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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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무척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책 중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별에서 왔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남자와 여자는 애초부터 생각하는 방식도 행동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요. '여자니까' 혹은 '남자니까' '여자는 이래야해' '남자는 이래야해' 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유전에 의한 것일까요? 아니면 환경에 의해 그렇게 키워져 온 것일까요?

21세기는 양성평등 시대입니다. 오늘 '양성평등'에 관한 얘기 나눠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씨와 함께 하겠습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이정민 : 안녕하세요.

권지연 : 오늘 우리가 해 볼 얘기는 양성평등에 대한 말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세요?

이정민 : 남, 여가 똑 같다는 말입니다.

'양성평등'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남자와 여자를 서로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해 똑같은 참여 기회를 주고 똑같은 권리와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녀가 평등함에도 불구하고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하지 못했던 일들이 우리 삶에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권지연 : 저는 어릴 때 왜 나는 여자로 태어났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정말 피아노가 배우기 싫었고 태권도장을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엄마가 무슨 여자가 태권도냐. 피아노를 배워라! 그래서 억지로 피아노 학원을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정민 : 북한에서는 정말 부잣집 자식만 피아노를 배우는데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권지연 : 하지만 정말 저는 싫었거든요. 지금은 태권도장에 여자도 많이 다니고 남자들도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점점 남자가 해야 할 것, 여자가 해야 할 것. 그런 구분이 없어지는데 남쪽도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요. 북쪽은 더 그렇겠죠?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평등하다고 외쳐왔지만 민주주의가 처음 시작된 고대 그리스에서도 여성의 위치는 보잘 것 없었죠.

우리 조상들의 삶을 살펴보면 조선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꽤나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아 왔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라에는 선덕여왕을 비롯해 3명의 여왕이 있었고 고구려의 온달장군은 평강공주에게서 교육을 받아 장군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려사에는 딸도 아들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 여성의 재산권 상속이 사라졌고, 남존여비의 사상이 강화됐습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와 북어는 팰수록 부드러워진다' '여자와 접시는 내둘리면 깨진다' 등과 같이 이 때 생겨난 속담에서도 남존여비사상, 남아선호사상은 잘 드러납니다. 정민 씨와 저 역시 여자라서 홀대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정민 : 북한도 남존여비 사상이 있습니다. 북한은 태어나기 전에는 성별을 알 수가 없어요. 지금은 북한도 초음파 기계가 나왔다고 하는데 제가 태어날 때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가 딸을 낳았다고 하니까 침을 뱉으면서 여자라고 실망하고 갔다고 합니다. 엄마가 그 얘기를 항상 하셨어요. 저도 그게 마음에 맺히더라고요. 제가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잖아요.

권지연 : 아. 정말 상처였겠네요. 저도 그런 얘기라면 할 얘기가 있는데요. 저희 엄마가 맡 며느리십니다. 아들을 낳아야한다는 강압이 컸었다고 해요. 저희 언니를 낳고 또 저를 낳아서 딸이 둘이 되니까 저희 할머니가 엄마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셨고 저는 돌 때 남동생 보라는 의미로 옷도 남자 옷을 입었습니다.

이정민 : 저는 처음에 저를 낳고 이름을 지으려고 했는데 저희 친할아버지가 여자애 이름은 안 짓는다고 하셨대요. 그래서 엄마가 친정에 와서 외할머니 앞에서 우신 거예요. 그래서 제 이름은 외할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권지연 : 그랬구나. 예쁘게 지으셨네요.(윳음)

이정민 : 북한도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고 남녀평등이라는 것이 표면적으로는 돼있습니다. 북한의 헌법에도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실행이 되고 있지는 않고 여자들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여자라서 서러웠던 일들을 말하기 시작하자 끝이 없습니다.

권지연 : 남쪽은 양성평등 강사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고 교육을 받게 되면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집니다. 남쪽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죠.

권지연 : 그런데 아무리 양성평등을 주장해도 은근히 우리 사회에서는 남자가 해야 할 것과 여자가 해야 할 것, 남자 아이에게 줘야할 것과 여자 아이에게 줘야 할 것들을 규정짓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 양성평등 강사들이 학교나 학부모를 찾아가 강의를 합니다. 저도 그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런 얘기를 합니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해 줄때도 아들에게는 총을 선물해주고 딸에게는 인형을 선물해주고, 모자를 줘도 아들에게는 파란색 모자, 딸에게는 분홍색 모자를 줍니다. 제가 생각할 때도 무척 상식적이고 당연해 보이는데 어릴 때부터 우리가 교육을 그렇게 받아왔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생겨난 선입견이라는 겁니다. 여자아이지만 축구를 잘할 수도 있잖아요. 남자아이지만 뜨개질을 잘 할 수 있잖아요. 분홍색 옷도 잘 어울릴 수 있잖아요.

권지연 : 혹시 정민 씨는 여자지만 남자가 해야 되는 일이라고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잘하는 건 없나요?

이정민 : 저는 날 것을 잘 먹습니다.

권지연 : 저도 그렇습니다.

이정민 : 저는 전등을 바꿔 끼우는 것도 잘합니다. .

권지연 : 저도 물통 혼자 들어 엎고요.(웃음)

이정민 : 그런데 북한은 오히려 여자들이 그런 것을 다 합니다. 저희 엄마 같은 경우는 도끼로 나무도 다 패고 물지게 지고 길어오고 그런 것들을 다 엄마가 했습니다.

양성평등 강사들은 무조건 씩씩한 것이 남자다움이란 생각, 조신하고 얌전한 것이 여자다움이란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자에게는 뜨개질을 잘하는 유전자가, 남자에게는 기계 수리를 잘하는 유전자가 있는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키워질 뿐이라는 것이죠.

이정민 :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렇게 키우다보면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도 못할 수가 있겠네요.

권지연 : 그렇죠. 여자도 군인이 될 수 있고 남자도 간호사가 될 수 있고 그 사람의 재능이 중요한 일이지 '남자니까 이래야해' '여자니까 이래야해' 라고 교육을 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듣고 공감이 갔습니다. 하지만 공감은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카에게는 장난감 총을 선물해주고 여자 조카에게는 인형을 선물해주고 있습니다. 잘 바뀌지 않아요.

이정민 : 북한은 여성이 군인은 될 수 있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차 운전입니다. 여자 운전기사를 보기가 어려워요. 지금은 평양에 여성 운전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고정관념을 깨기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권지연 : 그럼 남자 간호사는 있어요?

이정민 :없죠.

권지연 : 미용사는요?

이저인 : 이발사는 남자가 있는데 미용사는 남자가 없어요.

'남자는 쉽게 울면 안 돼' '여자는 무조건 조신해야 해' 이런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지만 옛날에 비해 직업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생겨납니다. 비로소 평양에도 여성 운전사가 생겼고 남쪽에서 남성미용사를 보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 됐습니다. 점점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좁아지고 있는 것....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입니다. 최근 오히려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생기는 것은 참 재밌는 결과입니다.

권지연 : 양성평등이라는 것이 아직까지는 여권신장 쪽 로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는데 여권신장이 많이 돼서 이제는 양성평등이라고 말하면 남자들의 권리는 상승시켜야 할 것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이정민 :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정말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 국회의원, 사업가들도 많이 나오고요. 여자들이 섬세함으로 성공하는 사례들도 많더라고요.

권지연 : 통일이 돼서 남쪽의 양성평등 교육을 북에 계신 분들이 듣게 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이정민 : 공감을 많이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교육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여자들이 살기 편한 곳입니다. 공정한 평가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여자라고 해서 못한다는 선입견 없이 같은 인간으로써 똑같은 출발점에서 똑 같은 평가를 받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 저도 앞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게 되잖아요. 남성이 할 일을 여성이 하면 안 된다는 견해나 남성들이 많은 곳에 여성이 못 들어간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권지연 : 남자로 태어났건 여자로 태어났던 자기 소신껏, 능력껏 재능을 활짝 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정민 : 감사합니다.

물론 여자와 남자는 신체 구조와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신체 구조와 체력을 무시하고 무조건 똑같이 대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양성평등 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다름으로 인해 차별하지 않고 그에 합당한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는 세상. 이제 그런 세상에서 북에 계신 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라는 무대 속으로 달려보고 싶네요.

오늘 <청춘만세>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