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용인에 위치한 워터 파크의 야간 개장 모습.
용인에 위치한 워터 파크의 야간 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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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은 지금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입니다. '휴가'란 일정 기간 동안 학업이나 일을 중단하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몸과 맘에 쉼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 휴가란 삶의 여유입니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던 차도 엔진의 열을 식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기름이 부족하면 주유소에서 기름도 채워 넣어야 하듯이 우리의 삶에서도 내려놓음, 멈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은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지철호, 김윤미 씨와 함께 '휴가'에 대한 얘기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철호, 김윤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랜만에 얼굴 보네요. 윤미 씨 나오셨고요. 철호 씨 함께합니다. 철호 씨는 머리를 어떻게 하신 거예요?

지철호 : 머리카락을 탈색 했습니다.

김윤미 : 처음에 봤을 때 정말 놀랐어요. 눈썹까지 하는 것이 어떨까요? (웃음)

진행자 : 오늘 주제는 휴가철에 대한 얘깁니다. 두 분은 휴가 다녀오셨어요?

지철호 : 저는 아직 안 갔는데 이제 가야죠.

진행자 : 어디로 다녀오려고 계획 중인가요?

지철호 : 부모님 계신 충청도에 가면 어죽도 쒀 먹고 모닥불 켜놓고 감자나 강냉이도 구워먹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쪽에 많이 가요.

진행자 : 부럽네요. 윤미 씨는요?

김윤미 : 저는 휴가를 속초로 이미 다녀왔습니다. 워터 파크를 갔는데 주변에 사극 촬영지가 있어서 구경도 했습니다.

진행자 : 어디를 갔는지도 궁금하지만 누구랑 갔는지도 궁금하네요.

김윤미 : 친구들이랑 갔었어요. 여자들끼리 갔습니다. 여자들끼리 가면 서로 내숭이 없잖아요. 그래서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잠깐! 윤미 씨가 다녀왔다는 '워터 파크'가 뭔지 궁금하시죠? '워터파크'란 물놀이를 주제로 하는 놀이시설입니다. 그 형태는 수영장과 비슷한데요. 보통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남쪽의 여름, 전국의 워터파크는 그야말로 인산 이해를 이룹니다. 휴가지로 해외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특히 올 해는 긴 장마 탓에 해외로 휴가를 떠난 사람들은 더 늘었습니다. 지난 7월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간 출국자 수가 개항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하니까요... 저 역시 이번 휴가는 해외로 다녀왔습니다.

진행자 : 저도 휴가 다녀왔습니다. 베트남을 다녀왔는데요. 베트남 쌀국수는 원 없이 먹고 왔네요.

지철호 : 베트남이 북한 말로 뭔지 아세요? '웬남'이라고 해요. 베트남이라고 하면 잘 모르실 것 같아서 설명해 드립니다.

진행자 : 베트남을 월남이라고도 하는데 북에서는 '웬남'이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저랑 베트남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 저를 보고 '한국 말 무척 잘하는 베트남 사람이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남한이지만 새벽종이 울리고 새 아침이 밝을 때부터 삽을 들고 나가던 7,80년대와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그때의 노력과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남한 사람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놀 때는 확실히! 잘 쉬어줘야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음을 압니다.

진행자 : 확실히 휴가를 다녀오고 나니까 충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 북에 계신 분들은 휴가를 어떤 식으로 즐기나요?

지철호 : 북한도 휴일이 있긴 한데 삶의 욕구가 충족될 때 놀 수 있는 여력도 생기는 거잖아요. 휴식시간이 생기면 북한에서는 그 시간에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합니다. 북한은 따로 휴가철이 없어요. 또 남쪽은 주 5일 근무하고 이틀 쉬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하루를 쉽니다. 그런데 그 하루도 정기적으로 쉬는 것이 아니라서 북한에서의 휴일을 말하라고 하면 애매합니다. 직장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개울이나 산에 가서 맛있는 음식 먹고 그 정도가 다죠.

진행자 : 그럼 윤미 씨도 북한에서 휴가를 즐겨본 기억이 없으세요?

김윤미 : 네. 없어요. 휴가라는 말을 잘 쓰지도 않고요. 제가 어릴 때 기억이 아빠 직장에서 들놀이 가서 놀던 기억이 나요. 80년대, 90년대 초였는데 그 때만해도 살기가 괜찮았을 때예요. 그 때 도시락도 싸가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그런데 북한에 아예 휴가라는 개념이 없는 이유가 멀리 갈 수 있는 자가용도 없고 기차를 타고 가려면 증명서도 떼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들놀이나 산보 정도 가는 거지 휴가란 개념은 없습니다. 지철호 : 북한도 휴가를 낼 수는 있어요. 그런데 받기가 어려워요.

북한에서는 노동자 한 명이 일하면 그 사람이 일한 이윤으로 간부 몇 명이 월급을 타 먹어요. 그러니까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건 정말 적죠. 그런 적은 벌이로 어딜 놀러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 사람을 일을 시켜야 이윤이 나오기 때문에 휴가를 잘 안주려고 하죠. 진행자 : 여름에 날도 더운데 일도 계속 해야 하니까 지치고 그렇겠네요. 지철호 : 저 같은 경우는 북한에서 아무리 더워도 직장에는 선풍기조차 쓸 수 없었어요. 선풍기가 있다고 해도 북한은 야외에서 일을 많이 하니까요. 땀이 비가 오듯 흐르고 살이 까맣게 타도 일을 해야 했죠.

쉬어야 할 때 제대로 쉴 수조차 없는 북한의 실정을 생각하면 매 해 여름마다 '올 해는 어디서 뭘 하고 놀까'를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습니다.

진행자 : 남쪽 사람들은 휴가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런데 남쪽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휴가철이 되면 뭐든지 다 비싸진다는 겁니다. 남쪽 와서 바가지 상혼 때문에 기분 나빴던 기억 있으세요?

지철호 : 만 원이나 2만 원 더 주고 사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한국 말고 해외에 가서 바가지를 썼습니다. 맥주를 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배로 비싸게 산 거였더라고요

바가지요금 혹은 바가지란, 파는 사람이 상품이나 시세를 훨씬 웃도는 가격에 속여 파는 것을 말합니다. 이 바가지요금 때문에 즐거운 휴가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올 해 남쪽에서는 바가지 상혼을 근절시키기 위해 주요 피서지에 '부당요금 신고센터'를 설치해 부당 상행위와 불편사항 등을 현장에서 빠르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휴가철 피서지 바가지 상혼을 막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엿보이죠?

진행자 : 윤미 씨는 휴가 가서 바가지 안 쓰셨어요?

김윤미 : 네. 일찍 다녀왔더니 괜찮았습니다. 성수기를 피해서 다녀오니까 정말 좋았어요. 제가 비성수기에 갔었는데 성수기가 되면 돈이 몇 배로 비싸질 거라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맞아요. 이렇게 윤미 씨처럼 성수기를 피하는 것.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 모두 바가지를 안 쓰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모범 숙소나 식당들을 추천해주는 인터넷 싸이트가 있습니다. 그런 곳을 참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진행자 : 바가지를 안 쓰기 위해서는 소비자도 똑똑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파는 분들도 한 번 더 생각해야겠죠. 계속 그런 식으로 하면 그 휴가지는 다시는 안 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더불어 바라자면 북에 계신 분들도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진행자 : 휴가를 다녀오고 나면 재충전의 계기가 되잖아요. 휴가 다녀 온 후 어떤 삶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볼게요.

김윤미 : 휴가를 다녀오는 날 버스 안에서 생각해보니까 '너무 많이 놀았구나.' '졸업 작품 끝내고 긴장이 너무 많이 풀렸구나.' 생각했어요.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휴가 가서 농촌 길을 보고 흙을 밟으면서 북한 생각도 났습니다. 여기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북한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고 마음 아팠습니다. 함께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친구들에게 북한 얘기도 많이 해줬고 지난날을 잊지 않고 다시 긴장하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 휴가 다녀오셨으니까 다시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지철호, 김윤미 : 감사합니다.

꽤 오래전에 나왔던 남쪽의 광고문구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머릿속을 비우면 더 넓고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