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3) 시위로 무엇을 바꿀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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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청춘 만세>, 최근 미국과 남한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북한에서와는 달리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위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공공연하게 의사를 드러내며 집회나 행진을 하는 모습인데요. 우리 청년들은 이 시위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말합니다.
시위를 통해 도대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또 이 모습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세 청년의 얘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청취자 여러분이 어떻게 들으시면 '민주주의가 좋다며 미국이나 남한 모두 시위하는데 좋은 거 없네' 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완성된 게 아니라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죠.
남한에서는 과거에도 많은 시위가 있었고,
그 시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잖아요.
과거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가 무너질 때도 그 나라 안에서는 목숨을 건 수많은 시위가 있었고요.

클레이튼 :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지만
지도자들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항상 책임져야 해요.
만약 그런 신뢰가 어긋나면 사람들이 시위로 대항해요.

광성 : 이렇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시위가 나쁜 게 아니라, 시위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해요.

클레이튼 : 시위는 민주주의 잘 돼 있다는 상징이죠.

예은 :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면 초대 이승만 대통령도 12년 동안 헌법을 바꿔가면서 장기 집권했어요.
그것에 반대해서 국민들이 4월 19일에 시위를 했어요.
결국 대통령이 국민들의 요구에 하야했고요.

진행자 : 그때도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지금 서울에 4.19혁명 탑도 있을 만큼.
요즘은 없지만 과거에는 군대를 투입해서 시위를 진압하기도 했잖아요.
이게 1960년대에 있었던 일인데, 지금까지 계속 발전해 온 거죠.
1980~90년대에 민주화 운동이 많았는데 그때보다는 훨씬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고,
특히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서로 얘기하고.
요즘 국민들 보면 반은 정치가 같아요.
어쩌면 이렇게 많은 의견들을 쏟아내는지.

예은 : 책임지고 물러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을 인정하는 것이라서
그것도 대통령이 가지는 책임의식이라고 생각해요.

진행자 : 탈북자 입장에서는
내가 정치적인 사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더 클 것 같아요.
선거도 그렇고, 촛불집회도 그렇고.
북한에서는 그런 의지를 밝힐 수가 없잖아요.

광성 :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도 없고,
뽑았다 하더라도 내 손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거죠.

진행자 : 요즘 사람들이 모이면 주로 하는 얘기가...
정치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도 이 얘기를 하거든요.
정치에 대해 비판도 하고, 기사를 읽으면서 얘기도 하고,
이런 모습 자체가 색다를 것 같아요.

광성 : 그렇죠, 북한에서는 3명 이상이 모여서 북한 정권을 비판하거나
김정은, 심지어 이미 죽은 김정일, 김일성도 비판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정치에 무관심한 거죠.
관심이 있으면 뭐해요, 얘기도 못 하는데.
그런데 최근에 탈북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젊은 층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얘기도 한다고 해요.
조금씩 달라지는 게 아닐까.

예은 : 북한에서는 서로 감시하는 체제라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 내 민심이 안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남한에서 일어나는 민주적인 과정들을 보면서 북한에서도 뭔가 많이 느끼시지 않을까.
사실 북한 주민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를 것 같아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지만, 위로부터 온 권력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온 것이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광성 : 이런 것도 있다는 걸 많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북한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못 하는 건 모르기 때문이거든요.
북한 정권도 많이 두려워할 것 같아요.
자기들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고, 또 예전에는 통신망이 단절돼서 모이지 못했지만 이제는 휴대전화라는 매개체가 있으니까 요소들이 늘어나고 있지 않나.

진행자 : 남한에서도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고, 그런데 그 대통령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국민들이 퇴진하라고 의사를 아무리 밝혀도 대통령이 모른 척 하고 안 물러나면 문제점이 명확하게 드러났을 경우 탄핵이라는 또 다른 방법이 있죠.

광성 : 남한에는 3백 명의 국회의원이 있는데 국회에서 투표를 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게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하다고 판결이 나면 대통령의 지위를 잃게 되는 거죠.

진행자 : 최근 국회에서는 탄핵하기로 의견을 모았죠.
그러니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지도자라 하더라도 혼자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어떤 장치들이 존재합니다.

또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정책을 펼칠 때 그것이 잘못되면 국민들이 시위 등을 통해 의견을 반영하는 건데 북한에는 그렇지 않으니까 독재가 가능한 거죠.

광성 : 그렇죠. 만약 북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진행자 : 그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어땠을 것 같아요?

광성 : 그냥 묻혔겠죠. 그걸 모르고 있고, 알아도 말할 수 있는 장이 없으니까.
북한 주민들도 많이 바뀌고 있으니까 어떤 채널을 통해서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민주적인 움직임을) 많이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요.

예은 : 정치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 제 삶과 직접 연결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바른 목소리를 내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촛불집회에 처음 참여했는데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나라도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했어요.

진행자 : 네, 어쨌든 미국에서는 새 대통령이 당선돼서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 갈 테고 남한에서는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겠습니다.
추운 겨울과 함께 촛불이 이어질지, 아니면 상황이 달라질지.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어요.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선거.
지난 6월 영국에서 있었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또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투표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내 한 표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 느낄 수 있는 계기였죠.
사실 후보자의 공약을 보지 않고,
예전에 영국 브렉시트 때도 얘기했지만
브렉시트가 뭔지도 모르고 투표한 사람들이 참 많았다고 해요.
얼마나 무책임한지.

광성 : 그런 일은 남한에서도 일어나죠.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을 보지 않고 소속 정당이나 인지도만 보고 투표하기도 하잖아요.

예은 : 또 남한에서는 지역감정이 강한 편인데
그런 것도 탈피해서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분석했으면 좋겠고,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젊은 사람들은 지역감정이 덜한 편이라서.

진행자 : 지역감정은 덜한데 정치에 무관심 하죠(웃음).

광성 : 그게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진행자 : 무관심하면 투표를 안 하잖아요.
지역감정이 있을 수 있는 기성세대들만 투표하면 과거의 정치가 그대로 유지되겠죠.

광성 :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관심을 가져야 해요.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 지역 국회의원은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잘못된 걸 지적하고,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어요.

예은 : 사실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많이 낮은데
이런 일들을 통해 젊은 사람들이 앞으로 정치에 더 많이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치를 심판할 수 있는 건 투표밖에 없거든요.
선거 때 국민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클레이튼 : 미국 대선도 그렇고, 남한의 지난 대선 때도 그렇고 후보자 간 득표 격차가 크지 않아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진행자 : 하지만 클레이튼도 미국 국민이니까 지금 선거 결과를 인정하겠죠?

클레이튼 : 인정해야죠. 그리고 일단 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 될지 모르니까요.

진행자 : 많은 나라의 지도자들이 사람인지라 문제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언론화가 되고 사람들에 의해 저지되느냐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느냐가
민주주의와 그렇지 않은 사회 체제의 차이점이겠죠.
남한에서도 이번 사태를 통해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다음 대통령 선거 때 우리가 지금 생각했던 것들을 잊지 않고
투표로서 국민의 의사를 드러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미국을 비롯해 남한에서도 어수선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데요.
왜 어수선한지, 무엇을 위해 어수선한지,
어떤 길을 가려고 국민들이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청취자 여러분도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할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