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섹시한 남자 김강남입니다. 북한에서 왔고요, 저의 꿈은 경찰청장입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남한 대학생 강예은입니다. 남한 청년이 소소하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반갑습니다.
클레이튼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촌놈 클레이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5년 됐는데 몇 주 전에 대학원 졸업하고, 지금은 월급의 노예 다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내레이션 :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윌리그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지난 시간부터 혼자 사는 사람들, 이른바 싱글족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죠. 남한에서는 결혼하는 나이가 늦춰지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싱글족들이 중요한 소비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싱글족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생활환경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라면 이미 결혼했을 나이인 우리 청춘들도 역시 싱글족이죠? 세 명의 청춘들은 싱글생활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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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남한에서 싱글족들, 결혼하는 연령이 늦춰지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싱글 생활을 더 유지하고 싶다는 것도 있고, 타의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서일 텐데요. 클레이튼은 결혼이 선택이라고 했는데, 결혼 하지 않고 어떤 화려한 싱글생활을 누리고 싶은 거예요?
클레이튼 : 무엇보다 제가 알아서 하는 게 좋으니까. 결혼을 싫어한다기보다는 아직 그런 마음이 없으니까 100%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때 할 겁니다. 그런 마음이 들지 않으면 결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은 : 북한에도 이런 생각을 해요?
강남 : 네, 점점 많아지는 추세예요. 대체로 여자들이 많이 독립하려고 해요. 어른들이 여자는 혼자 살 수 있어도, 남자는 혼자 살 수 없다고 하거든요.
진행자 : 클레이튼은 혼자 살 수 있대요(웃음).
클레이튼 : 혼자 살 수 있죠, 더 재밌을 것 같은데요!
강남 : 며칠 전 북한에 대해 조사한 걸 읽어보게 됐어요. 환경이 조금 나아지고 여자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여자들이 독립하려고 한다는 내용을 읽었거든요. 제가 2010년에 나올 때도 10집 중 1집 정도는 독신 여성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마 더 많지 않을까 생각돼요.
저도 생각해보면 북한에서 23살에 나왔는데, 24살에 결혼한다고 했거든요. 그때 결혼했으면 지금쯤은 아빠가 됐겠죠. 그때 결혼을 안 해서 남한에 왔고, 지금 20대 후반인데 아직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북한에서는 결혼에 급급할 나이인데 남한에서 적응을 했는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요.
진행자 : 왜 지금은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강남 : 사회가 다르잖아요. 결혼도 중요하지만 결혼하기 전에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예를 들면 대학공부, 취직, 자기 집 마련, 자동차 등을 준비해야 하니까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나한테 오겠다는 여자도 없을 것 같고, 걱정이 들거든요, 솔직히. 나름 준비를 해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생겼어요.
진행자 : 대부분의 남한 청춘들도 그런 생각을 할 거예요. 예은 씨는 결혼 빨리하고 싶어요?
예은 : 네, 저는 빨리하고 싶은데 저도 안정된 직장과 경제적인 부분이 준비가 됐을 때 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그래서 아직은 이르지 않은가, 저는 예전부터 서른 살에 하고 싶었어요.
클레이튼 : 저는 아마 50세에 하지 않을까. 특히 결혼한 남한 친구들은 10명 중 9명은 결혼하지 말라고 합니다(웃음).
진행자 : 클레이튼 말을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게 외롭거나 혼자 있을 때 아프면 결혼을 해야 하나 생각이 드는데, 누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여자 친구가 놀러 와서 자기 집 소파에 앉아 있으면 좋대요. 그런데 그 여자 친구가 내일도 저기 앉아 있고, 모레도 앉아 있으면 싫대요, 끔찍하대요.
클레이튼 : 100% 공감합니다(웃음). 한 달에 한두 주말 정도만 애인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있는 건 부담스럽습니다.
진행자 : 남한에서는 혼자 살 수 있는 여건이 조금씩 갖춰져 가고 있죠. 예를 들어볼까요?
예은 : 싱글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어요. 오피스텔이 대표적인데, 1인 가구가 살 수 있는 작은 방으로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어요. 가구부터 가전까지 다 갖춰져 있어요.
진행자 :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가구나 가전제품도 많아졌죠.
예은 : 그리고 1인 가구면 밥을 혼자 먹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가끔 다른 사람들과 밥을 먹을 수 있는 동호회도 생겼어요.
진행자 : 식당에도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있죠.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같이 산을 가거나 여행을 가는 동호회도 있고.
클레이튼 : 동네친구 만나는 어플 이용하고 있습니다. 동네친구 만나고 싶고, 혼자 밥 먹기 싫어서.
진행자 : 어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북한에도 일부 스마트폰 사용하는 분들 있다고 했잖아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들어가면 여러 동호회가 있는데,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동네친구 할 수 있는 동호회에 가입해서 같이 만나는 거죠. 그리고 혼자 갈 수 있는 1인 노래방도 있어요.
클레이튼 : 너무 슬픈 거 아닌가요? 하긴 제가 혼자 자전거 타는 것처럼.
강남 : 혼자서 노래 부르는 사람들 보면 진짜 즐겁게 놀아요. 저도 한 번 가봤거든요. 들어가기 전에는 민망했는데 들어가서는 신경 쓸 사람이 없으니까 정말 재밌는 거예요.
진행자 : 제 친구는 혼자 맥주도 마시고, 닭튀김도 먹어요. 사실 남한에서는 '저 사람 왜 혼자지?' 이런 시선이 아직 있는데, 여러분은 혼자 하는 거 괜찮아요?
클레이튼 : 미국은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사람 있어요. 좀 슬퍼 보이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혼자 산 지 오래돼서 혼자 밥 먹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예은 : 저는 아직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어요.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먹어야지 혼자서는 잘 안 먹어요. 그런데 영화는 혼자 보고 싶어요. 방해받지 않고 집중하고 싶어서요.
강남 : 저는 영화는 두 사람이 같이 봐도 밥은 혼자 먹는 게 좋더라고요.
클레이튼 : 저도 영화를 보러 가는 거니까 영화는 혼자 보는 게 좋아요. 그리고 혼자 먹는 데 익숙해져서 가끔씩은 혼자서 먹고 싶어요. 누구랑 얘기하고 싶지 않고, 조용히 밥 먹고, 보고 싶은 방송 보고. 그런데 회사 다닐 때 혼자 라면 먹으러 나온 적 있는데, 동료들이 '왜 혼자 먹느냐, 무슨 일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진행자 : 맞아요, 혼자 오래 있다 보면 여러 사람들과 있는 게 좋으면서도 불편할 때가 있어요. 저도 명절에 집에 가서 사흘 정도 되면 방에 조카들이 따라올 때 '이모를 30분만 제발 혼자 있게 해달라!'고 말해요(웃음).
예은 : 왜 이렇게 공감이 가죠(웃음)?
진행자 : 북한에서는 혼자 하는 게 뭐가 있을까요?
강남 : 없어요. 북한은 공동체 생활에 익숙하니까 모든 걸 단체로 행동해요. 북한은 핸드폰도 적고 하니까 서로 연결이 잘 안 될 것 같은데, 마을이 작다 보니까 다 알아요. 밥은 대체로 식구들과 먹고, 혼자서 먹을 때가 없어요.
예은 : 그러면 처음 남한에 왔을 때 대학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거 보고 깜짝 놀랐겠네요?
강남 : 제가 혼자 먹게 됐죠. 처음에는 친구가 없으니까. 혼자 먹는데 서럽더라고요. 고향에서는 언제나 친구가 있고 누나가 있고, 그러다 어느 순간 혼자서 밥을 먹고 있으니까 그 밥이 아무리 북한보다 기름지다 해도 슬프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예은 : 저도 기숙사 생활했을 때 혼자 생활하는 데 편해지다 보니까 아무리 친구들이 있는 게 좋아도 어느 순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요.
진행자 : 어쨌든 여기 있는 사람들은 현재로서는 모두 자발적인 싱글족이잖아요. '나는 이런 싱글생활을 누리다 결혼하겠다, 아니면 나는 계속 화려한 싱글로 남겠다' 얘기해볼까요?
강남 : 저는 싱글생활을 즐기고 싶지 않아요. 그 맛을 알게 되면 결혼하기 싫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예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 결혼을 하면 자식을 많이 낳고 싶어요. 혼자 남한에 오다 보니까 무척 외롭더라고요.
진행자 : 강남 군은 머지않아 싱글족에서 탈퇴하겠군요(웃음).
클레이튼 : 저는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연애 못 한 지 2년 정도 돼서 가끔씩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또 바로 혼자 자유롭게 살고 있으니까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몇 년 정도 더 이렇게 살다 나중에 결혼하려고요. 영원히 혼자 살고 싶지는 않아요. 친구들이 다 결혼하면 누구랑 놀 수 있을까 싶고.
예은 : 저도 결혼은 하고 싶지만 당장은 아니고, 직장이나 꿈을 실현하고 안정적일 때 결혼하고 싶어요. 여행도 여러 곳 다니고 싶고, 문화생활도 열심히 하고, 외모나 저에게 좀 더 투자를 하고 싶고요.
진행자 : 어쨌든 여러분은 언젠가 결혼을 한다는 생각이군요.
다음 주는 우리가 할 얘기가 정해졌죠?
예은 : 크리스마스인가요?
진행자 : 네, 크리스마스는 북한 청취자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강남 : 네, 그런데 제가 할 말이 가장 없는 주제가 아닌가 싶어요.
진행자 : 자, 다음 주에는 크리스마스에 대해 여러분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드릴까요?
다함께 :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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