 정치에 대해 비판도 하고, 기사를 읽으면서 얘기도 하고, 이런 모습 자체가 색다를 것 같아요.

광성 : 그렇죠, 북한에서는 3명 이상이 모여서 북한 정권을 비판하거나 김정은, 심지어 이미 죽은 김정일, 김일성도 비판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정치에 무관심한 거죠. 관심이 있으면 뭐해요, 얘기도 못 하는데. 그런데 최근에 탈북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젊은 층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얘기도 한다고 해요. 조금씩 달라지는 게 아닐까.

예은 : 북한에서는 서로 감시하는 체제라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 내 민심이 안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남한에서 일어나는 민주적인 과정들을 보면서 북한에서도 뭔가 많이 느끼시지 않을까. 사실 북한 주민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를 것 같아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지만, 위로부터 온 권력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온 것이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광성 : 이런 것도 있다는 걸 많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북한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못 하는 건 모르기 때문이거든요. 이렇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시위가 나쁜 게 아니라, 시위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해요.

클레이튼 : 시위는 민주주의 잘 돼 있다는 상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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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민주주의가 잘 돼 있다는 상징이다, 시위를 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다는 게 중요하다... 청취자 여러분에게도 그 의미가 전달됐을까요? 남한의 촛불집회는 이번 주말에도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 집회를 통해 남한에서는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나눠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