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할 만큼 거대한 우주가 있고 그 안에는 태양계가 있고 그리고 태양계 안에 지구라는 별 안에 약 60억의 인류와 수많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 같은 인간으로 태어날 확률은 1백만 분의 1 정도 백인, 황인, 흑인 중 같은 인종으로 태어날 확률은 3분의 1... 같은 나라에서 태어날 확률은 약 192 분의 1 이랍니다.
그렇다면 같은 동 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지금 나와 부대끼며 마음을 나누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만큼의 확률을 뚫고 나와 만났을까요? 실로 엄청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모르고 평범한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그 인연을 보내고 지혜로운 사람은 인연이 아닌 것도 인연으로 만들어 낸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는데요. 우린 적어도 어리석은 사람들은 아니어야 하겠죠?
지금 내 옆의 소중한 인연들에게 감사하면서 <청춘만세> 시작합니다.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나우'의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씨와 함께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각자의 '사랑고백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강남, 김재동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기에 좋은 그런 날들입니다. 남쪽은 무슨 날, 무슨 날...마음을 전하기에 좋은 날들이 많잖아요. 두 분도 남쪽에 와서 그런 날들을 챙겨 보셨어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 데이, 로즈 데이, 빼빼로 데이... 이정민 : 저와는 상관없는 날인 줄 알았습니다.
남쪽에는 이렇게 고백하기에 좋은 날들이 많습니다. 2월 14일은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며 고백하는 '밸런타인데이'고요 3월 14일은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며 화답하는 '화이트 데이'입니다.
그리고 매 달 14일마다 반지를 선물하는 '링 데이', 함께 영화를 보는 '무비 데이', '키스데이', '와인데이' 등...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는 기념일들이 있습니다. 이 중엔 의미 없는 기념일도 있지만 딱히 고백할 날을 선택하기 힘들다면 이런 날들을 핑계 삼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진행자 : 재동 씨는 그런 날들을 챙기는 편인가요?
김재동 : 예전에 학창시절에는 꼭 챙겼죠. 그런데 요즘은 전에 비해서 낭만도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냥 지나가는 편입니다.
진행자 : 무슨 날, 선물을 건네며 고백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고백 법...뭐가 있을까요?
김강남 : 북한은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무척 신중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밤이고 낮이고 따라다녀요. 그리고 기회를 잡아서 '나 너 좋은데 같이 살자'... 이렇게 고백하죠. 여자들은 무척 튕겨요. 저는 끈질기게 집 앞에 가서 기다리고 그 집 대문에 누워서 자고 내 빨래도 걸어 놓고 그랬거든요.
진행자 : 그렇게 하다간 남쪽에서는 잘못하면 경찰에 신고 당합니다. (웃음)
김재동 : 드라마 같은 걸 보면 멋진 남자 주인공들이 나오잖아요. 저도 흉내를 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공개 고백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성공을 했었는데요. 제가 볼 때 정말 예쁜 학생이었어요. 고 1 때 다른 반 여자 아이였는데 다른 친구들에게 책을 빌리러 간다거나 구실을 만들어서 그 반에 기웃기웃 거리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갔습니다. 가서 '나 너 좋아한다' 말하고 노래 한 곡 불러줬습니다. 그런데 선곡을 잘못했습니다.
진행자 : 혹시 이별 노래 불렀던 건 아니죠?
김재동 : 맞습니다.
진행자 : 어쨌든 성공 했나요?
김재동 : 두 번 만에 성공했습니다. 저 혼자 끙끙 앓다가 저질렀던 거죠. 그런데 이렇게 공개 고백을 하면 고백하는 입장보다 고백을 받는 입장에서 더 곤란한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여기서 재동 씨의 고백의 노래 듣고 갈까요?
김재동 : 나 보다 너를 사랑한다는 그 말 모두 이해해. 너를 너무 사랑해... (박수)
진행자 : 잘 부르시네요. 이 안에 가수가 몇 명인 지 모르겠습니다. 여자분 입장에서는 이런 고백 받으면 어떨 것 같아요?
이정민 : 진심이 느껴져서 거절을 못할 것 같아요.
김재동 : 그런데 정말 남자를 힘들게 하는 건 며칠만 기다려 줘... 라고 말하는 겁니다.
진행자 : 그런데 여자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필요해요.
김재동 : 이제는 그렇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요.
이정민 : 저는 그냥 말하는 편이에요. '나 너 좋아하는데 너의 애 낳아줄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진행자 : 먼저요?
이정민 : 네, 제가 먼저 얘기 했습니다.
진행자 : 반응은 어떻던가요?
이정민 : 받는 사람의 반응을 간파하고 고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그 남자가 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같이 살자. 내가 애 낳아줄게'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드라마를 보면 여자가 남자에게 고백을 하도록 유도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급하면 자기가 먼저 하면 되죠.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에요. 북한에서도 그런 사람은 많지 않아요. 남자가 고백했을 때 한 번에 오케이 하는 것도 무척 헤픈 여자라고 생각하고 세 번은 튕겨야 한다고 생각하죠. 저처럼 이렇게 먼저 살자고 말하는 건 정말 헤픈 여자라고 할 겁니다. 그런데 저는 항상 제가 먼저 고백 했던 것 같아요. 중국에서는 내가 살기 위해서 '나랑 살아주세요'라고 청혼을 했었고 남쪽에 와서는 이 사람이 아니면 내가 평생 후회 할 것 같아서 이 사람에게 내가 마음을 고백해야지 놓쳐도 후회 안하겠다고 생각돼서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먼저 고백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민 씨의 용기에 구성원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 아니 우리 부모님 시대만 해도 이렇게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건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고 고백은 왠지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신세대 여성의 모습 속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진행자 : 여자가 이렇게 먼저 고백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재동 : 저는 지금 아주 뜻밖인데요. 남쪽에서는 이제 당당히 자기 사랑을 쟁취하는 여성들이 있고 아직도 남자가 계속 뭔가를 해주고 결정지어 주기를 바라는 여성도 있는데 저는 너무 기다리는 것 보다는 적극적인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김강남 : 저는 수애 스타일을 좋아해요.
진행자 :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니까 대뜸 수애 씨가 좋다고 고백을 하시네요. 수애 씨 같은 여성이 고백해 주는 것이 좋다는 뜻인 거죠?
김강남 : 네, 그렇죠. 그런데 반대되는 여성들이 꼭 다가오더라고요.(웃음)
진행자 : 그런데 원래 북쪽 분들이 이렇게 표현에 있어서 적극적인 편인가요?
이정민 : 북한에는 '나랑 결혼해 줄래?' 이런 표현이 없어요. '우리 같이 살자', '아이 낳고 살자'... 이렇게 말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적극적이라기보다는 표현법입니다. 결혼의 목적이 그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김강남 : 그리고 '사랑한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무척 오글오글하게 생각해요. 이 방송을 여자 친구가 들으면 안 되는데 예전에 연애할 때 '내가 너 사랑한다'... 이 말을 한 번 해 본 적이 있었는데 해놓고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죽을 뻔 했습니다.
진행자 : 그렇다면 한 번 해보고 싶거나 받아보고 싶은 고백 방법 없나요?
김재동 : 저는 지금까지 제가 고백을 하기만 했었거든요. 그 집 땅바닥에서 자고는 그 옷을 벗어서 그 여자한테 빨아달라고 하고... (웃음) 이제는 고백을 받아보고 싶어요. 그냥 말 한 마디만 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준다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이정민 : 저는 남자친구한테 먼저 고백을 하고 나니까 나도 뭔가 고백을 받고 싶은데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한테 편지를 써 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써 온 거예요. 감동 받아서 운 적이 있었어요. 그게 너무 고마웠던 것 같고... 지금은 낭만은 필요 없고요. 돈이나 물건을 주면서 '수고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웃음)
진행자 : 이제 생활인이 되셨네요.
사람마다 사랑고백을 받고 싶은 장소, 시간, 방법이 다 다를 겁니다. 상대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고민하고 고심하던 시간들이 분명 다들 있으셨겠죠? 그런데 우리는 왜 사랑고백을 이성하고만 주고받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요?
진행자 : 이성에게는 우리가 고백하기 위해 애타하고 고민하고 그러잖아요. 부모님께는 많이 표현하는 편인가요?
이정민 : 저는 엄마에게 애교가 많은 편이었어요. 밤에 잘 때는 엄마 목을 끌어안는다든지 그랬었어요. 그런데 아빠한테는 표현해 본 적이 없었는데 14살 때 돌아가셨거든요. 제대로 표현 못했던 것이 후회되더라고요. 남쪽의 아빠들은 대부분이 딸 바보잖아요. 아빠한테 많이 애교도 부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빠 항상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으실 텐데 앞으로도 저는 지켜 주세요. 다음 생에 태어나면 제가 애교도 많이 부리고 귀여운 딸이 될게요. 아빠 사랑합니다!
김강남 : 저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집안에서 무척 어려웠어요. 엄마한테는 직접은 말 못하고 문자로 하트를 한 번 보낸 적이 있는데 엄마가 반응이 없더라고요. 왠지 썰렁한 분위기여서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진행자 : 아마 좋아하셨을 겁니다.
김강남 : 아버지! 어릴 때는 엄마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으니까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나이도 있는데 가게 운영하느라 하루에 12시간 일하느라 고생 하고 계시는 것을 제가 다 압니다. 빨리 대학 졸업하고 어머니 편하게 모실게요. 사랑합니다.
진행자 : 재동 씨는 애교가 많을 것 같아요.
김재동 : 아니요. 부모님께는 없었어요. 특히 어머니에게는 카네이션 하나 제대로 해 드린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생일날도 제대로 못 챙겨 드릴 때가 많았던 같은데요. 자주 안부전화라도 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엄마! 그 동안 저한테 많이 쏟아 주시고 적지 않은 나이에 가게 운영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너무 받기만 한 것 같아서 죄송해요. 제가 잘 되는 것이 가장 효도 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제 앞가림 잘 해서 엄마 고생하는 것 덜어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진행자 : 돌아가신 분들이나 멀리 계신 분들에겐 할 수 없지만 가까이 계신 부모님께는 이 방송이 끝나자마자 사랑합니다. 문자나 전화로 표현하기로 약속합시다.
고백하기 좋은 날이 있다면 어떤 날일까요? 무슨, 무슨 데이라고 명시 된 날? 아니면 햇살이 좋고 하늘이 예쁜 날?
고백하기 좋은 날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매 순간 일겁니다.
오늘 <청춘만세>는 여기서 마칩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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